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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지수 낮아진 30대, 여유롭다 <배반의 장미> 손담비
2018년 10월 22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노래 ‘미쳤어’로 선풍적인 반응을 이끌며 섹시·도도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던 손담비. 어느덧 10년 차 연기자인 그녀가 코미디 <배반의 장미>의 홍일점, 주인공 ‘미지’로 스크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차갑고 도도하고 세 보이는 이미지에 대해 그녀는 이미지일 뿐이라고 평소 털털하고 내면 깊숙이 코믹 본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선정적인 표현과 욕설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배반의 장미>를 코미디로 가볍게 즐기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가장 화려하고 잘 나가던 20대가 달려가기 바쁘고 미련이 많았던 시기였다면 손담비는 30대에 들어서며 자신을 토닥토닥 보듬을 여유가 생겼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스트레스 지수 낮아져 한층 여유로워진 요즘, 새로 참여한 예능으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고 유기견을 도울 수 있어서 행복했고 <스타 이즈 본>을 보고 오랜만에 심장 박동을 강하게 느꼈다는, 점점 더 자신을 격려하게 된다는 손담비를 만났다.

영화를 본 소감은.
완성본을 시사회 때 처음 보는 거라 나도 선배님들도 많이 긴장했었다. 어떻게 나올지 걱정했는데 완성본을 보니 생각보다 괜찮았고, 안심했다. 특히 극 중 ‘배반의 장미’인 ‘미지’(손담비)가 초반 30분 정도 흐른 후 등장하는데,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정말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떨렸었다.

특히 걱정스러웠던 부분이 있는지. (웃음)
극 중 거하게 욕설을 쏟아내는 장면이 있다. 촬영 당시 주변에서 잘했다고 얘기해 주셨지만, 실제로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많이 걱정했다. 선배님들이 잘 받쳐 주셔서 그런지 다행히 잘 나온 것 같다. 특정 신체 부위를 지칭하며 놀리는 듯한 욕이라서 다소 수위가 높은데 관객이 하나의 웃음 포인트로 받아 주셨으면 좋겠다. 상대역인 (정) 상훈 오빠가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하나 싶었다며 내가 욕을 너무 자연스럽게 잘한다고 타고난 욕쟁이 아니냐고 하더라. 내 본연의 모습인 것 같다고 자꾸 놀렸었는데, 분명히 말하지만, 절대 내 평소 모습이 아니고 연습을 아주 많이 한 결과물이다! (웃음)

드라마와 달리 스크린 첫 주연이라 더 떨렸나 보다.
아무래도 그렇다. 드라마와 다르게 큰 화면을 통해 보니 입 모양과 표정 하나하나가 너무 자세하게 보이는 거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점차 익숙해지니 그 큰 스크린이 매력적이더라. 앞으로 또 도전하고 싶다.

‘미지’는 극 중 홍일점 즉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데, 어떤 점에 끌렸는지.
가수로 활동하면서 섹시 컨셉이 많았지만, 연기 쪽에선 씩씩하고 털털한 캔디 캐릭터를 많이 했었다. 사실 부잣집 딸 혹은 차도녀 역할이 주로 들어왔었는데, 가수 이미지와 오버랩되는 것 같아 고사했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섹시한 역할을 한 번쯤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미지’가 섹시를 부각한 역할이라 좋았고 또, 원래 내 성격과도 비슷한 면이 있어 연기할 수 있겠다 싶었다. 나는 나름 진지한데 주변으로부터 코믹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아마도 내 안에 코믹 본능이 있는 듯, 그 본능을 펼칠 수 있겠더라. (웃음)

‘미지’(손담비)를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알다시피 <배반의 장미>는 세 남성과 한 여성이 겪는 죽기 마지막 하룻밤의 사건과 사고를 그리고 있다. 하룻밤 이야기라 의상을 한 벌만 준비했는데, 외적으로 섹시한 이미지로 보이려고 짧고 몸에 착 달라붙는 원피스를 선택했다. 촬영하기 불편했겠다고 물어보는 분도 꽤 계시더라.(웃음) 사실 겨울에 촬영했고, 원피스 길이가 아주 짧아서 앉거나 일어날 때 많이 불편했지만, ‘미지’의 이미지에 어울릴 것 같아서 즐겁게 입었다. 연기적으로는 워낙 선배님들이 주변에서 다 받아주고 가르쳐줘서 수월하게 촬영했다.

