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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힘이 큰 파장으로 다가온다 <나를 찾아줘> 이영애
2019년 12월 3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6년 전 아들을 잃어버린 엄마가 있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남편마저 얼마 전 사고로 죽었다. 삶의 끈을 놓고 싶던 찰나 아들을 목격했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외딴 낚시터로 향한다. 이영애가 아들 찾는 엄마 ‘정연’으로 14년 만에 관객 앞에 섰다. 아동 실종과 학대라는 예민한 화두, 공권력의 부재와 무관심이 미덕인 시류 그리고 인간의 이기적인 속성을 뒤섞어 장르성과 사회성을 동시에 높인 것은 물론 <나를 찾아줘>는 무엇보다 배우로서 욕심날 수밖에 없는 캐릭터를 품고 있다. 이영애는 차분한 얼굴과 목소리로 낙폭 큰 감정과 신체적 부담을 온몸으로 맞으며 오롯이 끌어가 이영애를 위한, 이영애에 의한 영화를 완성했다.

개인적으로 <나를 찾아줘>는 당신 연기 인생 2막 혹은 3막을 열어젖히는 작품이 아닌가 한다. 선택 이유는.
무엇보다 캐릭터의 밀도가 높아 배우로서 매력을 느꼈다. 주제가 마음에 들었고, 전체적으로 대본 구성이 잘 짜인 한 편의 훌륭한 희곡을 보는 것 같았다. 또 ‘정연’(이영애)뿐 아니라 인물 하나하나가 중요했고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지 흥미로워 여러 가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

김승우 감독의 입봉작이다. 신인 감독과 함께하는 게 한편으론 모험일 수 있다.
작품을 결정할 때 느낌을 중요시한다. 드라마 <대장금>도 주변에서 만류했었지만,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었다. 이번엔 따뜻한 감정과 지리멸렬한 현 사회 모습을 잘 전달한다고 느꼈다. 김승우 감독님이 12년 동안 원석을 다듬듯 직접 쓴 글이다. 내공이 있기에 믿음이 갔고, 신선함과 노련함이 공존할 거로 기대했다.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14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2017)를 했지만 말이다. 부담감도 컸을 것 같다.
결혼의 장점이라고 할까. 좀 여유가 생겼다. 간절함은 있지만,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뾰족함이 둥글어졌다. 훌륭한 작품이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됐다. 잘 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거지. (웃음)

개봉에 앞서 영화제 시상식 참석, 자녀와 TV 예능 동반 출연 그리고 SNS 활동 개시 등 영화 홍보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주연 배우로써 책임감이 읽힌다.
SNS 해보니 재미있더라. 다만 나이 든 아줌마티 난다고 주변에서 놀린다. 소통이라고 생각해 적당히 너무 과하지 않게 해보려고 한다. 또 우리 딸이 TV에 나오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도 본인 분량이 많으면 더 좋아한다. (웃음) 홍보 목적도 있지만, 엄마로서 함께 촬영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복잡하게 이것저것 고려하기보다 단순하게 생각했다.

만약 자녀가 배우가 되고 싶어한다면 밀어주겠나.
반반이다.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근성과 심지가 필요하기에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오랜만에 복귀작인데 <나를 찾아줘>를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없어 아쉽겠다. 아이들이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이한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를 했었다. <대장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좋지 않았지만, 사실상 8%대였으니 실패는 아니었다. 실패라고 자주 언급돼 이 자리를 빌려서 밝힌다. (웃음) 열심히, 자신 있게 했고 아이들과 즐겁게 잘 봤었다. 아무래도 작품을 선택할 때 아이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왕이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는 작품을 고르려 한다.

공백기가 길었던 이유는.
연기는 늘 하고 싶었다. 좋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배우 입장에서 당연히 욕심나기도 했고 어떤 때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 놓친 것도 있다. 이번 <나를 찾아줘>는 시기, 연기, 작품 모두 삼박자가 맞았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

농담인데, 개봉 시기는 맞지 않은 것도 같다. (웃음) 워낙 강력한 <겨울왕국 2>와 맞붙었다.
피해간다고 했는데도 그렇다. 우리 딸은 벌써 <겨울왕국 2>를 보고 왔다. 영화 포스터 옆에서 사진 찍어 보냈더라. (웃음)
 <나를 찾아줘> 스틸컷
<나를 찾아줘> 스틸컷
 <나를 찾아줘> 스틸컷
<나를 찾아줘> 스틸컷

영화 애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자. 모성애가 보편적인 소구점을 지녔지만, 한편으론 진부할 수 있는 소재다. 어떻게 접근하려 했나.
모성애보다 인간애로 접근해갔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넘어 사람과 사람에 존재하는 연민과 사랑으로 확대하고 싶었다. 꼭 아이를 둔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를 넓게 품을 수 있는 거시적인 사랑으로 다가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두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엄마이기에 감정이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슬픔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은 인상이 살짝 들었는데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그 지점에 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아이를 잃은 엄마는 거의 미쳐 있는 상황일 것이다. 온전한 정신으로 살기 힘들 것인데 그런 모습을 부각한다고 해서 과연 관객의 이입을 높일 수 있을지 혹은 인물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을지를 말이다. 사실 배우로서 극한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장면, 가령 오열하는 것과 바닷속에 빠지는 신이 있었는데 협의 후 편집 과정에서 삭제했다.

후반부 해변 뻘 시퀀스는 대사 없이 감정을 표현했다. 가장 명장면이 아닌가 한다. 어떻게 감정을 잡았나. 또 당신이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는다면.
정말 연기하기 어려웠다. 감정을 절제해야 했는데 그게 더 힘들더라. 최대한 감정을 덜어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많은데 개인적으로 ‘정연’의 뒷모습이 마음에 남는다. 병원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혼자 뒤돌아 감정을 추스를 때 그의 생각과 마음이 궁금하고 상상하게 하더라.

