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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김향기의 선택, 은은하고 단단하다 <영주> 김향기
2018년 11월 19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너무 빨리 어른이 돼 버렸다. 동생을 야무지게 챙기며 거두지만 자신 역시 아직은 따사로운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임을 모른다. 사랑에 목마르지만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영화 <영주> 속 19세 소녀 ‘영주’ 이야기다. 미워해야 할 대상이 내민 따듯한 손을 거부할 수 없던 ‘영주’, 그렇게 희망과 절망을 담금질하며 점점 여물고 단단해져 간다.

망자를 저승으로 안내하던 삼차사의 막내이자 홍일점으로 남다른 배려심을 자랑했던 차사 ‘덕춘’, 지난 연말과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그 모습을 뒤로하고 김향기가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을 찾는다. 19세 김향기의 선택, 은은한 힘을 지녔다.


<우아한 거짓말>(2014), <눈길>(2015) 등 메시지 선명한 작품부터 오락성 짙은 <신과함께>까지 다양한 작품에 함께 했다. 특히, <신과함께>는 아마도 당신의 필모에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일 거다.
특정 장르나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일부러 고집한 건 아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웃음) 작품의 규모를 떠나서 느낌이 좋은 영화가 있다면 하고 싶다. 그게 상업 영화든 독립영화든 말이다.

<신과함께>는 어떻게 표현하기 힘든 소중한 작품이다. 정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이후 배우 ‘김향기’를 알아봐 주고 내 다음 작품을 기다려 주는 분이 많아졌다. 또, 그린 매트 촬영 역시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삼촌들과 함께 연기하며 아주 즐거웠고, ‘덕춘’ 캐릭터를 남길 수 있어 행복하다. 내가 받은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번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주>로 관객을 찾는다. <마음이>(2006)의 꼬마 ‘김향기’가 이렇게 성장했다니! (웃음) 아주 어릴 때 데뷔했는데, 평소 작품 선택은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성인이 되어도 연기를 계속하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다면.
<마음이>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글도 잘 몰라서 엄마가 먼저 대본을 읽고 그 내용을 동화처럼 설명해 주셨을 정도였다. 데뷔가 어릴 때라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이후에는 작품 제안이 들어오면 부모님 특히 엄마와 시나리오 읽은 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상의했다. 지금도 역시 작품이 들어오면 주위 의견을 참고로 해 내 의견을 회사에 전달한다. 대체로 잘 들어 주신다.(웃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12)와 <늑대소년>(2012)을 비슷한 시기에 촬영하고 잠깐 쉴 때가 있었다. 그때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는데, 즐겁게 학교 생활하는 와중에도 어딘지 무료하더라. 자꾸 촬영장에 가고 싶은 거다. 그때 영화(연기)가 내게 중요한 것임을 새삼 깨달았었다. 지금은 배우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영주>에서 ‘영주’는 부모를 잃고 동생을 야무지게 챙기는 누나이지만, 그 역시 아직은 보살핌이 필요한 소녀다. 시나리오의 어떤 면에 끌렸는지. 또, ‘영주’와 처한 환경이 180도 다른데 어떻게 감정을 잡아 나갔나.
<신과함께> 촬영차 지방에 머물던 중 시나리오를 받았다. 집이 아닌 환경에서 읽었는데도 아주 잘 읽혔었다. 개인적으로 시나리오가 잘 읽히는 게 중요하다. 글만 읽고도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전체적인 느낌이 그려졌고 여운이 오래 남았다.

‘영주’와 다른 환경에 살고 있는 건 맞다. 게다가 나는 동생이 없고 오빠가 있으니. (웃음) 하지만 어느 작품의 어떤 캐릭터든 내가 그와 동일한 상황이 되긴 힘들 것이고 그렇기에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는 게 당연하다. 촬영 들어가기 전 에감독님과 많이 얘기를 나눴다. ‘영주’의 경우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이었고 현장에서 연기할수록 충분히 공감됐었다.

<영주> 촬영 기간이 아주 짧았다고 들었다.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한달동안 찍었다. 처음에는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영주’의 복잡한 감정선과 양가적인 모습을 담을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막상 해보니 오히려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기간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관건이더라. 현장에서 감독님과 스태프 그리고 선배님들이 모두 내가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 주셨다. 단점이라면 체력 관리를 해야 한다는 거? 정신줄 잘 잡고 있으려고 노력했다. (웃음)

극 중 ‘영주’(김향기)가 감정을 절제하고 드러내지 않다가 나중에 폭발하는 등 감정 소모가 큰 역이다. 촬영하며 힘들었던 점은. 개인적으로 엔딩이 인상적이었다.
‘영주’가 모든 걸 고백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었다. 알다시피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 아닌가. 그렇게 걱정했는데 막상 촬영할 때는 여러 감정을 내려놓고 편하게 했던 것 같다.