‘미지’ 캐릭터를 선정적으로 활용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에 대한 우려는 없었는지.
불편하게 볼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촬영하면서는 전혀 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야한데 야하지 않은 페이크가 많은 코미디인 것 같다. 관객이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코미디로 접근해서 즐겨 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장미꽃 신에서 노출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많이 가린 데다가 후에 CG 작업을 거친 거다. 촬영하면서 원체 배려를 많이 해줬고, 20분 만에 촬영이 끝나서 부담이 거의 없었다.

사전 협의를 모두 거쳤나 보다.
당연하다. 시나리오상에 어떻게 찍을지 모두 명시돼 있었다. 당시 이런 장면이 필요할지 감독님께 물어보니 남자들의 로망을 표현하는 데 필요하다고 하셨다. 사전에 충분히 관련 대화를 나눴고, 조율했기에 촬영 당시엔 캐릭터에 빠져서 연기할 수 있었다.

애드립이 많았을 것 같던데, 당황하진 않았나.
엄청 많았다. (정) 상훈 오빠가 제일 많이 해서 내가 언제 끝나는지 물어볼 정도였다. 다행히 오빠가 내가 받아칠 수 있을 만한 애드립을 재치 있게 해 줬다. 오빠가 본인의 대사가 별로 없다고 많이 만들어 오기도 했는데, 아마도 오빠의 큰 그림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클럽에 놀러 가서 춤추는 장면은 거의 다 즉흥적으로 촬영한 거였다. 상훈 오빠가 뮤지컬을 해서 그런지 각기춤 등 몸놀림이 남다르더라.

촬영 일정이 매우 빡빡했다고 들었다. 힘든 점은 없었나.
맞다, 거의 드라마 촬영 수준이었는데 잠을 좀 못 잔 거 외에는 힘든 점이 없었다. 말했듯 아주 즐거웠다. 코미디 장르라서 그런지 현장에 활달한 에너지가 넘쳤었다.

사실 당신이 ‘배반의 장미’를 한 번 부르지 않을지 내심 기대했는데, 끝까지 안 부르더라.
하하, 그랬군. 영화 제목이 처음부터 ‘배반의 장미’가 아니었고 몇 차례 바뀌었다. 아마 사건과 반전이 많아서 배반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 같다. 극 중 ‘미지’의 아이디인 ‘배반의 장미’를 영화 타이틀로 해줘서 매우 감사하다. 비록 노래 부를 기회가 없어 아쉬웠지만 말이다. (웃음)

좀 전에 ‘미지’가 실제 모습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했는데, 주변 지인들 반응은.
사실 반반인데 평소 내 말투와 모습이 많이 실린 것 같다. 내가 털털한 면이 많은데, 극 중 ‘미지’가 아주 털털한 인물은 아니어도 순간순간 그런 모습을 보인다. 지인들은 어느 순간엔 정말 나 같았다고, 싱크로율이 높았다고 하더라.

모 예능에서 소개된 바 있는 친한 언니인 정려원은 뭐라고 했는지 궁금하다.
평소 털털해서 그런지 언니들 사이에서 내가 아마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극 중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여서 좋았다고 하면서도, 어디 어디는 발음이 샜다고 매우 디테일하게 짚어줬다.

자꾸 털털함을 강조하는 것 같다!(웃음)
그게 주변에서 차갑고 도도할 것 같다는 평을 너무 많이 들어서다! 지금도 손담비 연관 검색어에 업신짤(기자 주 업신여기는 듯한 표정을 포착한 사진)이 뜰 정도다. 아마 섹시하게 보이려고 하다가 나온 표정인 것 같은데, 내가 정말 그런 성격이 아니다. 심지어 이번 촬영 들어가기 전에 선배님들이 내가 차갑고 도도할 것 같아 부담되고 걱정했었다는 거다. 리딩 들어가면서 바로 선입견이 다 없어졌다고 하는데…. 나중에는 내가 선배님들을 오빠가 아니라 형으로 부를 정도로 친해졌다.

