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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빠가 옆집 오빠면 참 재미있겠다 <헤드윅> 조정석
조정석 | 2011년 5월 15일 일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저희 4개월 만인가요?
제가 연극 <트루웨스트> 시작할 즈음에 (인터뷰로) 만났으니, 벌써 그렇게 됐네요.(웃음)

중간에 연장 공연 소식을 들었는데, <트루웨스트>는 지금도 하고 계신가요?
5일 전에 마지막 공연을 했어요. 이제 <트루웨스트>는 정말 끝났네요.

당시 인터뷰에서 드라마 <왓츠업>(뮤지컬 학과를 배경으로 한 사전 제작 드라마. 빅뱅 대성, 임주은, 임주환, 이수혁 등이 출연한다) 소식을 전해주셨잖아요? 곧 방영될 줄 알고 기다렸는데, 소식이 없네요.
3월쯤 방영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편성이 안 났어요. “종편으로 간다”, “케이블에서 방영 될 거다”, “케이블은 아니다” 등 소문은 무성해요. 이젠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겠어요.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요. 방송 유무와 상관없이 저는 이미 <왓츠업>을 통해 너무 많은 걸 얻었으니까요. 카메라 연기가 어떤 건지도 알게 됐고, 좋은 동생들도 얻게 됐고. 일단 <헤드윅>에 전념할 생각이고요, 하반기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드라마가 될지, 뮤지컬이 될지, 공연이 될지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왓츠업>이 방영 되면, 다음 작품 선택에 도움이 될 텐데 아쉽겠어요.
얼마 전에 드라마 출연 얘기가 나온 적이 있어요. 감독님이 <왓츠업> 편집본을 보고 연락을 주신거죠. 너무 고맙더라고요. 말씀처럼 <왓츠업>이 방영되면 이런 기회가 더 많을 텐데 아쉽죠. 그래도 말했듯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는 중이에요. 아우~ 그런데 아쉽긴, 아쉽다~(웃음).

(웃음) 몰랐는데, 정석씨 이마 옆에 큰 흉터가 있네요?
아, 이거요? 8살 때, 조카랑 엄마 화장품을 가지고 장난치다가 다쳤어요. 립스틱 바르고, 마스카라 가지고 노는데, 멀리서 누나가 오는 게 보이는 거예요. 저희 누나가 되게 무섭거든요. 놀란 마음에 다락방으로 도망치다가, 도중에 ‘쿵!’ 떨어지면서 찢어졌어요. 왼손도 부러지고. 어릴 때는 여자들 화장하는 게, 왜 그리 신기해 보였는지. 그때의 기억이 지금 <헤드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배우활동 하다보면, 메이크업 할 기회가 많잖아요? <헤드윅>에서도 메이크업을 할 텐데, 이번은 화장보다 분장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맞아요. 말 그대로 분장이에요. 분장도구로 일단 제 눈썹을 안 보이게 지워요. 그 위에 눈썹을 얇게 그리죠. 그 다음에 아이 메이크업을 하고, 마스카라를 해요. 눈 안 점막도 까맣게 칠해요. 반짝이도 붙이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메이크업만 거의 한 시간 걸리죠.

분장을 하면, 어때요? ‘분장 뒤에 조정석을 숨긴다’는 기분도 드나요?
네. 그러기도 하고요. 분장은 <헤드윅>을 연기하는데 정말 큰 힘이 돼요. 변해가는 모습을 보다보면, 내가 진짜 헤드윅이 돼 가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것 같고, 가장 섹시한 것 같다는 착각도 들고요.(웃음) 조정석이 아닌, 헤드윅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기분이 들죠.

여자들은 ‘아침 메이크업 상태에 따라 하루 기분이 달라진다’는 얘기를 종종해요. 혹시 <헤드윅> 분장할 때, 그런 느낌 받은 적 있나요?
맞아요! 진짜 그래요. 분장이 잘 되면, 연기할 때 괜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특히 가발에 예민한 편이에요. 가발이 나에게 안착이 안 된 느낌이 들면, 그날 공연이 되게 힘들어요. 또 가발을 공연 중에 두 번 교체해야 해서 더 신경이 쓰이죠.

