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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보단 능력 있는 영화감독으로! ‘웰메이드’ 코믹 범죄드라마 <걸스카우트> 김상만 감독
2008년 6월 10일 화요일 | 하성태 기자 이메일


영화 재미있게 잘 봤어요. 근데 시사회 끝나고 마케팅 팀에서 걱정스러운 팀으로 “어떻게 봤냐고” 물어봐서 당혹스러웠어요. 주위 반응은 어떻던가요?
부끄럽게 생각했는데 잘 봐줘서 약간 안심이 되요.

개봉이 올 봄에서 약간 늦어져 블록버스터의 계절에 개봉하는데요.
예상보단 늦어졌는데 작품 외적인 문제 때문이에요. 제작사와 투자사 사이의 어떤 디테일한 문제들도 있고. 또 할리우드 영화들도 계속 잘 되고 있고요.

올 해로 영화판에서 활약한지 딱 10년째입니다. 이제 자기 영화로 데뷔했는데 소감이 남다를 거 같아요.
아직은 얼떨떨한데, 솔직하게 얘기해야 되나요?

그럼요. 만감이 교차하나 봐요?아니, 그런 건 아니고.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인정받는 게 1차 목표인데요. 그러기 위해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싶었는데 그렇게 됐는지 스스로 자문하는 중이에요(웃음).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샛길로 빠지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상업 영화가 할 수 있는 안에서 욕심을 크게 부리지 않은 듯한. 요즘에 상업영화들이 참 재미(?) 없던 차에 <걸 스카우트>는 유쾌하게 봤어요.
제가 예술적인 야심으로 가득 찬 캐릭터는 사실 아니고요. 제가 좋아하는, 제가 만들고 싶을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어요. 그리고 대중 영화신 안에 안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드라마적 흐름에 완성도를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고요. 모든 감독이 다 그렇겠지만.

주변에 같이 작업하면서 친분을 쌓은 감독들이 많을 텐데, 각각 조언도 달랐을 것 같아요. (데뷔) 준비 기간과는 달리 시나리오 완성하고 촬영 할 때는 또 다르고. 박찬욱 감독이나 최동훈 감독 같은 분들은 뭐라고 하던가요?(웃음)
사실 ‘알아서 해라’ 쪽에 더 가까웠어요. 이전에 별별 조언을 다 들었죠. 배우는 어떻게 해라나 결국 답은 없다는 얘기도 듣고(웃음). 정지우 감독님이나 박찬욱 감독님은 꼭 좋은 배우와 함께 하라고 했어요. 단순히 프로덕션을 진행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감독에게도 긍정적인 피드백이 온다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캐스팅에 관해선 제 경우는 원하는 배우와 첫 번째 미팅에서 다 오케이가 나고 순조로워서 도움이 많이 됐죠.

예전 인터뷰를 보니 미술이나 포스터 작업 등 현장 일을 많이 해 봐서 돈 문제에 민감하다고 했던데요.
아무래도 미술 감독이 돈이랑 밀접하잖아요. 솔직히 방해요소가 아닌가 할 정도로 현장에서 효율의 측면을 신경 썼죠. 회 차라든지 필름양이라든지.

너무 꼼꼼 한 거 아니에요?(웃음) 프로듀서가 뭐라고 해도 자기 스스로 검열하고 있는?
하하. 지금 굉장히 솔직한 인터뷰라 재미있는데(웃음). 가뜩이나 생각하고 있는데 거기서 더 줄여봐라 하는 부분이 있잖아요(웃음). 그래서 섭섭했던 부분도 있고 그거 때문에 더 한 번 생각해 보기도 했고요. 주어진 예산안에서 충실히 (촬영을) 하려고 했죠.

