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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강한 듯 약한 듯...물같이 어우러지다 <살아남은 아이> 성유빈
2018년 8월 29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영화 <완득이>에서 ‘완득이’, 유아인 배우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그 후 30여 편이 넘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여러 배우의 아역 내지 자녀로 수시로 관객을 찾았었다. 이제 고3, 열 아홉 살이 된 배우 성유빈의 이야기다. 관객이 유심히, 작정하고 찾지 않는 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거라고 말하는 성유빈의 말처럼, 열 살 남짓했던 꼬마는 소년을 지나 어느덧 성인 배우의 문턱에서, 처음으로 도전한 독립영화인 <살아남은 아이>의 살아남은 아이 ‘기현’으로 관객을 찾는다.

<살아남은 아이>는 아들 대신 살아남은 아이 ‘기현’과 자식을 잃은 부부(최무성, 김여진)간의 만남과 친해짐 그리고 이후 밝혀지는 비밀을 심도 있게 다룬 드라마로 최무성, 김여진, 성유빈 세 배우의 연기 앙상블이 뛰어난 작품이다. 말로 하지 않아도 공기로 전달되는 슬픔과 희망과 절망의 감정 사이 때론 가해자로 어느 순간은 피해자로 얼굴 바꾸며 성유빈이 그 말간 얼굴을 들이민다. 저절로 터져 나오는 ‘저 아이 어쩔까!’라는 탄식과 함께 영화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성유빈. 어떤 역할에도 어우러질 수 있는 물같은 얼굴을 한 그를 만났다.


그간 아역으로 여러 작품에 참여했지만, 이렇게 주연을 맡아 관객과 만난다는 게 새로운 경험일 것 같다. 마침 어제 언론시사회가 있었다. 기분이 어땠는지.
많은 분이 영화 보고 좋다고 하시니 기분 좋고 뿌듯했다.

<살아남은 아이>가 이번 개봉에 앞서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었다. 영화제 참석 소감은.
작년 3~4월에 촬영해서 10월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 처음 찍은 독립영화로 영화제에 초청되고 상을 받는다는 게 신기했다. 다른 나라에서 오신 영화제 관련 인사들과 세계적인 감독, 배우들과 만날 수 있어 정말 행운이었다. 실컷 즐기고 왔다.

영화 <완득이>(2011)에서 어린 ‘완득이’, 즉 유아인 배우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어쩌다가? 연기에 입문한 건지.(웃음)
그전에도 가끔 예쁘게 생겼다며 연락하라고 명함을 주는 분들이 있었는데, 나중에 보면 연기학원인 경우가 많았다. 그때도 별 관심 없다가, 당시 레고를 많이 갖고 싶었는데, 엄마에게 혹시 광고 찍게 되면 레고를 살 수 있느냐고 물어봤던 것 같다. 그랬더니 엄마도 모르겠다며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지만, 한 달만 해보겠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

반대하던 어머니를 어떻게 설득했는지. 한 달만 하기로 한 게 벌써 8년이 됐는데, 연기가 재미있었나 보다.
엄마가 심하게 반대하셨던 건 아니고, 단지 잘 모르는 분야라 망설이셨던 거 같다. 내가 한 달만 해보겠다고 하는 데다가 이런 기회를 통해 낯가리는 성격이 없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셨는지 곧 허락하셨다. 처음 연기할 때는 재미있고 신기한 것들도 많았다. 그동안 연기하며 보고 듣고 느끼는 게 많아졌다. 내가 다른 배우의 연기를 보고 뭔가를 느끼는 것처럼 다른 분도 내 연기를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점차 생각하게 됐다.

지난 8년 동안 <괜찮아 사랑이야>, <굿 와이프> 현재 방영 중인 <미스터 선샤인> 등 총 7편의 드라마와 데뷔작 <완득이>를 비롯해 <대호>(2015), <아이 캔 스피크>(2017) 최신작 <신과함께- 죄와 벌> 그리고 <살아남은 아이>까지 스무 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다. 어마어마한 필모다.(웃음)
그런가, 나도 정확한 편 수를 몰랐는데! 그런데 일부러 나를 찾겠다고 작정하고 보지 않는 한 모르시는 분이 더 많다.

