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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핑크를 벗어나 새로운 홀로서기를 하다 <불량한 가족> 박초롱
2020년 7월 8일 수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emp
2011년 그룹 ‘에이핑크’로 데뷔해 10년간 구설수 없이 큰 사랑을 받아왔다. 에이핑크를 지금 이 자리까지 묵묵하게 이끈 리더 박초롱은 어린 나이에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감정을 절제해왔다고 털어놓는다. 죄책감 없이 다양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다는 점을 연기의 매력으로 꼽은 건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박초롱이 가족의 가치를 환기하는 휴먼 드라마 <불량한 가족>으로 그룹을 벗어나 새로운 홀로서기를 한다.

첫 장편 영화부터 주연을 맡게 돼서 걱정이 컸을 것 같다.
주연이라서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다. 처음엔 가족영화고 그 중에서도 박원상 선배님의 딸 역할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는데 생각보다 비중이 커서 부담이 됐다. 드라마에 짧게 등장한 적은 몇 있지만 영화는 처음이라 도전 정신으로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몽땅 내 사랑>, <아홉수 소년>, <로맨스 특별법> 등 꽤 여러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영화는 처음이다. 드라마와 차이점이 있다면.
전에 참여했던 작품들은 거의 에피소드 형식이었는데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가야 한다는 점이 달랐다. 중간중간 감정선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점이 어려웠다.

2018년 크랭크업한 뒤 개봉이 많이 늦춰졌는데 불안하지는 않았나.
영화 개봉이 연기된 것에 연연하진 않았다.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했다. 혹 영화를 공개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촬영하면서 배운 점이 많았고 좋은 경험이었으니 아쉽긴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을 거 같다. 오히려 나보다 주변에서 언제 개봉하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 걱정과 우려도 주변 사람들이 대신해줘서 굳이 나까지 조바심 내지 않았던 것 같다.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이라 할 만큼 배우 간의 호흡이 중요했을 것 같은데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감독님이 캐릭터를 잡기 전에 배우들과 먼저 친해져야 케미가 산다며 배우끼리 빨리 친해지길 바랐다. 그래서 실제로는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용기내서 먼저 다가가려 했다. 특히 ‘다혜’를 연기한 다예 언니와는 얘기하다 보니 성격도 잘 맞고 공감대도 비슷해서 내 기준에선 빨리 친해진 편이다. 또 박원상 선배님께는 연기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선배님도 낯을 많이 가리는데 마음을 열어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고 있다.

시나리오 첫 인상은.
유리의 성장과정, 가출팸, 가장의 현실 같은 부분에 복합적으로 공감이 됐다. 가출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일반적인데 이번 영화에선 그들이 어른들의 무책임으로 인한 피해자라는 부분에 안타까움이 들었다.

영화를 찍으며 가출팸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예전에는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가출팸은 불량한 비행청소년일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촬영하면서 그들에게도 각자의 사정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핑계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실제로 가출팸 학생들 주변에는 가르침을 주는 어른이 없는 경우가 많다.

가출팸에 합류하기 전에는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나온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간이 꽤 지났는데 학생연기는 어땠는지.
고등학생 연기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데뷔한 지 오래됐다 보니 보는 사람이 이질감이 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단 배역의 감정에 집중하려고 했다. 다행히 표현을 잘 못한다든가 내성적인 성격 등 ‘유리’와 비슷한 부분도 있어서 나이는 문제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비슷하다는 건지 궁금하다.
어린 나이에 에이핑크로 데뷔해 리더로서 부담과 짐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감정 표현도 서툴러졌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혼자 감당하려고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주변에서 위태롭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참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멤버들에게 터놓기 시작하면서 그런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그때부터 밖으로 표현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다.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위안이 된다. 유리도 처음에는 어려움을 속으로 감내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그 부분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다혜를 만났을 때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의 문을 여는 유리의 심정이 이해됐다.

그렇다면 유리와 본인의 성격 중 다른 부분은.
유리가 나보다 좀 더 강단이 있지 않나 싶다. 나는 그런 상황에서 과감하게 학교와 아빠를 떠나진 못했을 것 같다. 그 만큼 유리의 속에 쌓인 게 많기도 했고. 또 나에 비해 어른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표현 이외에도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몸 쓰는 연기는 자신 있는데 악기는 잘 못 다룬다. 극중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해야 한다는 부분이 제일 걱정이었다. 촬영 전까지 시간이 많지 않았고 연주곡도 늦게 정해져서 속성으로 배워야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바이올린 신은 전부 직접 연주했는데 후반작업에서 사운드가 입혀졌다.