시나리오는 <와탕카>의 김석주 작가가 썼어요.
네. 경기 영상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 심보경 대표님이 심사위원으로 갔다가 이거 괜찮다 싶어 남이 가져가기 전에 먼저 채 온 거죠. 처음 시나리오를 보면 사실 네 명의 여자 캐릭터 들이 만들어내는 코믹한 요소가 먼저 눈에 들어오거든요. 영화사 내부에서도 흔히 알고 있는 제 성향, 왠지 센 장르 영화를 할 거라는 추측들이 많았어요. 예전에 준비했던 영화도 그런 성격이라 이게 맞을까 하는 생각들을 (주변에서) 많이 했죠. 읽었을 때 기본적으로 재미있고, 두 번 세 번 읽었을 때 흐름이 범죄 드라마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작가님을 만나봤더니 자기는 범죄드라마를 쓴 건데 사람들이 코미디로 생각해서 당황스러웠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제가 시나리오를 잘못 읽은 게 아니니까 해 볼 여지가 있겠다고 생각했죠. 김석주 작가님이 아무래도 웹 툰 만화 작가 출신이다 보니 만화적인 코미디 방식이 보였어요. 그런 식의 코미디라면 제가 그렇게 유머러스한 인간이 아니지만 두 가지를 잘 섞으면 나름 해 볼 수 있겠다 싶었죠.

전에 준비했던 작품 제목이 <패스워드>라고 들었어요. 그게 좀 센 영화였나요?
장르가 미스터리 호러 였어요. 좀 긴데, ‘하이테크 미스터리 스릴러(일동 웃음).’ 기술적인 장치라든지 지금 시점에서는 시의성이 떨어지긴 했어요. 나중에 어떻게 다시 각색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시나리오 초고에서 수정된 부분이 있다면요.
두 가지 부분이 있는데요. 초짜 감독, 시나리오 작가였으니까 영화적인 맥락으로 시나리오의 플롯이나 구성적인 부분을 ‘어레인지’하고 다듬는 것이 주된 작업이었고요. 분량도 효율적으로 줄이고요. 그리고 상업영화에서 기대하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화시키는 위해서 중간 중간 설정됐던 액션신의 포인트라든지 위치라든지, 스케일을 좀 업시켰어요.

딱 ‘영화적’인 것들 이었나보네요. 아무래도 여자 넷이 뭉치다 보니 여성영화로 읽을 요소도 큰데요.
네. 제가 여성적인 시각이 전혀 없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단순한 선악구도나 여성과 남성의 성대결처럼 보이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악역에도 여자가 있고요. 여자들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떤 삶의 태도 쪽에 집중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게 얼마나 읽힐지는 모르겠어요(웃음). 여자들의 구성도 각각 처한 상황도 다 다르고 사고방식에 따라 행동도 다 다르고 같은 여자지만 적의 입장에 있는 성혜란(임지은)의 태도도 다르고요. 권선징악으로 끝나지만 그렇다고 악역을 무조건 천하의 몹쓸 놈으로 묘사하고 싶지도 않아서 어설픈 악역들로 만든 부분도 있죠. 초고는 굉장히 하드한 엔딩이었거든요. 사람이 죽어나가고(웃음).

그렇게 죽어나갔다면 범죄물의 성격이 더 컸겠네요.
아주 컸죠. 사실 그럼 앞뒤가 전혀 다른 영화처럼 보일 요소가 있잖아요. 또 기본적으로 범죄드라마고. 막판 액션신은 아무리 코믹한 요소가 많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에서는 하드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죠. 지금도 충분히 하드하다는 평도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요? 저도 평소에 장르적으로 센 걸 좋아하는데….
취향에 따라 다르긴 해요. 예를 들어 공간 같은 경우도 앞부분의 톤에서 크게 튀지 않게 노력을 했어요. 폐쇄적인 공간이지만 빛도 많고 컬러풀한 그런 공간으로 만들었던 것도 그런 이유고요. 원래 폐 공장 분위기였는데요 그런 부분을 많이 덜어 냈어요. 밤 신도 낮으로 바꾸고.

김선아 씨가 홍보를 위해 ‘종합선물세트’란 표현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사실 전 그 단어를 부정적으로 쓰거든요. 영화를 보기 전에 사실 여성이랄지 장르랄지 그런 부분이 혼합되어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조율하는 면이 힘들진 않았나요?
힘들게 생각은 안했어요. 실제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배분이랄지 농도를 조절하는 문제는 신중했지만요. 성격이 다른 요소를 섞는 것이 재미있고 흥미로웠기 때문에 <걸 스카우트>를 하게 된 거 같아요. 잘 아시겠지만 저도 음악을 좋아하잖아요. 한 곡을 듣는 것이 아니라 곡 전체를 들을 때 성격이 제각각이면 ‘아, 이 아티스트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라거나 중심이 없다고 생각을 하게 되죠. 색깔은 다르면서도 하나로 만들어진 좋은 것들이 있어요. 그렇게 만들어져야 할 텐데 생각하며 작업을 했죠.

