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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현장의 즐거움을 재발견하다 <히말라야> 이석훈 감독
2015년 12월 17일 목요일 | 최정인 기자 이메일

작년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여름 대작들 사이에서 개봉했는데 올해는 <히말라야>가 겨울 대작들 속에서 경쟁한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도 좋은 시기에 개봉해서 다행히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에도 <히말라야>가 좋은 시기에 개봉하게 돼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 부담스럽기도 하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때와 똑같은 것 같다.

부담감이 연출에는 어떻게 영향을 미치나.
어떻게 보면 부담감이 좋은 에너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더 열심히 하게 되는 면이 있다. 봉준호 감독님도 인터뷰에서 불안감이 자신의 원동력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더라. 나도 그 기사를 읽으면서 굉장히 공감했다. 촬영장에 갈 때마다 불안하거나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 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뽑아내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하는 일이다. 결과는 그에 따라 자연히 따라오는 일이다. 물론 부담감 때문에 화가 나거나 짜증나는 경우도 있다. 모든 사람이 부담감을 느끼겠지만 주연배우와 감독의 부담감이 가장 클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배우들이 간혹 화를 내거나 짜증내는 걸 이해할 수 있다. 나도 간혹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짜증내고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그런 행동이 옳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웃음).

황정민과는 <댄싱퀸>에 이어 <히말라야>에서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그때와 비교해 달라진 면이 있나.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의사소통이 조금 더 편해진 부분은 있는 것 같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부담없이 편하게 일할 수 있다. 실례를 들면, <히말라야>를 촬영할 때 황정민 선배가 다른 스탭들보다 1주일 정도를 히말라야에 먼저 간다고 했다. 보통은 주연배우가 현장에 먼저 가겠다고 하면, 왜 먼저 가려고 하지? 이건 무슨 의미지? 이렇게 생각이 복잡해진다. 제작진 같은 경우는 자연스럽게 배우에게 좋은 호텔을 잡아줘야 하나? 식사로 뭘 줘야 하지? 등 다양한 고민을 하게 된다. 만일 황정민 선배를 잘 알지 못했다면 그런 식으로 고민이 많이 생겼을 테지만 나는 황정민 선배와 이미 작업을 해 봤기 때문에 선배가 굉장히 단순한 의도로 먼저 촬영장에 간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스탭들과 똑같이 준비하면 됐다.

황정민은 히말라야에 왜 먼저 갔나.
영화를 찍게 될 현장이 궁금하기도 하고 본인이 엄홍길 대장 역할이니 아무래도 미리 상황을 체험하고 준비하고 싶어서일 거다. 그래서 황정민 선배는 먼저 떠나는 팀과 함께 히말라야로 일찍 출발했고 나머지 스탭들은 일주일 정도 뒤에 뒤따라 갔다. 만일 황정민이라는 사람의 성향을 몰랐다면 쓸 데 없이 그의 의도를 해석하려 하다가 오히려 갈등이 더 생길 수도 있는데 <댄싱퀸> 때 그와 작업해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럴 일이 없었다. 그리고 <히말라야>의 제작진과 <댄싱퀸> 제작진이 많이 겹친다. 서로를 잘 이해해서 큰 문제가 없었다.

황정민 이외에 봉태규와도 두 작품을 함께 했다.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는 배우들을 더 선호하는 건가.
감독에게는 함께 작업해 본 배우들이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다음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믿고 맡길 누군가를 찾을 때면 예전에 함께 일했던 사람 중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연기를 잘하는 분들은 정말 많지만 나와 잘 맞을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는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르지 않나. 외국에서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로버트 드 니로와 오랫동안 작업을 해 왔고 한국에서는 윤종빈 감독이 하정우와 계속 작업해 왔다. 내가 아는 배우가 그 역할을 잘 할 수 있다면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는 거다. 물론 한 사람만 너무 고집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새로운 배우를 발견하는 데서 즐거움을 찾을 수도 있지 않나.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는 배우를 찾아내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감독도 물론 있다. 그런 작업을 하는 것도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안목이 없기 때문에 검증된 분들 위주로 함께 작업한다(웃음).
<히말라야>와 같은 소재의 영화 <에베레스트>가 얼마 전 개봉했다.
봤다.

