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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이 큰 것을 압도한다 <굿바이 싱글> 김혜수
2016년 6월 22일 수요일 | 이지혜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지혜 기자]
“사소한 것이 큰 것을 압도한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비결을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1985년, 15살의 나이로 데뷔해 2016년 지금, 배우 경력 31년 차를 맞이한 김혜수. 어느덧 당당함과 솔직함의 아이콘이 된 그녀에게, 어떤 사소함이 오늘의 당신을 이끌고 있는지 물었다.

마지막 인터뷰다. 피곤하겠다.
오히려 좋은데(웃음). 영화를 집중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 이런 기회가 많지 않다.

어떤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나?
글쎄, 잘 기억나지 않네. 그때그때 집중 하다 보니(웃음).

<굿바이 싱글>에서 톱스타 ‘고주연’을 맡았다. 톱스타라는 설정이 실제 본인과 가깝지 않나.
그러고 보니 이 질문을 많이 받았다. 영화에서 여배우라는 직업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이미 많은 영화가 여배우를 다뤘으니까. 그래서 <굿바이 싱글>의 톱스타 고주연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게 뭔지를 많이 고민했다. 특히 고주연과 김혜수가 유사한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시킬지, 완전히 다른 인물로 접근할지가 관건이었다. 나도, 고주연도 배우 생활을 오래 했을 뿐더러 관객 입장에서는 고주연과 김혜수를 유사한 인물로 연상하는 게 자연스러우니까.

어떻게 결론 지었나?
후자를 택했다. 물론 김혜수가 김혜수를 연기하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고주연은 김혜수의 한 부분일지도 모른다’는 재미를 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고주연과 나를 완전히 분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어떤 부분을 강화하고 보완할지 수위 조절하는 데에 감독과 오랜 시간을 들였지.

고주연을 형상화하는 데 감독에게 특별히 요구한 부분은?
특별히 요구했다기 보다 배우라는 직업군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한 편이다. 이를테면, 실제로 스캔들이 터졌을 때 우리 업계에서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려줬다. 내부 갈등이 빚어졌을 때 어떤 말이 오가는지, 기자회견장에서 어떤 상황이 빚어지는지 등등. 이런 부분은 촬영 전에 감독과 상의하며 다듬었다.

실제로 배우 업계에서는 스캔들에 어떻게 반응하나?
배우와 매니지먼트의 진실된 반응과 대외적인 반응이 있지. 대표적인 장면이 영화에 등장하는 기자회견에서 평구의 반응이다. 지훈이가 “임신 스캔들이 사실이라면 제가 옆에 있을 수 없겠죠, 선배님?”하는 장면에서 평구가 “얘기하지 마, 얘기하지 마!” 하잖나. 이처럼 미성숙한 배우를 돌봐야 한다면 매니지먼트는 얼마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겠나. 고주연이 “내가 번 돈으로 다 막았어!”하는 장면에서 대표가 “너 혼자 번 돈 아니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그렇고. 매니저가 마음의 소리로 합창하고 싶은 멘트가 아닐까(웃음). 재밌고 유쾌한 상황이지만 과장되진 않았다.
<굿바이 싱글>이 코미디 장르잖나. 심적 부담감이 심했다고 들었다.
내가 코미디 장르를 잘 못하거든. 사실 코미디는 좀 두렵다. 한때 로맨틱코미디가 유행했잖나. 당시에 내 유머센스가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부족한 걸 어떻게든 메우려다 보니 장르에 매몰된 채 연기했다. 부담감도 심했고. 캐릭터로 숙성되는 게 아니라, 더 재밌게 해야 된다는 강박 때문에 과잉되게 연기 톤을 띄웠던 거지.

