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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이토록 뜨거운 관심, 좋으면서 어색하다 <군함도> 소지섭
2017년 7월 28일 금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소지섭, 영화보다는 드라마로 더 익숙한 배우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밥 먹을래, 나랑 살래!”를 소리치던 터프한 상남자(<미안하다 사랑한다>, 2004), 따뜻한 휴머니즘 장착하고 끝까지 악에 맞서는 의사(<카인과 아벨>, 2009), 무심한 듯 코믹한 로맨티시스트의 매력을 신나게 뽐낸 (<주군의 태양>, 2013)까지… 인기드라마의 다양한 얼굴로 자기 경력을 장식한 그에게 <군함도>가 선사한 경험은 아주 낯선 것이다. 영화로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일, 좋으면서도 어색하다는 소지섭을 만났다.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는 영화에 출연한 건 오랜만인 것 같다.
아니, ‘처음’이다.(웃음)

워낙 인기 많은 당신이지만 영화보다는 드라마로 주목받은 경험이 더욱 많을 것이다. 기분이 궁금하다.
좋은데 어색하다. 그동안 찍은 영화는 대개 규모가 작고 관객 수도 높지 않아서 다들 망했다고 생각한다.(웃음) 실은 그렇진 않다. 전부 기본은 했다. 다만 그런 필모그래피가 쌓이다 보니 관객에게 ‘영화배우’라는 신뢰는 충분히 주지 못했던 것 같다.

<군함도>가 영화배우로서 신뢰를 주는 작품이 되어주길 바라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또 할 테니까.(웃음)

출연을 결정한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류승완 감독의 영향도 컸으리라고 본다.
그동안 류승완 감독과 서너 번 정도 함께 작업할 기회가 있었는데 전부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에도 참여하지 않으면 다시는 나에게 시나리오를 안 줄 것 같아서 출연했다.(웃음) 시나리오를 보기도 전에 출연을 결정한 건 신인 시절 이후로 처음이다.
류승완이 나에게 던지는 마지막 기회!(웃음)
류승완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궁금했다. 여러 번 쓴 표현이지만 ‘영화에 미친 사람’이다. 과연 내가 배우로서 그만큼 미친 듯이 연기하고 있는지 고민을 던져줬다. 류승완 감독 덕분에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

그가 조선 제일의 주먹 ‘최칠성’을 어떻게 연기하라고 주문하던가.
군함도 내부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침없이 앞만 보고 가는, 동물로 비유하면 호랑이 같은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대사도 빠르고 힘있게 내뱉기를 원했다. 쪽팔리는 게 싫고, 지는 게 싫은 단순한 인물로 이해했다. ‘최칠성’은 생각이 많은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의외로, 정의로운 캐릭터도 아니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과연 ‘최칠성’이 나쁜 놈인가? 착한 놈인가? 아마 류승완 감독은 (그런 구분을 떠나) ‘군함도’라는 상황에 처한 모든 사람들이 살기 위한 발악을 하길 바란 것 같다.

그토록 발악하는 ‘최칠성’과 정면으로 맞붙는 인물은 조선인 관리자 ‘송종구’ 역할의 김민재다. 두 배우가 소화한 목욕탕 액션 시퀀스는 <군함도>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다.
영화에 나오는 액션 장면을 연습하는 데 한 달 반이 걸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공을 들인 게 목욕탕 액션 시퀀스다. <군함도>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액션신이라서 감독도, 나와 김민재도 신경을 많이 썼다. 김민재는 액션을 거의 찍어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 많았다.(웃음) 그 친구 영화 속 캐릭터와는 정반대다. 엄청 순하고 착하다.

액션 시퀀스를 잘 짜기로 유명한 류승완 감독의 색깔이 드러난 대목이다.
감독님은 정말 액션을 많이 찍어본 티가 나더라. 목욕탕 바닥의 타일까지도 충격을 흡수하는 소재로 다시 깔아 배우가 다치는 상황이 없도록 했다.
안전 문제만큼은 철저해야 한다. 다른 배우들 말로는 당신이 특히 촬영장 안전을 많이 챙겼다고 하더라.
촬영장에서 안전 불안요소가 있으면 연기에 집중이 안 된다. 남보다 그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군함도>는 좁고 한정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서 촬영하다 보니 평소보다 위험 요소가 더 많았다. 상대 배우의 동선 중에 그런 부분이 있으면 말해주고, 다른 사람은 모르고 있지만 내 눈에 보이는 불안한 물건들을 먼저 나서서 정리했더니 그렇게 말해준 것 같다.