바이올린을 배웠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다. 시놉시스를 보고 음악을 통해 성장하게 되는 드라마라고 예상했는데 전혀 달랐다. 가족의 의미를 찾는 드라마에 가까운데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가족이란.
서로 공감해줄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내 감정이나 일에 대해 공감하고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게 가족이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진짜 가족과 에이핑크, 두 가족을 가진 셈이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은 큰 위로와 안도가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학교를 다니거나 사회생활을 하며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부족한 것 같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가출팸, 유리네 가족 모두가 안정감에 대해 목마른 것이 느껴졌다.

극 중 유리가 또다른 가족을 얻으면서 힘든 상황을 버텨내지만 영화 마지막 바이올린을 환불하는 장면을 보면 유리가 음악을 계속 할지는 의문이 든다.
유리는 본인이 좋아서 음악을 시작했지만 주변의 억압과 부담감으로 더 이상 음악 자체를 즐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환불 장면도 그렇고 극중 다혜와 함께 다니다가 바이올린을 버리고 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유리의 심정을 잘 드러내는 부분인 것 같다. 평생 바이올린에 얽매어 있던 유리가 바이올린을 버림으로써 행복을 찾고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아마 음악은 그만두지 않을까.

영화는 성장드라마가 주가 되지만 일종의 로드무비기도 하다. 유리와 다혜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무슨 돈으로 가능했을까.
영화 초반에 치매 할머니에게 받은 돈에 다혜가 부정적인 방법으로 모아둔 돈이 있을 거고. 그래도 넉넉하지 않은 지라 길바닥에서 자지 않았을까 (웃음)

그 말을 들으니 상자로 잘 곳을 만드는 장면이 기억난다. 그렇게 고생하며 돌아다니는 와중에 이혼하고 따로 지내는 엄마를 찾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만나게 되니 인사도 하기 전에 도망가 버리는데.
엄마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을 것 같다. 소식은 궁금했겠지만 막상 마주보고 왜 자신을 떠났는지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엄마 곁에 (이부)동생이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본인은 버려졌는데 다른 아이를 키우고 있는 걸 보면 머리가 복잡해졌을 것 같다. 내 동생이기도 하지만 이 친구와의 차이점이 더 크게 와닿기도 했을 거고. 일단 거기까지 간 것만으로도 다혜와 함께 있어서 가능한 엄청난 용기였다.

유리가 다혜에게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 서로에 대한 둘의 감정이 우정 이상으로 애틋하다.
맞다. 둘은 제일 힘들고 아플 때 만난 사이라서 서로에게 애틋함이 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유리는 다혜가 자기 마음을 알아주니 더 빠르게 마음을 열고 깊게 의지한 거 같다. 둘에게는 ‘세상에 둘밖에 없다’런 느낌이 들었을 거다. 그리고 유리와 비슷하게 다혜도 아픔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밝은 척, 문제없는 척, 잘 지내는 척하던 다혜는 치부가 드러나게 되자 자존심이 상해 유리에게 일부러 상처를 주기도 한다. 아마 다혜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던 유리 입장에서는 그가 밀어내니 감정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막힘없이 대답하는 걸 보니 캐릭터 이해도가 높은 것 같은데.
비슷한 상황에 처한 적은 없지만 순간순간 유리가 어떤 감정, 어떤 생각일지 대본을 보며 많이 고민했다. 아무래도 유리의 사고방식이나 감정이 절제된 편이라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다.

