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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관객을 실망시킨 적은 없다 <이끼> 강우석 감독
이끼 | 2010년 7월 9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 이 인터뷰는 언론시사 이전인 6월 15일에 진행된 인터뷰임을 밝힙니다.

개봉이 한 달 정도 남았는데 후반작업까지 다 끝났나? 러닝타임 때문에 스트레스 좀 받았다고 들었다.
오늘 아침에 다 끝났다. 특히 소리나 음악에 신경을 더 썼던 편이다. 러닝타임은 스트레스까지는 아니다. 찍을 때는 한 3시간 정도 나올 줄 알았거든.(웃음) 그걸 2시간 40분에 막았다는 게 오히려 좋았다. 이 이상은 못 줄이겠더라. 관객이 지루하다고 해도 이젠 어쩔 수 없다.

제작보고회 때 애초에 1,2부로 나눠서 하고 싶었다는 얘기도 했잖은가.
처음부터 1,2부로 하기로 했으면 내가 아예 2시간씩 나눠서 찍었겠지. 근데 이걸 1,2부로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봉이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작업이 다 끝났으니 진행 자체는 무척 빠른 편이다.
그러게. 작업이 의외로 빨리 끝났다. 촬영이 워낙 빨리 끝났으니까. 사운드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 후반작업도 할 건 다 했다. 완성본을 보면 시간에 쫓겼다 뭐 이런 느낌은 없을 거다. 영화가 지루하면 할 수 없지만. 그림이나 소리에는 하자가 없으니까.

<이끼>는 공간이 특히 중요해서 로케이션이나 세트에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 같은데.
세트도 그렇고 산 깎고 별 짓 다하긴 했지. 준비하는 사람이 많이 힘들었을 거다. 근데 공간이 워낙 중요하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 꼭 이렇게까지 해서 찍어야 되나 싶기도 하고. 여하튼 산을 깎아서 마을 하나를 만든 셈이니까.

강우석의 스릴러라니 낯설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처음부터 스릴러를 하고 싶었던 건가 아니면 <이끼>가 좋아서 스릴러를 하게 된 건가?
<이끼> 자체가 좋았던 건 기본이고, 또 내가 스릴러를 아주 좋아한다. 왜 그런 거 있잖나. 좋아하지만 못 만드는 장르가 있고, 싫어서 만들기 싫은 장르가 있고. 멜로 같은 경우는 내가 감성이 없어서 자신이 없다. 코미디도 소셜 코미디는 모르겠지만 엎치락뒤치락하는 건 자신이 없다. 근데 만들기 쉽지 않지만 자신도 있고 하고 싶었던 장르가 스릴러다. 내 영화 보면 코미딘데 굉장히 공포스러운 장면이 확 들어오고 이런 게 있다. 내가 그런 걸 좋아한다. 언젠가 스릴러를 만들지 않겠나 싶었는데 <이끼>를 선택해서 하게 됐다.

우리나라에 웰 메이드 스릴러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강우석 감독이 만든 스릴러라는 이유만으로도 기대감이 높다. 그런 기대감이 부담스럽기도 할 것 같은데.
나는 어차피 조금만 더 비틀려도 욕을 많이 먹는 사람이니까.(웃음) 칭찬을 듣거나 아주 망가지거나 둘 중 하나겠지. 신인 감독이야 좀 다르게 만들면 재능 있다는 얘기를 듣지만, 나는 그게 아니란 말이지. “이렇게 만들려고 스릴러 장르에 손 댄거야?” 뭐 이런 비난을 받을 테니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그건 뭐 어쩔 수 없기도 하다. 눈높이를 내릴 수도 없는 거고.
게다가 기존과는 다르게 잘 알려진 원작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인 것 같은데?
엄밀히 말하면 처음은 아니다. 옛날에도 원작이 있는 걸 찍어보긴 했다. 대신 이번처럼 원작을 그대로 가져온 건 아니고. 제목만 가져오거나 설정만 가져왔었다. 근데 <이끼>는 원작 자체가 탄탄하잖나. 지금도 네티즌들의 가장 큰 우려는 “왜 이 훌륭한 원작을 강우석이가 만들어서 망가뜨리려고 하느냐” 뭐 이런 시선이다. 왜 온라인에서 평점 주는 거 있잖나. 그거 쭉 보면 기대 안 한다는 사람도 있고, 왜 하필 비주얼을 잘 만드는 감독이 안 만들고 강우석이 만드느냐는 이런 사람도 있다. 워낙 충성도가 높은 웹툰이기 때문에 그 비난이 그대로 옮겨진다면 험악하겠다 싶더라.(웃음) 만약 진짜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 그런 험담을 유도해낼 정도로 질이 떨어진다면 그건 분명 문제가 있는 거겠지.

