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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인터뷰] 형식주의자? 아니 그저 도전주의자일 뿐! <그녀는 예뻤다>의 최익환 감독
2008년 6월 27일 금요일 | 하성태 기자 이메일


실사는 진짜 ‘실화’에 가까웠다.

영화를 보면 미국에 대한 언급이 굉장히 많아요. 미국에서 연수를 받다 잠시 귀국한 일권, 영어 강사 태영, 농구단에서 통역하는 성훈, 일권과 결혼해서 미국에 가려는 연우까지. 감독님 또한 유학도 다녀온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제가 꼭 유학을 다녀와서는 아니고요(웃음). 실제로 제 친구들이 한 동안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에 매달려 있었어요. 한 친구는 정말로 별 볼일 없이 살다 제1회 시사영어사 서울지역 1등을 하더니, 그 다음에 전국 1등을 먹고 바로 삼성전자 세탁기 사업부에 들어갔어요. 거기서 프리젠테이션만 하다가 그 다음엔 실제로 삼성 농구단에서 통역을 하고요. 다 실제 얘기에요(웃음). 지금은 영어 강사하고 있어요.

정말 ‘실화’인걸요.
김수로가 연기한 친구는 진짜 성남에 있는 파출소 소장이었어요. 미국에서 국내에 들어왔다가 한 달 만에 결혼했고요.

그렇게 다 친구들 얘기를 직접 가져다 써도 되나요? 너무 똑같은데요?하하하. 그들의 삶이 오히려 안 믿을 법한 얘기들이기 때문에요. 그 친구가 한 달 만에 들어와서 결혼을 하려고 선을 보는데 친구들이 시간이 남았어요. 그래서 선을 보는 장소에 같이 나가서 상대방에 점수를 매기고 그랬거든요. 하여튼 그런 에피소드들을 가지고 왔어요. 전 양념을 더 쳤을 뿐이죠.

미국이란 소재는 눈에 띄지 않는 듯 하지만 세 친구를 모두 경유합니다.
제 처지가 더 안됐지만 친구들에게 갖는 동정심이 있는 거 같아요. 그 친구들은 다 한국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거든요. 한국이란 무게가 워낙 그들에게 커요. 그들이 왜 영어 공부를 하고 왜 유학을 가려고 하고, 아프리카를 가려고 하는 것도 미국을 못 가기 때문인 거고. 일종의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이야기에요. 그게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라서도 아니고요. 무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에 대한 부담감과 싫다는 느낌이 기본적으로 캐릭터들한테 다 묻어나요. 사실 그 부분을 정리하는 말도 있었어요. ‘영어가 우리 사는데 그렇게 중요 하냐?’ , ‘English for better life’란 말도 안 되는 모토도 있지만(웃음). ‘그게 뭐 중요해? 사는 게 더 중요하지 않아’란 얘기도 있었지만 엔딩에 다 뺐죠. 너무 강조하는 거 같아서요.

제 옆에 있던 기자는 성훈이 다니는 회사인 삼성의 로고를 보고 엄청 웃었어요. 그렇게 크게 박아놔도 되는 거야 하면서(일동 웃음)
예전에 어떤 지인도 깜짝 놀랐다고 얘기하더라고요(웃음). 여러 얘기가 많았는데 삼성 농구단은 제 친구가 근무했었기 때문에 허락을 받았고요.

로고 자체는 문제가 아닌데.
중요한 건 삼송이라고 해도 소송에 걸린 데요. 어차피 그러면 삼성으로 가자고 한 거죠. 그건 현실적인 부분들을 더 애니메이션 속에 끌고 들어오려는 일환이었던 거 같아요.

