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배우 <순수의 시대> 신하균
2015년 3월 4일 수요일 | 최정인 기자 이메일

영화를 보니 어떤가요?
아쉬운 부분이 더 많이 보여서 부끄럽죠(웃음). 제 연기에 만족한 적이 없어요. <순수의 시대>도 마찬가지였어요. 시사회 때는 항상 많이 부끄럽더라고요(웃음). 개봉을 앞두고 있으면 불안해지고 떨려요. 마지막 결과물을 위해 모든 제작진이 노력하고 고민하면서 오랜 시간을 보낸 거잖아요. 과연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내가 연기를 얼마나 잘 했는지, 최선은 다 했는지, 그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돼요. 지적을 받으면 반성도 많이 하게 되고요.

최근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유독 노출에 마케팅이 편중되는 경향이 심해진 것 같아요. <순수의 시대>도 마찬가지고요.
자극적인 것에 시선이 가는 것은 당연한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죠. 노출도 19금 영화에서는 하나의 표현 방법이니까요. 다만 바람이 있다면 노출 뿐 아니라 배우의 연기나 영화의 다른 볼거리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재밌었어요. 장혁은 오래전부터 알던 친구였고, 강하늘과 강한나는 <순수의 시대>에서 처음 만났어요. 강하늘과는 함께 촬영한 것이 한 두 장면 밖에 없었고 주로 강한나와 연기했어요. 강하늘은 실제로 굉장히 밝고 건강한 느낌인데 연기할 때는 정말 비열한 눈빛을 가진 개차반으로 분하니까 연기를 너무 잘한다고 생각했죠(웃음). 강하늘은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 지 궁금해지는 친구에요. 새로운 면을 많이 보여줄 수 있는 배우인 것 같아요. 강한나는 너무 성실하고 열심히 연기해서 깜짝 놀랐어요. 신인 배우가 감당하고 소화하기 힘든 역할인데 잘해줬어요. 모두들 앞으로 잘 될 것 같네요(웃음). 저만 걱정이에요(웃음).

안상훈 감독과는 어떤 이야기를 많이 나눴나요?
이야기를 많이 안했어요(웃음). 다른 영화를 촬영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주로 이야기를 듣는 편이에요. 감독님이 주는 디렉션을 받아들여 생각해보고 때로는 수정해서 연기로 보여줘요. 배우가 연기를 보여줬을 때 감독님이 좋으면 그 장면을 사용할 것이고 안 좋으면 수정해서 다시 촬영을 할 테니까요. 제가 무턱대고 터무니없는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 아니에요(웃음).

안상훈 감독이 특별히 강조하거나 요구한 사항은 없었나요?
없었어요. 처음부터 무언가를 특별히 강조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미리 생각한 캐릭터를 연기하면 감독님이 디테일한 부분을 잡아주는 식이었어요.
<순수의 시대>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나리오를 읽고 출연을 결정했는데 사극은 접하지 않았던 장르였어요. 지금까지 관객들에게 보여준 모습과 굉장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또 제 나이에 알맞은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들이 모두 종합적으로 잘 맞아 떨어졌어요. 김민재 캐릭터에 연민도 느꼈고요.

기존에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이라는 건 사극이라는 장르를 의미하는 건가요?
그뿐만 아니라 김민재는 새로운 이미지의 캐릭터에요. 한 여자를 향해 김민재처럼 순종적으로 모든 걸 바치는 캐릭터는 연기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러면서도 김민재는 굉장히 남성적인 모습을 지녔어요.

본인이 생각한 김민재는 어떤 인물인가요?
김민재는 멋지고 완벽하기만한 장군이 아니에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도 있고 여러 가지로 많이 결핍돼 있는 사람이에요. 인생에서 출구도 없이 답답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김민재가 가희에게서 출구를 발견하고 돌진해가는 모습이 바보 같기도 하지만 연민이 가더라고요. 저와 닮은 부분이 많아서 캐릭터가 좋았다기보다 김민재라는 남자의 안타까운 모습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구체적으로 김민재의 어떤 모습에 연민을 느꼈나요?
남자든 여자든 자신이 외롭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사랑을 많이 받고 있어도 말이에요. 모든 걸 내려놓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고요. 모든 인간은 외로운 존재니까요.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특히 결혼한 남성들은 자식들이 어느 정도 크면 외로움을 많이 느끼나봐요. 김민재 같은 경우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외로움을 털어 놓을 수 없는데다가 사랑도 많이 느끼지 못한 인물이기 때문에 외로움이 더 심했을 거예요.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저도 가끔 그런 감정을 느낄 때가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김민재에게 남자로서 동질감을 느꼈어요. 현실에서는 김민재처럼 무작정 모든 것을 던져 버릴 수 있는 사랑을 하기가 힘들겠죠. 하지만 참 멋있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김민재가 진정한 사랑이라 생각하고 가희에게 막연하게 돌진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사랑을 한 번 해 봤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웃음).