사실 웹툰도 스크롤로 보는 만화라서 영화적인 느낌이 많다. 영화화를 위해 윤태호 작가와도 많은 얘기를 나눴나?
많은 얘기를 했다. 후반에서 마지막으로 가는 부분에서는 직접 써서 보내준 글도 있다. 내가 부탁해서 이렇게 고치려고 하는데 이건 다른 사람이 못 고치는 부분이니 직접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에필로그에서도 나는 이런 감정으로 이렇게 찍을 건데 만화에는 없는 내용이라 동의를 구하기도 했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원작의 분량이 워낙 많아서 영화로 옮기는데 힘들었겠다. 어떤 기준을 두고 작업했나?
그게 제일 힘들었다. 만화를 그대로 찍으면 거의 10시간짜리 영화가 나올 테니까. 이걸 2시간 반 정도에 집어넣어야 되고 거기에 타당성도 있어야 하니 쉽지 않았다. 또 만화에서 미쳐 못 그린 부분도 있다. 그걸 설명 안 해주고 넘어가면 또 안 되니까. 만화에서 시나리오로 넘어오는 과정도 어려웠지만, 시나리오가 콘티가 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오늘 재미있었는데 내일 보면 또 재미없고. 오늘 찍겠다고 얘기할 때는 다들 재미있다고 했는데 또 막상 찍으려고 하면 그럴 여건이 안 되고. 사람이 본의 아니게 변태가 돼 가는 거야.(웃음) 드라마적으로 힘든 것도 많았는데, 날도 너무 추웠다. 겨울에 산골인데다가 밤 장면이 많으니까 이거 오늘 찍다가 죽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같이 작업한 배우들이 다들 연기의 달인들이라, 원작을 공유한 상태에서 특별한 디렉션을 줄 필요도 없었겠다.
아니 오히려 반대다. 되게 많이 제어를 했다. 풀어지지 마라, 원작에 나온 그림 흉내 내지 마라, 다 잊어라 등. 왜냐면 이건 만화를 본 사람들도 재미있어야 한다. 만화를 그대로 흉내 내면 만화를 본 사람들은 재미가 없다. 되게 많이 부러뜨렸다. 특히 유해진 같은 경우는 원작에서는 약도 하고 헬레레하는 편인데 영화에서는 다르게 말짱한 애로 만들었고, 연기도 만화랑은 완전히 다르게 설정했다. 재창조를 하면서도 원작에서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에 원작을 그대로 살리면서 가야하는 것이 있었다. 원작이 워낙 좋으니까. 감독으로서 내가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날마다 무리수를 둬야만 했다. 나로서는 할 만큼 다 했고, 여기서 비난 받는다면 전적으로 내 잘못이니까. 원작자나 시나리오 작가나 배우들한테 원망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다른 핑계를 댈 수가 없잖나? 배우며 스탭이며 전부 A급인데. 잘못되면 전적으로 내 책임인거지. 기본적인 설계도라는 게 있는데 그걸 내가 못 해낸다면 그건 책임을 져야지.

강우석 감독이라면 그야말로 A급이잖나?(웃음)
사람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소셜 코미디를 했다면 기본적으로 실망은 안 시킬 거다, 뭐 이런 게 있는데 이건 그게 아니기 때문에 모 아니면 도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거다. 나 스스로도 우려한 부분이 있기도 하니까.

