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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세계관을 확장하다 <타짜:원 아이드 잭> 권오광 감독
2019년 9월 17일 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타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타짜: 원 아이드 잭>이 관객 앞에 섰다. 허영만 작가의 원작 만화보다는 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와 강형철 감독의 <타짜- 신의 손>(2014)을 보고 자란 세대로 자신을 명명하는 권오광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두 선배의 영화를 백 번 넘게 본 팬이라는 권 감독은 앞선 작품에 비견 당하리라는 피해갈 수 없는 부담 앞에서도 메가폰을 잡았고, 한동안 영화 활동을 하지 않은 배우 류승범을 스크린 앞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영화를 향한 우려와 기대가 수시로 교차해왔다는 건 그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 중에도 바랐던 건, 선배들이 세워놓은 매혹적인 ‘타짜’의 세계관을 한 뼘쯤 넓혀나가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타짜>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최동훈 감독과 강형철 감독의 뒤를 잇는다는 게 큰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법한데.
그런 이유로 이미 많은 분이 거절한 프로젝트였다. 내 주변에서도 많이 반대했다.(웃음) 하지만 일단 제안이 들어온 만큼 피하거나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를 찍기 시작했는데 이번 기회에 지금껏 준비해온 걸 펼쳐 보이지 못하면 앞으로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싶은 마음으로 일단 시작했다.

제작사 싸이더스의 연출 제안을 받았다고 들었다.
단편, 독립 영화를 주로 하던 나에게 왜 <타짜>를 제안했을까? 당연히 그런 생각부터 들지 않았겠나.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보니 프로젝트 담당 피디가 내 이전 작업을 전부 알고 계신 분이었다. 그동안 다른 사람에게 써준 시나리오가 꽤 많은데, 아는 사람만 아는 정보를 꼼꼼하게 찾아봤더라. 그게 고마웠고 신뢰도 갔다. 한편으로는 사람 보는 눈이 있구나… 했다.(웃음)

이번에도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원작인 허영만 작가의 만화와는 대부분 다른 내용으로 꾸려졌다. ‘짝귀’의 아들 ‘도일출’을 주인공으로 등장인물의 이름 정도만이 겹칠 뿐이다.
뭘 바꿨는지보다는 뭘 남겼는지를 말하는 게 맞을 정도로 내용을 많이 바꿨다. 원작을 그대로 영화로 만든다면 과연 요즘 시대에 통용될 만한 이야기가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가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 같았다. 먼저 허영만 선생님을 뵙고, 약간의 설정만 남겨둔 뒤 나머지는 다 고쳐서 새로 쓰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때 선생님께서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어떤 말인가.
만화와 영화는 서로 다른 창작물이니까 당연히 감독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고 하셨다. 당신의 만화가 영화를 시작하는 데 영감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원작을 그대로 구현하는 건 원치 않는다고 말이다. 제작사에도 원작에 경도되지 않고 내가 생각한 세계관대로 시나리오를 새롭게 써보겠다고 말했다. 재미가 없으면 투자가 안 될 테니, 그럼 안 찍으면 그만 아니냐고 말이다.(웃음)