이정현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두 배우가 한 컷에 담기니 체격 차이가 확연하더라.
체구는 작지만 연기할 때는 이렇~게 크게 보인다. 워낙 깡다구가 있어서 기세에서는 절대 밀리지 않는다.

‘최칠성’의 민감한 부분을 쥐어 잡는 장면에서 그 ‘깡다구’가 폭발했다고 본다.(웃음)
비록 내가 당하는 입장이었지만 ‘말년’의 캐릭터가 한 번에 드러나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좋았다. 이정현은 촬영하기 전에는 (걱정되는 말투로) ‘어떡해요~’ 하더니 슛 들어가자마자 한 방에 해결하더라. 아주 거침없이…(웃음)

당하는 입장에서는 한 번에 끝내주는 게 훨씬 편하지 않나.(웃음)
그렇긴 하다. 아무튼 첫 만남과 첫 ‘당함’ 이후로 ‘최칠성’은 끝까지 ‘말년’에게 꼼짝 못 한다.(웃음)

아쉽게도 그 외 배우들과는 합을 맞출 기회는 거의 없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각자의 공간에서 제 역할을 맡고 있느라 주인공 네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면이 거의 없다. 다 같이 촬영한 스틸컷도 나중에야 찍은 거다. 워낙 연기 선수들이니까 서로 치열하게 치고받는 연기를 했으면 재미있었을 것 같다.
주조연배우만큼 단역, 엑스트라의 고생도 상당했을 것 같더라. 특히 ‘깡마른 몸’으로 가득 찬 탄광신 을 보면...
그 친구들이 없었으면 영화가 완성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고정 배우 80명, 여러 장면을 왔다 갔다 하면서 연기한 배우는 8,000명 정도 된다. 유심히 살펴보면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화면을 꽉 채우며 연기를 하고 있다. 촬영을 위해 20kg 넘게 감량한 친구도 있다. 초반 얼굴과 후반 얼굴이 다를 정도다. 주인공은 그저 그들보다 조금 앞에 서 있는 사람일 뿐이다.

당신도 그 8,000명 중 한 명이었던 적이 있었나.
운이 좋게도 그런 경험은 없었던 것 같다. 드라마 <모델>(1997)에서 김남주 동생으로 데뷔했고 인기는 많지 않았지만 고만고만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름을 알린 건 그 후로 7~8년쯤 지나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 이하 ‘미사’)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미사’ 때 참 멋있었다.(웃음)
‘미사’를 아는 사람은 나이가 좀 있는 거다.(웃음) 영화 촬영을 하면서 젊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됐는데 그들은 ‘미사’는 모르고 <주군의 태양>(2013)을 알더라. 소지섭을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 밝고 유쾌한 사람으로 인식한다. 새로운 세대가 ‘미사’ 이후의 새로운 작품으로 기억해주니 마음의 짐이 벗어지는 것 같아 기분 좋았다.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를 포함해 평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당시 나의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봤을 때 재미있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되도록 보는 사람이 즐겁고 행복한 느낌이 드는 드라마를 하고 싶다.

다소 설정이 과장되더라도?
그렇다. 우울한 건 당분간 안 하고 싶다. 하지만 영화 선택은 좀 열려있다. 주인공이 아닌 작은 역할까지 다양하게 맡아보고 싶다.
영화의 경우 출연뿐 아니라 투자와 배급도 한다. 영화 수입사와 함께 장이머우의 <5일의 마중>, 우디 엘런의 <카페 소사이어티>를 들여오기도 했다.
좋아서 하는 일이다. 사실 숟가락만 얹은 거지만.(웃음)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영화를 골라오면 그중에서 내가 참여하고 싶은 작품을 고른다. 기회가 되면 해외영화제 마켓에서 직접 영화를 수입하고 싶다. 유일하게 돈을 벌어보고 싶은 분야다.

국내 영화 투자 의향도 있는지.
투자뿐만 아니라 출연할 생각도 있다.(웃음)

대부분의 수익활동이 영화와 관련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는 않다. 출판업도 하고 있다. 우리 대표가 여러모로 일을 정말 잘한다.