그럼에도 <굿바이 싱글>을 택한 이유는?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정말 좋더라. 캐릭터가 살아있었다. 영화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어필하기 보다는 부드럽고 유쾌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미혼모 자선 사진전인 ‘천사들의 편지’는 물론 입양 행사에도 여러 번 참여한 이력이 있다. 이런 이력이 영화 선택에 영향을 줬나?
나는 아이들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영화의 메시지에 마음이 끌렸을 수도 있지. 시나리오에, 밝고 유쾌한 가운데 한 순간 반짝이는 진심 같은 게 있더라. 그런 진심이 마음에 와 박혔다. 익숙한 공식을 따르면서도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달하는 느낌이었다. 캐릭터도 장르적인 동시에 인간적으로 보였고.

같은 톱스타로서 고주연에 공감된 부분은?
많지는 않았다. 다만 직업적으로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좋더라(웃음). 이전에는 전문가의 자문을 구했는데 이번에는 연출팀에서 내 자문을 받았지.

고주연을 어떤 인물로 느꼈나?
고주연은 많은 걸 갖춘 듯 하나 미성숙한 여자다. 그동안 본인의 명성이 유지된 게, 본인의 실력 덕분이 아니란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큰 사람이다. 결핍 덩어리인 거지. <굿바이 싱글>은 그 나이에도 아무런 보호도, 보호막도 없는 고주연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자기 편을 찾는 이야기다.

고주연처럼 운만으로 톱스타의 자리를 지키는 게 가능할까?
물론 세상에 운은 존재한다. 그 운이 한 번, 혹은 여러 번 지속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운만으로는 오랜 기간 명성을 유지할 수 없다. 비단 연기뿐만 아니다. 모든 분야가 그렇다.

오래 가는 배우는 확실히 이유가 있는 거네(웃음).
그렇지. 그렇지만 오래 가는 이유가 정말 대단한 것일 수도 있고, 의외로 특별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어찌됐든 항상 명심해야 할 건, 한 명의 배우가 있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조력과 기다림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본인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글쎄, 뭘까(웃음). 위대하고 대단해 보이는 이유가 눈에 띄긴 한다. 그렇지만 난 사소한 것이 큰 것을 압도한다고 믿는다. 내가 긴 시간 동안 배우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도 그런 게 아닐까.
일반인 김혜수보다 배우 김혜수로 산 기간이 더 많다. 배우가 본인의 길이란 걸 언제 깨달았나?
사실 나는 아직도 배우가 내 길인지 모르겠다. 이 길을 가겠다고 마음먹고 배우를 시작한 것도 아니고. 어릴 때 신기해하는 마음으로 배우로서 첫 발을 뗐다. 꽤 오랜 시간 배우로 살았지만 내가 배우의 자질이 없다고 생각할 때가 더 많다. 배우는 내 성격에 너무 벅차다. 난 배우의 자질이 없는 사람인데, 나 혼자만 그 사실을 모르고 사는 느낌이다. 그래서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고 다른 꿈을 꾸기도 했다. 언젠가는 타인이 나를 규정짓는 시선이 아닌, 내가 나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싶다. 이건 타인이 날 평가하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거다.

배우라는 직업이 성격에 벅차다는 게 무슨 뜻인가?
배우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대중에게 보이는 것의 이면을 어떻게 잘 유지하며 확장하느냐가 액면가의 질을 좌우한다. 그런데 나는 액면가가 전부거든. 이면에 뭔가가 많아야 하는데 난 모든 게 다 드러나는 사람이다. 특별히 감추지도 못하고. 더군다나 유연하지도 못해서 적응도 잘 못한다.

의외인데.
배우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아무도 나를 봐 주지 않고, 이제 그만하라고 한다면 배우 생활을 접어야 한다. 열심히 연기한다고 사랑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사 내 스스로 ‘배우야 말로 내 길이자 내 인생이다’라고 느낀다 한들 소용없다. 내게는 결정권이 없으니까. 대개 배우의 길에 머무르고 싶은데 떠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거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 아닐까. 지금 명예퇴직한 분들도 청춘을 다 바쳐 열심히 일한 분들이다. 최선을 다해 인생의 귀한 시간을 내바쳤는데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접히는 거다.