마지막 장면의 경우, 새벽에 해 뜨는 시점이라 한참 기다려서 해 뜨는 순간 롱테이크로 촬영했는데, 오히려 집중이 잘 됐었다. 앞에 있는 것, 즉 다리와 하늘과 강물만 보면 됐었다. 다행히 그것만 보이더라.

영화 속에서 나오지 않지만, ‘영주’의 후사를 써 본다면.
쉽지 않겠지만, 그런 사건과 시간이 진짜 자신을 돌아볼 계기로 작용했을 것 같다. 극 중 ‘영주’는 언뜻 보기엔 동생을 위해서 헌신하는 착한 누나이다. 누가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마 혼자서 이만큼 잘하고 있다고 자기만족하고 있었던 건지 모른다. 어떻게 보면 자신을 바라보는 법을 몰랐던 아이라고 할 수 있다. 살면서 계속 기억될 아픔을 겪었지만, 이후 ‘영주’는 오히려 더 단단해졌을 거다. 스무 살 성인이 된 이후 동생과 잘 살아갔을 거로 생각한다.

극 중 ‘영주’는 19세, 당신도 19세이다. 마침 어제 대학 합격 기사가 났더라. 축하한다. 내년이면 성인이 되는데,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또,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학창 시절에 대해 아쉬움은 없는지.
감사하게도 수시에 합격했다. 대학은 정말 단어만 들어도 설렌다. 지금까지는 한 동네 사는 쭉 알고 지냈던 친구들과 만났다면 대학은 나와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는 곳 아닌가. 한편으론 자극을 많이 받을 것 같고, 일단 대학 생활에 작 적응하는 게 첫째 목표다. 성인이 되면, 음, 운전면허 따서 혼자 운전해 겨울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

어릴 때부터 활동했지만 주로 영화를 했기에 나름 충실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아마 드라마를 많이 했다면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친구들 역시 나를 배우로 보는 게 아니라 그냥 동네 친구, 학교 친구로 평범하게 대했다. 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담임선생님께서 참 잘해 주셨다. 그런 면에서 운이 좋은 것 같다.

당신에게 <영주>는 어떤 의미를 지닌 작품인가. 어느 인터뷰에서 <영주>를 통해 배우 김향기가 성장한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영주’는 그간 내가 연기했던 역할과 모습도 결도 다르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감정선을 배우고 촬영하며 배우로서 무언가 쌓이지 않았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성장이라고 표현했다.

아역 배우에서 성인 연기자로 넘어가는 건 하나의 관문일 터다. 많이 듣는 질문이겠지만, 성인 역할에 대한 기대 혹은 욕심은 없는지.
고민이 있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지나가며 성장하고 싶다.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건 대중일 것이고 그간 나와 함께 작업했던 분일 거다. (그분들이 내게) 작품 제안한 이유가 있을 것이니 시나리오 보고 매력 있는 캐릭터라면 하고 싶다. 성인이 됐다고 일부러 다른 모습을 보이거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등 변화를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연기는.
지금까지는 다중인격 캐릭터라고 답했었다. 그런데 이젠 캐릭터를 한정하기보다 그냥 시나리오를 봤을 때 느낌이 오는 작품이면 하려고 한다. 시나리오가 담고 있는 분위기나 메시지가 마음에 남으면 하고 싶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지금까지 작품 하며 많은 선배님을 만났는데 모두 아주 좋은 분들이었다. 그런 면에서 매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선배님들을 보면, 촬영 들어가기 전에 굉장히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다가 촬영에 들어가면 어느새 그 인물이 되어 연기하고 계신다. 그 모습을 보며 연기는 물론 현장을 이끄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나 역시 나이가 좀 더 들고 경력이 더 쌓이면 현장을 즐겁고 편하게 이끌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향후 활동 계획은.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이한 감독님의 <증인>은 현재 촬영을 마친 상태다. 정우성 선배님과 함께 작업했고 아마 내년에 개봉할 것 같다. 살인 사건을 목격한 자폐 여고생을 연기했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메시지가 확실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다.

<영주>를 볼(본) 관객에게 한마디 한다면.
영화를 보고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면 좋을 것 같다. 규모는 작지만, 진심으로 (관객에게)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한다.

최근 행복한 순간 혹은 요즘 당신을 웃게 하는 것은.
음, <신서유기>? 시즌 5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그동안 왜 안 봤나 싶었다. 어제도 본방 사수했다!


2018년 11월 19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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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CGV 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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