모든 것을 내던지는 사랑을 바라는 건가요?
바라진 않아요(웃음). 그런 사랑은 이상이고 로망일 뿐이죠. 현실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힘든 것 같아요. 어떻게 사랑 하나만 보고 다른 모든 걸 버릴 수 있겠어요. 쉽지 않죠(웃음).
데뷔 후 첫 사극이에요.
한복을 처음 입어 봤는데 행동하기도 힘들고 여름에는 더웠어요. 수염도 자꾸 떨어지고 상투도 가발 때문에 간질간질했어요(웃음). 분장 시간이 다른 촬영보다 훨씬 오래 걸려서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요. 하지만 사극은 번거롭기는 해도 아주 매력적인 장르인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으니까요. 현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를 역사적인 사건이나 과거의 일을 통해서 영화로 전달할 수 있는 장르가 사극이라고 생각해요. 기회가 된다면 사극에 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어요. 다음번에는 칼을 안 쓰는 역할로요(웃음).

말 타는 신, 활 쏘는 신, 거친 액션 신이 많아서 육체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렇죠. 말을 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고삐를 잡고 타는 것도 무서웠어요. 그런데 말 위에서 손을 놓고 활까지 쏴야 된다고 하니까 힘들었어요(웃음). 시간이 얼마 없어서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말 타는 법을 배워야 했거든요. 동물을 좋아해서 그런지 다행히 말 하고는 잘 맞더라고요(웃음). 이제는 말 타는 것이 재밌어요.

‘왕자의 난’이라는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는 사실이 연기하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나요?
특정 시대를 연기하게 되면 공부를 많이 해야 돼요. 하지만 <순수의 시대> 같은 경우, 왕자의 난이 워낙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다뤄진 이야기라 특별히 공부할 필요는 없었어요. 조선 초기 이야기는 어릴 때부터 접한 지식이 많잖아요. 또 <순수의 시대>는 특정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안에 있는 허구 인물들의 사랑이야기가 중심이라고 생각해요. 김민재의 큰 축도 러브 라인이었기 때문에 시대에 관한 공부가 특별히 더 필요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다음번에 다른 시대의 인물이나 실존 인물을 맡게 된다면 더 깊은 공부가 필요하겠죠. 사극에서 실존 인물을 연기하게 된다면 한 인물을 깊이 파고 들어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도전해 보고 싶어요. 공부도 될 것 같고요.

김민재는 주인공이지만 대사가 많은 캐릭터는 아니에요.
김민재의 주변에는 캐릭터가 강한 인물이 많아요. 그들 사이에서 김민재의 존재감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 지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김민재는 대사도 많지 않고 감정 표현도 적극적으로 안하는 인물이라 특별한 방법이 없었어요. 대신 몸이나 액션과 같이 연기 외적으로 준비해야 되는 것들이 많았죠. 그래서 몸도 만들고 액션 훈련도 많이 했어요(웃음).
마지막에 칼을 뽑는 장면의 액션은 촬영할 때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 장면은 한 감정만 보여주면 되는 장면이라 감정 연기 자체가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물론 표정과 눈빛의 느낌 같은 건 신경 써야했지만요. 하지만 액션이 주는 비주얼 때문에 육체적으로는 가장 힘들었던 장면이에요. 엄청나게 뜨거운 여름에 촬영했거든요. 사실 그 신은 지금보다 훨씬 더 길었어요. 영화를 보면 굉장히 많은 인원이 내려오는데, 김민재가 그들을 하나하나 물리치는 장면이 있어요. 그래서 중간에 사람들이 많이 죽어 있어요(웃음). 모두 120개의 합이 있었어요. 정말 많이 촬영했거든요. 김민재가 칼에 베이면서도 적을 때리고, 무기를 뺏어서 때리고, 정말 많은 인원을 상대해야 하는 장면이었어요. 콘셉트가 지겨울 정도로 싸운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김민재가 힘이 다 빠지고 난 뒤에도 끝까지 한 사람 한 사람 죽여 나가는 모습을 모두 촬영했어요. 김민재가 적을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 그로테스크한 표정을 짓는 장면도 있었는데 많이 편집됐죠.

