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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아’ 별명 지닌 긍정왕, No!를 외치다 <배심원들> 박형식
2019년 5월 24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예능 '진짜 사나이'를 통해 보송보송한 여린 외모와 매사에 열심인 모습으로 ‘아기 병사’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박형식이 데뷔 10년 만에 첫 상업 영화 <배심원들>로 관객에게 인사한다. 극 중 그가 맡은 역할은 8번 배심원 ‘남우’. 우유부단하고 타인에 휩쓸려 쉽게 좌지우지 당할 것 같은 어리바리한 인상이지만, 의외로 모두가 ‘예스’라고 말할 때 ‘노’를 외칠 수 있는 강단 있는 인물이다. 아기 병사 적의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는 와중에 단단함이 느껴지는 박형식에게 딱 맞춤한 듯 적역이다. 평소 별명이 ‘다 좋아’ 일 정도로 행복 감지 유전자를 지녔다는 박형식, 체험이 아닌 실제 입대를 앞두고 즐거운 모습이다.

<배심원들>에 관해 평이 좋아서 기분 좋게 입대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6월 10일 입대한다. 흥행을 떠나서 좋게 평가해 주시고 의미 있는 영화에 함께했다는 자체로 행복하게 군대 갈 것 같다.

첫 국민참여 재판을 모티브로 한 <배심원들>에서 8번 배심원 ‘남우’를 맡았다. 상업 영화 첫 출연인데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를 꿰찬 것 같다.
사실 처음엔 영화가 좋지만 ‘남우’가 욕심나는 캐릭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남우’의 서사가 별로 없고 무언가 설명이 더해지면 좋을 것 같았거든. 그가 극 중에서 접하는 특수한 상황도 그렇고 게다가 성격이 속 시원하게 말하지도 않으면서 고집은 무지 세서.. 연기하는 입장에선 좀 답답했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고 그가 지닌 똘끼라고 할지 쉽게 타협하지 않는 그런 부분은 마음에 들었다.

영화의 매력은.
개인적으로 여덟 배심원들의 캐릭터가 너무 현실적이고 친근했다. 정말 내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이 주고받는 것처럼 대사가 재밌지 않나. 감독님이 마냥 상상해서 캐릭터를 구축한 게 아니라 누군가를 관찰해서 만든 것일 거다. 제각각 다른 인물들이 모여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그 변화 과정이 실감 났고 후반부로 가면서 전달되는 메시지도 좋았다.

극 중 ‘남우’가 요즘 말로 결정장애 같은 모습인데..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 혹시 진짜 성격도 그런가. (웃음)
음, 메뉴 고를 때 결정 장애가 발현된다! 그래서 한 가지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을 좋아하고 김밥** 같은 분식점이 제일 곤란한 곳이다. 친구가 뭐 먹을지 물어보는 것도 싫어한다. (웃음) 반대로 일을 할 때는 확실한 편이다.

한편으로 ‘남우’는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노’를 말할 수 있는 친구다. 그의 생각과 감정의 변화에 따라 극이 진행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홍승완 감독의 디렉션은 어땠나.
대놓고 끌고 가진 않지만, 신기하게도 그의 호기심과 소신이 그렇게 몰고 간다. 그가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의문을 제기하기에 그 순수함에 다른 배심원의 마음이 움직였다고 본다. 감독님은 아무 준비(연구) 없이 그냥 촬영장에 오라고 하셨었다. 처음에 뭔가 의심이 들었지만 말 그대로 그냥 가서 하다 보니 알겠더라. 감독님은 ‘남우’가 어떤 의도와 목적이 없기를 바라셨던 거다. 정말 순수하게 그 상황을 마주하길 말이다. 그는 법에 문외한이지만, 판사(문소리)가 국민을 지키려고 존재한다고 하니 그 말을 믿고 실천하는 인물이다.