본인은 주로 어떤 일을 하는가.
나는, 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웃음) 중요한 결정은 함께 고민한다.

최근 본 영화를 물으려고 했는데, 최근 본 책을 물어야 할 것 같다.(웃음)
(옆 소파 위에 놓인 한 권의 책을 바라보며) 지금은 저거다. 최근 본 영화는 오래전 작품 <첫키스만 50번째>(2004)다. <군함도> 촬영으로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기분전환 겸 다시 봤다. 몇 번씩 다시 보게 만드는 영화는 유쾌하면서도 그 안에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는 작품인 것 같다. 볼 때마다 새로운 점들이 보인다.
류승완 감독 작품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은.
<부당거래>가 유독 재미있었던 것 같다.

명대사 ‘호의가 반복되면 권리인 줄 안다’가 등장한, 강렬한 작품이다.(웃음) 취향에 맞은 모양이다.
음. 그냥 좋았다. 보통은 이야기 흐름이나 내용을 기억하기보다는 ‘좋았다’, ‘괜찮았다’ 같은 느낌으로 작품을 인식한다. 그렇게 기억되면 책이든 영화든 끝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웃음)

당신에게는 처음부터 마음에 들어야 되겠군.(웃음)
음 그게 중요하긴 하지.(웃음) 그런데 사람은 그렇지 않다.

그런가.
예전에는 한 번 믿기 시작한 사람은 쭉 믿었다. 수영선수로 11년을 살았기 때문에 한 번 형이면 형, 동생이면 동생이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니 그게 참 위험한 거더라. 앞 통수, 뒤통수, 옆 통수를 다 맞아봐서 지금은 사람에게 신뢰를 쌓는 기간을 꼭 둔다. 간혹, 사람들이 편한 것과 쉬운 걸 착각한다.

의미심장한 말이다.(웃음) 배우로서의 삶도 변화한 지점이 있는지.
과거에는 연기만 잘하면 됐는데 요즘은 배우가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조심할 것도, 신경 쓸 것도 많고 또 배우에게 바라는 것도 많다.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사회적 분위기가) 너무 입지를 좁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걸 못하는 정도는 아니지만(웃음) 과거에 비하면 어떤 행동을 할 때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다.
막바지 질문이다. 관객이 <군함도>를 어떻게 평가했으면 좋겠나.
일단 재미있게 봤으면 좋겠다. 상업영화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영화가 군함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관객이 어떻게 평가할지 상당히 궁금하고 또 긴장된다.

후자의 경우 이미 성공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는 없다.(웃음) 다른 영화보다 제작비가 많이 들었기 때문에 본전은 해야 한다. 천만 관객으로 마무리가 아니라, 천만 관객부터 시작이다.(웃음) 이렇게 규모 있는 영화가 잘못되면 영화업계 전반에 상처가 크다. 계속해서 좋은 영화를 만들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잘 돼야한다.

다음 작품 계획이 있다면.
기분이 좋아지는 힐링 되는 작품!(웃음) 내년에는 아마 드라마를 하게 될 것 같다.

꾸준히 드라마에 출연한다.
후배들을 위해 좋은 드라마를 많이 만들어 수출해줘야 한다. 그나마 능력이 조금 있을 때 열심히 찍으려고 한다. 앞에서 선배들이 우리를 끌어줬으니 이제 우리가 다시 후배를 끌어줄 차례다. 더 이상의 인기를 바라기보다는, 누구를 생각하며 어떻게 (정점에서) 내려오는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요즘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단순한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애쓴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군함도> 생각을 비우기 위해서 힘쓰는 운동을 한다. 이제는 보여주기위한 예쁜 몸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 더 이상 보여줄 것도 없고 보여줘도 새롭지도 않을 테고.(웃음) 요즘에는 골프에 빠져있다. 좋은 에너지를 쓰고 받는 건, 몸을 활용하는 운동밖에 없는 것 같다.

아니다! 훈도시(일본 전통 남성 속옷)만 입고 나오는 모습은 상당히 새로웠다.
그럼 뭐, 다음 번에 더 새로우려면 아무것도 안 입은 것밖엔 없겠는데!(웃음)


2017년 7월 28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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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피프티원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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