<헤드윅> 도전이 2006년 2008년 이후 이번이 세 번째 세요. 같은 작품이라도 매번 다른 느낌이 들것 같은데 어때요?
다르죠. 처음 캐스팅 됐을 땐, 신이 나서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너무나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거든요. 그런데 두 번, 세 번 하면서 기대치가 높아지다 보니 부담이 생기더라고요. 다행히 처음보다는 시각이 넓어진 것 같아요. 옛날이 헤드윅을 연기하는 조정석이었다면, 이번에는 진짜 헤드윅이 돼 보려고요. 헤드윅을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공감하게 됐으니까요.
그건 세 번의 출연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건가요, 아니면 20대에서 30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 건가요?
두 가지 다예요. 예전에는 헤드윅을 확실하게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배우가 그 인물을 정확히 이해해야 깊은 연기를 할 수 있는데, 그게 안 됐던 거죠. 헤드윅은 트랜스젠더이지만, 그 이전에 록커에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지만 록의 정신은 강렬해지죠. 이번에는 그런 포인트를 살려보려고 해요

<헤드윅>은 한 인물이 극을 이끌어가는 뮤지컬이에요.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공연인데, 헤드윅 역을 몇 살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흔? 또 그때가 돼야 진짜가 나오지 않을까요? 헤드윅을 완전히 이해하기엔, 아직은 제가 어린 것 같아요. 마흔 살은 되야, 캐릭터에 인생이 묻어 날 것 같아요. 얼굴에 주름도 자연스럽게 지고. 노래 한곡 부르는데, 거기에서 인생이 느껴진다? 생각만 해도 근사하네요. 그럼 정말 끝장인 거죠.

<헤드윅>에는 시대의 아픔, 정체성 혼란, 사랑에 대한 슬픔 등 여러 감정이 공존하잖아요. 연기 할 때, 특별히 마음에 와 닿는 감정이 있나요?
집착! 집착인 것 같아요. 헤드윅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고, 그 버림받음을 누군가에게 똑같이 복수하죠. 그러다가 잃어버린 반쪽이라고 생각한 토미를 만나지만, 그에게도 결국엔 버림받아요. 그 모든 게, 집착인 것 같아요. 그 집착을 놓는 순간, 헤드윅은 록커가 되는 거고요. 극 중 ‘midnight radio’라는 노래가 있는데, ‘내 노래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가수들에게 바치겠다’는 게, 집착을 버리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

그렇다면, 조정석씨는 살면서 집착을 가졌다가 버린 적이 있는지.
풋사랑 할 때. 풋사랑 할 때, 집착했던 것 같아요.(웃음) 왜, 이런 거 있잖아요. 상대에게 걸려온 전화에 “(까칠하게)누구야?” 이런 거. 하하하. 사소한 건데, 그때는 그런 거에 민감했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죠. “누군데, 지금 이 시간에 연락이 와?” 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었어요. 11시였나?(웃음)
      

(웃음) 요즘 들어 느끼는 게, 그런 집착이 가끔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름다운 구속’이라고 해야 하나? 나이 들수록 그런 거에 신경 덜 쓰게 되는데, 상대입장에서는 그게 무심해 보일 수도 있다는 거죠.
아~ 맞다~! 그럴 수 있겠다. 조금 다른 얘긴데, 저는 그런 게 너무 싫어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무뎌지는 게 말이에요. 그래서 항상 깨어 있으려고 해요. 예전 감성들을 잃지 않으려고 어린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저는 계속 철딱서니 없고 싶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만큼은 철이 들어야지’하는 게, 있을 텐데요.
엄마한테 어리광은 그만 부려야 할 텐데.(웃음) 저는 지금도 엄마와 전쟁을 해요. 저는 지금 다이어트를 해야 해요. 그런데 엄마는 항상 뭘 먹이려고 하죠. 엄마는 항상 “먹어! 먹어!” 저는 “안 먹어! 안 먹어!” 그러다 보면 초반의 “엄마, 조금 있다 먹을 게요”라는 부드러운 어투가, 결국엔 “(버럭)안 먹는다고~!” 이렇게 변해요.(웃음)

(웃음)다이어트는 <헤드윅> 때문에 하는 건가요?
네. 제가 그리는 무대 위에서의 헤드윅은 지금의 이 모습이 아니거든요.