영화에서는 설정이 달라진 부분도 있다고 하던데, 그럼 초반에 원작과의 차이에 대해 살짝 설명해주는 장치들도 있나?
그건 또 성격에 안 맞아서.(웃음) 처음부터 “저게 뭐야?” 하면서 시작하는 편이라 설명 같은 건 안 해준다. 그게 더 영화적이지. 요즘 관객들은 무슨 말인지 몰라서 뒤에 가서 복기하면서 보는 한이 있어도 그걸 원하지, 친절하게 누가 설명해주면 싫어한다. 게다가 마을이나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 역시 설명을 해주는 사람들이 아니잖나. 이야기 자체도 그 설명을 알아가는 과정이니까.
원작 웹툰이 박해일을 모델로 했기에 유해국 캐스팅에서는 이견이 없었겠다.
그렇지. 원작이 박해일을 모델로 그렸으니까. 근데 나는 <극락도 살인사건> 때문에 이게 지금 비슷한 느낌으로 찍히면 어떻게 하나 걱정은 됐다. 근데 박해일 외에 대안이 없더라. 작가가 워낙 박해일을 놓고 그려서. 그냥 봐도 “이건 박해일이네” 싶던데? 반면 정재영은 완전히 무리수를 둔 거다. 완전히 파격적으로 가보자 싶어서 했으니까. 다른 배우들은 다 만화 이미지와 다르지 않게 했고, 연기만 좀 다른 방향으로 잡았다.

정재영을 이장 역에 캐스팅했을 때 주변에서 반대가 많았는데.
주변에서 반대 무지하게 했지. 특히 네티즌들은 아주 들고 일어났으니까. 근데 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오히려 이게 나의 유일한 선택이자 굳 초이스라는 느낌이 들더라. 이 선택이 맞다면 이건 정재영이 덕분에 대박이라고. 근데 네티즌의 생각이 기우에 그치지 않고 미스캐스팅으로 결론이 나면 이건 100% 실패지. 이장 미스캐스팅이면 이건 뭐 완벽한 실패지. 모험을 하는 것 같지만 나는 이게 안정적인 선택이었다. 확실하게 믿을 수 있었으니까.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확신이 들었나?
재영이는 노역이 가능한 배우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게 억지스럽지 않다. 재영이한테 그런 게 있다. “이걸 설경구한테 시켰으면 더 어울렸을까?” 라고도 생각해 봤는데, (포스터를 함께 보며)저것 봐라 느낌이 괜찮다니까. 나이든 역할도 잘 하겠다 싶더라고.

잘 되면 진짜 많은 얘기가 나올 만한 선택이다.
그렇지. 배우한테도 굉장히 영광인거지. 솔직히 저런 걸 언제 해보겠나.

특수 분장도 해야 하고 배우한테는 힘든 부분도 있었겠다.
하루 3시간에서 3시간 반 씩 분장했다. 그래서 재영이는 12시에 찍어도 매일 오전 7시 반에는 와서 준비했다. 그렇게 분장해서 연기하고 나오면 또 기다리는 동안 혼자 가만히 있는다. 노인 감정 깨질까봐. 말 한 마디도 안 하고 그냥 앉아 있는 거야. 그러다가 내가 주문하면 자기 것만 딱 하고. 그러다가도 분장 지우면 또 애기로 돌아가고.(웃음) 개인적으로 영화제에서 공정한 심사를 해서 재영이가 상도 받고 그러면서 그 노고를 치하했으면 좋겠다. 배우들한테 가장 큰 보답이 상이니까.

홍일점 유선은 마음에 들었나보다 다음 작품도 바로 같이 하는 걸 보니.
연기의 기본이 장난이 아니다. 확실히 달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구원 출신이라 그런지 몰라도 연기의 기본기가 너무 탄탄하다. 이번에는 여주인공이긴 하지만 역할이 크지 않았다. 그래서 기회를 한 번 더 줘야겠다 싶었다. 스타성이 있는 배우니까. 나랑 한 번 더 하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승낙했다. 그래서 재영이랑 상의해서 둘이 한 번 더 같이 하자고 얘기가 됐지. 너무 열심히 하고 매너도 좋은 배우다. 스탭들한테 너무 잘해. 특히 막내 스탭들이 너무 좋아한다. 배우 티를 안 내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

정재영, 유선과 함께 하는 다음 작품 <글러브>가 바로 촬영에 들어간다고.
다음 주에 바로 들어간다.(웃음) 놀기도 귀찮고 대본도 들어왔고.

