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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보다 나은데?” 힘이 되는 한마디 <뺑반> 류준열
2019년 2월 8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미스터리한 매력을 지닌 ‘락’으로 <독전>을 캐릭터 무비로 이끌었던 류준열이 교통순경 ‘서민재’로 관객을 찾는다. 그는 호돌이 인형 옷을 입은 첫 등장부터 빈틈 많은 과학 수사를 펼치는 탐정 셜록 같은 모습을 거쳐 어두운 과거를 드러내는 다채로운 인물. 류준열은 캐릭터에 맞춰 순수 능청 카리스마를 넘나들며 현란한 카체이싱을 선보이는 동시에 정의에 관해 물음을 던진다.

드라마 <프로듀사>(2015)에서 주연을 맡았던 공효진과 분량 적은 조연으로 함께 했던 류준열. <뺑반>에서는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짧은 시간에 충무로의 기대주를 넘어 명실상부한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이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행복하게 연기하고 싶다고.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점차 주변의 행복을 챙기게 됐다고 말한다. 점점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이길 희망하는 그이기에 “전작보다 나은데?”라는 한마디만큼 큰 응원이 없단다.


<뺑반>의 어떤 점에 끌렸나.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한준희 감독님의 전작을 보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데, <뺑반>에도 그 감정이 녹아 있었다. 감독이 캐릭터에 애정을 갖는지 안 갖는지 여부가 배우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영화에서 시도하지 않은 어긋남 혹은 삐끗하는 소소한 재미가 마음에 들었다. 비슷한 영화의 홍수 속에서 좀 다른 결을 지향하고자 하는 열정이 느껴져서 좋았고 감독님을 만나 대화를 나눈 후 확신이 강해졌다.

어떤 면에서 확신이 들었는지.
감독님의 전작 <차이나타운>(2014)을 흥미롭게 봤었기에 이번 작품은 얼마나 색이 강할지 궁금했는데, 감독님을 직접 만나 대화해 보니 (그의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감독님은 영화광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많은 영화를 보시는 분이다. 나 역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첫 만남임에도 거침없이 대화를 술술 이어 나갔다. 시나리오 읽으며 생겼던 의문점이나 어떻게 구현할지 궁금했던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풀 수 있었다.

완성본을 본 소감은.
산뜻한 느낌이 들었고 색다른 지점도 있더라. 아, 이게 이렇게 나왔구나 싶기도 하고, 완성본을 보니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는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감독님은 경찰 영화를 원하셨다는 것 확실히 느꼈다. 봤다시피 영화에는 정의에 대한 관점과 직업윤리에 대한 딜레마가 녹아 있다. 명확한 악인이 등장한다면 그를 처단하는 과정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동반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영화 속 경찰을 보면 그들이 선인지 악인지에 의문이 들 수 있다. 왜냐하면 각자의 정의를 가지고 그를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거든. 물론 ‘정재철’(조정석)은 대놓고 나쁜 놈이지만, 그도 나름 사연을 지니고 있다.

어두운 과거를 지닌 순경 ‘서민재’(류준열)를 연기했다. 캐릭터 구현에 중점을 둔 부분은.
밝아 보이지만 진짜 밝은 것인지 슬픔을 가리기 위해 밝은 척하는 것인지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로 보이려 했다. 전반부에 ‘서민재’의 전사를 살짝살짝 흘려 후반부로 갈수록 ‘서민재’가 좀 더 본능에 충실하고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개연성을 부여했다. 또, 외모적으로는 안경을 써서 약간 ‘너드’ 같지만, 한편으론 천재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참고한 자료가 있다면.
순경이었다가 경찰로 승진한, 개인적으로 친한 형이 있다. 형의 경험담이 ‘서민재’에게 많이 묻어 있다. 형이 말하길 무엇보다 잘 웃고 친절하게 (시민을) 대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극 중 ‘서민재’가 수사 목적으로 간 파티에서 용의자를 향해 ‘아슬아슬한 상상’을 하게 된다는 등 농담처럼 우회적으로 말하지 않나. 우리가 상상하는 경찰의 모습과 달리 표현해 봤는데, 잘 나온 것 같아 만족한다.
 <뺑반> 스틸컷
<뺑반> 스틸컷

<뺑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카체이싱 액션일 텐데, 많은 부분을 직접 소화했다고 들었다. 평소 운전을 즐기는 편인가.
많이 즐긴다. 친구들과 여행 가도 내가 주로 운전하는 편이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동행자를 배려해서보다 운전대를 향한 내 욕심인 것 같다. (웃음)

평소에 낼 수 없는 속도로 달렸을 것 같은데 최고 속도는?
트랙 중 300km 이상 밟을 수 있는 코스가 있었다. 내 마음대로 달릴 수는 없고 관리자의 허가가 필요한데 다행히 가능하다고 해서 달려봤다. 확실히 남다른 경험이었다. 달리면서 여러 생각이 스쳤는데 뭔가 인생을 돌아보게 되면서 아슬아슬 아찔한 느낌도 들고 그랬다. 당시의 감정을 관객이 느꼈으면 좋겠다. 감독님께서 차에 감정이 느껴지면 좋겠다고 하셨거든. ‘서민재’(류준열)와 ‘정채철’(조정석)이 운전 실력을 겨루는 체이싱 상황 자체보다 그들이 품고 있는 감정을 차를 통해 표출하고 싶어 하셨다. 그렇기에 가능한 한 도움 없이 직접 운전했다. 또 영화 보며 알아채지 못할 수 있지만, CG를 최대한 배제했다. CG로 처리할 경우 카메라가 깊게 못 들어가거든.