어디 뺄 곳이 있다고!
아우~ 제가 뱃살이. 나잇살이 있습니다.

2005년 초연 때 조승우, 오만석, 김다현, 송용진 4명이 <헤드윅>에 동시 캐스팅 됐었죠. 이번에는 정석씨 외에 최재웅, 김동완, 김재욱씨가 헤드윅을 연기하고요. 팬들로서는 이번 헤드윅들끼리의 연기를 견주어 보는 재미도 있지만, 초연 때의 헤드윅들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럴 거예요. 제가 2006년에 할 때도 네 명이었어요. 저, 송용진, 이석준, 김수용 이렇게 네 명이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각 헤드윅 마다 색깔이 다 달라요. 다들 자기가 이해하고 느끼는 헤드윅을 연기하는 거죠. 경쟁의식이 있을 거라 보는 분도 계신데, 그러진 않아요. ‘저 사람이 저렇게 하니까, 나는 이렇게 해야지’ 하는 건, 괜한데 힘을 빼는 거거든요. 본인만의 색을 올곧게 지켜야, 다른 사람과 다른 나만의 색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나 싶어요.
약간 민감한 얘기일 수 있는데요, 이전 <헤드윅>의 경우 뮤지컬 실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분들이 캐스팅 됐었어요. 그에 비해 이번에는 뮤지컬에 처음인 신인도 있죠. 개인적으로 저는 김동완씨 캐스팅 소식을 듣고 놀라기도 했어요.
저는 놀랍다기보다, 기대 되요. 되게 신선할 헤드윅이 나올 것 같아서요. 또 동완이 형이 워낙 위트가 있잖아요. 아직 다른 배우들이 하는 걸, 못 봤어요. 2006년에는 배우들이 같이 연습 했는데, 이번에는 각자의 스케줄에 맞춰 따로 연습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들 헤드윅을 해석했을지, 궁금하고 기대돼요.

다른 공연 얘기를 좀 해 봐요. 2004년 데뷔 후 지금까지 달려오면서,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게 없다는 말이, 저에겐 딱 맞아요. <호두까기 인형>! 나의 처음 데뷔작이고. <그리스>! 많은 분들이 나라는 배우를 조금 더 알아 줬던 작품이고. <넌센스>! 제가 처음으로 배역을 따 낸 작품이고. <찰리 브라운>! 내가 처음으로 주인공을 했던 작품이고. <벽을 뚫은 남자>! 처음으로 내가 콜을 받았던 작품이고. <헤드윅>! 너무나 하고 싶었던 작품이고. <스프링 어웨이크닝>! 나에게 상을 안겨준 작품이고. <내 마음의 풍금>도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작품마다 특별한 이유들이 다 있어요. 다 너무나 소중해요

작품 선택은 누가 하는 편인가요?
대부분 제가 선택했어요. 지금은 소속사가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홀로 활동했으니까.

작품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뭐예요. 친절하게 보기도 드릴게요. 1번, 작품의 첫 느낌. 2번, 연출과 배우, 3번, 공연 기획사. 4번, 작품의 인지도. 5번, 기타.
저는 그럼, 순차적으로 나열 할게요. 먼저 작품이 재미있어야 해요. 여기에서 재미있어야 한다는 건, 철저히 제 기준에서에요. 코미디가 아닌 엄청 진지한 대본들, 혹은 <고도를 기다리며> 같은 부조리극들. 남들이 봤을 때 “그게 뭐가 재미있어?” 하는 작품이라도, 제가 재미를 느끼면 하는 것 같아요. 두 번째는 같이 작품을 만들어 갈 연출자와 배우들! 그 다음이 5번 기타가 되겠네요. 스태프들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요.

혹시 흥미를 느껴서 출연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었던 작품. 반대로 별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너무 좋았던 작품이 있나요?
있죠. <그리스>가 그랬어요. 사실, 큰 기대 없이 들어간 작품이었어요. 오디뮤지컬컴퍼니 신춘수 대표님이 “하자!” 그러셔서 “(망설이듯)아... 네, 하겠습니다” 한 건데, 그 작품을 안 했으면 큰일 날 뻔 했죠. <그리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저라는 배우를 알아 봐 주셨고. 또 덕분에 2005년도 신예 위너도 됐으니까요. 하하하하.
      

