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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찾았다 <이끼> 유선
이끼 | 2010년 7월 16일 금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이끼>는 15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지만 각각의 배우들이 흡입력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이끼>에 출연한 배우로서 완성된 첫 영화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
모든 배우들이 완성된 영화를 본 게 기술시사 때였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모두들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며 인사를 드렸다. 영화를 찍는 동안 누구보다도 가장 고생했던 건 감독님이다. 잠도 잘 못 주무시면서, 매일 고민하고, 술도 많이 드셨다. 고통의 시간을 보낸 것만큼의 결과물이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영화를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 아쉬움을 덮을 만큼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많은 언론매체에서 강우석 감독의 고생담을 접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힘들어하던가?
1년 가까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울 정도였으니까. 잠을 거의 못 주무셨다. 대본이 다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기 때문에 감독님은 영화를 찍는 동안 계속해서 시나리오를 써야 했다. 배우들이야 연기를 위해 온 힘을 쏟으면 되지만 감독은 모든 것을 다 신경써야 하니까 그만큼 고통이 배가 됐다. 더욱이 원작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 찍을 분량의 콘티를 미리미리 전해줬다. 다른 감독님과는 달리 강우석 감독님은 현장 편집이 없다. 콘티, 편집, 배우 디렉션 등등 그 많은 걸 어떻게 하시는지 정말 머리속이 궁금할 정도였다.(웃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영화의 러닝타임이 158분이다. 영화가 길어진 이유는 많지만 그 중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다룬다는 이유다. 감독은 머리가 쥐날 정도로 많은 고민을 했겠지만 배우들은 연기할 맛이 났겠다.
러닝타임은 길어졌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감독님께서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다는 거다. 첫 촬영 때부터 배우들에게 그 누구도 각각의 인물들의 입·퇴장을 의미 없게 하지 않을 거라고 얘기하셨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그 말씀을 지키셨다. 모든 인물이 한번씩 정점을 찍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 편집을 통해 러닝타임을 단축시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캐릭터 한 명이라도 다치는 게 싫어서 모든 인물의 디테일을 살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러닝타임이 길어졌다고 하더라. 물리적인 힘듦이 있었겠지만 감독님의 이런 노력이 배우들의 호연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이끼>는 윤태호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강우석 감독이 느낀 부담감만큼 출연하는 배우들도 부담감이 많았을 것 같다.
아무래도 원작을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웃음) 처음에 만화를 읽었을 때부터 영지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이미지에 부담이 많이 갔다. 원작에서의 영지는 굉장히 퇴폐적이고, 뇌쇄적이며, 팜므파탈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게다가 미스터리한 느낌을 풍기기까지 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런 느낌을 고수하지는 않았다. 특히 후반부에 직접적으로 사건을 개입하는 부분을 흡입력 있게 보여주기 위해 좀더 현실적인 느낌을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문제는 콘티가 1/3정도 나온 시점에서 첫 촬영에 들어갔다는 거다. 그 대본에 영지가 나오는 장면은 딱 두 번이었다. 그것만 같고 영지의 느낌을 살릴 수가 없었다. 항상 작품을 들어가기 전에 철저히 준비를 하는 편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그럴 여건이 안됐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을 원작 만화로 달래며 캐릭터를 잡아나갔다.

강우석 감독이 캐릭터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주문을 했나?
감독님도 현실적인 영지를 원했다. 누구나 범할법한 쉬운 여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게 감독님이 생각한 영지의 첫번째 모습이었다. 그래야 후반부에 영지가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했을 때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시더라. 그래서 원작과는 다른 색깔의 영지를 머리속으로 생각하며 촬영날을 기다렸다. 어느 정도 부담감을 안고 감독님과 첫 촬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감독님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캐릭터를 요구했다. 아줌마처럼 말도 툭툭 내뱉고, 옷도 자유스럽게 입는 스타일로 가자는 거다. 심지어 감독님은 나이를 들어보이게 하기 위해서 얼굴에 주름도 그렸다.(웃음) 다행이 자연스럽지가 않아서 지웠는데, 주름을 그린 그 당시에는 정말 머리속이 하얗게 되더라. 원작을 접했던 사람들이 이런 영지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고, 이래저래 힘들었다. 후줄근한 니트에 월남치마를 입은 모습으로 나오니 누가 영지라고 믿겠는가.(웃음)