앨범으로 연상하니 바로 느낌이 오는데요(웃음). 보도 자료를 보리 “여자들이 마주치는 상황에 공감하면서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라는 얘기를 했어요. 캐릭터도 그렇지만 ‘곗돈’이란 소재도 그렇고 딱히 ‘계급적’으로 해석하긴 힘들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영화는 얼마든지 여성주의나 계급적인 성향을 드러낼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캐릭터를 잡아갈 때 의상이나 컬러도 얼마든지 칙칙하게 꾸밀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고, 실제로 우리가 아는 주위 사람들 모습도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유는 아무래도 상업적인 영화니까?
꼭 상업적인 이유만은 아닌 거 같아요. 제가 정치적인 성향이나 그런 걸 세게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 영화의 핵심이 그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면이 중요하면 또 그렇게 찍었겠지만.

사실 제 생각과 반대로 질문한 거예요(웃음). 원래 ‘다행입니다, 좋았습니다’인데(웃음). 강탈극이라고 하죠? 범죄 드라마 중에서도 서브장르인데, 원래 좋아했나요?
좋아하죠, 재미있잖아요(웃음). 주인공들의 좌충우돌이랄지, 감독의 성향에 따라 누구는 소동극으로 그리고 누구는 치밀한 반전극으로 그리든지요. 그 장르를 흥미로워했던 거 같고 또 많이들 좋아하고요.

전체적인 톤은 심각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톤인데 장르 자체로는 심각할 여지도 있어요. 현장에서 이러한 요소들의 전체 톤을 맞추는 작업은 어땠나요. 예를 들어 김선아씨가 굉장히 재미있는 애드립을 했다거나 하면.
사실 그런 걸 못하게 한 부분도 있어요. 김선아씨는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꿰뚫는 사람이에요. 편집하면서 놀란 적이 있었는데, 한 컷 안에서 감정의 연기라든지 포인트를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워낙 끼가 넘치니까 예상치 못한 부분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런 부분은 선택적으로 허용을 안 했죠. ‘편집실에서 자르면 되지’라고 해도 안 되는 부분도 있거든요. 그건 그 사람의 해석이고 계속 맞물려 갈 여지가 있다면 틀어지는 간극이 커질 수 있으니까요.

가장 좋았던 두 대사가 나문희 선생의 “소풍가는 느낌이라 좋다”와 해결사 종대(류태준)의 “제발 집에 좀 가자”였거든요. 그게 <걸 스카우트>의 두 요소를 묘하게 매치시키더라고요. 여성코미디와 범죄 장르라는.
처음에 나문희 선생님이 마트 직원한테 앞치마를 던지고 나서 “일단 달리니까 기분은 좋다”라고 하잖아요. 사실 이 인물들이 그 순간부터 일상을 떠나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로 진입하거든요. 그들은 절박한 현실 때문에 가지만 워낙 일상이 팍팍하니까 해방감을 표현하고 싶어서 최성수씨 노래도 넣고요. 물론 그 다음 신에선 그걸 팍 잘라버리는 효과도 줬지만요.

최성수씨 는 원래 좋아하나요? 카메오로 등장하리라 예상했는데요.
(웃음)요청을 했는데 부산에 있다고 해서. 원래 시나리오에도 있었어요. 젊은 층도 알고 나이 많은 분들도 알잖아요.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고는 못하지만 일반 가요와 비교해서 작곡이나 편곡 면에서 좋았던 곡들이 많았거든요. 그 분이 버클리 유학도 다녀오고 아카데믹한 면이 있어서 일반 가요 형식과는 또 달랐어요. 그런 부분을 인정하는 건 있죠.

재미있는 게 감독님 성향이면 ‘옥슨80’정도로 가겠다 싶었거든요(웃음).
예를 들자면, 홍서범씨요?(웃음) 최성수 씨가 주는 느낌은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미사리를 비롯해 공간도 흥미로웠어요. 아줌마들이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공간인데요.
아줌마들이 거치는 공간이 크게 세 곳인데, 미사리, 캠프장, 그리고 조정경기장이에요. 실제 조정경기장은 가족 공원 같은 분위기로 만들었어요. 아줌마들은 절박하지만 거기 있는 사람들은 가족, 연인이잖아요. 그런 식으로 센 건 아니지만 대비를 주려고 했던 부분은 있어요.

