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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변신> 김홍선 감독
2019년 9월 5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김홍선 감독은 장기 밀매를 소재로 한 데뷔작 <공모자들>(2012)부터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를 다뤘던 스릴러 <반드시 잡는다>(2017)까지 그간 사회적 범죄를 행하는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파헤쳐왔다. 구마 사제를 주인공으로 한 오컬트물 <변신>으로 돌아온 감독에게 잠시 고개 갸우뚱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정 안에 침투한 악마가 가족의 모습으로 변신해 의심의 골을 파고 서로를 불신의 늪에 빠트리면서 <변신>은 공포를 끌어올린다. 유사 소재와 다른 공포 포인트로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그의 일관된 주제 의식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드라마 연출에서 영화 쪽으로 넘어온 지 7년 차, 네 번째 영화 <변신>에 올인, 아낌없이 에너지 쏟아부었다는 김홍선 감독을 만났다.

<변신> 개봉을 준비하며 어떤 마음이었나.
전작들과 달리 이번에는 엄청 떨린 게 여러가지로 절실해서인 것 같다. 바로 전작인 <반드시 잡는다>(2017)는 시사 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흥행이 잘 안 됐다. 잘 될 줄 기대하고 있었는데 안 돼 떨릴 새도 없었다. (웃음) <기술자들>(2014)의 경우 김우빈 배우가 출연해서 그런지 예매율이 높았고 젊은 층의 반응이 좋아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 <변신>은 좋다는 사람도 그만큼 아쉽다는 분도 많아, 평가가 엇갈려 더 떨린다.

<반드시 잡는다> 이야기가 나와서 먼저 질문하자면, 당시 주연이었던 백윤식 배우가 우정? 출연한 건가. 무언가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길 기대했는데 의외로 분량이 작아 놀랐다.
선배는 맥거핀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기자 주 맥거핀: 영화에서 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줄거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극적 장치)‘중수’(배성우)에게 몰린 관심을 그의 스승 신부(백윤식)에게 옮긴다면 스릴러적인 반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겠다 싶었다. 분량이 작아 죄송한 마음에 부탁했는데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감사하다.

데뷔작 <공모자들>(2012)을 시작으로 그간 사회적 범죄를 다루면서 인간의 어두운 측면을 드러내 왔다. 오컬트로 돌아온 것이 의외라면 의외인데 영화의 시작은.
스릴러 위주로 해왔지만, 특정 장르를 고집한 건 아니고 히어로물이나 초현실적인 판타지 보는 것 역시 좋아한다. 제작사 대표가 시나리오를 줘서 읽어보니 기획과 반전 포인트가 흥미로웠다. 구마사제와 악마의 대립 구도가 유사 소재를 다룬 방식과 달랐거든. 이후 각색을 허락받고 절반 정도 변형을 거쳤다.

각색하면서 크게 변한 부분은.
엔딩을 가지고 끝까지 고민했었다. 구마사제인 ‘중수’ (배성우)가 악마로 살아남아 가족들을 다 죽이는 것과 자신 안에 악마를 가두는 것 말이다. 전자로 촬영도 했는데 그렇게 되면 너무 암울한 이야기가 되겠더라. 결국 후자를 선택했다.

악마가 가장 가까운 사람, 즉 가족의 모습으로 변해 인간을 농락한다. 어떻게 보면 사람이 제일 무섭고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전작들과 일관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연출 방향은.
알 수 없다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물건이든 음식이든 낯선 것에 두려움을 갖기 마련인데 그 대상이 가까운 사람이라면 훨씬 증폭되지 않을까. 특히 가족은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피할 수 없는 존재다. 어제 오늘 쭉 봐온 모습인데 어딘가 달라진다면? 이런 것들이 현실적으로 다가가 상황적으로 공감돼야 했다. 그래서 이웃집과의 주차 문제, 가족 간에 흔히 겪을 수 있는 갈등을 털어놓는 것 등등을 초반에 배치했다. 그렇게 구마 사제인 삼촌 ‘중수’가 형 ‘강구’(성동일)의 집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보이려 했다.
 <변신> 스틸컷
<변신> 스틸컷

유사 소재 콘텐츠와 차별점이라면, <변신>은 가족을 믿을 수 없는 근원적인 두려움에서 오는 출구 없는 공포를 생성하는 것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은.
처음엔 아빠가 이후엔 둘째 딸과 엄마, 이런 식으로 가족이 한 번씩 변하는데 거듭될수록 휘발력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변신 사이사이 가족끼리 단란한 시간을 보낸다든지 행복한 가정의 풍경을 삽입해 다음 변신에 새로운 공포의 동력으로 삼았다.

피 범벅된 집안, 동물뼈와 곤충 등 징그러운 장면이 영화에 호기심을 높이는 한편 영화가 지닌 고유의 공포를 희석하는 인상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웃음) 그렇게 느낄 수 있겠다. ‘강구’의 옆집은 악마가 접수?한 집이다. 그가 머물면서 방문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환각을 보이며 농락하는 거다. ‘강구’가 항의하러 갔을 때는 지금 말했듯 피 난장에 끈적끈적한 동물 사체가 뒹구는 끔찍한 공간이었는데, 후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방문하자 이상한 점이 전혀 없는 말끔한 모습으로 변해 있다. 그렇게 옆집에 머물던 악마가 ‘강구’의 집으로 옮겨간 상황을 시각적으로 임팩트 있게 표현해봤다. 액자 속 가족 얼굴을 잘 보면 이스터에그(기자 주 작품 속에 숨겨 놓은 재미있는 기능이나 메시지, 깜짝 놀라게 하는 것)를 발견할 수 있다.

