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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와 ‘색키’ 사이 <나쁜녀석들: 더 무비> 김상중
2019년 9월 11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시사 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로 냉정하고 절제된 언행으로 범죄를 파헤쳐 대중에게 전달했던 김상중,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시그니처 멘트 대신 ‘색키’를 진하게 내뱉으며 악의 응징에 나섰다. 13년간 프로를 진행하며 법적·사회적 테두리 탓에 맛봤던 한계와 좌절에 답답하고 때론 억울함을 느꼈다던 그. 영화 속에서나마 해소해 카타르시스를 안겨준 ‘나쁜 녀석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단다. 30년 연기 인생 절반의 시간을 함께한 프로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는 김상중은 다만 그알 진행자 프레임을 조금이나마 희석하고자 아재 개그를 개발 중이라며 거침없이 쏟아낸다.

본격적인 영화 얘기에 앞서 일전에 기자간담회 때 뛰어난 언변으로 좌중을 휘어잡았는데, 한편으론 아재 개그 같기도 하더라. (웃음)
오늘 비도 많이 오는데 오느라 고생했겠다. 그런데 다이어트 하는 분들이 비 오는 날을 싫어하는 것 알고 있나?

그런가? 비오는 날엔 뜨끈뜨끈한 면 종류 혹은 전 같은 게 먹고 싶어서 아닐까?
(고개를 도리도리) 왜냐면 ‘비만’ 오니까…

..아!
바로 이해 안 됐지? 그리고 몇 발자국 가며 아! 하면서 이해되고 웃음이 나는 것. 그게 바로 아재 개그의 진수다! 하하

영화 이야기해보자. (웃음)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2014년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스크린에 옮겼는데, 드라마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워낙 팬이 많던 작품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 아닌가 한다.
호가 더 많지 않을까 한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과 상황이 장단점 모두 있는데 드라마가 다크했다면 영화는 경쾌하고 유쾌하다. 좀 더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관점에서 만들었다. 마침 추석에 맞춰 개봉하니 오락적으로 통쾌함을 즐기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수위 조절을 하다 보니 나쁜 놈을 더 처절하게 응징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데 이번이 잘 되면 다음엔 좀 더 깊고 어둡게 다룰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만약 속편이 나오고 수위를 높인다면 고려해야 할 지점도 있을 거다.
그렇지. 그간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해 오면서 참혹함에 놀란 사건이 많이 있었다. 특히 최근 남편 살해 사건은 정말 예상 이상이었다. 현실에서 발생하는 그런 엄혹한 참상의 사건을 그대로 옮길 수는 없겠지만, 나름 조절한다면 이번보다 좀 더 강해도 괜찮을 것 같고 19금에서 오는 만족감도 있을 거다.

범죄자를 이용해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잡는, 일명 ‘미친개 풀기’ 프로젝트의 리더 ‘오구탁’ 반장을 맡았다. 영화 제안을 받고 선뜻 참여를 결정했나.
드라마 촬영하던 당시에 (마) 동석이와 스토리를 좀 더 함축해 밀도 있게 만들면 좋겠다고 자주 얘기했었다. 현실화됐는데 당연히 반가웠다. 기존 캐릭터를 그대로 이어가 더 좋았고 말이다.

영화에선 ‘오구탁’이 간암 말기의 시한부로 등장한다. 살짝 전사를 들려준다면.
드라마는 나쁜 놈들을 잡으면서 딸의 살인범을 쫓았었다. 영화에선 딸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의 한, 게다가 3년 형을 살고 출소한 상태로 몸과 마음이 힘든 상태다. 극 중 딸을 빨리 만나게 돼 좋다고 얘기할 정도다. 그렇게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결국 정의를 향한 유전자가 반응해 나쁜 놈들 잡는 데 합류하게 된다.

‘오구탁’ 캐릭터의 매력은.
그가 제도권 밖에서 처절하게 악을 응징하는 모습이 좋다. 시사 프로를 진행하면서 미제 사건이 해결되고 공론화와 법제화되는 경우도 물론 있었지만,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다수다. 심증은 확실한데 실제적인 증거가 없어서 법 집행을 못하는 케이스도 많이 만났다. 그런 데서 오는 답답함과 억울함을 ‘나쁜 녀석들’이 해소해 주는 데서 오는 대리 만족과 카타르시스가 크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스틸컷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스틸컷

얘기했듯,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를 13년간 진행하며 온갖 강력 범죄를 접했을 터다. 사회와 인간에 부정적 혹은 시니컬한 시각이 생길 것 같은데.
초반에 그래서 힘들었었다. 게다가 나는 편집하지 않은 원본 자료를 보게 되는데 그 사진과 영상의 참혹함은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다. 미제 사건 혹은 대중에게 잊힌 사건을 헤집는 거니 더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성이 생기고 이젠 그러려니 하는 지경이 됐지만, 그렇다고 인간과 사회 자체에 부정적이 되진 않는다. 다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해결되지 못한 혹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반복해 얘기해야 하는 데서 오는 아쉬움이 있었다. 앞으로 진행하는 한 계속될 문제겠지만, 그런 면에서 이번 ‘김성재 죽음 관련 미스터리’가 불방된 게 아쉽다.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는 고인의 여자친구가 범인이냐 아니냐를 떠나 묻힌 사건을 환기하고 알게 해줄 의무가 있다. 단지 옛일을 끄집어 내 자극적으로 다뤄 시청률을 올리고자 하는 게 아니다. 재판부에서 방송의 이런 취지를 잘못 이해해 방송금지 처분을 내린 것 같은데 반대 청원이 올라가는 등 여론이 긍정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후 관련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고, 현재 재편집 중인 거로 알고 있다.