역시나 그런 대비를 집어넣을 여지가 많은 인물들과 공간인 거 같아요. 사실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건, 상업영화인데 그런 요소를 어설프게, 정치하지 못하게 삽입시켜 놓은 거거든요. 2006~7년에 또 그런 작품들이 굉장히 많았고요.
사실 저도 그런 욕심은 있죠. 그리고 정치한 방식으로 잘 표현해 내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지 못할 바에는 상업 영화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사용하고 싶었죠. 조금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아줌마들이 일상을 딱 떠나서 놀러온 느낌을 주기 위해 커다란 옥외 광고판도 설치했어요. 음악적인 요소도 자연스럽게 영화의 흐름 안에서 삽입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싶어서 캠프장에서 대학동아리들이 모여 있는 느낌으로 그들이 불렀을 법한 음악을 탈출 할 때 넣었고요. 라스트는 상업영화 엔딩에서 사용하는, 조정경기장을 크게 잡는 그런 화면들이 있고요.

예전 명필름 작품들이나 보경사 심보경 대표님이 프로듀싱한 작품들이 그런 기본기가 잘 짜여져 있다는 생각을 종종 했거든요. 또 상업영화라면 공식에 맞는 것도 일정정도 필요하고.
사실 제가 새로운 걸 좋아하지만 나름의 방법론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거든요. 그런 걸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죠. 고속촬영으로 찍은 장면이 크게 나오는데요. 간만에 고속촬영을 적절하게 잘 쓴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크게 3~4번의 액션신이 있어요. 카체이스 신이 있고, 두 번째는 소동극 신이고 세 번째는 단 둘이 벌이는 다찌마와(액션 활극) 신이고요. 그 다음에 고속 촬영인데 각기 액션의 성격이 확실히 구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무술을 전공한 사람들이 아니니까 맞붙을 때 흔히 말하는 정합성이 있는 액션은 불가능하다고 봤거든요. 사람들이 직접 맞붙을 때 어떻게 차이를 둘 수 있을까 싶어서 초반엔 좌충우돌하는 분절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마지막은, 우리 안에서는 럭비신이라고 하는데요. 스포츠 중계의 촬영 장면을 참고로 한 것도 있어요. 월드컵 축구나 미식축구를 보면 리플레이 할 때의 표정이나 디테일이 재미있잖아요.

카체이스 신에는 CG도 많이 사용했다고요.
카체이스 신을 할 때 배우들을 태우고 하면 제일 좋잖아요. 근데 배우들을 태워서 직접하면 위험하고 또 속도감을 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외부신은 대역을 많이 사용했고 내부는 세트에서 찍었어요. 몸을 내미니까 위험하기도 하고 또 액션의 쾌감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쫓아가는 아줌마들의 감정 표현을 안팎으로 넘나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세트 촬영을 했죠. 기술 적인 부분은 만족해요.

인상 깊은 장면을 꼽자면 미경(김선아)과 이만(나문희)이 돈가방을 뺏기고 허탈해 하던 모습을 투 숏으로 잡은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만이 미경을 다독이는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닭살이란 의견도 있던데요(웃음). 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거기서 한 번 달려갔던 여자들을 쉬어가며 정리를 하는 거죠. 그것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7명이 다 같은 처지라고 생각해요(웃음).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포괄적으로 짚고 가자는 생각이 있었죠.

인물들을 토닥여주는 듯한 정서잖아요. 어떤 평론가들은 중간에 호흡이 끊긴다고 했지만 전 생각이 다르거든요. 한 템포 쉬어가는 호흡이 나쁘지 않았어요.
리듬감의 측면도 필요했어요. 편집 기사님이랑도 신의 기능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 딱 잘라서 얘기하더라고요. 좋게 보는 사람은 좋게 볼 텐데 취향의 문제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고. 일단 나름대로 포인트 마다 쉬어가는 적절한 흐름으로 만들려고 했고, 그 시점에서는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일 큰 어른이 전부 다에게 다독인다고 생각했어요.
네, 맞아요. 심지어는 악역들에게 조차도.

캐릭터 얘기도 해 보죠. 나문희 선생이랑 김선아씨랑 두 분 이름만 붙어있어도 기대를 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렇죠. 워낙 쟁쟁하시니까.