공감한다. 극중 여러 번의 위기를 맞으면서도 유리의 반응은 대체로 고요한 편이었다.
그래서 유리가 점차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특히 아빠와 함께하는 장면이나 다혜가 사라졌을 때 유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을 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평소 조용하던 유리가 갑자기 감정을 터뜨리는 부분을 연기하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감정연기에 대한 고충이 묻어난다.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해 특별히 한 노력이 있나.
바로 감정이 나오지는 않는다. 촬영 전부터 감정을 끌어올리려 했고 다른 배우들과 대화도 많이 했다. 주로 박원상 선배님의 도움을 받았다. 선배님이 항상 “유리야, 지금 감정이 어때? 어느 정도 감정이 올라왔어?”라고 물어보셨다. 가끔은 혼자 공터에서 뛰어다니거나 이어폰을 끼고 외부를 차단하기도 했다. 대신 촬영이 끝나면 그 감정을 너무 길게 끌고 가려 하지 않았다. 너무 울어서 울음이 잘 멎지 않은 적도 있었지만 힘든 감정은 되도록 빨리 정리하려고 했다.
그래도 영화가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다. 웃긴 장면도 여럿 있고 감동적인 부분도 있는데 가장 좋았던 장면을 꼽자면.
내가 나오는 장면들은 분위기가 다소 무거웠다. 대신 ‘대국’(도지한)과 ‘현두’(박원상)의 케미가 영화의 웃음 포인트다. 특히 대국이 현도에게 춤영상을 보여줄 때 실제 박원상 선배님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서 웃겼다. 연기가 아니라 진짜 ‘이걸 왜 보여주는 거야’ 하는 반응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을 뽑자면 가족들이 다 모였을 때. 각자 떨어져 지내던 인물들이 결말에서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났던 그 신이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로 마음이 찡했다. 날씨도 너무 좋고. 보고 있는데 속에서 울컥하더라.

혹시 극중에서 연기해보고 싶은 다른 역할이 있다면, 혹은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불량한 가족>에서는 다혜. 유리와 비슷하면서도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이 정반대라서 도전해보고 싶다. <몽땅 내 사랑> 땐 마냥 해맑은, <아홉수 소년> 때는 청순한 얼굴에 까진 친구 역할이었다. (웃음) 하지만 이번에 연기한 유리 같은 차분한 캐릭터를 좀더 해본 다음에 다양한 역에 도전하고 싶다. 한 번쯤 액션 연기도 하고 싶고

연기 욕심이 있는 것 같다. 가수로 활동하던 때와 다른 연기만의 매력은.
아이돌 생활을 하면서 감정을 절제하고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는데 강박적이었다. 아이돌의 삶이 대개 그렇지 않나. 책임감과 죄책감 때문에 (감정이나 행동이) 선을 넘을 것 같으면 바로 차단했다. 그런데 연기는 죄책감 없이 이런저런 모습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오히려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죄책감이 들 정도. 정도를 지키는 게 어렵긴 한데 연기는 할 수 있는 표현의 폭이 넓은 것 같다. 지금도 연기 레슨을 받고 있는데 “이럴 때 한 번 소리 지르고 울어봐라, 언제 또 이렇게 하겠냐”라는 선생님의 말에 ‘이게 진짜 연기의 매력이구나’라고 느꼈다.

레슨 외에도 다양한 작품을 보면서 연기 연습을 했을 것 같다.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면.
<조조래빗>과 <가버나움>.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세상이 더 참담했고 그래서 더 강하게 몰입됐다. 어릴 때는 액션을 좋아했지만 죄근에는 로맨틱코미디나 드라마 등 장르 안 가리고 보는 편이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면서 더 폭넓게 보려고 많이 검색한다.

취향과 별개로 보면서 감탄이 들었던 작품들이 있다면 소개해주길 바란다.
어렸을 땐 <타이타닉>. 최근엔 넷플릭스 <결혼이야기>나 디카프리오의 <레볼루셔너리 로드>다. 영화 속 배우들에게 압도되는 인상을 받았다. 전에는 한 장르만 팠다면 지금은 생각하는 지점이 있는, 끝나고 여운이 남는 영화들이 좋다. 아마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웃음)

‘10년차 아이돌’에 ‘영화배우’ 타이틀까지 얻게 됐다. 앞으로 어떤 박초롱의 모습을 마주하게 될지 기대된다.
우선 후회 없는 20대를 살았다. 노력도 많이 했고 결과를 떠나 좋아하는 일을 책임감 있게 해왔다는 점을 스스로에게 칭찬하고 싶다. 30대에 접어들며 에이핑크를 벗어나 새로운 홀로서기를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주어진 일을 후회없이 하고 싶다. 다가올 일에 집중하고 더 강단 있는, 더 많이 표현하는 내가 됐으면 좋겠다. 40대에는 지금의 바람처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내가 되지 않을까 싶다.

2020년 7월 8일 수요일 | 글_이금용 기자(geumyo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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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스톰픽쳐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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