박수 칠 때 떠나라고 하잖나.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답다고도 하고. 배우의 입장에서는 떠나야 할 때가 언제라고 보나?
우선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내 스스로가 자기 복제될 수 없다면 자격 상실이다. 또한 내 능력과 상관없이 대외적인 결과가 좋다 하더라도, 이 결과를 수용할 능력이 없다면 그것도 안 되는 거고.
배우 김혜수로 산 기간이 더 많은 당신이 배우를 놓아야 할 순간이 닥친다면 참 많이 아프겠다. 특히 배우는 일과 실제 자아의 분리가 모호한 직업 아닌가.
그렇지. 난 배우로 살면서 몸도, 마음도 성숙해졌다. 살면서 만난 사람들도 대부분 배우 활동을 하다 만난 사람들이고. 그러다 보니 내 가치관, 내 삶의 의미 등 모든 게 배우라는 직업의 영향을 받았다. 어느 순간이 되니 ‘일은 일, 나는 나’라고 분리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더라. 다른 사람들은 학창시절의 일상을 보냈을 시기에 난 내 청춘과 내 시간을 연기에 할애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연기가 내 일이지만 나만의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시점에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 몰랐다(웃음).

백상예술대상에서 최우수연기상을 타면서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표현을 썼다. 의미 있는 작품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가리키나?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건 사람마다 굉장히 다를 거다. 의미의 기준은 시기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른 거니까. 드라마 ‘시그널’처럼 시청자든 관계자든 누구나 공감하는 작품도 사람마다 느끼는 의미가 다를 거고. 내게 있어서 의미 있는 작품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동의하거나 호감을 느끼는 작품이다.

<굿바이 싱글>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나?
3년 전에 <굿바이 싱글>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실제 내가 영화 속 감정을 경험하고 있을 때였다. 물론 혈연을 절대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내가 누군가의, 누군가가 진짜 내 편이란 걸 경험할 때가 있지 않나. 내 주위 사람들이 실제 내 편이고 가족이란 걸 느낄 때 시나리오를 받았다. 그래서 많이 공감했다.

어떤 경험이었나?
그건 사적인 거라 말하기가 어려운데(웃음). 그런 소중함은 어려울 때 느끼는 법이니까, 내가 경험한 것도 좋은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겠지(웃음)? 그때 내 친구들이 정말 내 편, 내 사람, 나를 지켜주고 살려주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너무나 소중한 경험을 하던 차에 <굿바이 싱글>의 시나리오를 봤다.
많은 사람들이 스크린에서 김혜수의 본격적인 활약은 <타짜>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타짜> 이후 <도둑들>에서 최동훈 감독을 한 번 더 만났잖나. <도둑들>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최동훈 감독의 장점은 명확하다. 영화적인 쾌감을 준다. 또한 캐릭터를 굉장히 입체적으로 살릴 줄 아는 연출자다. 배우라면 누구나 함께하고 싶은 연출자일걸. 그를 거부할 이유를 찾기란 쉽지 않지(웃음).

감독이 새로운 면을 찾아주길 바라는 것도 배우다. 김지운 감독은 <쓰리>에서 당신의 우울함을 발견했고 <굿바이 싱글>의 김태곤 감독은 당신의 코믹함을 끄집어냈다. 새로운 모습을 찾아주는 감독을 만나는 건 어떤 의미일까?
자기가 자기를 제일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아니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주관적인 시선과 객관적인 시선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이걸 알고 내 새로운 모습을 자극하며 이끌어주는 파트너를 만다는 건 정말 복이다. 혼자서 연기를 잘 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감독의 몫도 절대적으로 크다.

