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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선 물오른 듯? 감독으로선 아직…<사바하> 장재현 감독
2019년 3월 11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기독교와 전통신앙을 결합한 <검은 사제들>로 한국 오컬트 장르의 한 획을 그었던 장재현 감독이 종교추리스릴러 <사바하>로 돌아왔다. 전작이 기독교를 바탕으로 구마의식에 초점을 맞춘 단순 명쾌한 오컬트물이었다면 <사바하>는 불교 세계관을 근간으로 한 굵직한 서사로 종교와 인간에 좀 더 깊숙이 들어간다.

장재현 감독은 전작의 성공이 고맙지만, 마치 신작 <사바하>가 전작과 경쟁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데, 그만큼 관심을 가지고 그의 차기작을 기다렸던 관객이 많았다는 방증일 터다. 3년 만에 공개된 <사바하>는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킬 만큼 흥미진진하다. 종교를 떠나서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단순하게 즐길 것을 조언하는 장재현 감독. 장르물로서 몰입감이 꽤 괜찮으니 호기심을 안고 미스터리를 따라가다 보면 슬프고 짠한 마음도 들 거라고 영화를 소개한다. 작가로서는 어느 정도 도달했지만, 감독으로선 아직이라는 장재현 감독을 만났다.


(해당 인터뷰는 <사바하> 관련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사바하>

전작 <검은 사제들>(2015)이 구마 의식을 소재로 한 정통 오컬트물에 가까웠다면 이번 <사바하>는 종교추리스릴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지만, 오컬트물을 기대했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다. 추구한 방향은?
전작의 성공이 많이 도움됐지만, 새 영화를 개봉하게 되니 마치 경쟁작이 된 기분이다. 어떤 선입견 없이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 <사바하>는 <검은 사제들>과 형제 영화인 동시에 정반대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검은 사제들>이 단순한 서사를 직선적으로 전개했다면 이번엔 굵직한 서사가 캐릭터를 끌고 간다. 그만큼 이야기가 중요하고 <검은 사제들>에 비해 좀 더 비극적이고 클래식하고 문학적이라고 느낀다.

극 초반에 초자연적인 사건과 장면을 연속적으로 배치해 시선을 끌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오컬트물보다 스릴러로 비중이 옮겨가는 인상이다.
편집하는 과정에서 앞부분에 초자연적인 신을 많이 배치하게 됐다. 초반에 크게 서스펜스를 형성해 호기심을 지속하는 반면 다소 균형이 안 맞는다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장· 단점이 있다고 본다.

전작이 기독교(천주교) 중심 소재였다면 이번엔 불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해안 스님’ (진선규)의 입을 통해 기본 세계관을 깔끔하게 정리한 점이 개인적으로 좋았다. 불교에 주목한 이유는.
4천왕 관련 내용은 원래 불교에 있는 교리로 그 정도 정보는 제공해야 개연성 있게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재미있으면서 최대한 간결하게 표현해 봤다. 개인적으로 불교 교리에 관심이 있었는데 알면 알수록 흥미로웠다.

세 인물 즉 ‘박목사’(이정재), ‘나한’(박정민), ‘금화’(이재인) 캐릭터를 소개한다면. 또 극 중 그들의 역할 혹은 상징하는 바는.
‘박목사’는 영화의 베이스로 극 중 인물이 활동할 수 있는 그라운드 같은 존재다. 또 가장 친근한 위치에서 관객을 영화로 인도하는 캐릭터다. ‘나한’과 ‘금화’는 ‘박목사’라는 운동장 안에서 궁금증과 긴장감을 조성하는 선수 같은 위치다.

‘나한’과 ‘금화’를 주축으로 두 세계를 구축해 리얼리티와 신비감을 표현하려고 했다. 이를 위해 색감과 조명과 공간에 차별화를 두었고 캐스팅 역시 좀 더 신선한 얼굴로 가고자 했다. 반대로 ‘박목사’의 세계는 모던하게 표현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친근한 환경으로 그의 공간을 꾸미고 관록 있는 배우를 그 주변에 배치했다.

전작 <검은 사제들>에 이어 이번 <사바하> 역시 직접 각본을 썼다. 혹시 시나리오 단계부터 캐스팅을 예상하며 쓰는지. (웃음)
시나리오를 쓰는 초창기 때는 할리우드 배우를 상상하며 쓰다가 탈고할 때쯤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박목사’의 경우 게리 올드만과 라이언 고슬링을 생각했었다. (웃음) ‘박목사’를 연기한 이정재 선배가 게리 올드만과 어딘가 닮지 않았나. 앞으로 선배가 점점 중후해질 것 같아 기대 중이다.