당신을 캐스팅한 이유를 밝히던가.
예능 ‘진짜 사나이’의 ‘아기 병사’ 모습이 ‘남우’와 어울린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첫 만남에서 서로 당황했었다. ‘아기 병사’가 벌써 5~6년 전일 아닌가. 감독님이 나를 보고 당황하고 나는 그런 감독님의 모습을 보고 당황한 거지.(웃음)
 <배심원들> 스틸컷
<배심원들> 스틸컷

평소 법 관련 사전 지식은 어느 정도인가. 드라마 <슈츠>에서 변호사로 아주 긴 대사를 소화했는데 이번에 도움받았나.
알다시피 ‘남우’는 법에 문외한이라 이해하지 못해야 하는 설정이라 일부러 모른 척했다. 드라마 덕분인지 전문적으로 공부한 게 아니고 대사만 외웠을 뿐인데 어느 정도 법률 용어가 귀에 들어오더라. 실제로는 법에 대해 잘 모르고 배심원제도에 대해 이번에 새로 알았다. 어떻게 모를 수 있는지 자문할 정도였다.

극 중 판사와 대립한다고 할까, 계속 그의 판단에 딴지거는 입장이다. (웃음) 판사를 연기한 문소리 배우와의 호흡은.
처음에는 좀 긴장했었다. 선배님이 집중해서 앉아 계시는데 포스가 엄청 예리하다고 할까. 아주 날카로운 인상이었다. 말 잘못 꺼냈다가는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진짜 큰일 날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알고 보니 너무 유쾌하고 정도 많고 세심하고 굉장히 여성스러우시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양초를 손수 만들어 일일이 글귀를 적어서 나눠주기도, 책을 선물해 주기도 하셨다. 배우들의 애티튜드에 관한 짤막한 글을 모아 놓은 책이었는데, 내 고민을 간파하신 것 같았다. 정말 멋진 선배님이다.
 <배심원들> 스틸컷
<배심원들> 스틸컷

<배심원들>을 작업하며 배운 점이 있다면.
호흡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게 됐다. 감독님이 처음에 어떤 의도로 캐릭터를 분석하지 말고 그냥 오라고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한 덕분에 상대방의 말이 들렸다. 머리가 복잡하지 않고 비워졌다고 할까. 8번 배심원이라고 부르면 즉각 반응할 수 있었다. 보통은 상대의 대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생각해 가거든. 그런데 이번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캐릭터가 살아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연기할 때 이번 현장 경험이 많이 도움될 것 같다.

<배심원들>에 참여한 배우이지만, 한편으론 관객이기도 하다. 관객으로서 바라본 <배심원들>은.
일단 보면서 편안했다. 배심원들은 무작위로 차출된다. 어느 날 내가 그 배심원석에 설 수도 있는데 내가 그 자리에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고 판단을 내릴지 돌아보게 하더라. 또 점차 의문을 해결하고 진실에 다가가면서 어떤 성취감도 느껴졌다. 그런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 누군가의 억울함을 구제할 수 있다면 평범한 우리들도 작은 히어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하 이건 개인적인 영화 감상평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입대를 앞둔 심정은.
음, 특별한 건 없다. 다만 내가 집돌이에 평소 먼저 만나자고 청하거나 모임을 주도하는 편이 아닌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보고 싶더라. 입대하기 전에 한번은 만나 밥 먹고 포옹 한번 하고 싶다 보니 본의 아니게 집착하고 질척거리는 것 같은 요즘이다.(웃음) 원래는 쿨한 성격인데 말이다. 국민의 의무이니 기쁜 마음으로 건강하게 잘 다녀오려고 한다.

수방사(수도방위사령부)에 지원했다고 들었다.
예능 ‘진짜 사나이’를 하면서 여러 부대를 방문했지만, 솔직히 칭찬을 받은 적이 별로 없었는데 수방사 특공대 편에서 드물게 칭찬을 받았다. 의외로 내가 사격에 솜씨가 있는 거였다! 나도 몰랐던 능력을 인정받아 기분 좋았고 나중에 수방사로 입대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오갔는데 그게 기억에 남았다. 수방사가 빡세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나라를 지키려고 훈련받는 것인데 힘들지 않으면 어떻게 지키겠나. 사실 모든 부대가 다 힘들고 고생스럽고 한편으론 자랑스럽다.

