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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체불가의 배우 <몽타주> 엄정화
2013년 5월 22일 수요일 | 서정환 기자 이메일

요즘 건강은 어때요?
건강은 괜찮아요. 요즘 피곤한 게 이런 거구나, 가끔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전에는 피곤한 거 잘 몰랐는데.

특히 놀 때! (웃음)
맞아요(웃음), 놀 때 피곤해지는 거예요.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다 그렇대요. 어쩜 그래요? (웃음)

가슴 아프죠(웃음).
가기 싫은데 집에 가야되는 거 있잖아요(웃음). 그럴 때가 있어요. 말도 안 돼!

이번 영화는 스포일러 때문에 인터뷰하기 쉽지 않죠?
처음에는 스포일러 때문에 인터뷰 없다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경사 났네(웃음), 했는데 인터뷰 있대요(웃음).

개봉을 앞둔 소감은 어때요?
설레어요. 시사하고 반응이 좋아서 개봉할 때도 마음이 가벼워요. 재미가 없으면 친구들도 말끝을 흐리는 게 있잖아요. 재밌게 봤다고 느껴지니까 기분 좋게 시작하는 것 같아요.

<몽타주>는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요?
<댄싱퀸> 끝나고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 작품 너무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작품을 못 만났어요. 그 와중에 <몽타주>를 보게 됐어요. 시나리오는 너무 재밌는데 중간에 읽을 때까지 이걸 내가 왜 해야 하나, 생각이 드는 작품이기도 했어요.

모성을 강조한, 기존에 연기한 캐릭터들과 반복되는 느낌이 들던가요?
네, 부딪히는 것도 있고요. 하지만 마지막에 작품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뭔가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감정을 끝까지 갈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요. 그게 무섭기도 했지만 기대가 되기도 했어요.

하경 캐릭터는요?
상황 자체는 맘 아픈 일을 당한 비슷한 캐릭터이기는 한데, 갖고 있는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다른 느낌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겠다, 진심으로 끝까지 감정을 갖고 가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등장할 때부터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어요. 형사들이 집에 찾아왔을 때 섬세한 표정 변화들이 우선 눈에 띄더라고요. 15년간의 감정을 품고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은 시나리오에 충분히 나와 있었어요. 저는 하경이 그 세월동안 아이의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를 계속 들었다는 게 가장 맘이 아팠어요. 예전 시나리오에는 그런 게 있어요. 하경이 형사에게 아이 목소리가 더 이상 생각이 안 난다고 테이프 좀 달라고 그러는 장면. 수정된 시나리오에서는 없어졌는데 엄마로서 아이 목소리가 듣고 싶었을 생각을 하면 짠하면서도 무섭죠.

형사들에게 공소시효 만료 통보를 받는 장면에서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요?
처음부터 감정을 이렇게 폭발시켜도 되나 싶을 정도로 대사가 많았거든요. 수정 과정에서 대사가 많이 없어졌어요. 많은 말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공소시효 만료는 알고 있지만, 충분히 이 사람들이 왜 왔을지도 알지만 그냥 모르는 척 하고 부정하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촬영은 순서대로였나요?
제 촬영은 거의 순서대로이긴 했어요. 촬영 회차가 그리 많지 않았거든요.

범인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부터 하경은 더 차분해지고 일을 주도면밀하게 진행하잖아요.
놀랍죠?

범인보다 사건에 대해 더 잘 알정도로 얼마나 많이 사건 자료를 복기했겠어요. 하지만 범인을 눈앞에서 당장 죽여 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는 것도 엄마이기에 가능한 것 같기도 해요.
사람이니까 바로 찔러버리고 싶은 순간이 있었겠죠. 하지만 그 순간에 지나온 15년, 그리고 딸 서진이가 생각났을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범인의 정체를 알게 됐지만, 굉장히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맞게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범인이 남자일 경우, 여자일 경우, 애가 있을 경우 등등 그런 경우들에 맞춰서 하경은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많이 썼을 것 같아요.

만약 본인이 하경이었다면 범인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했을까요?
찔러 죽였을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그 시간을 내가 지나오지는 않았으니까요. 여러 경우의 수가 있었기 때문에 참았던 것 같아요. 생각 없이 마주치면 찔렀을 것 같아요. 힘겨루기 하다가 내가 죽을 수도 있죠(웃음).