<타짜: 원 아이드 잭>으로 당신이 펼쳐 보이고자 한 세계는 어떤 것인가.
최동훈, 강형철 감독님의 영화가 펼쳐놓은 세계를 좀 더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 나는 만화 원작을 보고 자란 세대는 아니다. 두 감독님의 영화 덕에 <타짜>의 세계에 입문했다고 봐야 한다. 아마 ‘타짜 퀴즈 대회’ 같은 걸 하면 1등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번 봤다. 작품 자체의 아우라가 센 1편, 화려하고 다양한 볼거리에 코미디 색을 넣은 2편… 그에 이은 3편에서는 이런 방향으로도 이야기가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도일출’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도박에 빠져든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내 주변도 그렇다. 그중에는 비트코인을 사거나 도박에 빠지는 이들도 있다. 도박과 공무원준비생은 얼핏 보면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얼마든지 서로를 수용할 만한 여지가 있다고 본다. 다만 키 크고 몸 좋은 배우보다는 정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것 같은 서민적인 외형과 말투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 이유로 ‘도일출’역에 박정민을 선택했다면, ‘애꾸’역의 류승범은 어떤가. 유럽 등지에 자유롭게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그를 섭외한 과정이 자못 궁금했다.
다들 영화 일을 하지 않고 있는 (류)승범이 형님을 어떻게 캐스팅하겠냐며 우려가 컸다. 나는 ‘애꾸’라는 캐릭터가 유령이나 바람처럼 실체가 정확하게 잡히지 않는 인물이길 바랐고, 거기에 그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아는 분을 통해 시나리오를 전달 드렸는데 이틀 뒤에 나와 통화하고 싶다는 연락을 주셨다. ‘애꾸’라는 캐릭터를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막 물으시더라. 전화 통화로는 부족해 이메일을 썼다. 예닐곱 통을 주고받으며 서로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덧붙여 ‘애꾸’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직접 만나지도 않고 출연이 성사된 건가.
아니다. 만나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 내가 인도네시아 롬복으로 그를 찾아갔다. 영화계 선배님인 데다가 처음으로 뵙는 자리라 더운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긴 바지에 운동화를 준비해야 하는 건가 걱정하면서 도착했는데… 그분은 맨발로 나오셨더라. “진짜 왔네요” 하면서.(웃음) 오토바이를 타고 한참을 더 가서 그림 같은 바닷가 절벽 앞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 영화를 왜 썼고,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

대단히 이색적인 경험이었겠다.(웃음)
해가 질 때까지 이야기를 나눈 그날의 경험이 정말 좋았다. 선배보다는 어떤 풍파를 이기고 나온 형과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웃음) 반드시 이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그가 유럽에 벌려놓은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촬영 스케줄을 어떻게 조율할 건지 서로 정리를 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영화를 본 쪽에서는 악역의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아귀’(김윤석)로 상징되는 안타고니스트의 실종이라고 해야 할까.
1편의 ‘아귀’가 보여준 절대 악이라는 성질은 이번 영화에서 ‘마귀’, ‘물영감’, ‘마돈나’ 세 명이 나눠 가진다. 돈이라면 끝까지 가는 사람, 도박판의 승부 그 자체에 집착하는 사람, 사연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악당이 된 사람… 이들은 서로 얽히고 죽이고 배신한다. 그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청년이 결국 그 세계로부터 떠나 조금 더 멋있어진다는 게 영화가 하려던 이야기다. 다만 장르 영화로서는 다소 약한 설정인지도 모르겠다.


화투패가 카드 패로 바뀌었다는 점은 가장 굵직한 변화인데.
화투와 카드의 가장 큰 차이는 크기다. 화투는 손에 숨기거나 장난을 치기 쉽지만 카드는 그 크기 때문에 함부로 기술을 쓰다가는 들킬 확률이 높다. 자료조사를 위해 만난 도박하는 분께서 이런 말을 하더라. 카드 판에서 궁극의 기술은 ‘믿음’이라고. 상대가 나를 백 퍼센트 믿게 만들면 눈앞에서 카드를 바꿔도 알아채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까지 한 사람 곁에 팀 형식으로 붙어서 먹는 것부터 취미 생활까지 모든 생활을 바꿔버린다고 한다. 그런 부분을 영화에 차용하려고 했다.

카드 게임의 규칙을 잘 모르는 사람이 영화의 전개를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영화를 찍고 나서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가 그 점이다. 대단한 판을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어도 카드 게임의 규칙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두시간 짜리 짧은 영화에서 게임의 규칙부터 설명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결국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판을 위주로 짰다. 카드는 잘 몰라도 누가 누구를 속이고 이기는지는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언젠가는 카드 게임을 들입다 파는 영화를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돌연변이>(2015) 이후 두 번째 장편 영화로 규모 있는 상업 영화 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작품은.
하고 싶은 영화는 얼마든지 많다. 다만 대중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궁금해 할만한 감독이 되고 싶다. 한 번에 그려지는 감독보다는 무엇이든 궁금한 느낌을 주는 감독이었으면 한다.

사진 제공_롯데엔터테인먼트


2019년 9월 17일 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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