남자들의 리얼리티와 판타지가 섞인 얘기로 종합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차피 한 여자를 좋아하는 세 남자는 로맨틱 코미디의 설정인데요. 여자 캐릭터가 굉장히 이상화되어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따지고 보면 제일 모호한 인물이 연우고, 연우의 백그라운드 스토리를 다 준비했는데 그러면 포커스 자체가 흐려진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에서도 잠깐 나오지만 미국에 가려는 이유 중 하나도 아프리카에서 제일 먼 곳으로 달아나려는 거예요. 연우 역시도 미국에 대한 생각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세 친구가 다 좋아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일까. 캐릭터 상으로 보면 지금은 팜므파탈 같은 느낌도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예쁘다인데(웃음). 어떤 분은 ‘저 여자가 왜 저러나, 친구네 집에서 잠을 자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다음날 아침 스프를 먹으면서 ‘어머, 너무 맛있어요’라고 하는 장면에서 어떤 여자인지 확실히 알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배우들이 섭섭해 하지는 않았나요? 그림이 아무래도 실물 보다 덜 예쁘게 나왔으니까.
예진이가 좀 섭섭해 했죠. 첫 장면은 일부러 그렇게 간 측면이 있거든요. 확실히 얼굴이 각인 될 수 있게끔 원래 스타일과 다르게 갔거든요. 강성진하고 침대에 있는 장면은 예쁘게 나왔지만. 확실히 다른 배우들보다 그리기 어려웠어요. 김수로의 주름이나 김진수의 각은 그리기 쉽거든요. 애니메이터들이 김진수는 완전히 네모에다 안경까지 끼니 좋아하고 그리기 쉬워했죠. 예진이 같은 경우는 예쁜데 특징을 잡기가 상당히 어려웠어요.

예진씨가 굉장히 서운해 했을 거 같은데.
그렇게 서운해 하지는 않았고요. 말을 안 해서 그렇지(웃음).

얼굴 부분 같은 경우는 일관성을 줘야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은 있었어요.
만약 제가 이런 작업을 또 한다면 신경 써야 할 부분이겠죠. 아니면 캐스팅부터 신경을 쓰던지(웃음). 다른 인물들은 튀어도 누군지 다 알아보잖아요. 점을 그리든지 귀걸이를 한다든지 얼굴의 변화를 줘서 특징을 잡아줬어야 했는데 예진이 같은 경우는 스타일보다 목소리 프린트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어떤 사람을 인지하는데 목소리가 크게 작용하거든요. 예진이는 연기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여하튼 제일 고마운 친구 중 나에요.

‘라이프 이즈 쿨’이란 익숙한 노래는 원제목이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 계속 쓰였어요. 일종의 모토였나요?
‘라이프 이즈 쿨’ 나올 때가 꿀꿀할 때나 분위기가 터닝 할 때거든요. 인트로나 자막 나올 때도 나오고, 강성진과 박예진이 침대에 누워있을 때 나와요. 핸드폰 벨소리도 그거고, 김수로가 결혼하자고 고백할 때도 쓰였고요. 일종의 캐릭터에 대한 느낌이나 상황에 대한 느낌을 음악으로 담으려고 했던 거 같아요. 근데 그건 꼭 중요한 건 아니고요(웃음).

제가 왜 인터뷰를 하겠습니까(웃음). 2006년 2월에 작업이 끝나고 2년 반 정도 됐는데요. 이제 공개됐는데 배우들 반응은 어떤가요?
다들 재미있어 해요. 심지어 자기가 찍어 놓고도 장면장면 리액션을 새롭게 보고. 배우들은 다 재미있게 보면서 ‘내가 저랬구나’ 하는 것도 있고, ‘내가 왜 살이 쪘지’ 하면서 창피해하는 부분들도 있고요.

데뷔작은 신인들과 작업했고 이번 작품은 나이대도 비슷한 배우들과 작업했어요. 현장도 편하고 애드립도 많았을 것 같은데.
화면으로 보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애드립인지 모를 걸요. 배우들이 잘한 부분도 있지만 대사가 애드립처럼 쓰여서요.

자연스러운 캐릭터를 원했을 텐데 배우들이 굉장히 편했을 거 같아요.
예. 배우들이 편해야지만 기본적인 습관들이 나오잖아요. 관객들은 그걸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기본적인 캐릭터의 방향성만 맞는다면 신인들 말고 기성과 하고 싶었어요. 이번엔 ‘보여줘, 또 없어?’ 이러면서 편하게 작업하고 좋은 장면만 쓸 수 있었죠.