<이끼> 때문에 힘들었는데, 그래도 휴식이 좀 필요하지 않나?
영화를 바로 찍으면서 오히려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앞에 제작한 영화들이 너무 망가져서 개봉 전에 늘 노심초사하니까. 돈도 벌어야 되잖나? 관객 동원에 너무 예민하니까 그걸 떨치려면 차라리 일하고 있는 게 낫다 싶더라.
웹툰 <이끼>는 처음에 어떻게 보게 됐나?
투자해달라고 왔었다. 영화로 찍게 해달라고. 거절을 하려고 검토를 하다가 내가 하겠다고 뺏은 거지.(웃음)

어떤 부분에 끌려 직접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나?
한국적 공포. 내가 스릴러도 많이 제작하고, 또 다른 스릴러 영화들도 많이 나왔는데 과연 우리 스타일, 그러니까 사람들이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얘깃거리나 우리의 과거를 다룬 게 있었나 싶더라. 내가 보기엔 없었거든. 엄격하게 <공공의 적>이나 <추격자>는 스릴러라기보다 수사물의 느낌이 강하니까. 호러가 아닌 공포 분위기는 충분히 있지만 엄밀하게 사건을 쫓는 경찰이나 전직 경찰의 얘기니까. <이끼>는 과거가 펼쳐지고, 사건에 대한 이유, 과정, 결말 이런 게 있잖나. 인간들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인간에 대한 얘기니까. 그래서 일찍 잡았는데, 나중에 과거가 펼쳐지고 엔딩이 나오는데 야, 이거 뭔가 싶더라.(웃음) 너무 커지더라고 대하드라마처럼. 월남전은 못 찍겠다, 이건 안 찍어도 되겠다 뭐 이러면서 빨리 취사선택을 했지. 그래도 과거사 대부분을 영화에 넣었다. 그랬더니 너무 힘들더라. 간단하게 보고 까불다가 혼난 케이스지.

원작은 대중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인 뉘앙스도 있고, 좀 마이너적인 정서도 있고 그런 편인데.
그래서 처음에 15억 정도 저예산으로 찍겠다고 생각하고 가져온 거다. 근데 그게 펼쳐졌지. 이걸 가져온 제작자도 “감독님 아니었으면 작은 영화 됐을 것”이라고 하더라. 윤태호 작가도 너무 고마워하고. 자기 만화가 갑자기 블로우 업됐으니까. 만약 이 영화가 대박나면 <이끼>라는 만화는 끝까지 남는 거지. 다른 만화가들이 무척 부러워한다더만.(웃음)

공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마을은 비밀스러우면서 또 모두에게 공유된 곳이다.
되게 중요하다. 실제로 영화 제작비의 2/3가 공간을 만드는 데 들어갔으니까. 미술적인 것, 부대적인 것에 돈이 많이 들어갔다. 조성원 미술 감독이 잘 했어. 상 한 번 받을 만 해. 공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으스스하지.

완성된 후에 러닝타임을 더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러닝타임 자체를 더 줄여서 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단순히 시간문제는 아니더라고. 안 좋은 평가를 받으면 영화가 안 좋은 거지 시간이 길어서는 아닐 거라고. 요즘은 재미있으면 2시간 넘는 영화들도 잘 보잖나? 거기에 한 20분 더 붙은 건데 뭘.

뒷부분에서 사건이 풀어지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한 건가?
끝까지 안 풀어준다. 그냥 그대로 끝까지 간다. 논스톱으로. 이거 너무 잘난 척인가?(웃음) 쉴 여유가 있었으면 더 잘라 냈겠지. 뒤에 외도적인 반전이라든지 갑자기 놀라게 하고 이런 건 철저하게 안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뭐 어떤 장면이 특별히 무섭지는 않은데 보고 있으면 사람이 오싹오싹해지고 그런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거지. 화면엔 별 장면도 없는데 그냥 무서운 거. 밤이 돼서 어두워지는 거 자체가 무서운 거. 뭐 특별한 것도 안 나와. 고도의 심리전으로 한 번 해보자 했지. 처음에 촬영기사나 스탭들한테 설명을 해주니 “그게 가능할까요?” 하더라고. 그렇게 되면 너무 좋겠다는 반응들이었다.