작품을 빠르게 선택하는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제작기간이 몰렸다. <굿바이 싱글>을 선택한 게 3년 전이니까 <차이나타운>을 촬영하기도 전에 선택한 셈이다. 그런데 <차이나타운>이 먼저 제작되고 ‘시그널’을 하면서 <굿바이 싱글>, 그리고 <소중한 여인>을 잇달아 찍게 되더라. 의도한 건 아니다. 너무 타이트해서 거의 불가능한 일정이었으니까. 작년 여름에 <굿바이 싱글>을 촬영하고 나서 딱 3일 쉬고 <소중한 여인> 촬영에 들어갔고, 틈틈이 ‘시그널’을 촬영했다. 원래 ‘시그널’은 촬영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그널’ 제작진이 날 배려해줬다. 잘 끝나서 다행이다. 아파서도 안 되는 일정이었으니까.

극중에서 단지를 맡은 김현수를 극찬했다. 김현수가 당신 데뷔 때 나이라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는데.
배우는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직업이다. 따라서 개인의 인생사가 대중과 함께하는 시간일 수밖에 없다. 오픈된 시간인 거다. 따라서 연기는 인생에 큰 파장을 몰고 온다. 그것이 좋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쁜 것일 수도 있고. 운명적으로, 오직 스스로 감수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가 있다.
무전기로 과거의 자신에게 말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건네고 싶나?
“그래도 너니까 이만큼 할 수 있는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난 내 스스로에게 후한 편이 아니거든. 부족해서 못하고, 몰라서 못했던 것들이 있다. 그런데 그게,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거였다. 그것밖에 안 될 때도 있었고, 그 이상이 될 때도 있었지만. 어쩌면 이 말은 연기를 못해서 헤매고 욕을 먹던 시절에 내가 가장 간절히 듣고 싶었던 말일 거다. 비단 나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 말을 해 주고 싶다. 그래도 너니까 이만큼 해내는 거야. 난 못해, 너니까 가능한 거야.

과거에 ‘김혜수 플러스 유’라는 쇼프로도 맡았더라. 동료 배우들과의 토크쇼였다. 배우가 배우를 만나는 거라 느낌이 남 달랐을 것 같다.
토크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갔다. 그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된다기에 정말로 잘 듣기만 했지(웃음). 얘기를 들을 때 리액션을 많이 해야 하는데, 난 입을 헤- 벌리고 집중해서 듣기만 했다. 덕분에 방송가에는 난리가 났지(웃음). 그렇지만 난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사실 동료 배우와 만날 일이 많지 않거든. 다들 눈앞에 닥친 일을 해결하기 바빠서 영화를 집중적으로 얘기할 수도, 만나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다. 그런데 토크쇼에서는 그 사람에게 여러 가지를 물으면서, 삶에서 뭐가 제일 중요한지를 이야기할 수 있잖나. 매주 한 번씩 진지한 얘기를 경청하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게 정말 어마어마하게 소중하더라. 상대방의 얘기를 들으며 나 자신도 많이 돌아봤다.

당신은 삶에서 뭐가 제일 중요한가?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

사람을 참 소중히 여기는 것 같다.
난 사람이 정말 좋다. 진심으로 얘기하는 것도 너무 좋고.
다른 사람을 만날 때 선입견을 배제하려고 노력한다더라. 그런데 정작 대중은 선입견을 갖고 배우를 바라본다. 대중이 당신에게 어떤 선입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당당하다는 거? 솔직하다는 거? 난 물으면 묻는 대로 솔직하게 말한다. 사실 매사에 자신감에 가득 차서 당당하지도 않다. 항상 위축돼 있는 것만도 아니고. 날 바라보는 시선이 다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런 면들이 날 구성하고 있는 요소니까 두드러져서 보이는 거겠지. 본의 아니게 미디어에 의해 더 부풀려진 것도 있겠고. 그런 성격이 부각돼서, 대중이 나를 솔직하고 당당한 이미지로 느끼든 아니든 다 받아들이려고 한다. 타인의 느낌을 통제할 수는 없는 거니까.