깜짝 놀랄 만큼 멋진 몸을 만들었는데 힘들지는 않았나요?
힘들죠. 술도 못 마시고, 식단도 조절해야 하니까요. 촬영이 끝나면 사람들과 술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영화 촬영의 재미 중 하나인데 그럴 수가 없었죠. 그리고 체지방을 떨어트리니까 오히려 빨리 지치고 건강도 안 좋아지더라고요. 사실 운동을 꾸준히 해 온 편이 아니어서 <순수의 시대>를 촬영할 때 급하게 몸을 만들어야 했어요. 평소 그런 몸을 추구하며 살지는 않거든요(웃음). 배우의 몸은 항상 변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캐릭터에 맞춰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큰 차이는 아니지만 캐릭터에 맞춰 살을 빼거나 찌우면서 체중 조절을 한 적은 있어요. 하지만 <순수의 시대>처럼 힘든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든 건 처음이에요. <순수의 시대>에 등장하는 김민재는 그런 근육질의 몸이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김민재의 근육으로 다져진 몸이 멋있어 보인다기 보다는 오히려 안쓰러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운동을 하다 보니 생각한 것보다 좋게 나왔던 거죠(웃음).

힘들게 만든 몸인데 유지는 잘 하고 있나요?
유지 안하죠(웃음).

그동안의 노력이 아깝진 않나요?
배가 나오기 시작하니까 조금 아쉬웠어요(웃음). 몸이 좋을 때는 옷을 대충 입어도 멋있어 보이잖아요(웃음). 그런데 지금은 몸을 많이 가려야 돼요. 하지만 사람들하고 술도 한 잔 하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 다 같이 해장도 하면서 살아야지 어떻게 술도 안 깼는데 운동해서 땀 빼고, 염분 있는 건 매번 가려 먹고 그러겠어요. 그렇게 모든 생활을 절제하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저에게는 안 맞는 것 같아요(웃음).
캐릭터의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요?
김민재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그가 사랑을 통해서 느끼는 해방감을 대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야 됐어요. 그런 감정은 연기를 통해 어떻게 표현했다고 말하기 힘들어요. 김민재는 동작도 많지 않은 인물이거든요. 대사에도 감정이 섞인 부분은 많이 없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나 그들 뒤에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김민재가 다른 캐릭터에 비해 조금 정적으로 보이면서도 그의 감성이 영화 안에서 서서히 묻어난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하지만 무언가를 특별히 더 드러내서 연기하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김민재가 말이 많으면 안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웃음). 과묵해야 더 매력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대사도 처음 시나리오에 있던 것보다 오히려 많이 줄였어요.

가희에게 느끼는 감정은 설명이 부족하다 느껴졌어요. 그래서 김민재의 사랑에 공감하기 힘들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영화 작업이란 것이 마지막에 내용을 압축시키다 보면 편집되는 부분도 있고 생략되는 부분도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제 캐릭터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도 마찬가지에요. 예를 들어 시나리오에는 김민재가 가희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 지금 영화의 장면이 아니었어요. 김민재가 가희를 만나고 가희에게서 다른 여자와는 다른 매력을 발견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 이후에 아이를 구하려고 뛰어드는 가희를 보고 따뜻한 매력을 느끼게 되는 거예요. 가희가 김민재의 집에 들어왔을 때 가희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있었어요. 김민재가 질투하는 모습, 가희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신도 있고요. 다양한 모습들을 촬영한 장면이 많았는데 이야기를 압축하다보니 표현이 조금 부족해진 것 같아요.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있어 편집된 장면 중 아쉬운 장면이 있다면요?
배우는 모든 장면을 전체적으로 생각해서 연기하기 때문에 어떤 특정 장면이 가장 아쉽다기보다 편집된 모든 장면이 조금씩 아쉬워요. 장면들이 편집되지 않고 감정이 더 쌓였다면 이야기가 조금 더 매끄럽지 않았을까, 생각은 해요.