인물들이 많아서 캐릭터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괜히 등장만 시켜놓고 어정쩡하게 처리하는 거 정말 큰일이다. 내가 그래도 좀 칭찬받는 부분이 내 영화에는 조연들이 빛난다는 점. 그리고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장하고 유해국의 대결구도라고 해서 둘만 강조하고 다른 사람들 대충 다루면 이게 뭐가 되냔 말이지. 흐지부지 해버리면 안 되니까.
배우들도 미리 원작을 봤을 텐데, 원작의 느낌과 영화의 느낌이 달라 애를 먹었을 수도 있었겠다.
그런 부분이 힘들었을 거다. 나한테 질문도 많이 하더라. 원작은 만화이기 때문에 인상 쓰고 심각하게 해도 여기서는 그러지 말라고 했지. 드라마로, 이어지는 감으로 무섭고 공포스럽고 이런 것들을 추구해 나갈 거니까 오버하지 말자고. 근데 배우들의 연기가 되게 자연스럽더라고. 워낙 잘하는 배우들이라서.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보면 그 동안의 작품들과 달랐던 <이끼>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 것 같나?
이게 코미디에 대한 예찬인데, 코미디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 그걸 반증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이거 만들기가 코미디나 그런 거에 비해서 그렇게 어렵지 않다. 물론 <이끼>를 찍는 동안 고통스러웠지만, 좋아서 한 거니까 감내할 수 있었다. 어쨌든 영화를 칭찬하는 입장이라면 영화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이 좋았다고 하겠지. 잘 해보고자 하는 그런 것들. 워낙 고생을 많이 했으니까. <이끼> 이후에 굉장히 여러 가지 말들로 시험대에 오를 것 같다. <공공의 적> <실미도>를 만든 사람이 스릴러를 만들었다고 하니까 어떻게 만들었는지 한 번 와서 봐야겠다는 기대치가 있기도 하겠지만, 반대로 이건 100%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직접 눈으로 확인하러 오는 사람도 있겠지. 예를 들어 축구 잘하는 축구 선수가 야구로 데뷔하는 거야. 근데 그 축구 선수가 중학교 때까지 야구를 했다고 치자고. 그럼 기대도 하겠지만, 정말 잘 하나 보자, 이런 마음도 드니까.

다음 주에 시작되는 다음 작품은 코미디인가?
약간 코미디? 생활 유머 정도다.

<이끼> 이후에 계속해서 스릴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나?
<공공의 적> 시리즈를 계속 할 테니 스릴러는 앞으로 계속 연장될 거다. 왜냐면 나쁜 놈 잡는 거거든. 그 톤은 비슷하게 유지가 될 것 같다. 내가 <추격자>를 보고 여기에 ‘공공의 적’이라는 제목을 붙여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짜 공공의 적이잖아? <공공의 적> 시리즈는 배고플 때마다 꺼내서 밥벌이로 영원히 가져갈 거니까.(웃음) 이 세상에 공공의 적이 존재하는 한은. 근데 관객들이 영화에 나오는 공공의 적을 진짜 적이라고 동의해주느냐가 문제다. 그것만 괜찮다면 계속 할 생각이다.

한국영화가 힘들 때, 강우석 영화가 분위기를 쇄신하곤 했다. 이번에도 가능할 것 같은가?
쇄신 해야지. 투자자들 다시 끌어들여서 다양한 영화들 찍게 해야지. 지금 그게 제일 힘들잖나. 나는 영화계가 어려워도 영화를 찍겠다고 마음먹으면 찍을 수는 있지만, 동료나 후배들이 너무 많이 놀고 있다. 그런 게 안타깝다. 헝그리 정신도 적당히 배고파야 헝그리 정신이지. 그냥 굶으라고만 하면 그건 비참해지는 거다.