악역도 다 같다고 얘기했는데, 종대 같은 경우는 너무 멋있게만 나오더라고요(웃음).
(웃음)초고부터 멋있었고 캐스팅할 때도 멋있어야한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삭제 된 신이 있어서 그 인물의 스토리가 사라진 게 아쉽죠. 첫 번째 러닝타임은 115분이었거든요.

와우. 역시 준비된 감독님인데요. 사실 A 편집본은 다들 3시간 씩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데뷔 감독님들 영화는.
어쨌든 돈, 효율에 관한 부분을 엄청 신경 썼기 때문에(웃음). 시간이 늘어지는 것에 대해 경계를 했는데도 A 편집본은 길게 나와서 엄청나게 들어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욕을 했던 입장이었으니까(웃음). 전 그러지 말아야겠다 싶어서 너무 강박적이었어요. 그래서 거의 시나리오 순서대로 찍었는데 초반 리듬이 그래서 아쉬워요.

어떤 부분이요? 오프닝 이후 인물을 소개하는 부분에서요? 사건이 소개되는 부분에서 속도감의 문제라기보다 빠르게, 찍는 거에만 급급했던 거 같아요. 대사의 속도랄지. 근데 그런 부분만 붙어 있으니까 리듬이 안 좋더라고요. 그래서 잘게 잘라서 리듬을 만들려고 노력했죠.

물안개(‘물론 안 돼지 개XX야’의 줄임말)를 설명하는 민홍기(박원상)의 나레이션과 더불어 인물들을 소개하는 오프닝도 재미있었어요.
그건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있었던 설정이에요. 아무래도 코믹한 요소가 있는 배우들과 곗돈이라는 소박한 설정이니까 사전정보 가지고도 각자 예상을 하잖아요. 그럼 범죄드라마의 장르적인 성격을 잘 인지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영화는 장르적인 영화입니다’라는 가이드 성격으로서 인트로를 그렇게 가져간 거죠.

네. ‘단순한 그런 코미디 아니거든?’이라고 하는 듯한 자신만만함이 느껴졌어요. 그런 강렬함에 비해서는 초반은 템포가 약간 쳐진단 생각이 들긴 하네요.
아무래도 일상에서부터 출발하니까 과장을 하면 너무 뜬 얘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더더욱 인트로가 필요했던 거고. 그게 없이 처음부터 그들의 일상부터 시작했다면 처음과 뒤가 다른 영화처럼 느껴질 거 같아서요.

만약 스타일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면 네 명을 4분할 한 컷도 들어가고 했을 텐데요.
약간 어정쩡하게 마무리된 건 아닌가 싶어요. 좀 더 캐릭터에 정이 가든가 스타일리쉬하게 가든가 했어야 되는데. 그러기엔 설정이 너무 많아서 그걸 다 보여줘야 되는 건 아닌가 싶었던 거죠. 제 부족함입니다.

무엇보다 여자들이 한데 뒤엉켜있는 그 디테일에 공감이 가야하잖아요. 그런 디테일은 어떻게 살렸는지 궁금해요.
대사라든지 디테일한 부분은 배우들과 상의하면서 고쳐갔죠. 심보경 대표님이 여자이다 보니까 사우나에서 들은 농담들도 참고하고요. 말을 글로 표현하는 건 좀 차이가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배우들이 굉장히 잘해줬죠.

박원상씨가 참 맛깔 나게 표현을 잘 한거 같던데요. 시사 중에 웃음도 제일 많이 나오고. 반면 김선아씨는 예상보다는 덜 튀면서 중심을 잘 잡아주더라고요.
참 솔직한 인터뷰다(웃음). 아무래도 상업 영화가 진화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바른 캐릭터들은 매력이 떨어졌잖아요. 그런 연장선은 아닐까. 그런 면에서 감정적인 요소의 줄타기가 중요한데요. 그게 한쪽으로 가도 안 되고 또 너무 심각하면 재미없는 캐릭터가 됐을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대안이 없는 캐릭터였어요. 약간 코믹하고 세게 나가더라고 또 허용치 안에 있었고. 김선아라는 배우라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경험이 풍부한 이경실씨가 연기한 봉순은 중간에 퇴장해요. 다른 장르물 같았으면 한 신 정도는 줬을 법도 한데요.
(웃음) 다시 한번 봉순이를 데려와서 어떤 역할을 시킬까 싶었지만 최종적으로 뺐죠. 억지로 용서를 받게 하는 느낌이나 꿰맞추는 느낌이 들 것 같아서요. 그럼 영화 안에서는 용서가 되지만 관객들은 용서를 안 하거든요.