<살아남은 아이> 제안을 받고 선뜻 출연을 결정했는지.
일단 신동석 감독님이 나를 캐스팅하신 게 신기했다. 이후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글을 읽은 것임에도 마치 무언가를 눈으로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운이 남고 여러 번 읽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기현’(성유빈) 캐릭터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작품 선택은 주로 누구의 도움을 받는지. 어렸을 때는 주변에서 선택해줬을 것 같은데.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기에 예전부터 스스로 선택했었다.

<살아남은 아이>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짙게 깔고 있다. 혹시 주변을 통해 이 같은 슬픔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학교 선생님 그리고 친구 할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다. 가까운 친인척이 아님에도 가슴이 철렁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친구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친구 부모님이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하는 걸 보며 여러 가지를 느꼈었다. 본인이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그 슬픔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 같다. 주변에서 위로를 건넨다지만, 감독님 말씀처럼 상투적인 위로가 될 수도 있고 무슨 말을 해도 잘 들릴 것 같지 않다.

극 중 ‘기현’이 고등학생이라는 현실적인 캐릭터이지만, 어린 나이에 독립하여 혼자 살고 동급생의 죽음에 연관된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그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상상력이 많이 필요했을 것 같다.
그간 맡았던 역할 대부분이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내가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것도 아니고 주변 가까이에서 죽음을 경험해본 적도 없다. 감독님이 ‘기현’의 전사와 관련해서 여러 차례 말씀해 주셨다. 그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많이 도움 됐었다.

‘기현’의 전사란 ‘엄마는 어릴 때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따로 일하러 가서 그나마 돈은 꼬박꼬박 부쳐줬었는데, 재혼하면서부터는 이제 혼자 알아서 살라’고 했다는 ‘기현’의 대사를 의미하는 건가.
맞다. 그리고 감독님이 그의 감정을 이해해 보라고 하시며, 어느 날 친구들과 가게를 털다가 걸렸는데 다 같이 잡히고 이후 다른 아이들은 부모가 와서 데려가지만, ‘기현’만 혼자 남게 된다 등등.... 그런 것들을 상상해 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그 상황에서 ‘기현’이 어떤 심정일지 생각나는 바를 감독님께 들려달라고 하셨었다.

상상한 결과는?
사실 나 혼자 상상하는 건 힘들었다.(웃음) 시나리오에 상황이 주어져 있고, 캐릭터가 어떤 식으로 행동한다고 쓰여 있으니까 시나리오를 여러 번 보고 그 상황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게 여러 번 본 후 연기했지만, 내가 제대로 했는지 의심이 많이 들었고 아쉬움도 컸었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어린 ‘장승구’(최무성)을 비롯해서 그간 최무성 배우와 작품 인연이 깊었다.
드라마 <무정도시>(2013), 영화 <순수의 시대>(2015) 때 뵀었다. 함께했던 기억은 나지만, 사실 자세한 기억은 별로 없다.(웃음)

극 초중반, 아들이 살려준 아이를 챙겨주려는 아버지 ‘성철’(최무성)에게 ‘기현’(성유빈)이 점차 마음을 연다. 이때, 너무 친밀해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서먹서먹해도 안 되는 미묘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필요한데, 두 사람의 호흡이 아주 자연스럽더라.
선배님의 툭툭 던지는 연기가 나에게 잘 맞았던 것 같다. 워낙 편하게 대해주시기도 했다.

아들을 잃은 엄마 ‘미숙’(김여진)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선배 배우가 아니라 진짜 가까운 분같이 느껴졌었다. 항상 곁에 붙어 있던 것 같다. 얘기도 아주 편하게 해주셨었다.