엄정화였다면 범인이 다니엘 헤니처럼 잘생겼으면 살려준다, 뭐 이런 시나리오도 썼을 것 같아요(웃음).
안녕하세요, 하면서 전화번호 쓱 내밀고(웃음).
플래시백 장면들이 많잖아요. 용산역 장면이나 사건현장 장면 등 딸을 찾는 과정에서 초조하고 긴장하는 모습들 또한 인상 깊었어요.
너무 두려울 것 같아요.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데 받아들여야하고, 아이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도 모르는 두려움 같은 것들을 표현하려했어요. 개인적으로 용산역 촬영이 재밌었어요.

용산역이 아닌 다른 역에서 찍었다고 하던데요.
부산에서 찍었어요. 군인들 나오는 신에서 재밌었어요. 군인들이 열차에서 내리면서 제가 중간에 군인들 틈에 파묻혀서 걸어가는 장면이 있잖아요. 15년 전에 저는 군인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는데(일동 폭소).

제가 군대있을 때도 엄정화가 최고였거든요(웃음).
군인들보면 남 같지 않아요. 고맙죠. 가수로서 제가 굳게 설 수 있게 해준(웃음).

딸의 주검을 안고 오열하는 장면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절절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 싶은 장면이었어요.
진짜 슬펐어요.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촬영하기 전에 잘 안되면 어떡하지 걱정을 많이 하는데, 걱정하면 더 움츠러드니까 그냥 맡기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어요. 무조건 이 사건을, 누워있는 아이를 최대한 느껴봐야겠다 생각했어요. 신발을 발로 탁 차는 순간 마음이 무너지더라고요. 다행히 그 장면은 아쉬움 없이 잘 했던 것 같아요.

그 장면을 촬영할 때 테이크는 몇 번이나 갔나요?
두 번 갔어요. 신발을 보고 아이 발을 만지기 직전까지 간 후, 세팅을 다시하고 앞모습을 찍어야하는데 감정이 거기서 끊기는 게 아니더라고요. 감독님도 컷을 안 하셨고 촬영감독님, 조명감독님도 같은 마음으로 계속 간 거예요. 다른 것들을 무시하고 제 감정을 최고로 생각해준 부분에 대해서 감사해요. 조명, 카메라 다시 해야 한다고 했으면 물론 다시 찍었겠죠. 그 느낌은 덜 했을 수도 있었는데 팀워크가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연기하기 전에 긴장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전날 거의 잠도 못자요.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잘 해내는 거군요.
걱정을 많이 할수록 잘 되는 것 같기는 해요(웃음).

걱정하고 긴장하면서 감정을 잡아가는 건가요?
긴장하기도 하고 힘을 받기도 해요. 걱정하면 옆에서 괜찮아, 잘 할 거야, 그러잖아요. 그런 이야기, 응원을 들으려고 더 그러기도 해요. 좀 안 좋은 버릇이에요(웃음). 감독님께도 많이 징징거렸어요. 피곤하셨을 거예요. 제가 나잇값을 좀 못하죠(웃음).

그래도 맡은 연기를 잘 해내니까 이해할 수 있겠죠. 징징대기만 하고 연기는 못하면 진짜 짜증날 거 아니에요. 계약 파기할 수도 없고(웃음).
그거 진짜 무섭다. 그죠? (웃음)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요?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아요. 모든 작품이 좋았지만, 이번 작품은 팀워크도 좋고 사람들이 너무 좋은 거예요. 촬영이 끝나면 꼭 모일 정도로요. 김상경이 과메기 먹자며 막 애교를 부리고(웃음), 그런 게 싫지가 않았어요. 피곤할 수도 있고 촬영이 부담될 수도 있는데 항상 위안이 되고 좋았어요.

감정이 극으로 치닫는 연기가 많다보니 현장에서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네요.
저도 그럴 줄 알았거든요. 촬영하고 남아있는 감정을 떨치는 완급작용을 한 것 같아요. 계속 그 감정만 있으면 괴로웠을 텐데, 컷하고 모니터로 오면 너무 재밌는 거예요. 이 사람들이 내 감정을 생각하는 건가(웃음), 싶을 정도로 화기애애했어요. 하지만 집중하기에는 정말 좋았어요. 김상경도 많이 힘이 됐고 편안하게 해주는 게 있어요. 귀여운 사람이에요(웃음).