(웃음)뮤지컬은 <스프링 어웨이크닝> 이후 1년 만인데, 팬들이 좋아하죠?
너무 좋아해 주세요. 제 팬들은 제가 무대 오르는 걸 되게 좋아해요. 왜냐! 가까이에서 보려고! 아~ 이기적인 사람들이에요. 하하하. 왜, 드라마나 영화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야 하니까 거리감이 있잖아요. 그리고 뭔가 뺏긴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신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좋은 드라마나 좋은 영화를 하는 게 좋기는 한데, 뭔가 뺏기는 느낌이 든다’ 하시는 분이요.

뮤지컬 팬으로서 공감해요. ‘나만의 배우가 만인의 배우가 됐을 때’의 그 느낌. 기뻐해야 하는데,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잖아요. 그래서 마음 아파하며 떠나는 골수팬도 생기죠. ‘안녕’이라 작별을 고하며.(웃음)
그런 게 있나 봐요. ‘쎄시봉’ 아저씨들이 <놀러와>에 출연한 거 보셨어요? 송창식 선배님은 결혼 할 때, ‘머리카락’ 선물을 받았대요. 어떤 팬이 자기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서 보낸 거죠. ‘이제 당신을 놓아 주겠다. 나는 변하겠다’ 하는 심정으로. 반면 윤형주 선배님은 자신의 행적이 고스란히 스크랩된 선물을 받았대요. (팔을 넓게 벌리며)이~만큼 많은 기사를요. ‘ 당신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라는 의미의 선물인 거죠.

정석씨, 팬들과 가깝게 지내는 편이죠? 친절하게 대해 주는 스타일이고요.
네. 팬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편이에요. 그런데 어느 정도 선은 지켜요. 어떤 선을 넘어서는 순간, 그들은 팬이 아니라 내 연기와 내 공연과 나를 통제하는 팬이 되거든요. 그건 신인 때 알았어요. 형들이 “팬들과 너무 격 없이 지내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지내다 보니 저절로 알게 되더라고요.

뮤지컬이나 연극은 무대와 객석의 벽이 낮으니, 조심해야 할 것 같기는 해요.
물론, 그게 너무 좋기도 해요. 가까이에서 팬들과 호흡하는 건, 공연이 지닌 굉장한 매력이니까요. 하지만 이젠… 나도 이제 영화 좀 합시다!(웃음) 영화는 정말 하고 싶어요.

영화 쪽에서 러브콜이 여러 번 있으셨는데요.
네… 지난번에도 말씀 드렸지만, 그때는 모르겠더라고요. 스케줄 조정이라는 것도 몰랐고, 혼자 일 했기 때문에 어떻게 병행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과연 두 쪽을 병행하는 게 맞는 건지도 의문이었고, 또 그럴 자신도 없었고요. 지금은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영화 얘기가 나오긴 했는데, 꺼려지는 부분이 있어요. 동성애자 역이라, <헤드윅>이랑 겹치더라고요. 아직은 어떻게 될지, 정확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데, 영화하는 분들이 부러워요.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함께 출연했던 김무열씨의 경우, 뮤지컬에서 드라마 영화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됐죠.
네. <최종병기 활>이란 영화를 찍고 있을 거예요. 얼마 전, <로맨틱 헤븐>에 나온 걸 봤는데, 아유~ 너무 잘 하더라고요. “역시 우리 무열이다~!”했죠.

얼마 전에 <스프링 어웨이크닝> 2기 캐스팅 소식이 났던데, 개인적으로 정석씨가 멜키에(김무열이 맡았던 역)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럴 리는 없겠지만 다시 하게 된다면, 그 때는 모리츠(조정석이 맡았던 역) 말고 멜키에를 하고 싶어요. 모리츠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됐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이젠 멜키에가 궁금해요. 처음 여자를 접했을 때, 만졌을 때, 키스 했을 때 그 때 멜키에의 감정이 어땠을지 알아가는 게 재미있을 것 같고요.

