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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온도가 느껴지는 배우이고 싶다 <페어러브> 이하나
페어 러브 | 2010년 1월 15일 금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연기는 고양이처럼

무엇을 질문할까 고민하는 순간, 그녀가 영화는 봤냐고 물었다. 수줍어하는 첫 인상과는 다르게 자신이 출연한 영화에 대해서는 당찬 모습을 보였다. “사실 어렸을 적에는 정말 소극적이었다. 학교 다닐 때 발표 시킬 까봐 선생님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무진장 노력했었다.” 하지만 이전 드라마에서 보여진 그녀의 연기는 소극적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이하나는 점점 자신의 단점을 고쳐나갔다. “왜 난 소극적일까? 왜 무대 공포증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불만이 늘면서 성격을 바꾸려는 욕심이 생겼다.” 우연히 <페어러브>의 신연식 감독, 안성기와 함께 식사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었고, 어려운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잘 먹고 얘기도 잘해서 영화에 캐스팅 되었다는 일화는 그녀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일궈낸 성과이기도 하다.
<페어러브>의 남은은 30살의 나이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캐릭터다. 그동안 아무리 독특한 역할을 많이 한 이하나도 처음에 어려움이 많았다. “극중 남은은 아버지로 인해 자주 도망 다니며, 좋지 않은 환경 탓에 감정기복이 심한 캐릭터였다. 촬영 도중에도 가끔씩 너무 심사가 뒤틀려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감정 이입이 쉽지 만은 않았다. 괜찮다 싶다가도 토라지고, 토라지다가도 괜찮고, 촬영할 때도 느꼈지만 남은은 참 알 수 없는 고양이 같은 여자 같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보다는 조건을 먼저 따지는 요즘 여자들과는 달리 사랑이란 감정에 충실한 캐릭터의 성격에 점점 빠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극중 상대 배우인, 하늘 같은 선배인 안성기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도 얻게 되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연기에 대한 부족한 부분은 감독과의 대화로 풀어나갔다. “신연식 감독님은 참 섬세하신 분이다. 극중 드라이버로 벽을 긁는 장면을 있는데, 시나리오 상에는 없었다. 감독님과 상의 끝에 현장에서 만들어 낸 장면이다.” 이하나는 적은 제작비와 짧은 촬영기간에 힘들었던 적도 많았지만, 감독과 대화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재미에 푹 빠졌다.

사랑은 곰처럼

<페어 러브>는 50대 남자와 20대 여자의 사랑을 다룬 영화다. 멜로 영화이기에 극중 사랑의 감정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터뷰 내내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실제 형만 같은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실제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그녀. 하지만 “만약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영화처럼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영화 속 형만은 남은에게 아빠 친구인 동시에 사랑하는 남자다. 이하나는 정말 사랑한다면 나이차이보다는 상대방의 매력이 더 먼저 다가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어느날 안성기 선배님께서 반팔 티에 청바지 차림으로 오셨는데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멋있어 보였다. 연기자로서 앞으로 중년의 멋을 잘 표현하는 롤 모델로서도 손색이 없다”며 촬영 도중 안성기에게 남성적 매력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페어러브>. 신연식 감독은 영화의 제목처럼 사랑 안에서 모든 것이 공평할 수 있다는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다. 과연 그녀는 이 주제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곰곰이 생각한 후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며 “어쩌면 사랑을 공평, 불공평으로 나눈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상대방을 위해 하나씩 양보하고 맞춰나가는게 중요하다 생각한다”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자연스럽게 그녀의 숨겨놓았던 러브 스토리를 공개했다. “예전 나이차이는 많지 않았지만 극중 형만처럼 사랑을 한 번도 안 해본 남자를 만난 적이 있다. 왠지 모르게 이 남자는 내가 아니면 안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 후 ‘내가 거둬 주리라’는 마음으로 사랑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자신의 욕심에 상대방을 힘들게 했다. “영화에서 형만 대사 중, 왜 내 인생에 왔어? 너 없어도 내 인생은 굴러 갔는데, 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사랑은 참 힘든 것 같다.” 이야기 도중 예전의 감정의 휩싸이며 잠시 침묵의 시간이 있기도 했다.

실제 이미지와는 다르지만, 영화 속에서는 남은의 사랑이 더 적극적이다. 왠지 형만의 뒤에서 자신을 사랑하라고 주술을 부리는 연애 고수처럼 보인다. “매번 생각하지만 남은이 부럽다. 연애를 하면 밀고 당기기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정말 못한다.” 그런 그녀가 안쓰러웠는지 어느날 친구들이 ‘사랑 받는 여자들을 위한 지침서’를 메일로 보내줬다. 그러나 자신의 연애방식이 텍스트와는 정반대라서 착잡했단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남은처럼 고양이 같은 여자는 타고나는 거다. 사랑은 게임이 아니니까 그냥 곰으로 살기로 결정했다.”

인생은 오노 요코처럼

이하나는 연기 이전에 가수를 꿈꿨었다. 드라마 <태양의 여자>에서 감춰둔 노래 실력을 보여준 뒤로 ‘2008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홍보대사와 ‘이하나의 페퍼민트’라는 음악프로그램의 사회까지 맡았다. <페어러브>에서도 O.S.T 작업에 참여해 ‘Fallen’이란 노래를 불렀다. “영영 가수를 하지 못한다고 해도 음악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정말 잃고 싶지 않은 친구다. 노래를 들으면 상처 받은 마음이 눈 녹듯이 해소가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라는 밴드의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 노르웨이행 비행기에 올라탄 이하나는 우연히 그 비행기에서 밴드의 맴버를 만나게 되는 행운도 맛보았다.

목소리로 하는 건 뭐든지 잘하나 보다. 작년 송일곤 감독의 <시간의 춤>에선 내레이션을 맡았다. 쿠바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애달픈 사연들을 정직하고 울림 있는 목소리로 전달하며 자신 안에 있는 또 다른 재능을 발견했다. “개인적인 스케줄을 뒤로 하고 이 좋은 영화에 조금이나마 힘이 될까 제작보고회에 참여했는데, 빈 좌석이 많아서 속상했다. 정말 잊지 못할 제작보고회였다.”며 아쉬운 속내를 털어놓았다.
개인적으로 이하나에게 2009년은 참 힘들었던 한 해였다. 자신이 진행했던 음악프로그램이 5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오랜만에 출연한 드라마는 초반 기대만큼 많은 사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은 남다르다. “이제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다. 20대의 마지막인 올해 나를 치열하게 정비하고 싶다”며 숫자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워 했다. “스톡홀롬의 한 도서관에서 우연히 비틀즈 일대기를 엮은 책을 봤다. 한국에 돌아온 후 번역된 책을 읽었는데,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렸다.” 그 책에서 존 레논은 자신의 주변에 많은 여자들이 있지만 예술적 온도가 맞는 여자는 오노 요코뿐이라고 밝혔다. ‘예술적 온도가 맞는 여자’라는 그 말이 뇌리에 남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예술이 뭔지 아는, 연기가 뭔지 아는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조금 더 성숙해질 이하나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2010년 1월 15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0년 1월 15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33 )
again0224
잘 읽었습니다   
2010-03-23 01:09
kisemo
기대되요   
2010-03-01 13:25
youha73
잘 읽었습니다   
2010-02-27 20:32
jjah32
잘 봤습니다.   
2010-02-17 16:08
stellar1008
기대되는 배우   
2010-02-13 20:08
scallove2
잘봣습니당   
2010-02-05 20:41
skdltm333
잘 봤네요~   
2010-02-03 23:27
nadang726
연애시대때 부터 팬이예요~   
2010-02-0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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