극 중 ‘기현’이 도배기능사 시험에 합격하는데 실제로 많이 연습했겠더라.
하는 법을 배우고 두 세 번 연습하고 촬영했었다. 일단 벽과 천장까지 다 도배할 수 있다. 천장은 처음엔 좀 어려웠는데 해보니 되더라. 벽지 종류에 따라서 다른데, 예를 들면 실크 벽지가 더 무거워서 잘 떨어진다, 풀만 잘 먹이면 웬만큼 다 붙일 수 있다.

그렇게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을 배우니 느낌이 어떻든가. 가령 숨은 재능을 발견했다든지 혹은 손재주가 정말 없음을 느꼈다든지.(웃음)
못하는 것 같지는 않다. 평소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엔 레고였고 지금은 프라모델을 즐겨 조립한다.

가해자이지만, 여린 속살을 드러내는 ‘기현’의 애처로운 모습이 <살아남은 아이>에 깊이를 더했다고 본다. 하지만, 후반부 ‘기현’이 고백한 후 ‘미숙’과 ‘성철’ 부부를 해맑은 얼굴로 만나는데.... 설득력이 떨어지는 한편 아직 아이는 아이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기현’이 고백을 하고 석 달 정도 지난 시점이다. 아마도 ‘기현’은 석 달 정도면 마음의 상처는 남았겠지만, 힘든 게 조금은 가셨을 거로 생각했을 거다. 어렵게 자신의 잘못을 고백했고 차마 먼저 연락을 취하지는 못하지만, 연락해주길 기다리고 있었겠지. 그러던 차에 연락이 왔으니 ‘기현’ 입장에서는 용서해줄지도 모른다고 희망을 품었을 거다. 그래서 그런 해맑은? 표정을 지었을 수도.

얘기했듯이 <살아남은 아이>는 여운이 짙은 작품이다. 후사에 대해 생각해 봤는지?
‘기현’은 도배일을 하면서 ‘성철’(최무성)을 따라가려고 노력했을 것 같다. 따라간다는 게 함께 다닌다는 게 아니라 그의 가르침대로 일을 열심히 하려 한다는 거다. ‘성철’은 기현을 완전히 용서하지 못할 것이고, 그나마 ‘미숙’은 용서는 못해도 이해는 했을지도 모른다. 아들을 그렇게 만들긴 했지만, 아직 아이라고 생각해서 ‘미숙’은 ‘기현’을 감싸 안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기현’에게 유일하게 남는 사람, 즉 ‘기현’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미숙’일 것 같다. 그리고 ‘기현’과 그 부부는 아마도 다시 가까워지지 못하고 각자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극 중 ‘기현’의 대사가 별로 없음에도 그의 심리가 잘 전달된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말했다시피 대사가 별로 없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미숙’(김여진)에게 고백하는 장면이다. 대사 하나하나 뱉기 힘든 말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께서도 영화를 봤을 텐데 뭐라고 하셨는지. 개인적으로 극 중 ‘기현’이 홀로 경찰서에 앉아 있는 장면과 그 후 밤거리를 혼자 걸어가는 장면이 참....’저 아이 어쩔까’ 싶었다.
그렇잖아도 엄마가 그 장면 이야길 하셨었다. 혼자 걸어가는 장면에서 마음 아팠다고 하시더라.

현재 고3이면 대입 준비 중이겠다. 전공은 역시 연기 쪽인 건가.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려 하고 수시 접수를 한 상태다.

성인 배우의 문턱에 섰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아역 배우들이 성인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곤 한다.
그런 이야길 많이들 하신다. 그런데 누구의 아역이라거나 혹은 배우 앞에 ‘아역’이라는 수식어가 꼭 필요할까. 왜냐하면 연세 드신 배우를 지칭해서 굳이 ‘할아버지’ 배우라고 부르지 않는데 말이다. 지금까지 나이 먹으며 자연스럽게 역할에 변화가 왔듯 앞으로도 그렇게 흘러갈 거 같다. 당장 내가 엄청나게 성숙한 연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나이에 맞는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하려 한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역에서 출발하여 지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이 내 눈엔 그냥 성인 배우로 보이지 누구의 아역이라고 생각되지 않거든.