현대 한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솔직하고 당당하기란 힘드니까 당신의 이미지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가(웃음). 난 거침이 있는 사람이다. 다만 솔직할 뿐이지. 솔직하지 않아야 될 이유도 없고. 말하기 싫은 건 그저 대답을 안 한다. 누군가 나를 규정하는 시선에 대해 그게 아니라고 기를 쓰며 반박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누구든 나를 완벽하게 규정할 수는 없는 거니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나?

좋은 쪽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웃음). 배우 생활 30년 차다. 유명한 만큼 스스로를 억누르는 부분도 많았을 텐데 고주연처럼 일탈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나?
내 의지와 충돌하는 일을 해야 할 때. 누군가 정해놓은 것을 억지로 수행해야 할 때는 고주연처럼 행동하고 싶어지더라. 그게 자연스러운 것 아니겠나.

외로움을 느낄 때는?
사람은 IQ가 너무 높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감정이 복잡해지고, 그래서 외로운 거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그렇게 외로울 거다. 가끔은 외롭고 싶을 때도 있고. 남자친구가 없어서 외롭거나 혼자 있어서 외로운 건 그다지 큰 고독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카메라 앞에서 배우로 일을 하고 버텨낼 때 가장 외롭더라. 설사 준비가 잘 돼 있고 잠도 잘 자서 컨디션이 괜찮아도. 그런데 그렇게 외로울 때는 많은 일을 해내는 것 같다.

TV드라마와 영화 모두에서 성공했다.
최근에 그랬지(웃음). 드라마와 영화의 매체적 특성이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우린 연기하는 사람이니까 연기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는다.

드라마로 성공할 때와 영화로 성공할 때의 반응이 다르지 않나?
글쎄, 성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서 호응을 얻는 게 아닐까? 대중에게 호응을 얻는 게 뭐 하나 때문만은 아닐 거다. 성공하는 작품을 계속 선택할 줄만 안다면 아무 걱정 없겠지. 그런데 흥행 여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난 좋았지만 흥행하지 못할 수도 있고, 난 싫었지만 흥행할 수도 있는 거고.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각자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지금까지의 삶에서 김혜수에게 남은 건 뭘까?
내 사람이 남았다. 내 배우로서의 본질을 고스란히 받아주고 인정해주는 파트너를 만났다.

배우로서의 본질을 이해하는 파트너란?
내 시점에 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사람을 뜻한다. 천만 영화를 판단해주는 사람보다 배우의 본질을 이해해주는 파트너가 내게는 더 중요하다. 일을 하다 보니 배우의 본질보다 우선되는 게 참 많더라. 사업관계에 개입될 수도 있고. 그런 와중에 만난 사람이라서, 내겐 참 각별하다.

최근에 가장 즐거웠던 일은?
<차이나타운>에서는 부피감을 주기 위해 살을 찌웠지만 <굿바이 싱글>에서는 배우로 나오기에 체중을 감량했다. 그리고 바로 ‘시그널’을 촬영하다 보니 잠을 못자는 건 물론 먹을 시간도 없더라. 안 되는 일정을 억지로 되게끔 만든 거라 두 달 동안 내 분량만 다 촬영해야 했다. 그러고 나서 바로 <소중한 여인> 촬영에 들어갔고. 이게 다 끝나고 나서 영화 홍보 기간까지 2주 정도 시간이 생겼다. 일주일 정도 정말 원 없이 먹었다. 내가 대식가거든.

대식가라니? 얼마나 먹길래(웃음)?
아주 많이(웃음). 내가 운동을 안 해서 평소에는 지금보다 3kg 정도 더 쪄 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참 좋다. 그런데 습관이 무서워서, 새벽에 눈이 뜨이더라. 그래도 일어나지 않고 침대에서 뒹굴댔지(웃음).

2016년 6월 22일 수요일 | 글_이지혜 기자 (wisdom@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imovist.com)
사진_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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