그알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프로에 쏟아부어야 할 에너지가 상당할 텐데 배우 활동에 있어 아쉬운 부분은 없는지. 또 김상중 하면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진행자가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배우로서 프레임에 갇혀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딴에는 벗어나 보려 노력하지만, 뭘 해도 그알스럽다는 말을 듣곤 한다. 길가는 꼬마들이 나를 보고 ‘그런데 말입니다’라고 얘기할 정도로 팬덤?이 강하기도. 하지만 이건 내가 풀어야 할 숙제이고 내 연기 인생 30년의 세월 반 이상을 그알과 희로애락을 함께했기에 애정이 남다르다. 배우로서 새로운 역에 꾸준히 도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행자로서 정형화된 모습으로 고착화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새로운 모습으로 진행해 보려고 여러 방면으로 시도 중이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스틸컷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스틸컷

절제된 언행으로 침착하게 범죄 사건을 파헤치는 그알의 진행자, 극 중 법의 테두리 밖에서 악의 응징을 실천하는 ‘오구탁’ 반장. 상반된 모습도 있고 일맥상통하는 면도 있다. 또 ‘오구탁’이 진하게 뱉어내는 ‘색키(새끼)’는 ‘그것이 말입니다’라는 멘트만큼이나 중독성 있다.
시나리오상에 나와있는 ‘새끼’를 혼자 이런저런 버전으로 나름 계산하고 연습해 봤었다. 끈적끈적한 느낌을 주는 캐릭터라 끈끈한 느낌으로 가져가려고 했고 그렇게 나온 뉘앙스다.

‘세탁소 누구, 피씨방 누구 등등이 내는 세금 덕분에 경찰이 옷도 밥도 살 수 있다’는 내용의 드라마 초반 나오는 대사가 안 나와 섭섭했는데, 마지막에 등장해 통쾌하게 한 방 먹이더라.
드라마를 열심히 봤군! (웃음) 그건 공적인 일을 하는 모든 이에게 필요한 대사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낸 세금 덕분에 월급 받아 생활하는 거니 그 소중함을 알아야지. 의무감이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제대로 전달하고 싶었다.

영화로 오면서 전설의 조폭 ‘박철웅’(마동석)의 비중이 커진 반면 ‘오구탁’의 활약이 아쉽다는 시선도 있다. 드라마부터 그를 응원했던 팬들에게 특히 그렇다.
드라마는 오구탁 반장이 주축이었지만, 이번 영화는 누가 뭐래도 마동석의 ‘나쁜 녀석들’이다. 그가 저돌적으로 펼치는 강한 액션이 영화의 백미이고 영화를 관통하는 카타르시스와 웃음은 그로 시작해 그로 끝난다고 보면 된다. 배우로서 개인적인 욕심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영화의 성공이 중요하고 말했듯 다음 편에선 또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마동석 배우와는 드라마 이후 5년 만에 다시 만났다.
오랜만에 함께했지만, 동석이는 예나 지금이나 굉장히 겸손하고 변함이 없다. 우리 영화 촬영 당시 그가 <악인전>, <백두산>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 영화들이 액션신이 많아 온몸에 파스 붙이고 나타나곤 했는데 와서 너무 열심해했다. 절대 힘든 것을 티 내거나 몸 사리는 법이 없었다. 또 후배나 스태프에게 귀감을 보여줬고, 현장 분위기 메이커였다. 몸집 큰 친구가 던지니 애드립도 더 웃기더라.

오랜만의 스크린 나들이에 반가워할 팬이 많을 거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
그알하면서 배역 선택의 폭이 많이 줄었다. 진지하게 사회와 범죄를 이야기하다 지나치게 막장이거나 너무 코믹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알의 이미지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캐릭터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예전 드라마 <추적자>(2012)에서 비록 악인이지만 충분히 개연성 있는 인물을 연기해 시청자들을 설득하고 공감을 불러왔는데, 그런 캐릭터라면 악한 역할이라도 좋을 것 같다. 사실 그알의 프레임을 조금이라도 희석시키고자 아재 개그를 시작한 거다. 메이저리그에서 아무리 강타자라도 4할 타율을 넘기기 못하는데 내 아재 개그도 절반이 통한다면 성공한 거다! 반은 웃음, 반은 추운 날씨를 더 춥게 만드는 게 목표다.(웃음)

연극 <미저리> 공연 등 바쁘게 활동 중인데 추후 계획은.
차기작은 아직이다. 요즘 공연 덕분에 바쁘게 지내는 중인데 쉰 넷 나이에 이렇게 꾸준히 일을 하고 사랑받는 것에 감사하다.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2019년 9월 11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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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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