하긴 영지가 걸레질하는 첫 장면부터 원작의 캐릭터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미지도 변했지만 동네 아줌마 같은 대사가 인상 깊었다.
영화의 초중반부에 나오는 평상 식사 장면이 실제 첫 촬영이었다. 첫 대사가 “오라버니들은 그냥 대충 드셔. 많이 들어요 잘생긴 양반”이다. 어휴~~ 처음엔 이 대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몰랐다.(웃음) 근데 대사를 계속하다 보니까 입에 잘 붙더라. 그 때 감독님이 “유선! 걱정하지 말고 첫 장면 이렇게 찍어보고, 그러고 나서 대사가 붙을 것 같으면 뒤를 다 고칠 테니까 우리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보자. 그리고 정 안될 것 같으면 재촬영해도 되니까 부담 갖지 말고 그 느낌 살려서 연기해봐!”라고 하셨다. 그렇다고 마을 사람들 다 나오는 장면인데 재촬영은 어떻게 하나. 그냥 편안한 연기를 유도하시려고 말 만 그렇게 하신거다.(웃음) 그래서 무조건 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단 했고, 이후 연기가 괜찮았는지 감독님이 영지 캐릭터를 고쳤다. 유해국이 영지집으로 처음 왔을 때 “잘생겼네. 쉬세요” 같은 툭 내뱉는 대사의 느낌도 그 이후에 나온거다. 또한 김준배 선배하고 김상호 선배랑 같이 찍은 술상장면도 아줌마 같은 느낌을 표현하면서 연기했다.

후반부에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는 영지의 모습은 인상 깊지만, 전체적으로 영지가 나오는 장면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서 연기하는데 힘들었다. 처음엔 원작의 캐릭터와 다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또한 원작보다 오히려 영지가 본격적으로 사건에 개입하는 게 쌩뚱 맞지 않다는 이점도 있었다. 문제는 전반부와 후반부에만 등장해 그 사이에 빈 공백이 많다는 거다. 전반부와 후반부는 분위기부터 다르잖나. 어떻게 하면 이 공백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다.
어쩌면 연기에 대한 고민보다도 먼저 강우석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고민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물론 강우석 감독 작품에 출연한다는 건 배우로서 기회지만 문제는 감독이 10년 만에 여배우를 기용했다는 것이다.
마치 모두들 나의 성공 여부를 통해 앞으로 우리나라 여배우들이 강우석 감독님과 같이 작업할 수 있을까에 대한 기준을 삼는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을 받으니까 스스로 책임감을 느꼈다.(웃음) 또한 내가 잘해야 다음에 감독님이 다른 여배우와 작업할 수 있으니까 열심히 연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최적의 연기를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감독님을 실망시키지 않은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웃음)

<이끼>에 출연한 배우들 중 혼자 여자다. 그러나 영화촬영장에서는 결코 여배우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들었다.
일단은 촬영장소가 산골짜기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허름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실제나이보다 더 나이든 역할을 하다 보니 다들 마음이 편안했던 것 같다. 근데 너무 편했던 거다. 어느날 정재영 선배가 ‘동지’, ‘전우’ 하면서 월남전에 같이 갔다 온 것 같다고 말하더라.(웃음) 워낙 감독님이 팀워크를 중시하시니까 회식자리를 많이 가졌는데, 배우들끼리 방에 모여서 맥주 마시고, 오징어 뜯으면서 얘기도 많이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촬영장은 전쟁터였다. 매 순간 긴장하며 격정적인 연기를 치뤄냈다. 그러면 바로 공항상태가 된다. 뭔가 자유를 누리고 싶고,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과 교감을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수다도 마음껏 떨 수 있는 술자리를 좋아했다.