필모그래피를 보면 연기한 캐릭터가 굉장히 다양해요. 끊임없이 새로운 캐릭터를 시도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도전을 계속 할 것 같아요. 제가 무얼 잘하는 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잘 하는 게 없어서 새로운 것을 찾는 걸 수도 있어요(웃음). 일단 스스로가 재미를 느껴야 하는 것 같아요. 솔직히 어떻게 매번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겠어요. 하지만 캐릭터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줘서 신선함을 더할 수 있다면 관객 입장에서는 제가 출연하는 영화를 보는 재미가 더 생길 거라 생각해요. 관객에게 그런 재미를 주고 싶어요. 저 스스로도 그런 변화에서 오는 재미를 찾고 싶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은 계속 하고 싶어요. 연기를 오래했다고 해서 특별한 능력이 생기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매 작품마다 항상 백지 상태로 임해요. 작품에 새로 들어가게 되면 지금까지 내가 무얼 했나 싶을 정도로 처음 연기하는 것 같고 너무 떨려요. 그래서 첫 촬영 들어갈 때는 잠도 못자요. 새로운 감독님과 배우들, 스탭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카메라 앞에서 연기해야 하는 거잖아요. 티는 안 내지만 너무 떨리죠. 제가 생각해서 연기한 것이 맞는 지 판단이 잘 안 설 때도 있고요. 나름대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의 톤을 잡아 준비하지만 현장에서는 상대방의 연기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사항이 변할 때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 머릿속에 그린 캐릭터가 실제로 영상에 담겼을 때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항상 변화된 캐릭터에 맞춰 다음 촬영을 이어나가야 하니 매번 힘들어요.
‘연기신’이라는 수식어도 생겼잖아요.
다른 배우들이 들으면 욕해요(웃음). 너무 쑥스러워요. 아직도 연기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정말 많이 부족하거든요. 다음 작품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또 새로운 작품을 맡으면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갈 거예요. 연기라는 것이 평소에 뭔가를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작품이 닥쳐야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캐릭터를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춰 고민해서 연기하는 거니까요. 또 모든 이야기가 저마다 다르듯이 연출자의 스타일이나 상대 배우의 성향도 다르기 때문에 연기는 매번 새로워요. 똑같은 것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연기를 하는 재미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동안 해 온 작품 중에서 가장 어렵다고 느꼈거나 가장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캐릭터가 있다면요?
잘했다고 생각하는 연기는 없어요(웃음). 하지만 20대에 참여한 작품들은 굉장히 어렵게 느꼈던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독창적인 작품들이 잘 안 나오지만 <지구를 지켜라> 같은 영화에서는 어디서도 접해본 적 없는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니 힘들고 어려웠어요. 하지만 연기를 하면서는 그런 작품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감사했고, 끝나고 나서도 너무 큰 보람을 느꼈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또 그렇게 독창적이고 새로운 영화적인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앞으로 연기해 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요?
구체적으로 정해 놓지는 않았지만 안 해 본 역할은 모두 해 보고 싶어요. 새로울 수 있는 건 전부다요. 계획 같은 건 잘 세우지 않는 편이에요.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작품 같은 경우는 우리가 선택한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역으로 선택되는 부분이 크거든요. 들어오는 시나리오 안에서 선택해야 되는 거니까요. 제가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제작, 연출을 하지 않는 이상 하고 싶은 캐릭터를 마음대로 선택해서 연기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인연을 기다리고 있어요.

실존 인물 중에서 연기해보고 싶어 눈여겨보는 인물은 없나요?
아니요. 그래서 역사 공부를 더 해 보고 싶어요. 아직 역사의 큰 흐름만 알지 지식이 많지 않거든요. 시간이 된다면 지금 이 시대에 던져줄 메시지가 있는 숨겨진 인물이나 사건들을 더 찾아보고 싶어요. 아직까지 많이 다뤄지지 않은 인물이나 시대의 이야기가 재밌을 것 같아요. 아니면 많이 알려진 이야기라도 색다른 관점에서 관찰해 깊게 파고 들어가는 이야기도 좋을 것 같아요. 전 재주가 없으니까 다른 분이 시나리오를 잘 써주면 언제든지 출연할 마음이 있어요(웃음).

2015년 3월 4일 수요일 | 글_최정인 기자(무비스트)
사진_권영탕 기자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