평소 운전을 즐기는 데다 이번에 속도의 맛(?)을 봤으니 자동차 여행에 대한 로망이 더 커졌을 것 같다.
매우 그렇다. 이번에 방송 프로그램을 빌미로 쿠바로 여행 갔었다. 미처 몰랐는데 쿠바가’ 올드카’의 성지라고 하더라. 미국 금수 조치로 해외 차들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 덕분(?)이라는데, 올드카를 보니 또 운전 욕심이 나더라. 달렸는지 안 달렸는지는 차후에 방송으로 확인해 달라!

음, 이렇게 홍보를. (웃음) 어떤 프로그램인가.
2월 중순쯤 방영될 것 같다. ‘트래블러’라는 프로그램으로 부제가 ‘배낭 맨 혼돈의 여행자’다.

극 중 카체이싱의 비중이 크지만,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따로 있다고 본다. <뺑반>이 지닌 소구점은.
처음에 <뺑반>을 한다고 하니 친구들 첫 반응이 ‘조정석 공효진 류준열’의 조합이 신선하다는 거였다. 조정석 공효진 선배의 독특한 매력과 작품 해석력을 기대하는 관객도 많을 거로 본다. 또 카체이싱 등 풍성한 볼거리 외에도 경찰 직업윤리와 정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그 부분에 공감하실 것 같다.
 <뺑반> 스틸컷
<뺑반> 스틸컷

지적했듯 영화는 경찰의 자세와 정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특히 내사 과장 ‘윤지현’(염정아)을 통해 ‘대를 위한 소의 희생’ 혹은 ‘과정보다 결과’가 점차 중요시되는 현 세태를 대변한다. 당신의 생각은.
우리 영화가 단순히 부수고 깨지는 영화가 아니라 그런 딜레마에 관한 물음을 던지는 게 좋았다. 나 역시 결과와 과정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데 점차 과정에 무게를 두려고 한다. 결과가 어떻든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에 충실하려고 한다. 어떤 일을 하며 즐거웠다면 설령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행복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또한 영화가 어두운 과거를 지녔던 ‘김민재’(류준열)가 교통순경 ‘서민재’(류준열)로 새 삶을 사는 모습을 통해 ‘개과천선’이 가능한지에 묻는다고 느꼈다. 어떤가.
글쎄,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이다. (웃음) 사람이 바뀔 수 있을지 없을지는 확신 못 하겠다. 다만 인간이 의지대로 행한다면 원하는 삶을 살지 않을까 추측 아닌 추측을 해본다.

공효진 주연의 드라마 <프로듀사>(2015)에서 조연으로 출연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충무로에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연기하며 행복하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한다. <프로듀사> 당시도 행복했고 지금도 그렇다. 달라진 게 있다면 나만의 행복이 아니라 주변도 행복한지 점차 돌아보게 된다는 거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연기로 점점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즉 ‘전작보다 좋은데?’ 이런 응원 한마디에 힘이 나고 기쁘다.

함께 한 공효진과 조정석 배우와의 호흡은.
선배님의 연기에 대해 뭔가 말로 표현하면 한계를 짓는 것 같아 조심스러운데, 다른 배우가 할 수 없는 선배님들만의 연기가 있다. 예전 <프로듀사> 때 공효진 선배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참 독특하다고 느낀 게 NG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던 장면들이 나중에 브라운관으로 확인해 보니 더할 나위 없이 극에 녹아들었더라. 그때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조) 정석 선배의 경우 리딩 연습을 하며 선배는 ‘정재철’을 저렇게 준비했구나 싶었는데, 형이 ‘준열이, 넌 이렇게 준비했구나!’ 라고 얘기하셔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설렘을 안고 촬영을 기다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극 중 ‘정재철’(조정석)과 ‘서민재’(류준열)가 빗속에서 등 몸싸움하는 장면이 많은데, 상대를 너무 배려해도 혹은 너무 배려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는데 (정석) 형은 정말 완급 조절에 능하시다. 특히 빗속 시퀀스에서 감정을 너무 불사르지도 사리지도 않고 균형을 맞춰 디테일한 감정을 잘 끌어내셨다. 개인적으로 배우의 에너지가 단단히 담긴 장면이 아닐까 한다. 또, 몸을 너무 잘 쓰기에 내가 실수해도 실수처럼 보이지 않도록 만들어 주셨다. (웃음)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박누리 감독님과 유지태 선배와 함께한 <돈>, 원신연 감독님과 유해진 선배와 함께한 <전투>를 준비 중이다.

최근 기분 좋은 혹은 즐거운 일을 꼽는다면.
빈말이 아니고 <뺑반> 인터뷰하면서 즐겁다. 인터뷰를 계속하니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전혀 아니다. 주변에선 영화 보고 수고했다 고생했다고 얘기하는 게 다인데, 영화 관련해서 이렇게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재미있고 응원받는 기분이다.


2019년 2월 8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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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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