참. 뒷 배경은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하니까 촬영 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그럼요. 그 부분이 분위기를 많이 업 시켜줬죠. 조명도 없이 찍었어요. 배우들은 너무 좋아했죠. 8시간씩 18회 촬영했어요. 시간도 많이 남고 즐겁게 얘기하면서 놀다 ‘찍자, 이제 좀!’ 하면 에너지가 금방 확 타오르고. 김수로씨는 예전 단편 때 작업한 인연으로 다시 만났어요. 그때도 수로씨가 한 장면 아이디어를 다시 낼 정도로 재미있게 작업했죠. 그때 다음에 꼭 같이 작품하자고 해서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됐어요.

김수로씨가 캐스팅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요.
처음에 둘이 같이 시작했어요. ‘수로야, 나 이런 거 하려고 한다’고 하니까 ‘그래 하자!’ 그러더라고요. ‘캐스팅은 어떻게 할까’ 하니까, ‘그래, 그럼 내가 하는 거야’하면서 좋아하고. 실은 다 자기 친구에요.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서로 에너지를 내는데 힘들었을 거예요. 좋게 작용한 부분이 많죠.

세 친구의 회상 장면도 많고 주인공이 모두 넷이라 등퇴장 방식이나 호흡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그렇죠.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처럼 만들 장면과 또 그 반대가 공존하거든요. 애니메이션의 장점과 실사의 장점을 찾아 나가야 되니까요. 애니메이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리듬감인데 애니메이션은 액션과 대사에서 그 리듬감을 찾거든요. 우리 영화는 액션이 많지 않으니까 세 친구가 모였을 때의 수다로 리듬을 채워나가자는 원칙을 세웠어요. 원래 중요한 순간에 대사가 끊기고 감정을 배치하면, 그럴 때 마다 아예 실사로 빠졌다가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선택을 못했어요. 세 캐릭터마다 각 한 번씩 세 번. 근데 지금 후회해 봐야 소용없죠(웃음).

애니메이션은 표현보단 논리의 애니메이션에 가까웠다.
좀 더 예술적이리라 예상했는데 훨씬 더 상업적이더라고요(웃음). 소재도 남자들도 공감할 만한 소재고. 원래 이야기부터 정한 건가요? 형식을 정한건가요?
형식이 정해져 있었죠. 그 형식을 어떻게 맞춰 고민하다가 생각을 하다가 해 볼만 하겠다 싶어서 시작을 했죠. 먼저 디지털 영화를 하자는 거였어요. 로토스코핑을 선택한 건 아날로그적 느낌을 살려보자는 거였고. 애니메이션은 다 디지털화 되어있거든요. 근데 재미있는 건 ‘노가다’ 디지털이란 거죠(웃음). ‘노가다’가 들어가야지 땀이 보이고 약간 아날로그적인 정서가 보인다고 생각해서 로코스토핑 형식을 취한 거예요. 중요한 건 애니메이션이잖아요. 예전에 인상 깊게 본 애니메이션이 <이웃집의 야마다군>이랄지 <짱구는 못말려>에요. 2D셀 애니메이션인데 재미있는 점이 동물이 주인공도 아니고 굉장한 판타지도 아니고 현실의 이야기를 다루잖아요. 캐릭터도 재미있지만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현실 같은 느낌이나 현실을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어요. 제가 애니메이션 감독이 아니니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배우들의 연기를 직접 애니메이션으로 포장하는 로코스토핑 방식이 아닐까 싶었어요.

찾아 찾아서 로토스코핑 이었네요(웃음). 재미있는 것이 <여고괴담>때도 호러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고 고백했던 것 같은데.
애니메이션은 싫어하고 그런 건 아닌데(웃음). 호러는 실질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얘기해요. 애니메이션은 좋아하는 데 전문가가 아니고 그러다 보니까 실사 감독이 할 수 있는 선이 로토스코핑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어요. 예전부터 실험영화하면서 그런 작업들을 보아왔고요.

그나저나 왜 이렇게 힘든 작업을 택했나요. 후회는 안되요?
당연히 힘들죠. 마음고생도 심하게 많이 했고(웃음). 처음엔 호기심이었던 것 같아요. 재미있겠다 싶을 때 발동이 걸리는 느낌. 그것 때문에 달려가기 시작했는데 또 그만큼 얻은 게 많은 것 같아요. 확실히 도전을 하니까 얻은 것도 많은 게 아닌가. 예를 들어 140명 정도의 애니메이터들과 작업을 했는데, 이번 작업이후에 대다수가 자기 작업으로 로토스코핑을 하고 있더래요(웃음). 어떤 교수님이 그 얘기를 전달해 줬는데 ‘와, 이게 영향이 있구나’ 싶었죠(웃음).