흠, ‘진짜 사나이’가 당신에게 미친 영향이 아주 지대해 보인다.(웃음)
군대 선택에 도움된 것도 있지만, 내 인생에 언제 탱크 타고 파병 가고 해 보겠나. ‘진짜 사나이’ 멤버만이 경험할 수 있는 특권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 병영 생활을 한 것은 아니고 살짝 맛만 본 거지만 말이다. 값진 추억이었고 나를 대중에 알려준 정말 감사한 프로그램이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의 경우 연기력 논쟁이 종종 있는데, 그 점에선 자유로워 보인다. 비결이 있다면. 혹 연기에 대한 댓글 등 반응을 찾아보는 편인가.
비결을 안다면 훨씬 빨리 더 잘하지 않았을까. 정말 잘하고 싶고 연기에 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알고 싶다. 스트레스가 큰 데 그만큼 하나씩 역할을 늘려갈 때마다 성취감 역시 크다. 그런 것들이 원동력이 돼 지금까지 왔고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나름 예쁘게 봐주신 것 같다.

관련 기사를 정말 꼼꼼하게 보는 편이다. 내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건지 혹은 그냥 나라는 인간이 싫어서 다는 댓글인지 이성적으로 구분하려고 노력한다. 객관적인 시선과 평가를 알 수 있는 척도가 댓글이라고 생각하거든. 주변 지인들이 솔직하게 평가해주는 게 쉽지 않으니 말이다. 보면서 개선할 부분은 고치고 선생님과 상의하곤 한다.

2010년에 데뷔했으니 어느덧 10년 차다. 그간 내·외적으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10년 만에 첫 영화를 한다는 것. 내게는 꽤 오랫동안 기다린 시간이었다. 부족하다고 스스로 괴롭히는 동시에 꾸준히 연습했기에 지금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본다. 꾸준히 노래하고 연기하고 10년간 변하지 않은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거다. 변한 건.. 몸이 달라졌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좀 아프기 시작한다.(웃음) 이십 대 초반에는 몰랐던 통증과 아픔이 생겼다. 그러면서 내 주관과 소신이 생긴 것 같다. 이제 누구의 뜻에 따르기보다 후회 없는 시간이 되도록 스스로 선택하려고 한다.

연기와 음악 외에 취미 활동이 있다면.
‘오버워치’ 등 게임하는 것을 완전히 좋아한다. 게임할 때는 성격이 전혀 달라져 시끌시끌해지곤 한다. 어릴 때 형과 둘이 밤에 게임하면 엄마가 시끄러워 못 주무시겠다고 할 정도였다. 또 스킨스쿠버 하는 걸 좋아한다. 정말 극과 극의 취미 아닌가.

오랜 기다림 끝에 스크린 데뷔라는 결실을 이뤘는데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
박훈정 감독의 <마녀>(2018)에서 최우식 배우가 맡은 역이 인상적이었다. 실실 웃으면서 선량한 얼굴을 한 채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는, 살인에 무감각하고 오히려 재미를 느끼는 인물인데.. 정말 나쁜 인간이지만 캐릭터의 매력은 큰 것 같다. 아니면 이병헌 감독의 <스물>(2014) 같은 코미디도 좋을 것 같다. 보면서 예전 친구끼리 떠들고 까불던 생각이 많이 나더라. 그 외에도 하고 싶은 역이 많다. 군대 다녀와서 열심히 뛰려고 한다.

마지막 질문!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일이 있다면.
내가 좀 소소한 행복을 잘 느끼는 편이다. 어머니가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시고 세상 모든 걸 다 아름답게 보는 분인데 그런 면을 물려받은 것 같다. 우리 친한 그룹 사이에 내 별명이 ‘다 좋아’이다. 한 번은 친한 동생(방탄소년단 뷔) 집에 놀러 갔는데 그 친구가 형들이 놀러 오니 너무 좋아서 자고 가라는 거다. 우리가 다들 당황해서 어디서 자냐고 하다가 하도 붙잡으니 그럼 거실에서 자겠다고 하자 꼭 자기 방에서 자라고.. 상상해봐라, 다 큰 놈들 서넛이 한방에서 자는 모습을! 근데 난 그 동생의 마음을 알 것 같았거든. 그래서 오케이했는데, 형들이 정말 좋냐고 묻더라. 그래서 정말 좋다고 대답하니 그 이후로 별명이 ‘다좋아’가 됐다. 빈말이 아니라 <배심원들>로 인터뷰하는 지금도 그렇고 요즘 다 좋다. (웃음)


2019년 5월 24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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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U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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