<히말라야>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에베레스트>를 관람했겠다.
그렇다. <에베레스트>는 9월 말 경에 개봉했는데 그때는 <히말라야>의 후반작업이 최종 마무리 단계에 있을 때였다.

어떻게 봤을지 궁금하다.
저 사람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겠구나, 싶더라(웃음). 어떤 장면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촬영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참 영리하게 잘 찍었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도 있었다.

<히말라야>가 <해적: 바다로 간 산적>보다 촬영이 3배는 더 힘들었다고 하더라.
환경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정신으로도 힘든 부분이 많았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도 컸고 실화를 다룬다는 점에서 오는 부담감도 있었다. 돌아가신 분들과 유가족들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또 결과가 좋지 않으면 좋은 이야기를 망쳤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고 방금 말한 <에베레스트>와 비교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었다. 또 누군가가 다칠지도 모르는 위험한 곳에서 촬영해야 한다는 것도 힘들었다. 제작진의 수가 많았는데 <히말라야>처럼 장기 프로젝트는 집에 못 들어가는 상태로 몇 달씩 촬영이 이어지다 보니 갈등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 좋은 일도 많고 즐거운 추억도 많았지만 그런 부분이 힘들고 외로웠다.

전혀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촬영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최근에는 그런 경향이 많이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해외에서 촬영한 작품 중에 잘 된 작품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외국에 나가서 촬영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일 거다. 힘든 작업이 될 거라는 예상은 했기 때문에 준비는 철저히 했지만 현장은 그래도 힘들었다(웃음). 가장 우려한 건 스탭들이 고산병에 걸리거나 촬영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 생기는 거였다. 또 높은 곳에 올라가면 짜증이 많이 나고 신경이 예민해지기 쉽기 때문에 혹시라도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생길까봐 걱정했다. 그런데 오히려 한국에 있을 때보다 갈등이 없었다. 웅장한 광경 아래로 몇 백 키로미터씩 뻗은 길을 걸으니 우리가 원정대라도 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역사를 쓰는 것 같은 자부심도 느껴졌다(웃음). 육체적으로는 정말 힘들었지만 정신적인 즐거움이 더 컸다.

즐거운 추억도 많겠다.
아침 일찍부터 촬영을 시작해야 했는데 점심에는 도시락으로 김밥 한 줄을 줬다. 그런데 김밥의 밥알이 너무 딱딱해져서 황정민 선배는 장기알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어떤 사람은 먹지도 못했다. 그러니 촬영이 끝나고 누가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주면 그게 그렇게 감사하더라. 작은 것 하나에도 감탄하고 만족하게 됐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저 멀리 에베레스트가 조그맣게 보였는데 그 모습 하나에도 정말 큰 감동이 있었다. 조성하 선배는 오십이 넘은 나이에 힘들었을 텐데도 스탭들의 사진을 모두 찍어줬다. 사진을 서로 공유하면서 즐거워했다.

촬영이 얼마나 길었나.
6개월 정도 했다.

반 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외지에서 동거동락하며 함께 지냈기에 <히말라야> 스탭들은 정말 더 친해졌을 것 같다.
정말 친해졌다. 앞으로도 <히말라야>의 스탭들이 많이 생각이 날 것 같다. 지금 모두들 다른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데 거기서도 <히말라야>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 <히말라야>의 촬영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현장이 쉽게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웃음).