원래 술을 잘 하는 편인가?
아니다. 평소에는 술을 잘 못 마시니까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이번에는 정말 끝까지 함께 했다.(웃음) 여배우니까 일찍 들어가 쉬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나 또한 일어날 생각도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대해준 게 살가운 정을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숙소 방 한칸에서 나눴던 아기자기한 이야기, 그곳에서 오고 갔던 정겨운 대화들, 그리고 서로 연기하면서 쌓인 정 등 지금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제 시사회 무대인사가 있어서 오랜만에 배우들이 모였다. 근데 헤어지기가 아쉽더라. 술 한잔 하면서 얘기꽃을 피우고 싶었지만 다들 스케줄이 바빠서 헤어졌다. 매번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잠깐의 만남에도 서로 유쾌해서 웃고, 재미있었다. 영화 자체를 힘들게 찍기는 했지만, 그만큼 좋은 팀워크를 형성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가 원작과 가장 큰 차이점은 엔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원작과 다른 엔딩이 써있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소름이 쫙 돋았다. 그 때가 정재영 선배하고 박해일씨랑 같이 찍는 장면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감독님이 모두들 잠깐 이리로 오라고 했다. 그러시더니 “이런 엔딩을 생각하고 있는데 어떤 것 같아?”라고 물으시는 거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두 말을 잇지 못했다. 정재영 선배도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은 감독님이 “그렇지!” 하면서 너무 기분 좋아하셨다. 영화에 명확한 종지부를 탁! 찍는 느낌이라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일단 영화의 두 축은 각각 천이장과 유해국역을 맡은 정재영과 박해일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곁에서 두 배우의 연기를 지켜봤는데, 연기할 때 각각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정재영 선배는 현장에서 캐릭터에 몰입하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 매번 촬영장에서는 천이장이었다. 분장이 끝나면 수염에 묻을 까봐 식사도 안 하고, 분장 망가질까봐 웃지도 않았다. 분장뿐만 아니라 어려운 사투리 연기도 묵묵히 잘 해냈다. 연기에 신경이 날카로웠을 텐데도 한마디의 불평불만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스탭들한테도 짜증내는 것도 본적이 없었다. 항상 긍정적이고, 성실하고 그래서 강우석 감독님 이하 모든 감독님들이 정재영 선배와 계속해서 작품을 하고 싶구나 생각했다. 근데 가장 어렵고, 친분을 쌓는 시간이 오래 걸렸던 사람이 바로 정재영 선배였다. 다들 농담하고 웃는 분위기인데도 혼자 안 웃으니까 너무 어렵더라. 굉장히 유쾌하고, 밝고, 개구지다고 들었는데, 소문이 가짜라고 믿을 판이었으니까.(웃음) 근데 분장을 지우는 그 순간 “아휴~ 시원하다!” 하면서 너무 천진난만하게 다른 사람으로 돌아가더라. 그 때부터는 그냥 장난치고, 농담하고 술자리에서도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다. 정말 소문대로 좋은 연기자인 동시에 좋은 선배였다.

박해일에게선 어떤 장점을 보았나?
박해일씨는 굉장히 진중하다. 또한 갖고 있는 느낌이 다양하다. 어떤 때는 개구지면서 순수해보이다가도, 어떤 때는 눈빛에서 강한 포스가 나오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그리고 정말 부지런하다. 항상 촬영현장에 먼저 나온다. 분장 끝나면 뚫어져라 콘티만 본다. 하도 콘티만 보니까 정재영 선배가 “해일아! 콘티 좀 그만봐. 공부는 집에 가서 하고 와!”라고 하더라.(웃음) 그럴 정도로 매순간 열심히 했다.

배우라면 항상 자신의 연기에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이끼>에서 자신의 연기 중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다가)열심히 했지만 아쉬운 부분은 많다. 그중에서도 캐릭터에 대한 느낌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물론 원작보다 영화에서 영지가 보는이로 하여금 이해하기 쉽게 표현되었다. 왜 마을 사람들과 그런 관계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부분이 보충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영지가 마을에서 그렇게 살아야만 했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또한 전체적으로 영지가 나오는 장면이 적었기에 그만큼 캐릭터를 확실히 표현할 수 있는 시간도 적었다. 만약 재촬영의 기회가 온다고 하더라도 이런 아쉬움들이 계속 나를 괴롭힐 것이다. 그만큼 영지는 연기하기 힘든 캐릭터다.