훗날 조정석의 인생을 영화로 만든다면, 오프닝과 엔딩 곡으로 쓰고 싶은 노래가 있나요?
재밌는 질문이다. 많은 곡들이 떠오르지만 지금 <헤드윅>을 하니까, <헤드윅> 넘버로 해 볼게요. ‘Wig In A Box’로 시작해서 ‘Tear Me Down’으로 끝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헤드윅처럼 상처를 받고, 치유하고, 또 상처받는 과정을 되풀이 하겠죠. 하지만 결국엔 이겨내려 할 것 같아요. “어디 한번 해 봐. 한번 해 보자. 덤빌 거야? 그래, 덤벼 봐(Tear Me Down)!” 이렇게요.

장르가 웨스턴 같은데요?(웃음) 데뷔 후 계단을 꾸준히 밟아 올라가고 계신데, 어디까지 올라왔다고 느끼세요?
산 중턱? 그런데 정상이 있을까요? 정상은 없을 듯해요. 제가 원빈, 배용준 같은 명성을 얻는다 해도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게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정상이라는 말 자체가 사람을 되게 자만에 빠뜨리는 말이라고 보거든요.
      

정상은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내가 행복하다’ 싶은 순간도 있을 텐데요, 거기에 뭐가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곳에는… 돈? 돈이요. 정말 진지하게 말씀 드리는 거예요. 돈이 따라줘야 재미있게 일을 할수 있을 것 같아요. 돈이 없어서 제가 하고 싶지 않은 작품을 하고 싶진 않아요. 어릴 때는 ‘우리 집에 돈이 많았다면, 내가 열심히 못했을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죠. 그런데 지금은 돈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돈이 있어야 내가 지금 이 일에 더 몰입할 수 있고, 마음에 안 드는 건 “안 해!” 하면서 쉴 수도 있죠. (소속사 팀장의 시선을 새삼 느끼며) 하지만, 회사에 들어왔으니까, 일 해야 줘, 일!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하하.

(웃음)제가 아는 어떤 선생님은 ‘무대란 달궈진 프라이팬’이라고 했는데요, 조정석 씨에게 무대란 뭔가요?
‘실제로 공감할 수 있는 제3세계’가 아닐까. 사람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게 진짜라고 믿잖아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눈앞에서 일어나는 게 진짜이긴 한데, 동시에 가장 가짜일 수 있는 거.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보이는 영화나 드라마는 가짜인 게 티가 나고 공감이 안 되도, ‘가짜인 것 같다’ 정도로 끝나요. 하지만 무대는 가짜라는 게 보이며, 여지없어요. 저 같은 경우, 공연을 보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린 적도 있어요. 무대 위의 연기나 모든 것이 너무 가짜인 게 보여서요. 공감이 안 됐던 거죠. 진짜일 때는 되게 진짜인데, 가짜일 때는 또 너무 가짜가 돼 버리는 게 무대예요. 정말 ‘제3세계’ 같아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짜 연기에 대한 경계를 많이 하실 것 같네요.
네. 가짜 연기는 싫어요. 연기 잘하는 배우를 떠나서, 무대에서만큼은 진짜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처음 연기 배울 때,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네가 말하고 싶은 감정이 안 들면 하지 마. 대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테니까, 마음이 충분히 동했을 때 얘기해” 그 때 <세일즈맨의 죽음>의 비프 역이었는데, 쉽게 말이 안 나오는 거예요. 비프와 같은 경험이 없으니까, 공감이 안 갔던 거죠. 그래서 읽고 읽고 또 읽었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느낌이 확 오더라고요. 그 때 대사를 했는데, 선생님이 “그 대사가 가장 좋았다”고 해주셨죠. 저는 그렇게 배웠어요. 그렇기 때문에 가짜는 가짜에요. 무대 위에서는 진짜로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진짜를 보여 줘야 줘. 진짜 조정석을!

조정석의 역동적인 모습을 3D로 보고 싶다면, 클릭해 주세요!

2011년 5월 15일 일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1년 5월 15일 일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1 )
adew82
몇년전에 조정석이란 배우를 헤드윅에서 보고 알았는데.. 완전 반해 버렸드랬죠!^^ 다시 헤드윅 한다니 기대되구 조만간 정말 티비에서도 봤음 좋겠습니당~   
2011-05-1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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