당신에게도 촬영하기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자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 같다.
<히말라야>는 인생에 있어 중요한 작품이다. 흥행이 잘 되면 더 중요한 작품이 되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인생에 있어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현장에 있는 걸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 특히 촬영할 때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많이 힘들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밤을 세우고 촬영한 적도 많았고. 만일 5~60세까지 영화 연출을 하면 그때는 현장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막연히 하곤 했었는데 <히말라야>를 통해 그 가능성을 본 것 같다. 현장에 함께 있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얻는 따뜻함을 비롯해 예전에는 느끼지 못한 여러 가지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촬영장을 즐길 수 있도록 더 변해야겠구나, 그리고 남들도 촬영장을 즐길 수 있도록 내가 노력해야 겠구나, 라는 다짐을 새로 했다.
촬영현장을 좋아하지 않는 영화감독이라니!
다른 감독 중에도 나 같은 사람이 있을 거다. 영화는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작업과정을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영화 촬영 현장과 잘 어울리지 않을 수 있는데 사실 난 그런 성격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힘들어서 처음에는 촬영장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혼자서 시나리오 작업하는 건 참 좋은데 촬영장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견디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다행히 조금씩 경험이 쌓이면서 이제는 그런 것도 조금 즐길 수 있게 됐다. 예를 들면 <히말라야>에서는 추위까지 즐길 수 있겠더라(웃음). 실제로 추운 건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히말라야>보다 더 추웠다. 그런데 그때의 경험 덕분에 <히말라야>를 촬영할 때는 추운 것에 많이 대비할 수 있었고 추운 날씨에도 재밌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는 거리들을 많이 준비했다. 겨울 촬영을 하면 사람들이 귤을 많이 가져오는데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촬영할 때 누가 군고구마를 구운 게 생각나서 <히말라야>를 촬영할 때는 스탭들에게 군고구마를 준비해 굽자고 했다. 그래서 조금 여유가 있는 스탭들은 잠시 틈이 날 때 옆에서 군고구마를 구워 출출할 때 함께 먹었다. 전에는 그런 생각을 잘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나도 현장의 분위기를 좋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생각할 수 있게 됐고 경험 많은 스탭들이 그런 노하우를 하나 둘 씩 가르쳐 주기도 한다.

그런 경험들이 하나 둘 쌓이면 영화 찍는 즐거움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겠다.
그렇다. 나중에는 정말 촬영을 안 하면 현장이 그리워지는 레벨에 도달하고 싶다(웃음).

현장이 좋지 않은데 영화연출을 업으로 선택한 이유는 뭔가.
영화 보는 걸 좋아했다. 영화를 많이 보다 보니 저 부분은 저렇게 연출하지 말고 이렇게 연출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래서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그런데 실제로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사람들 중에 영화일을 하지 않게 되는 사람이 많다. 촬영현장이 힘들어서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여자 동기들 같은 경우는 밤을 세우고 추운 날 하루종일 화장실 없는 야외에서 촬영해야 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거다. 또 그렇게 힘들게 촬영했는데도 영화의 결과가 좋지 않거나 이야기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생기면 단편 한 두편 찍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는 그나마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분명 미흡한 부분은 있지만 저번 작품보다는 낫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보이는 게 즐거웠다. 그런 식으로 발전하는 재미를 느껴서 지금까지 영화를 계속해 온 것 같다. 그리고 오기도 있었다. 어렸을 때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극영화과를 갔는데 영화 한 두편만 찍고 못하겠다고 관두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보통은 3, 4학년이 되면 영어공부를 시작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는데 그래서 나는 영어 공부를 안 했다. 배수진을 쳐서 다른 직업은 아예 할 수도 없도록 만든 거다(웃음).