애니메이션 톤은 다 달라요. 배경도 실사 같은 것도 있고 수묵화 같은 경우도 있고.
애니메이션 개발은 최승원 감독님이 했어요. 하지만 결정을 내린 건 우리죠. 로토스코핑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바로 <스캐너 다크리> 예고편이 나오더라고요(웃음). 또 만들어? 불리한데?(웃음) 그래서 애니메이터들과 두 가지를 얘기했어요. 이렇게 작업해서는 시간 안에 못 만든다. 보기는 너무 좋은데 이건 만들 수 없다. 보이는 거랑 다르게 편차가 심할 거란 예상을 하더라고요. 두 번째는 상업성을 위해 사실적으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러면 시간적 충격은 크지만 그게 길게 안 갈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딱 5분 보면 그림이 안보이겠단 생각. 우리가 원한 건 현실에서 떨어지는 거잖아요. 현실을 모방하려면 실사로 찍는 게 낳죠. 그래서 사실적으로 가지 말자. 두 번째는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조각조각 나눠서 가자. 시나리오 쓸 때부터 고민한 건데 이야기 중간중간 애니메이션 스타일들이 변하도록 배치해 놨어요.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애니메이션이란 점을 스타일을 계속 바꿔가면서 ‘다르네, 이런 맛도 있네’란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다행이네요. 전 그 다른 스타일이 예산이나 시간에 쫓겨서 그런 건 아닌지 걱정을 좀 했거든요.
그건 아니지만 또 전혀 무관하진 않아요. 원래 예산이 23억 정도 되는데 11억이 실사 버전 , 12억이 애니메이션에 들어갔어요. 사실 부족하죠. 처음에는 안 되니까 우리 중국으로 가자, 근데 더 싼 곳이 북한이래요(웃음). 북한이 문 닫으면 끝이다 싶어 찾은 것이 산학협동이었어요. 일부러 스타일을 다르게 가기에 오히려 유용하다 싶기도 했고요. 예를 들어 김수로가 처음 등장하면 사람들이 웃기 시작해요. 확실히 애니메이션란 느낌을 받으면 사람들이 마음을 더 여는 것 같아요. 별것도 아닌데 웃고. 애니메이션임을 강조하니까 사람들이 마음이 풀어지고 더 편안하게 보는 것 같더라고요.

로토스코핑을 쓴 외국영화는 판타지 부분이 강하거나 심지어 마약중독자가 주인공이기도 해요. 그렇게 내용과 형식을 매치시키는데 <그녀는 예뻤다>는 사실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에요. 이게 부담으로 작용을 했을까, 일부러 사는 얘기를 선택 했나 궁금한 점이 많았어요.
애니메이션으로 포장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모습들이 더 크게 부각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관객들이 알 수 있는 공간에 배우들이 가서 실제로 연기하고, 배우들의 특징이 드러날 수 있는 애드립도 편안하게 유도하고. 애니메이션이 할 수 없는 현장성이 애니메이션화 됐을 때 나타나는 즐거움이 쌓이고 쌓이는 거죠. ‘우리가 보고 있는 건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진짜 보다 더 진짜 아니야?’같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던 거 같아요.

감독님 개인이 형식 자체에 관심이 많아 보입니다.
꼭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에요. 이번엔 출발이 HD 프로젝트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그렇죠. 쉽게 고민하면 될 걸 한 번 더 생각하는 바람에 어려운 길로 가요(웃음).