선배가 예전 작품에서 보였던 세속적이고 가벼운 모습을 ‘박목사’에 불러오고 싶었다. 우리 영화가 자칫 시골? 영화처럼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선배가 도회적이고 현대적인 맛을 가미했다고 생각한다. 박정민 배우의 경우 아직 숨겨 놓은 카드가 많고 신비감과 다크한 매력이 있다. ‘금화’ 역의 이재인 배우는 오디션을 통해 뽑았는데 사투리를 준비해온 유일한 후배였다. 봐서 알겠지만, 영화가 ‘금화’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데 재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딱 느낌이 왔다. 또 나이에 비해 외모가 중후(?)한 맛이 있다.

영화의 배경이 강원도 영월과 충청도 일대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
개인적으로 강원도를 좋아한다. 아직까지 영화에 많이 노출되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이고 또 겨울 강원도는 미지의 세계 같은 이미지를 품고 있다.
 <사바하> 스틸컷
<사바하> 스틸컷

‘금화’의 쌍둥이 언니의 정체에 대해 많은 분이 궁금할 것 같다. 초반에는 불길한 존재로 묘사되나 후반부는 전혀 다른 존재로 자리바꿈한다. 스포일러일 수 있으나, 이미 개봉했으니 질문한다. (웃음)
그는 처음부터 ‘나한’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김제석’(유지태)의 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에서는 따로 악이 없고 포식자라고 표현하는데 ‘김제석’은 포식자라고 할 수 있다. 가령 내게 주어진 몫이 한 개인데 두 개를 먹으려 한다면 생태 발란스가 무너지게 된다. 김제석은 인간을 넘어섰기에 균형을 깨뜨렸고, ‘금화’의 언니는 이 균형을 지키려고 하는 어떤 절대자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것들은 설명하면 안 되는데… 그냥 직관적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게 좋겠다. (웃음)

유지태 배우의 포스가 요즘 말로 후덜덜하더라. 순간 도진기 작가의 ‘유다의 별’이 떠오르기도 했다.
흠, 비단 ‘유다의 별’에서뿐만 아니라 민족 종교 창시자들이 그 정체를 숨기는 건 통상적인 모습이다. 120살의 늙지 않는 남자, 원래는 ‘선’이었으나 선에서 벗어나게 되는 복잡한 존재이면서 건장함을 지닌 인물, 그 역할을 감당할 아우라가 필요했는데 떠올려 보니 유지태 선배밖에 없었다.

극 중 ‘나한’이 코끼리의 눈을 보며 추워 보인다고 하고 엔딩에서도 춥다는 말을 언급한다. ‘나한 – 코끼리- 추위’가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 건지. 아니면 너무 확대 해석한 건가. (웃음)
선이었다가 생에 대한 집착으로 악이 되는 인물인 ‘김제석’에게 코끼리는 중요한 동물이다. 코끼리는 불교에서 숭배되는 동물로 그 눈을 보고 무섭다고 느끼게 되면 결국 자신이 그릇된 행동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제석’은 코끼리를 보며 선악을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죽이면서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나한’은 세뇌된 한낱 군사에 불과하지만, 그는 코끼리의 눈을 보고 무서워하지 않는다. 단지 춥다고 느낄 뿐이다. 춥다는 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따뜻한 나라 동물이고, 마지막 엔딩에서 눈이 오길래 추워 보여 그렇게 표현해 봤다.
 <사바하> 촬영 현장
<사바하> 촬영 현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는다면.
음, 잘 찍은 건 별로 없는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마지막 신을 좋아한다. ‘나한’의 마지막을 보면 감정이 몽글몽글해지고 박목사가 눈길을 운전해가는 모습에 아련해진다.

<사바하>를 좀 더 즐길 수 있는 가이드 혹은 팁이 있다면.
종교를 떠나서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장르적으로 그냥 즐겼으면 한다. 장르물로서 몰입감이 꽤 괜찮으니 호기심을 안고 미스터리를 따라가다 보면 슬프고 짠한 마음도 들 거라고 본다. 의외로 풍부한 감정을 담고 있으니 다시 볼 기회가 있다면 또 다른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거다.