위험한 선택인데? (웃음)
나이는 먹어가는데 데뷔를 못하고 있을 때는 정말 이제는 다른 자격증이라도 따 놓을 걸 그랬나, 라는 생각도 들더라. 연출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내가 과연 영화감독이 될 수 있을까, 너무 걱정되던 시기도 있었다. 가끔 직업인들로 가득찬 태헤란로를 볼 때면 나는 저렇게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시간에 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사람이 아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떤 때는 그게 부러워 보이더라. 그들은 매달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지 않나. 그런 보상이 있다는 것이 참 괜찮을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일은 동호회 같은 데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나. 내가 그들의 삶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보게 되더라.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측면이 있나.
데뷔하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고 지금은 다행히 그런 생각을 그때만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감독은 정년이 정해지거나 은퇴할 시기가 있는 게 아니라 어느새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직군이기 때문에 불안감은 여전하다. 스포츠는 소속된 팀이 운동 선수를 원하지 않으면 은퇴시기가 정해지는 거지만 감독은 자신이 언제 은퇴해야 하는지를 가늠하기 힘들다. 몇 년 동안 거절을 당하고 좌절을 겪어야 더 이상 이 바닥이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니 그걸 깨닫게 되는 시간이 5년이 될 수도, 10년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영화판에서 원하지 않은 사람이 된 지는 몇 년이 되었는데 그걸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간 뒤에야 알게 되는 거다. 그런데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도 일년에 몇 십명씩 신인 감독은 나오지 않나. 오백명, 천명이 넘는 감독이 있는데 1년에 그 사람들이 순서대로 영화를 하나씩 찍어도 모든 사람이 영화를 찍을 수가 없다. 일년에 영화는 몇 편 밖에 나오지 않는 데다가 그마저도 찍는 사람만 영화를 꾸준히 찍게 된다. 나머지 사람은 몇 년에 한 번 오는 그 기회가 자신이 될 거라는 믿음만 가지고 기다리는 거다. 실력이 안 되거나 운이 안 돼서 데뷔조차 못하는 사람이 내 주위에도 수두룩하다. 어떤 분은 오십이 거의 다 되셨는데 아직 데뷔를 못하신 분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계속해서 시나리오를 쓰고 계신다. 나도 언제 또 그런 상황이 올지 모른다. 다만 그때까지 내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기를 최대한 늘여보려고 노력할 뿐이다. 환경 자체가 불안정한 하기 때문에 한국 영화 감독 중 여유가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들 자신이 지금 연출하고 있는 영화가 잘 되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찍지 조금 안 돼도 다음이 있으니 괜찮다는 마음으로 촬영하는 감독은 아마 없을 거다.
감독들이 영화판이 더 이상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리는 근본적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주변에 직언을 해 줄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사실 그런 건 누가 결정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본인이 결정해야 하는 거다. 게다가 영화하는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5년, 10년씩 기다리는 삶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물러날 때를 잘 못 느끼는 걸 수도 있다. 나도 그럴 것 같다. 영화 한 두 편이 흥행이 안돼도 어떻게든 계속 해보겠다고 투자자, 제작자를 만나면서 시나리오를 보여줄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영화가 제작이 안 되면 또 다른 시나리오를 개발해서 다시 보여주려 할 거고. 그런데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이는 들고 어느새 옛날 사람이 되어 있는 거다.

당신은 그런 식으로 도태될 수 있는 위험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기에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훨씬 더 많이 기울이고 있을 것 같다.
항상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은 한다. 그 중 한 가지는 모든 것에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누가 잘해주는 게 싫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영화 감독이라고 마실 거라도 가져다 주고 이러는 게 싫다. 그런 대우에 익숙해지면 어느새 늙어 버리고 소외 당할 거라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촬영장에서 누가 뭘 가져다 주면 지금은 먹지만 다음부터는 이렇게 하지 말라고 부탁한다. 촬영장에 갈 때도 혼자서 가고 다른 사람에게 태워다 달라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예전에 어느 중년 배우가 나이가 들면 가장 외로운 것 중 하나가 후배 배우들이 자신이 잘못 연기해도 아무런 조언을 안 하는 거라고 말한 게 기억난다.
그럴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스스로 늙어가는 걸 경계하려 노력한다. 특히 한국은 나이를 먹으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 나이에 맞는 대우를 해 주는 경우가 많으니 더 쉽게 나이드는 것에 익숙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현장의 연출부 같은 경우도 나이가 많으면 연출을 하려고 하지 연출부의 스탭으로 있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해진 나이 때의 친구들과만 함께 지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조감독과 10살 정도 차이가 나더라. 그러다 보면 감독과 다른 스탭들의 나이 차이가 상당해서 어린 친구들이 더 좋은 의견이 있어도 무시 당할까봐 함부로 말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나는 그런 풍토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황정민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배우들도 모두 어린 배우들에게도 살갑게 대하려고 하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신경을 많이 써 줬다.

<히말라야>를 연출하기 위해서는 산악인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게 중요했을 것 같다. <에베레스트>를 본 많은 사람들이 아쉽게 여기는 점 중 하나가 산악인들이 산을 오르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많이 생략됐다는 점이었다.
쉽게 납득하기 힘든 부분도 제대로 설명해야 하는 게 영화의 숙제인 것 같다. 그런데 <에베레스트>는 처음부터 산악인들의 동기에 대해서는 크게 애써 설명할 의도가 없었던 영화인 것 같다. 등반 이유를 이야기하는 대사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산악인들을 이해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다른 부분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쨌든 <히말라야>는 <에베레스트>보다는 친절한 영화로 만들려고 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산악인들이 어떤 특정 가치를 추구하거나 자아를 발견하려고 산에 오르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그 사람들에게는 산이 직장이라고 생각했다. 산에 오른다고 큰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산이 좋아서 계속 일하는 거다. 예술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지 않나. 모두들 반대해도 본인 스스로가 좋아서 계속 예술을 하듯 산악인도 마찬가지다. 또 한편으로는 높은 곳을 오르고 싶은 건 사람의 본성이라 생각한다. 어릴 적 한 번쯤 탐험가를 꿈꿔 본 사람이 얼마나 많나. 지금은 위인전에서 그런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북극이나 에베레스트와 같은 오지에 가는 사람들이 위인전에 실리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아주 높은 고층 건물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높은 곳을 힘겹게 올라갈 필요를 못 느끼는 거지만 불과 몇 십년 전만해도 탐험가와 같은 사람들이 되고 싶어하던 세상이 있었다.