데뷔작 <여고괴담4>에서도 소리를 통한 공포를 보여줬는데요. 이번에도 여전히 형식에 대한 고민이 지배하는 거 같아요.
그렇게 (영화계에서)찍혀 버린 거 같아요. 꼭 그런 건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까 찍혀서. 큰일이에요. 이러다 굶으면 어떡하죠?(웃음)

판타지 신이 있는데 더 파격적으로 가도 좋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더 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저도 있어요. 어디까지 가능할까를 확인하지 못해서. 이 애니메이션이 CG랑 똑같아서 실사 장면이 없으면 못 그려요. 상상력과 표현의 정도, 두 가지 문제를 담고 있는데, 실사로 찍어주지 않으면 애니메이터들이 그려주는 건 한계가 있거든요. 근데 뭐랄까, 실질적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은 중량의 법칙을 받지 않잖아요. 근데 우리 캐릭터들은 다르니까 그 점이 표현의 한계에요. 처음부터 김수로가 애니메이션적이면 누구도 웃지 않았을 거예요. 오히려 중력의 법칙에 영향을 받는 그 동안의 애니메이션 스타일이 아니니까.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오히려 그걸 짜 맞춰가는 재미가 있죠. 표현의 애니메이션화가 아니라 논리의 애니메이션화가 더 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은 작업의 끝을 알고 달려간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애니메이션 감독님도 모르고 우리도 궁금해 하면서 달려 간 거죠.

실사로 들어갔다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는 장면까지 생각했다면, 좀 더 형식에 대한 과시가 됐을 수 있었을 텐데요. 어차피 첫 번째 도전이었으니 좀 더 자의식을 드러내도 좋지 않았을까요?
투자사에서 시나리오 다시 쓰라고 할 때도 ‘지금 상업 영화 하는 거라고요’라고 하면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그게 사람을 위축시키는 부분도 있었고요. 너무 만드는 과정자체가 힘드니까 지치는 느낌이 많았던 거 같아요. 하나하나가 너무 힘들었죠.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서부터 왜 예술 하느냐는 얘기를 들었을까요.
그냥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로토스코핑이니까. 굉장히 실험적인 이야기도 아니고 일상적인 이야기인데도 그랬죠. 안티와 태클이 심했어요. 군대 같다 오듯이 2년 동안 애니메이터들이 고생을 했는데 그것도 미안하고, 좀 더 크게 개봉하지 못한 아쉬움도 크죠.

다음 작품이 궁금해 지는데요. 형식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하실 건지요.
제가 형식을 떠나서 새롭게 도전하는 걸 워낙 좋아해요. 그런데 매번 그러면 어떻게 밥을 먹고 살겠어요. 이나리라는 기자가 제가 관심 있는 부분을 다 기사로 썼더라고요. 한국이란 사회 자체가 기술 발전이 그 어느 곳보다 빠르고 변화의 폭이 심한 곳인데, 그 변화의 폭이 사람들의 가치관을 어떻게 변모시키는가가 자기의 가장 큰 주제고 관심사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 기사를 보고 관심사가 비슷하구나 싶었죠. 기술적인 장인들도 좋아해요. 청계천에서 못 고치는 물건이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장인들의 이야기.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도 팩션인데 그런 분들에게서 한국 최초의 핸드폰이 탄생했다는 그런 가정 하에 펼쳐지는 이야기. 실제로 한국에서 CDMA를 상용화시켰던 전 장관님이 있어요. 그 분이 무전기로 모토롤라를 따라잡아 보자고 해서 처음으로 군용 무전기를 만들었는데 칭찬했던 박정희 대통령은 하야하고. 그 후에 혼자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에요. 그것도 기술에 대한 부분이 녹아있긴 하네요.

감독님은 외적인 형식이 아니더라도 기술이나 도전에 대한 부분을 내용 안에 녹인다고 할 수 있겠네요. 빨리 그 작품 만나보고 싶어져요.
일단 써야죠. 능력은 안 되지만(웃음).

2008년 6월 27일 금요일 | 글_하성태 기자(무비스트)
2008년 6월 27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14 )
pretto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2010-01-28 00:43
gt0110
독특한 영화같던데...   
2008-08-10 02:03
lee su in
실사로 찍은 애니메이션 기법이 신선한 영화인 것 같네요.   
2008-08-02 19:56
joynwe
뒷북인터뷰...   
2008-07-19 04:28
kki1110
캐스팅이 정말 만족했어여~ 배역과 딱이더군요~   
2008-07-09 10:24
mvgirl
젊은 감독의 조금은 독특한 시도   
2008-07-07 23:13
petit18
젊음은 늘 새로운 시도를 하게 하는 힘!ㅋㅋ 힘내세요!   
2008-07-05 10:12
joynwe
흥행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 같군요   
2008-07-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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