# 장재현

단편부터 데뷔작 <검은 사제들>(2015)까지 모두 각본과 연출을 겸했다. 작가와 감독 중 어떤 롤이 좀 더 적성(?)에 맞는지 궁금하다. 또 작가로서 감독으로서 자평한다면
작가의 롤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일단 혼자 작업하는 게 내 취향에 가깝다. 또 작가로서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있는데 감독으로서는 지금까지 별로 느끼지 못했다. 뭐, 이제 겨우 장편 두 편을 내놨을 뿐이니 재미를 느끼기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연출하는 게 힘들지만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웃음)

작가로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지점은. 또 글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지.
좋은 대사를 적었을 때. 흔히 그분이 오신다고 표현하는데 내가 쓴 원고를 나중에 읽으면서 ‘이 대사를 내가?’ 할 때의 짜릿함이 있다. 글의 영감이라 하면 많이 돌아다니고 여러 사람을 만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이창동 감독님의 ‘좋은 이야기는 만드는 게 아니고 만나는 것’이라는 말씀을 좋아한다. 그 말씀 그대로 돌아다니다 보면 소재 혹은 영감을 만나게 된다. 버스터미널이나 커피숍 등등에서 문뜩 말이다.

데뷔작이 크게 성공했기에 혹시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컸었나? 시사회 때 눈물을 보였는데… 마음고생이 심했나 보다. 이 기회에 털어놓는다면. (웃음)
아, 그런 거 절대 아니다! (웃음) 시사회 때 배우들 역시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었다. 우리 영화가 CG 등 후반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려 어깨가 무거웠던 차에 배우들이 잘했다고 말해주니 순간 안심이 되며 마음이 노글노글해지더라. 감동과 안심의 눈물이었다고 보면 된다. 평소 촬영하며 내가 불쌍한 척 혹은 우는 척 장난을 많이 쳐서 그날도 처음에 장난치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완성본을 본 배우의 첫 반응은.
이정재 선배는 이 영화 하기를 잘했다고 하셨고, 박정민 배우는 이렇게 슬픈 영화인지 몰랐다고 했다. 영화 보느라 자기 연기는 정작 잘 못 봤다고 하더라.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 단 두 편으로 종교를 소재로 한 영화에 (좀 과장하자면) 일가를 이룬 느낌이다. 종교에 주목하는 까닭은.
종교 자체가 주제이기보다는 종교를 파고들면 결국엔 인간의 이야기라고 본다.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가 있고, 또 내가 덕심, 즉 오타쿠 기질이 있다. 종교 외의 얘기는 다른 감독이 많이 하니 그렇다면 나는 종교를 소재로 끝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종교를 가볍지 않게 접목했다는 평을 때때로 듣곤 하는데, 그런 칭찬을 받으면 기쁘다. (웃음)

스스로를 모태 기독교인이자 유신론자라고 밝힌 바 있다. 신의 선한 의도를 믿지만 간혹 원망하기도 한다고 했는데 그럴 때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는지.
그냥 산다. 스스로를 속이려 하지 않고 싫으면 싫다고 미우면 밉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장르와 이야기를 불문하고 영화를 만듦에 있어 추구하는 것은. 즉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
신념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고 영화를 만들면서 목표가 하나 있다. 내가 만들고 싶고 내가 하고 싶은 영화가 아니라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거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냉정히 질문해 본다. 관객으로서 내가 그 이야기를 보고 싶을 것인지 말이다. 감독 혼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양하려고 한다.

앞으로 손수 쓴 각본이 아니더라도 연출할 의향이 있나. 또 차기작 계획은.
내 느낌에 앞으로 한 두 작품 더 찍으면 연출가로서 전성기가 올 것 같고, 각본가로서는 이제 막 올라오는 시점이 아닌가 한다. 연출은 할수록 실력이 늘지만, 각본 쓰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실제 각본가가 가장 왕성한 필력을 보일 때가 보통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다. 내가 딱 그때이니 직접 각본을 써야 한다! (웃음)

마지막 질문! 최근 행복한 일을 꼽는다면.
<사바하>가 완성되기까지 3년 동안 몰두했었다. 얼마전 사사회 끝난 후 함께 작업했던 스태프들과 동료 배우들 또 제작사 대표님과 나의 사수 감독님이 고생했다고, 잘 했다고 칭찬해줘서 매우 기뻤다. 이 맛에 영화일 하는구나 싶고, 그 칭찬이 원동력이 됨을 느꼈다


2019년 3월 11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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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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