그간 학업과 연기를 병행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겠다.
한참 촬영하다 학교에 가면 그동안 해야 할 일들이 밀려 있으니 처음엔 스트레스 받았었다. 특히 시험을 앞두고 촬영이 잡히면 조급해지곤 했었는데 마음 편하게 가지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점차 여유가 생겼다. 조급하게 생각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학생으로서 할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거니 말이다.

시험이라... 학업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 갑자기 궁급해진다. (웃음)
아주 못하지도 그렇다고 특출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연극영화과를 지원하는 학생들의 평균 정도다.

학업과 연기를 병행하는 게 힘들겠지만, 좋은 점도 있지 않을까.
음,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게 장점이다. 피곤하고 지치기도 하지만, 일단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지금까지 많은 캐릭터의 아역 혹은 그들의 자녀로 분해 여러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기억에 남는 배우가 있다면.
극 중 아버지 혹은 어머니로 나왔던 선배님들이 아무래도 더 신경을 써주셨던 것 같다. 최민식 선배님, 전도연 선배님 등이 그렇다. 언제든 연락하라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내가 함께했던 선배님들은 사실 다 멋있으시다. 촬영장에 먼저 나와서 불만 불평 없이 현장을 활기차게 이끌어 나가시는데 그런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혹시 닮고 싶은 배우가 있을까. (웃음)
<신과함께- 죄와 벌> 촬영 때 잠깐 뵙는데, 주지훈 선배를 보며 저렇게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과함께>, <아수라>(2016) 등에서 보면 캐릭터가 다양하고 다 개성이 강한데, 그걸 본인만의 것으로 소화해 내신다.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

극 중 ‘기현’은 ‘성철’(최무성), ‘미숙’(김여진) 부부와 잠시나마 한 가족 같은 시간을 보이는데, 평소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가.
부모님과 싸울? 경우도 있지만, 기본 예의는 지키는 편이다. 아버지보다 어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아무래도 더 부딪치는 편이다.

어머니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뭘까. (웃음)
음... 아마도 일찍 자라는 거?

그렇군! 밤에 안자고 뭘 하는지?
뭐, 낮에 못 했던 여가 생활이라고 할까. 게임, 영화 보기 등등 할 게 많다! 어머니가 건강 해친다고 빨리 자라고 재촉하신다.

영화를 많이 보는 것 같다. 평소 즐겨보는 장르는.
영화의 경우 간혹 정말 아니다 싶은 것도 있지만 웬만하면 재미있다. 음악이나 영화나 특별히 장르를 가리지 않지만, 감성적이고 여운이 남는 잔잔한 작품이나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다.

만약, 연기하지 않았다면 어떤 공부를 하고 싶었을까.
아마도 국문과나 음악 관련 공부를 했을 것 같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고 미디 작곡에 관심 있어서 혼자 공부 중이다.

다음엔 어떤 작품으로 만날 수 있을까.
원신연 감독님의 <전투>를 촬영 중이다. 봉오동 전투 이야기로 유해진, 류준열 선배님과 함께한다.

<살아남은 아이>를 볼 예비 관객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살아남은 아이>는 다양한 관점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른, 연령에 상관없이 여러 관객층이 볼 수 있는 영화다. 한마디로 다양한 평과 감상을 들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한다. 또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로 한번 보면 다시 보고 싶어질 거로 생각한다.

마지막 질문! 최근 행복했던 순간이나 인상적인 일이 있다면.
음, 특별히 행복한 순간보다 요즘 대체로 행복한 것 같다. 인상적인 일이라면.... 최근에 한예종 실기 시험을 보러 갔었다. 나름 준비해서 갔는데, 긴장 안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험 보려니 그렇게 떨릴 수가 없었다.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2018년 8월 29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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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주)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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