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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好(호)’도 ‘不好(불호)’도 취향에 따라.. <사자> 박서준
2019년 8월 8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어릴 적 열심히 기도했지만, 아버지를 잃은 ‘용후’는 이후 믿음을 버리고 나아가 신을 부정한다. 격투기 챔피언으로 성장한 소년은 어느 날 손바닥에 성흔을 지니게 되고, 아버지 같은 ‘안 신부’(안성기)를 만나 구마의 세계로 들어간다. <청년 경찰>에서 정의감 넘치는 경찰대생으로 풋풋한 청춘 에너지 내뿜었던 박서준. 분위기와 얼굴을 완전히 바꿔 오컬트 액션물 <사자>로 관객에게 인사한다. 정통 오컬트 물이 지닌 위압감을 덜고 판타지를 가미해 가벼운 분위기를 지향한 <사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며 박서준은 영화를 향한 다양한 반응을 환영한다. 인물이 지닌 외롭고 쓸쓸한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그는 동시에 시원시원한 액션으로 극에 박진감을 더하면서 신선한 접근을 시도했다.

구마 사제(안성기)와 격투기 챔피언(박서준)을 내세워 오컬트와 액션을 결합한 면이 참신하면서 흥미로웠다. 개인적인 만족도는.
그간 노력했던 시간의 결과물이라 뿌듯하고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스태프의 공이 들어갔다는 것을 실감했다. 호불호는 어느 영화나 있을 거로 생각하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많아질수록 관객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니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물론 호의적인 반응이 많기를 당연히 바란다. (웃음)

촬영하면서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 CG와 전체적인 분위기 등이 잘 구현됐던가.
연출적으로 전문 지식이 있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볼 때 연기 위주로 보게 된다. <사자>만이 아니라 어떤 영화를 봐도 그렇다. 특히 직접 출연한 경우 내 연기의 어색한 점 혹은 잘못된 부분을 집중해서 찾는 편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오컬트라는 단어 자체에서 오는 위화감 또는 위압감에 눌리지 않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잘 형성한 것 같다.

정통 오컬트를 예상했던 관객이라면 다소 장르성이 약하거나 애매하다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동의한다. 심오한 오컬트물을 기대했다면 호보다 불호에 가까울 수 있다. 우린 좀 더 대중적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구마 의식과 관련 세계관을 끌고 왔지만, 그 자체를 파고들기보다 ‘용후’(박서준)의 감정과 그가 맞닥뜨리게 되는 새로운 상황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김주환 감독과 함께한 전작 <청년경찰>(2017)이 개봉 당시 565만 명을 동원하며 큰 인기를 모았다. 당시 김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게 <사자>로 이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청년경찰> 촬영 막바지쯤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과 장르에 관해 이야기했었다. 그때 좀 더 강하면서 진지한, 재미나 코믹함보다 서사에 집중한 영화를 하고 싶다고 했었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고 초고 나오면 봐 달라고 하셨는데, 막상 보니 재미있고 사전 조사를 많이 하셨겠더라. CG를 비롯해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새로운 모습을 만들고자 노력하신 게 역력했다.

후반부 시원시원한 액션으로 검은 주교를 때려잡는데, 손에서 불을 뿜는 등 상당히 판타지 성격이 강하더라. 액션 준비와 촬영 방법에 대해 좀 들려 달라. (웃음)
액션 스쿨에 다니며 연습했고, 다행히 이전 드라마에서 격투기 선수로 출연한 적이 있어 그때의 단련 경험을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수월했고, 액션에서도 몸의 사용보다 순간의 감정에 집중하려 했다. 개인적으로 판타지, 즉 상상력이 가미된 액션이 새롭다고 느꼈고 내가 믿지 않으면 관객을 설득할 수 없기에 믿고 따라갔다. 유치하게 또는 재미있게, 관객의 취향의 차이에 따라 달리 볼 것 같다.

후반부 손에서 불이 나오는 시퀀스의 경우 물론 CG 작업을 거쳤지만, 촬영하며 반사 빛이 필요해 손에 LED 전구를 부착하고 진행했었다. 맨손보다 손에 무언가를 쥐고 하니 현실적으로 체감되면서 훨씬 도움 되더라. 덕분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소화했다. 나중에 CG로 구현한 불의 모양은 여러 번 샘플링을 거쳐 완성한 거로 알고 있다.

보기 드물게 사제복을 입고 액션을 펼쳤는데, 총평한다면.(웃음)
솔직히 불편했다.(웃음) 목부분이 플라스틱이라 걸리기도 하고 움직임에 제한이 있었다. 그런데 몸에 걸치니 좀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 극 중 입은 사제복이 명동 성당에서 실제 사이즈 다 재서 만든 것인데, 그런 과정을 거쳐 완성한 옷이라 그런지 더 경건하게 느껴졌다.

구마 의식을 다룬다는 점에서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2015)과 비교되는 게 사실이다. <사자>만의 매력 포인트를 꼽는다면.
특정 영화와 비교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 같다. 장르적 성향이나 소재는 유사하지만 영화 자체의 무드 즉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고 본다. 우린 판타지 성격이 강하고 여름 극장가에 다양성을 더해 (관객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생각한다.
 <사자> 스틸컷
<사자> 스틸컷