모험심을 가치 있게 평가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다른 사회적 가치가 선망 받는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아주 냉정하게 말하면 그때보다 사람들이 더 진화한 것일지 모른다. 문명이 발달하기 전에는 본능에 따라 탐험을 감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위대하다 여겨지고 대우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당연했을 거고. 그러니 국가가 모험을 장려하는 경우도 있었고 신대륙이 발견되고 개척될 수 있었던 거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사람의 본성에 모험심과 탐험심이 없다면 어떻게 우리가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겠나. 나는 산악인들이 그 본성을 가장 잘 지키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들은 산에 오르는 게 너무 좋기 때문에 산에 오르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인 거다. 높은 나무에 올라간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대단하게 여겨지는 것처럼 누구도 가 보지 않은 곳에 최초로 올라가는 사람이 되겠다는 야심은 본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생각을 영화에 모두 녹여냈다고는 말하기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산악인들에 대한 나의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듣고 보니 인간에게는 미지를 탐험하고 싶은 본능이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많이 없지만 지금도 외국에는 위험한 레포츠를 즐기며 사는 사람이 많다. 타고난 본성대로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도 있는 거다. 산악인들이 일반인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에게도 탐험에 대한 본능이 있지만 교육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회 분위기 때문에 그런 욕구가 억제되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산에 올랐을 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산악인들이 삶의 고비를 겪은 뒤, 해가 떠오르는 찬란한 광경을 보며 느끼는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 곳에 가 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쾌감이 또 있을 거다.

그런 부분이 당신이 <히말라야>를 연출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인가.
산악인들이 일반인과는 다른, 특수하고 이해 못 할 사람으로 보여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공감을 얻는 게 많이 중요했는데 관객들에게 산에 가는 사람들끼리의 특별한 동료애를 잘 보여주고 그들 사이에 일반적인 사회에서 보기 힘든 관계가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 또 자연의 경이로움과 산악인들이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짜릿한 환희를 영화에서 보여주면 관객들도 그들의 등반 이유를 논리적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감성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된다면 원정대가 돌아가신 분의 시신을 수거하러 다시 산에 가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JK필름 길영민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당신이 <히말라야>의 연출을 맡은 뒤 시나리오가 조금 변경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 수정된 부분이 많지는 않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흐름을 바꾸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서 신기했다고 했다. 시나리오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왜 수정하게 된 건가.
시나리오의 초반 이야기를 많이 수정했다. 사실 처음에 연출을 맡게 되었을 때는 시나리오가 실화에 갇혀 있는 부분이 조금 있었다.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기 때문에 사실을 근거로 두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히말라야>가 다큐멘터리는 아니지 않나. 또 엄홍길 대장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이미 많은 관객들이 접했기 때문에 사실에 연연한 영화를 만든다는 게 무슨 의의가 있을까, 과연 다큐멘터리보다 더 감동적일 수 있을까, 싶더라. 관객들도 두 시간 동안 슬프고 진지한 장면만 계속 보고 싶지는 않을 거라고 판단해서 각색할 때는 영화를 최대한 유쾌하게 만들었다. 엄홍길이 박무택을 대원으로 테스트하는 에피소드를 넣어 두 사람의 끈끈한 관계를 조금 더 강조했고 기존에 없던 코믹한 요소들을 추가했다. 인물들이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상황도 많이 넣었다. 야영하는 장면에서의 대화 내용도 많이 바꿨는데 16좌에 같이 오르자는 이야기와 여자친구와 잘 해 보라는 이야기를 추가했다. 나중에 후반부에서 다시 한 번 그들의 대화를 언급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원동력으로 삼으려고 설정한 거다. 다시 말해 원래부터 시나리오에 있던 코믹한 요소들을 조금 더 끌어올리려 한 셈이다.