주연을 맡았던 미니시리즈 <드림>(2009)으로 연기에 본격적인 입문 후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가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처음엔 힘들었었다. 가수 손담비를 지운다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컸는데, 아무래도 쉽지 않더라. 당시 가수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연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회사에 말하기도 했었다. 지금 연기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꼭 연기만 하겠다는 건 아니다. 최종 목표는 연기와 노래를 병행하는 거로 이를 위해서 연기로 대중에게 좀 더 다가서고 싶다. 이번 <배반의 장미>로 연기에 대한 갈증을 많이 해소했다. 드라마와 다르게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좀 더 음미하면서 촬영할 수 있었고, 연기가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당신에게 연기는 무얼까.
글쎄, 처음부터 연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연기하며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고, 나 아닌 다른 인물로 살아 보는 게 짜릿하고 희열이 느껴진다. 캐릭터를 분석하고 그 인물과 가까워지는 과정이 마치 무대 위 노래 부르며 3분 동안 느끼는 성취감과 비슷하다고 할까.

가수와 배우로 바쁘게 활동했던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면.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가장 잘 될 때 가장 힘들었었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여유가 하나도 없었거든. 기계적으로 8년 정도 활동을 하며 나 자신을 채찍질하기 바빴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내 삶이 따로 없다는 생각에 불행했었다. 흔히 전성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던 거지. 미련 많고 달려가기 정신없던 시기가 20대라면 30대에 들어서며 점차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예전보다 스트레스 지수가 많이 낮아졌고, 열심히 살았다고 스스로 다독일 수 있게 됐다. 특히 요즘 들어선 자신을 더 격려하게 된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스릴러를 참 좋아하는데, 지금까지 해 본 적이 없어서 스릴러 장르를 해보고 싶다. 또, 차가운 이미지를 활용(?)해서 제대로 차도녀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후 활동 계획은. 새 음반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음반은 계속 준비 중인데, 자꾸 다른 일과 겹치다 보니 미뤄지고 있다. 아무래도 연기에 포커스를 맞춰서 그런 것 같다. 연기와 노래를 동시에 진행하는 게 힘들거든. 그래도 조금씩 꾸준히 준비하고 있기에 내년 정도에 새 곡으로 인사드릴 것 같다. 솔로의 경우 큰 팬덤이 없기에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나만의 욕심을 채우기보다 대중적인 곡으로 안무 역시 쉽고 포인트 있게 짤 것 같다.

아직 드라마와 영화는 정해진 바 없고 (유) 재석 오빠가 새로 런칭한 예능에 함께 한다. 이번에 녹화 갔다 와서 정말 하루를 몸져누웠었다.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몸과 마음이 매우 고된 1박 2일이라고나 할까. 출연진이 많아서 각자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고, 나 역시 차갑고 센 이미지에서 벗어나 친근하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을 거로 기대 중이다.

<배반의 장미> 관람 포인트를 꼽는다면.
세 남자가 동반 자살을 결심한다는 어떻게 보면 무거운 주제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인생에서 아직 할 일이 많음을 깨닫고 그렇기에 다시 살고자 한다. 삶의 팍팍함에 웃음을 잃은 요즘이라면 그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다. 극 중 등장인물의 연령대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니 전 연령층이 가볍게 즐길 수 있으리라 본다.

마지막 질문! 최근 행복한 순간이나 인상적인 일을 꼽는다면.
‘뭉크’와 ‘에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얼마 전 유기견을 돕는 프로그램에 나갔었다. 게임해서 사료를 획득하는 프로였는데, 다행히 게임을 아주 잘한 덕분에 559kg의 사료를 유기견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그들을 도우면서 내가 더 행복했다. 아, 그리고 며칠 전에 <스타 이즈 본>을 봤는데, 레이디 가가가 퍼포먼스만 강한 줄 알았는데, 정말 가창력이 뛰어나더라. 음악은 정말 항상 옳은 것 같다.(웃음) 펑펑 울면서 봤다. 오랜만에 심장을 뛰게 하는 영화더라.

2018년 10월 22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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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광희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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