다른 배우들도 연기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영지라는 캐릭터는 애매모호한 구석이 많다.
(박수를 치며)맞다. 영화에서 김상호 선배는 가장 먼저 죽음을 맞이하지만 회상 장면으로 인물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고, 어떻게 이 마을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설명해준다. 근데 영지는 어린 시절 잠깐 과거의 일로 유목형에 손에 이끌려 이 마을에 오게 되었다라고 보여주고 중간에 생략된다. 역할에 어쩔 수 없는 한계성은 있는 것 같다.
영화에 베드신이 나온다. 원작을 접했기 때문에 부담감이 많았을 것 같다.
베드신을 어떻게 찍어야 관객에게 잘 전달될까 하는 걱정이 앞서서 전날 잠도 잘 못 잤다. 막상 촬영장엘 갔는데, 감독님 이하 배우들과 많은 스탭들이 너무 많은 신경을 써줬다. 너무 신경을 써주니까 오히려 편안하게 여유를 갖게 되더라.(웃음) 같이 베드신을 찍는 선배들이 더 긴장하고, 어려워했다. 게다가 수줍어 하더라.(웃음) 몸을 쓰다듬는 장면에서는 미안해하면서 너무 조심스럽게 연기하니까 오히려 “어휴 괜찮아요!” 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웃음) 어느 순간 처음에 가졌던 부담감이 없어졌고, 편안히 촬영했다.

천이장과의 첫 관계 후 영지와 4명의 마을 남자들과의 육체적인 관계가 시작된다. 이 베드신을 통해 영지가 유목형에게 갖는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말할 수 있는데, 감정 잡기가 수월하지 않았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애정을 많이 가졌던 장면이다. 이 장면을 잘 표현해야만 유목형과 천이장 사이에서 영지가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관객이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극중 “나(영지)에게 유목형은 구원자이고, 천이장은 복수를 해 준 사람일 뿐이다. 나의 구원자인 유목형을 당신이 손대려 한다면 그래! 내가 희생해서라도 그의 목숨을 살리고 싶다”라는 결연한 의지를 표현한 대사가 있다. 정말 되뇌고 또 되뇌면서 연기를 준비했다. 촬영은 시작되고 “나 여기서 자고 간다”라는 천이장의 대사가 끝났다. 그리고 바로 단추를 푸는 장면으로 이어지는데, 눈물이 나더라. 굳이 의도했던 것도 아니고 그래야만 했던 것도 아닌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마도 이 장면이 그 만큼 영지의 캐릭터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잘되었다고 본다.

영화에서 말도 걸걸하게 하고, 옷도 촌스럽게 입었지만 도시적인 이미지를 지울 수 없더라.
왜 그런 이미지가 굳혀졌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굉장히 세련되고 도시적인 커리어 우먼 역할을 맡은 적도 없었다. 근데 희한하게 도시적인 이미지가 느껴진다고 하더라.

어쩌면 목소리톤 때문에 그런것은 아닐까?
일반 여성분들보다는 목소리톤이 낮으니까 그렇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다.