<사자>는 한편으론 ‘용후’의 성장 이야기이다. 그의 각성에 따라 이야기가 나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도적인 역할에 한편으론 부담감도 컸을 것 같다.
없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안 신부’역의 안성기 선배님을 비롯해 검은 주교 ‘지신’(우도환)과 그 외 부마자들 모두 함께하는 거였기에 혼자 이끌어 나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전체적인 어울림에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용후’의 감정을 어떻게 잡아 나갔나. 그의 이야기에 공감되던가.
그(용후)가 굉장히 외로울 것 같았다. 직접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 많지만,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 외로움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공감하려 했다. 또 그가 아버지를 잃은 어린 시절 후 격투기 챔피언이 되기까지 영화 속에서 보이지 않는 20여 년을 어떻게 지냈는지 생각해 봤다. 그가 어떤 생각으로 누구와 어울리며 살았는지 말이다. 성격적인 면에 관해선 어떤 새로운 사실을 접했을 때 즉각적으로 표현하는지 혹은 다소 무딘 인물인지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서 캐릭터를 잡아 나갔다. 가령, ‘용후’가 커서도 계란말이를 짜게 할지 생각하다가 문득 격투기 선수니 저염식 할지도 몰라 등 이런 식으로 묻고 답하는 거다. 비단 이번 만이 아니라 평소 캐릭터의 전사를 혼자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야 나만의 연기가 나올 수 있다.

극 중 ‘용후’는 열심히 기도했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신을 부정하게 되는 인물이다. 그는 믿음을 되찾았을까? 개인적으로 궁금하더라.
그 부분은 나도 의문인데 그를 움직인 건 신보다 ‘안 신부’(안성기)라고 본다. 예전 고등학교 때 윤리 선생님께서 모든 종교는 다 장점과 단점이 있으니 직접 경험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었다. 당시 그 말이 참 신선했고 지금도 여전히 기억나는 걸 보면 자극이 됐던 것 같다. ‘용후’가 다시 신을 믿게 될지에 대해선 오픈 결말이 아닌가 한다. 혹시 후속편이 나온다면 그런 부분을 다룰 지도. 여러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김주환 감독이 후속편을 향한 강한? 열망을 보였다.(웃음) 배우로서 시리즈를 책임지면서 영화 속 인물로 나이 먹는 건 굉장히 의미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정말 그렇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나이 들어가는 것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기는 것 아닌가. 배우로서 하나의 축복일 거다. 영화 <로건>(2017)을 정말 좋아하는데 보면서 ‘울버린’으로 또 배우 ‘휴 잭맨’으로, 그 여정을 지켜보는 것 같아 아주 좋았다.

대선배인 안성기 배우와 파트너로 호흡 맞췄다. 그간 동료 배우와 함께한 현장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겠다.
우리 영화가 100주년이 되기까지 선배님만큼 역할을 하신 분도 없을 거다. 처음엔 살짝 어렵고 조심스러웠는데 선생님 말고 선배님으로 부르라고 하시면서 워낙 편하게 다가와 주셨고 그때부터 긴장을 풀었던 것 같다. 항상 분주하고 정신없는 현장에서 선배님이 계신 것만으로 편안하고 의지할 수 있었다. 왠지 선배님은 모든 걸 다 알 것 같은 기분에 내 고민을 쉽게 얘기하기도 했고. 또 극 중 ‘용후’가 ‘안 신부’의 등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마치 우리 아버지를 보는 듯했다. 30대가 되니 20대 때 아버지를 바라보는 것과 느낌이 다르다. 아버지는 내가 팔씨름을 질 정도로 여전히 건강하시지만, 아버지를 보면서 어딘가 쓸쓸했는데 선배님을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최우식 배우와 절친 관계로 유명하다. <기생충> 땐 당신이, 이번 <사자>에선 최우식 배우가 특별 출연했다. 언제부터 우정을 쌓았는지 궁금하더라.
항상 응원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주는 사이다. 생각을 공유하고 나 자신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친구인데, 예전에 시트콤 <패밀리>(2012)를 함께 하면서 친해졌다. 120부작에 8개월을 같이 하며 이야기하다 보니 코드가 참 잘 맞았다. 당시엔 아무 생각 없이 연기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참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지금도 가끔 그때 이야기하며 서로 웃곤 한다.

가벼운 질문 하나 하자면, 작품에 대한 평가를 찾아보는 편인가.
부모님이 꼭 챙겨 보는 편이라 나 역시 가끔 찾아본다. 부모님이 악플을 읽은 경우 내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모른 척하시지만, 그래도 다 티가 난다. 때문에 그 내용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으려 한다.

아무리 좋은 작품에 훌륭하게 연기했다 해도 악플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거다.
평소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생각을 열어 두는 편이다. 연기 혹은 나를 향한 개인적인 평가가 항상 좋을 순 없으니 말이다. 내 아쉬운 부분에 대한 지적이 논리적으로 납득된다면 기꺼이 수긍하고 개선하려 한다. 단, 맹목적인 비난까지 수용하긴 힘들다. (웃음)

<사자>를 작업 전후 연기면에서 혹은 개인적으로 변한 게 있다면.
내 목소리와 얼굴은 고유한 것이라 캐릭터를 구체화시킬 때 ‘나’로부터 출발하곤 한다. ‘용후’의 외롭고 쓸쓸한 모습이 분명 내 안에도 있을 거고, 그런 부분을 확장해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었다. 이번 <사자>는 ‘용후’의 성격과 분위기를 비롯해 처음 접하는 상황이 많았다. 덕분에 새롭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 현장이었다. 앞으로 내게 어떤 역이 맞을지 점점 숙고하게 되고, 무엇보다 주어진 것에 충실하자는 생각이 강해졌다.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준비 중이다. 원작을 보니 통쾌한 사이다 같은 느낌으로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역이라 흥미롭고 마음에 든다.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관심사는.
팝아트를 좋아하게 됐다. 직접 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갤러리를 자주 다니다 보니 점점 영역이 확장돼 최근엔 회화도 눈에 들어오더라. 학교 때 배우고 봤던 ‘에곤 실레’ 등이 새삼 떠오를 정도로! (웃음)


2019년 8월 8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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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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