작품을 대하는, 연기에 임하는 부분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우선 저는 이 일을 너무 좋아해요. <몽타주> VIP 시사에서 무대인사를 하는데 뭉클했어요. 새삼스럽게 내가 아직까지 영화를 하고 무대인사를 하고 있구나 싶어서요. 전에는 당연히 영화 찍었으니까 무대인사하는 거고 앞으로도 계속 찍을 거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요즘은 계속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요. 작품이 계속 주어지는 것도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수상이나 이런 걸 떠나서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저를 믿고 함께 작품을 하는 거니까요.
전에도 연기력을 갖춘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원톱 여배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번 작품은 전과 또 다른 느낌이에요. 연기 패턴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새삼스럽게 연기 잘 한다고 느껴질 배우가 아닌데 전보다 더욱 마음을 동요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많았거든요.
저도 약간 신기해요. 시사 끝나고 주변에서 잘했다고 얘기해주시는데 이번 작품도 열심히 했지만 다른 작품들도 몸을 던지면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이건 뭐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작품 자체가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이 여자가 갖고 있는 이야기가 마음 아팠고, 촬영할 때 감정도 잘 맞았던 것도 있고, 어떤 부분은 또 아쉽기도 하고요.

엄정화의 모성스릴러 3부작의 완결판이라고 리뷰를 썼는데, 엄정화 연기의 완결판이라는 의미가 컸어요. 전작들에도 엄마로 출연해 모성을 잘 표현했고 공감을 얻고 칭찬을 받았지만 전적으로 엄마라는 캐릭터의 특성 자체가 크게 부각되는 역할은 아니었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사실 제대로 엄마가 돼 본 적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마>에서 아이와 교감하고 그런 장면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아쉽긴 했거든요. 엄마 역할보다 갖고 있는 이야기가 그렇게 만드는 것 같아요.

신인 감독과 장르영화의 조합에서 많이 작업했어요. 물론 그 조합이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하지만, 배우로서 그동안 아쉬운 부분도 많았을 거예요. 헌데 이번 영화에서는 신인 감독이 엄정화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어요. 더 이상의 대안은 없어 보일 정도로. 그러니 앞으로도 더 많은 신인 감독의 장르영화에 출연하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바빠지나요? (웃음)
<베스트셀러> 인터뷰에서 생활연기에 대한 갈증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기대했던 <마마> 역시 예상보다 장르적 성향이 짙더라고요. 자꾸 신인감독의 장르영화에서 러브콜이 오면 언제쯤 엄정화의 생활연기를 만날 수 있을까요?
작품이 다양하진 않은 것 같아요. 아직도 못 만난 이야기들이 많을 거라 생각하고, 그 안에 진짜 생활에 가까운 영화도 있을 거라 믿어요. 그게 언제가 됐든 간에요. 그런 연기 정말 해보고 싶거든요. 자연스럽고, 연기인지 뭔지 모를 그런 연기. 그 재미를 느껴보고 싶어요. 진짜 연기 잘하는 남자배우랑(웃음).

<결혼은 미친 짓이다>같은 영화를 한 번 더 만났으면 좋겠어요.
저도 좋아해요. 시나리오가 있으면 저도 하겠어요. 그런데 없네요.

홍상수 감독과의 조합도 보고 싶고요.
제가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재밌을 것 같기도 해요.

긴장하면서 잘할 거잖아요. 감독님께 대본 미리 써주면 안돼요, 징징대면서도 막상 아침에 대본 받아서 또 연기해내고(웃음).
내 성격을 이젠 다 알아버렸어(웃음).

2013년 5월 22일 수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2013년 5월 22일 수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2 )
zoowoojin37
좋은 영화든 나쁜 영화든 시기를 잘 타야 할 듯합니다. 아이언맨3의 독주를 보면 알수 있듯... 몽타주가 아이언맨3가 개봉한 날에 상영했다면 어떻해 됐을까요?   
2013-05-26 03:09
okane100
몽타주 잘 봤습니다. 미국 대작들 사이에서 끼여서 좋은 영화가 묻히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백만을 넘겼다는 기사를 보고 너무 기뻣어요. 좋은 연기 감사하구요
다음 영화에서도 좋은 연기로 좋은 흥행력으로 보고 싶습니다.
  
2013-05-2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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