목소리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워낙 목소리가 좋아서 연기할 때는 많은 도움이 되겠다.
가끔은 방해가 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솔약국집 아들들>의 복실이 때는 나즈막히 이야기하지 않고, 약간 톤을 높이며 애교실린 목소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매번 그런 역할을 맡는 것은 아니다. 독특한 역할이 아니고서야 대부분 자신의 평소 목소리톤으로 연기 하기 때문에 나 또한 그렇다. 때로는 이 목소리가 캐릭터에 무게감을 실어주기는 한다. 하지만 조금 그 무게감이 덜어졌으면 하는 때가 있다. 그래서 목소리가 다른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출연한 드라마 중에서 시청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은 <작은아씨들>과 <솔약국집 아들들>이다.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두 드라마다 주말연속극이었고, 미득이. 복실이 둘 다 촌스러운 이름의 역할을 맡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웃음) 캐릭터 이름이 촌스러우면 친근감이 드니까 많이들 좋아해 주신 것 같다. 두 드라마다 좋은 작품을 만난게 아마도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드라마와는 대조적으로 영화는 <4인용 식탁>부터 시작해서 <가발> <검은집> 그리고 <이끼>까지 호러나 스릴러 작품에 출연했다. 캐릭터의 이미지가 너무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름 호러나 스릴러 영화에서는 할 만큼 한 것 같다.(웃음) 공포에 사로잡힌 인물, 상대방을 공포에 휩싸이게 만드는 인물, 싸이코 패스, 진실을 숨기고 있는 미스터리한 인물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해봤다. 사실 캐릭터만 보고 작품을 선택하다 보니까 이상하게도 비슷한 장르에 출연하게 되었다. 호러나 스릴러 장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여자 캐릭터가 평범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검은집>의 신이화는 싸이코 패스 연쇄 살인범이라는 점에서 더욱더 끌렸다. 누가 여태껏 보여준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쉽게 만나 볼 수 없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이건 정말 기회라 생각했다.

영화에서 남다른 캐릭터를 맡으며 열심히 노력은 했지만 이렇다 할 흥행작은 없다.
그동안 몇 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흥행면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나름 영화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있어서 열심히 했었지만, 결과적으로 많이 묻혔다. 그리고 항상 신인감독님들의 첫 작품을 하다 보니까 영화계에 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정말 작업하고 싶은 감독과 배우들이 너무 많다. 강우석 감독님과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작업한 <이끼>를 통해서 비로서 나의 존재감을 어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제야 영화에서 유선이란 이름을 정식으로 소개하는 기분이다. 그리고 이미지도 쇄신할 겸 당분간은 좀 밝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웃음)

그래서 그런가? 다음 작품이 로맨틱 코미디 <글러브>다.
이제야 밝은 영화를 만났다.(웃음) 너무 어두운 쪽으로 치우친 캐릭터를 하다가 처음으로 밝고 명랑한 역을 맡으니까 기분이 좋다. 또한 영화에서 국한된 캐릭터에서 전환을 할 수 있는 기회니까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느낀다.

강우석 감독의 신작인 <글러브>에서 또 한번 정재영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사실 <이끼>에서 정재영 선배와 호흡을 맞췄다고 할 수 없다. 마주치는 장면이 별로 없어서 이번 영화가 실질적으로 첫 호흡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영화에서 따귀를 맞는 장면이나 과거에 벌어졌던 큰 사건을 통해 감정적으로는 묵직한 무게감이 있었다. 이런 장면을 바탕으로 정재영 선배와 연기적으로 좋았던 교감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 교감을 <글러브>에서 할 수 있어서 반갑다. 그리고 이번에는 분장이 없으니까 유쾌한 분위기에서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좋다. 이 영화로 또 다른 터닝포인트를 만들어내고 싶다.(웃음)

2010년 7월 16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 (무비스트)
2010년 7월 16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 (무비스트)    

78 )
ceojs
유선누나 넘넘넘넘넘 이뻐여 유선누나 넘넘넘넘넘넘넘넘넘넘 사랑해요   
2010-08-26 03:13
qhrtnddk93
신비롭네여   
2010-08-24 19:31
saiblood
목소리가 멋져서 매우 좋아하는 배우님! 기대하겠습니다. 글로브도   
2010-08-23 21:10
seon2000
^^   
2010-08-17 17:44
pa2ge
유선씨 이끼에서 마지막 장면 소름 끼쳤음 ㅋㅋ   
2010-08-17 08:27
charisma0814
이끼에서 처음 뵙네요.   
2010-08-17 03:52
cyddream
꼭 대기만성 하길 기원합니다.... 유선 화이팅   
2010-08-15 01:42
kekd1035
잘봤습니다   
2010-08-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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