영화의 전반부가 기존의 시나리오보다 조금 더 유쾌해진 셈이다.
무전기 밧대리에 대한 대화, 내려가는 길을 모르니 올라가겠다는 대사, 그리고 고산병에 걸린 대원을 나미란이 다독이는 대화는 기존의 시나리오를 조금 더 코믹하게 만들고 잔재미를 살려 보려고 집어 넣은 거다. 박무택이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울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박무택의 아내가 베이스 캠프에 오는 것도 각색된 부분이다. 나는 산악인을 직접 접했기 때문에 엄홍길이 왜 그곳까지 가서 시신을 데리고 오지 않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산소가 희박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박무택을 산에 두고 왔다는 건 상황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일지 몰라도 감동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미망인의 의지에 따라 시신을 두고 온 것이라면 결말이 관객들의 공감을 조금 더 유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화의 유쾌한 요소들을 더 만들려고 한 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전반부가 차라리 지금보다도 훨씬 더 재밌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죽은 분들의 명예를 지키면서 그렇게 만들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거다. 하지만 그들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수준까지 인물들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면 도리가 아니니 피하려 했다. 그런 식으로 여러 가지 부분들을 지키려 하다보니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작업적인 면에서도 한계가 있었다. 사실 <히말라야>는 여름에 개봉하려고 한 영화였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 있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이야기를 최대한 살려보려 노력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시간이 조금 더 넉넉하고 이야기가 실화가 아니었다면 영화를 조금 더 재밌고 웃기게 만들 수도 있었을 거다. 언제나 조금 더 즐겁고, 조금 더 슬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언제나 보다 나은 것, 보다 뛰어난 것을 원하는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다(웃음). <히말라야>는 다른 영화보다도 연출하기가 특히 더 까다로운 영화처럼 보인다. 제작 환경도 그렇고 배우들도 계속해서 고글을 쓰고 나온다. 감정전달도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서 고글도 조금이라도 눈이 더 보이는 걸로 특별히 제작했다. 어떤 신에서는 고글을 머리에 걸치기만 한다든지 해서 최대한 신경써 촬영했다. 또 다른 한가지 어려운 점은 강풍기였다. CG가 동원되긴 했지만 <히말라야>와 같은 영화는 현장에서의 특수효과가 정말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배우에게 실제로 눈을 뿌리며 촬영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상태로 촬영할 때는 배우들의 연기가 많이 달라진다. 그리고 바람이 부는 소리야 나중에 넣을 수도 있겠지만 얼굴에 있는 솜털이 실제로 움직인다든지 하는 부분에서는 분명 시각적으로 차이가 난다. 때문에 <해적: 바다로 간 산적>과 <히말라야>에서는 강풍기가 모든 촬영에서 필수였다. 더군다나 <히말라야>는 강풍기를 눈에 쏘아야 했는데 그게 배우들이 연기하는데 지장이 많았다. 강풍기를 끄면 현장 분위기가 살지 않고, 강풀기를 틀면 배우들이 자꾸 눈을 감게 되니 그 적정선을 찾기가 힘들었다. 특히 <히말라야>는 감정신이 많은데 강풍기를 틀면 눈에 바람이 들어가 집중하기 힘드니 배우들이 제발 강풍기를 꺼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눈을 감지 않으려고 신경쓰면서 연기를 해야 했던 거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 연기한 배우들은 분명 큰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현장에서의 동시녹음 사운드는 사용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배우들이 그때의 감정을 살려서 후시 녹음을 다시 했다. 여러 가지로 힘든 부분이 많았다.