<이끼>가 개봉할 때에는 그나마도 경쟁작이 크게 몰리지는 않은 것 같다. <솔트> 정도?
개인적으로는 <인셉션>이 다크호스가 될 것 같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워낙 머리가 좋은 감독인데다가 디카프리오도 시나리오 잘 보기로 소문난 친구니까. <셔터 아일랜드> 빼고.(웃음) 근데 예전에 비해서 경쟁작들이 약하긴 하다. 블록버스터가 안 보이니까. <강철중>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쿵푸팬더> <원티드> <핸콕> 막 줄줄이 나오는데 정말 어이가 없더라고. 근데 또 그런 와중에 스코어가 좀 나와 줘서 다행이었지.

이제는 월드컵 시즌도 다 끝났고, <이끼>가 전환점이 될 것 같다.
그럴 것도 같다. 기대작들이 제 몫을 못 했으니까. 어서 강제규, 봉준호 이런 감독들이 영화를 찍어야 된다. 제규는 내가 하도 뭐라고 하니까 이제 전화도 안 하더라고. 정말 재주꾼인데. 봉준호도 그렇고. 그런 친구들이 끊임없이 일을 해줘야 되는데. 내가 2002년부터 다시 연출해서 8년 동안 7편 찍었다. 그 전에 찍은 게 또 11편이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한테 기회도 좀 주고 했는데, 그래서 좀 까먹기도 했지만, 하여튼 기회를 계속 만들어야지.
최근에는 제작에도 힘을 많이 내고 있는데, 감독출신 제작자라 또 다른 마음일 것도 같다.
감독 출신이라 편집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내가 이렇게 찍어라 저렇게 찍어라는 못 하지. 현장엘 아예 안 간다. <백야행>은 한 번도 안 갔고, <용서는 없다>는 그냥 편집본 보니 좋길래 계속 열심히 찍으라고만 하고 현장 근처까지만 갔다. <초록 물고기>도 한 번도 안 갔고. 오히려 장진 같은 친구는 놀러 오라고 하는데 내가 간다고 뭐 연출 간섭하겠나. 하루 가서 간섭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제작에도 힘을 많이 쏟지만, 그래도 제작보다는 연출이 더 하고 싶을 것 같다.
계속 연출하고 싶다. 아무리 뭐라고 해도 영화는 여전히 감독 예술이다. 아무리 좋은 배우와 스탭이 있어도 감독 못 만나면 꽝이지.

지금까지 대중에게 계속 인정받아 왔다. 특히 <이끼>는 기존 만화 팬들까지 다 수용해야 하는 임무도 있다.
내가 갖고 있는 큰 장점은 절대 대중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대치에 못 미칠 수는 있겠지만, 전혀 엉뚱한 영화가 나와서 도대체 이게 뭔가 하는 영화는 만들지 않는다. 내가 <실미도> <공공의 적>을 일본에서 시사도 하고 개봉도 해봤는데, 그 때도 느꼈다. 내가 보편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감독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한국에서도 터진 <실미도>가 일본에서도 꽤 수익을 냈다. 그 사람들이 실미도 사건을 알아서 그랬겠나? 그건 아니지. 인간을 건드려놓으니까 거기에 움직인 거다. 난 70~80점짜리는 맞을 수 있지만, 20~30점은 안 나오는 감독이다.

지금까지 만든 작품들이 그런 대중성을 증명하기도 했으니까.
너무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2010년 7월 9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2010년 7월 9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61 )
qhrtnddk93
저도 기대합니다   
2010-08-24 19:32
charisma0814
실망한 나는 뭐지?   
2010-08-18 03:32
lovemuz
기대되네요   
2010-07-28 13:46
dondum
참 힘있는 사람   
2010-07-27 14:45
jhongseok
원작을 봤던 사람으로서 좀 실망입니다. ㅉ   
2010-07-26 22:01
youha73
보증수표!   
2010-07-26 21:45
godqnre
실망이 아니고 얼마나 기대감에 부응할지 그것만 생각합니다.   
2010-07-26 08:56
sunnyday45
승부사!   
2010-07-26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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