영화가 ‘정연’을 포함해 관객까지 감정적, 상황적 모두 극한으로 몰고 가는 느낌도 상당하다. 연기하면서 공감되던가.
현실을 응축해 2시간 내에 보여줘야 하기에 충분히 그 입장에 공감했다. 연기하는 게 힘들었지만, 그렇기에 연기에 몰입이 더욱더 되기도 했다. 현실은 더하기에 보면서 카타르시스와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쌍둥이를 키우며 매일 기도한다. 기도 첫 제목이 세상의 평화인데, 뭐 거창한 게 아니라 현실은 괴로워도 삶은 계속되고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하기에 평화를 갈망하는 마음에서다. 영화를 보면서 껄끄럽고 왜 굳이 돈 내고 고통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영화 본 후 실종 아동 전단을 한 번이라도 돌아보게 된다면 의미 있지 않을까. 우리 영화가 교훈 드라마는 아니지만, 작은 빛이 되지 않을까 한다. 적어도 영화 티켓 가격이 아깝지 않은 것 말이다.

시종 무거운 분위기와 달리 엔딩은 상당히 희망적인 인상이다.
그 장면 역시 많이 고민했다. 아마 영화를 본 관객에게 여러 물음을 남길 수 있을 거다. 여러 시도를 한 결과 한결같은, 일상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좋겠더라. 현실의 삶이 각박하고 힘들지만, 일상을 살면서 느끼는 실낱같은 희망을 보여주려 했다.

‘홍 경장’(유재명)과 난투를 비롯해 몸을 쓰는 장면이 꽤 있다. 정말 사실적이던데 고생 많이 했겠더라.
공간이 낚시터이다 보니 주변에 있는 도구들을 사용해 온몸으로 싸워야 했는데 고생보다 재미있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몇 편 더 하고 싶을 정도다. 감독님이 연출과 편집을 잘해 주셔서 내가 역할 한 이상으로 돋보인 것 같다.

상대역인 유재명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
‘홍 경장’역의 유재명, 남편 역인 박해준 모두 원체 연기를 잘하는 후배라 연기적으로 조화로웠다. 두 사람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영화의 출발이 좋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유재명 배우는 실제는 샤이하고 과묵한 편이다. 극 중 갈등을 겪는 관계라 현장에서 개인적으로 막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다. 그런 상대에 대한 믿음이 극 중 두 사람의 호흡을 살렸다고 본다.

<친절한 금자씨> 때 함께 작업했던 조상경 의상 감독, 조화성 미술 감독, 송종희 분장 감독 등 이른바 박찬욱 감독 사단이 합류해 영화의 완성도를 내외적으로 높였다.
크지 않은 예산의 영화임에도 기라성 같은 팀이 합류해줘 김승우 감독님도 나도 큰 힘을 얻었다. 특히 송종희 분장 감독님은 중간에서 정말 큰 언니같이 든든하게 역할 해 주셨다. ‘정연’이 특별히 분장하지 않은 것 같아도 일상의 모습이나 흐트러진 옷과 헤어 등 미세한 차이가 있는데 그 지점을 너무 잘 살리셨다. 정말 한 끗 차이의 막대한 힘을 보여줬다. 또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향후 연기 활동 계획은. 혹시 차기작이 정해졌나.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다. 다만 아이들이 쌍둥이에 아직 엄마 손길이 필요한 나이라 일과 양육을 슬기롭게 잘 병행하려고 한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함께 하고 싶은 감독이나 배우가 있다면.
내가 뭘 가리겠나. 어느 감독과 배우든 다 감사하다. 또 함께하는 사람보다 작품 자체가 중요하다.

시나리오의 첫 느낌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촉이 좋아 보인다. 선구안을 기르는 노하우가 있다면.
그렇게 심도 있게 연구하지 않는다. 다만 아이들이 태어난 후 양수리에서 7년 동안 살았는데 그때 자연에서 받았던 영감이 내 감수성의 세포를 깨어나게 한 것 같다. 친환경적인 생활하며 아이들과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니고 나 혼자서도 산을 자주 다녔었다. 아이들 인성 함양은 물론 나 역시 그 생활에서 정신적, 감정적으로 풍요로워졌다.

연예계에 비극적인 소식이 끊이지 않는 요즘, 어느 정도 여유를 지니게 된 선배로서 후배에게 조언한다면.
마음이 아프다. 맷집을 키우는 게 필요한 데 그러기엔 너무 일찍 데뷔한다. 명상이라면 거창하겠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중요한 것 같다. 스스로 힘을 키우는 게 꼭 필요하다.

마지막 질문이다. 꾸준히 연기를 이어가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또 소소한 행복이 있다면.
원동력이라고 하긴 거창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응원하는 분이 있다고 느낄 때다. 아직 나를 알아봐 주는 분이 있을지 배우로서 위축되는 순간이 있다. 그런 마음으로 대중과 마주했는데 이렇게 기사나 TV 혹은 다른 플랫폼을 통해 환영하는 댓글을 보면 힘이 난다. 단순히 쌍둥이 엄마가 아니라 배우 이영애를 응원하는 작은 힘이 큰 파장으로 다가온다. 소소한 행복은 하늘 보는 것? 미세먼지 많은 날 가운데 파란 하늘을 보며 걷는 게 너무 좋다. 또 휴일에 가족들과 뒹굴뒹굴하는 것도 역시!


2019년 12월 3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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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굳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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