특히 정우가 강풍기 때문에 많이 고생했다고 하더라.
바람 때문에 눈물이 나면 안 되는데 계속해서 눈물이 나서 많이 힘들어 했다. 그렇다고 바람을 꺼 달라고 하기에는 본인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말하기 힘들었을 거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여서 원하는 곳에 강풍기를 설치해 바람의 방향을 조절할 수 있었지만 <히말라야>는 사람이 절벽에 있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강풍기를 설치할 데가 마땅치 않았다. 거기다 바람에 눈까지 뿌려야 해서 배우들이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촬영했을 때도 추운 날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해 촬영을 밀어붙일 수가 없어 결과물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맞다. 그런데 그런 장면들은 배우에게 집중을 많이 요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무조건 강풍기를 틀겠다고 하는 것도 손해다. 어쩔 수 없이 강풍기를 거의 틀지 않은 신들은 배우의 옷이나 가방을 보면 시각적으로 문제가 조금 있는 게 보인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눈치를 채지 못하는, 나만 아는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개봉 때 당신이 배우들이 힘들어 할 때 더 좋은 장면에 대한 욕심만 가지고 밀어붙이기가 괴롭다고 한 말이 기억난다.
특히 슬픈 신은 배우를 굉장히 힘들게 하기 때문에 여러 번 찍는 게 정말 힘들다. 기본적으로 그런 장면은 여러 번 강요하지 않으려고 한다. 배우들이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확실하게 만들어서 한 두 번에 오케이를 내려고 하는데 그런 게 잘 안될 때 힘들다. 배우들은 연기를 너무 잘했는데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다시 촬영해야 된다고 말할 때면 사실 너무 궁색하고 미안해진다. 그래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1인칭 시점 숏으로 오랫동안 이어지는 오프닝신이 꽤 도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오프닝은 중요한 신이다. 낯선 방법일 수는 있는데 어떻게 해야 히말라야라는 공간을 잘 소개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래서 히말라야라는 장소가 마치 하나의 주인공처럼 소개될 수 있는 숏으로 구성한 거다. 관객이 직접 산에 오르는 것처럼 보이길 원했다. 현장의 사운드와 눈사태가 일어날 때의 긴박한 상황을 통해 대원들이 오르는 산이 정말 위험한 곳이라는 걸 잘 보여주고 싶었다. 또 요즘에는 등반하는 사람들이 시점숏은 아니라도 직접 영상을 많이 찍는 추세다. 그분들이 찍은 영상이 그 어떤 영화보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레퍼런스 삼았다. 오프닝신을 촬영할 때는 그 장면을 유튜브에 올렸을 때 화제의 영상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영상을 찍자는 게 목표였다. 사람들이 영화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실제 산악인이 찍은 영상으로 생각하길 바랐다.

처음 오프닝 신도 플래시 백으로 이어지는 데다가 영화가 한국과 네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엄홍길과 박무택의 이야기를 넘나들어 구성이 조금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시나리오는 도입 부분에서 플래시백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었다. 스릴러처럼 시간을 많이 이동하는 영화에 비하면 <히말라야>가 결코 복잡한 구성은 아니지만 이렇게 드라마적 요소가 많은 영화에서는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플래시백을 사용한 구성이 영화적인 재미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주인공 중 하나인 박무택이 중반 이후 사망한다는 점은 영화의 단점이 될 수 있는 요소다. 박무택이 어느 시점 이후 시체로만 인식되면 원정대가 죽은 사람을 구하러 가는 과정이 공감되기 힘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박무택이 사망한 이후로도 플래시 백을 통해 살아있는 모습이 보이면 죽은 자이긴 하지만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분명 박무태의 존재를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인지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또 박무택 대원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박무택의 신을 영화 곳곳에 배치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지도록 했다. 플래시 백은 박무택 대원의 죽음에 대한 미스테리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그의 존재감을 영화 내내 느끼게 해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죽은 박무택이 엄홍길에게 일어나라고 말하는 판타지 같은 장면도 있다. 구태의연한 표현일 수는 있지만 그런 식으로 망자를 생각하는 것이 산에 다니는 사람들의 정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 속 인물들은 마치 박무택이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죽은 무택이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 라고 말하는 거다. 생사를 넘나드는 힘든 고비에서 살아남은 엄홍길은 분명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난 이들이 나를 구했구나, 저 세상에서도 나를 돌봐주고 있구나, 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가장 최근 당신을 웃음짓게 한 일은 무엇인가.
어제 SNS에서 히말라야 놀이가 유행한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재미있더라.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재치가 많으니까 황정민의 ‘전단지 인증숏’을 변형해서 재미난 걸 많이 만들더라. <히말라야>가 이런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구나, 싶어 기뻤다. 물론 아직 영화가 개봉은 안 했으니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이런 활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영화를 본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인증숏을 올릴 수 있는 영화가 되면 뿌듯할 것 같다.

2015년 12월 17일 목요일 | 글_최정인 기자(무비스트)
사진_이종훈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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