영화의 기본 골격이 흔들리는 순간이 종종 있다. 즉, 몇몇 상황은 악마가 변신한 것인지, 사람 안으로 들어간 것인지 애매한 인상이다. 혹 의도한 건가.
혼란을 의도한 것이 아닌데 연출을 잘 못 했나 보다. (웃음) ‘강구’네 집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은 모두 변신이다. 악마가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엔딩의 한 장면 말고는 없다. 사실 너무 설명적인 것 같아 편집한 부분이 몇 개 있다.

극 중 등장하는 지네와 쥐들이 CG가 아니라 실제라고 들었다.
‘이글루’라고 특별 캐스팅 회사가 있다. 프리프로덕션 때 필요한 수치를 말하면 다 준비해온다. 가령 지네 몇 마리, 쥐와 구더기는 몇십 마리 이런 식으로, 또 그 종류와 크기도 주문 가능하다. 큰 지네는 가격이 꽤 나간다. 파리의 경우 부화시켜왔는데 도중 많이 동사했고, 지네와 귀들은 촬영 중 꼼꼼히 관리해서 끝나고 다시 가져갔다.
 <변신> 스틸컷
<변신> 스틸컷

구마사제 ‘중수’ 역에 배성우 배우가 캐스팅된 후 각색 작업을 했다고 들었다. 그의 어떤 면을 끌어내고자 혹은 부각하고자 했나.
순서를 따지자면, 각색 후 다시 캐스팅을 제안한 거다. 원래는 상당히 트라우마를 지닌 시니컬한, 타락했다고도 볼 수 있는 느낌의 사제였는데 가족 위주로 스토리가 바뀌면서 좀 더 따뜻하고 희생적이고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변했다. 선배가 코믹하고 건들건들한 이미지가 있지만, 사실은 굉장히 열심히 하고 진중한 면이 많다. 선배의 진지한 모습을 끌어내 따뜻하게 그리려 했다.

가벼운 질문이다. 귀신이나 악마의 존재를 믿는지. 이런 소재의 영화를 다루면서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것 같다.
종교는 없지만,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범죄만 봐도 논리적으로 개연성 있게 모두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행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이 많거든. 어떤 초자연적인 힘 혹은 현상이 시대와 지역에 따라 모습을 바꿔 존재하지 않나 싶다.

<변신>에 대해 만족도를 포함해 총평한다면.
개인적으로 작업하면서 만족스러운 부분은 배우의 호흡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거다. 대부분 순차적으로 촬영해 감정신이 바로 이어진 덕분이겠지만 전반적인 호흡과 발란스가 좋았다. 또 미장센에 나름 공을 들였는데 다행히 생각대로 잘 나와 기분 좋다. 서사적인 면에선 음, 어느 정도 전형성을 비켜나가는 데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엔딩이 썩 새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과거 영화를 아주 많이 본 분이 아니라면 상투적이라고 비난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결론은 아쉬움보다 만족이 크다는 거! 흥행을 떠나서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 없다. 또 제작사와 투자사가 내 고유의 색을 넣을 수 있도록 힘껏 밀어줘서 감사하다.

<변신>이 개인적으로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흔히 가장 최근작이 대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하는데, <변신>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 안에서 장르적으로 해보고 싶은 것 다 해본, 여한 없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점프스케어도 많고 호러 요소도 최선을 다해 서스펜스적으로 풀어봤다.

장르와 이야기는 다를지라도 다루고 싶은 주제와 담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좋다. 신문에 나오는, 꼭 사회면이 아니라 과학면이나 문화면 등등, 기사들에 관심이 크다. 평범한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사건과 사고를 매체를 통해 접하면 이를 영화 속에 펼치고 싶어진다. 현실에 발 디딘 사람이 갈등하고 헤쳐나가는 모습을 좋아하고 무엇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벌써! 어느덧? (웃음) 네 번째 작품이다. 초심을 돌아본다면. 또 전직 드라마 PD로서 영화와 드라마의 각 매력은.
장단점이 있다. 드라마는 긴 호흡으로 스토리텔링 하는 재미가 있다. 멜로 드라마 등 감정적 요소가 강한 장르를 잘 풀어낼 수가 있다. 연출적으로는 영화가 넘사벽, 훨씬 재미있다. 데뷔할 때만 해도 모르면 용감하다고 걱정이 덜했는데 갈수록 신경 쓸 일과 고민이 많아진다. 매번 첫 작품 같은 마음이라 어떻게 보면 항상 초심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연출이라는 게 많이 한다고 뭔가 쌓이는 게 아닌 것 같기도.(웃음) 그런 의미에서 <변신>은 유난히 새 옷을 입은 듯한 작품이었다.

다른 감독들로부터 비슷한 소리 많이 들었다. 만약 기술을 연마했다면 TV에 나오는 달인 소리를 들을 법한데 영화라는 건 매번 처음 같다고 하더라.(웃음)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액션도 휴먼도 하고 싶은데 고민 중으로 아직 결정을 안 했다. 이전에는 한 영화가 끝날 시점에 다음 작품 윤곽이 대략 나왔었는데 이번엔 <변신>에 올인!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영화 쪽으로 넘어온 지 7년 차인데, 이 참에 단 2~3주라도 쉴까 한다.

마지막 질문! 최근 당신을 사로잡는 주제는 즉, 관심사는.
요즘 사극에 대한 생각에 빠져 있다. 역사적 사건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어떤 식으로 상상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그 경계를 고민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비틀어 재미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지가 개인적인 화두다.

2019년 9월 5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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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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