은지를 연기한 고준희씨는 드라마에 많이 출연해서 그런지 장편 상업 영화는 데뷔작인데도 불구하고 생생한 느낌이더라고요.
다른 배우들은 처음에 미팅을 했을 때 느낌이 맞았고 바로 오케이가 났는데 20대 배우 찾는 일이 제일 힘들었어요. 제가 TV를 잘 안 보니 요즘 어떤 친구가 잘하는지 몰라 주변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그 친구를 처음 봤을 때 자기 세계에서 노는 친구라는 느낌이 들었어요(웃음). 근데 또 실제로 촬영에 들어가자 연기 선생님한테 연기 지도도 따로 받고 오더라고요. 나름의 독특한 즉흥성도 가지고 있고. 중요한 건 다른 선배들이 기가 다 센데(웃음) 실제로 연기에 들어가자 하나도 눌리지 않았어요. 기싸움이 중요하거든요. 서로 치고받는 대사를 잘 해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참 잘 해줬어요.

마지막으로 나문희 선생님은 <화려한 휴가>처럼 영화 속에서 소비되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그런 면에서 욕심을 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극 안에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욕심을 낼 수 있었고 너무 욕심을 안 낸 건 아닌가도 싶어요. <화려한 휴가>나 <열혈남아>에서 보여준 어머니 상이 있다면 <거침없이 하이킥>이나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에서도 다른 장점을 보여줬거든요. 그들과 다른 부분은 뭐가 있을까. 선생님이 처음 리허설을 하는데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톤으로 연기를 하더라고요. 이거 내가 생각한 거와 다르다고 생각하다 그게 너무 딱 맞는 거예요.

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사투리 톤이었어요.
그게 절묘하게도 후반부에서 다독거릴 수도 있고 중간 중간 엉뚱하고 귀여운 모습도 표현할 수 있겠더라고요. ‘역시 훌륭하시다’(웃음).

관객들이 <걸 스카우트>의 이런 지점을 캐치해서 봐줬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요.
일단 등장인물들의 연기 앙상블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고요. 내용을 떠나서 컷의 연결이랄지 신끼리 부딪치는 돌발성을 즐기실 수 있다면 만화적이고 영화적인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무릎팍 도사>의 건방진 도사 버전으로 하자면 감독님은 진정 ‘욕심쟁이, 우후훗’ 인거 같아요. 장진 감독만큼이나 더 다재다능하잖아요.
다재다능하다는 생각은 안 하고요(웃음). 주제 모르고 하고 싶은 거 해 버리는 쪽이에요. 이젠 좋아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일로 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음악을 좋아해서 취미로 연주를 한다가 아니라 레이블을 내고 판을 벌리려는 나쁜 습성이 있어요(웃음). 음악 책을 읽다가도 나도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 이런 식의 일로 벌리는 습성. 이제는 나이도 있고 밀도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판을 벌리다 보면 언젠가는 접어야 되고 하나에 집중해야 된다는 생각도 들 텐데요. 그런 선택은 어떻게 하고 밀도를 높이는지.
영화는 다 섞여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영화로 다 수렴되어가는 느낌이 들어요(웃음). 그래서 레이블은 같이 했던 친구한테 완전히 경영을 넘겼어요. 그 친구가 음악적 조언은 해주지만. 워낙 해박한 친구라 우리 OST 음반 판권 확보도 도와줬고 그런 점은 좋은 거 같아요.

인맥이 넓으니 (연출하기) 참 편하겠어요(웃음). 최종적으로 이제 감독의 길에 들어섰는데 예전의 활약들이 어떤 도움이 되던가요.
예전에도 그런 질문을 받았는데요. 사실 이전의 이력들이 연출하는데 어떤 도움이냐는(웃음). 감독은 스탭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잖아요. 스탭들이 제시한 것을 막연하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선택해야 하고. 스탭들의 상상력을 까먹을 수 있을 거 같아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스탭들에게 요구하는 것도 좀 더 구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실제로 현장에서 원하는 걸 얘기하면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그런 부분이 가장 큰 거 같아요.

예전엔 영감을 준 영화로 <안달루시아의 개>를, 좋아하는 감독들로 로만 폴란스키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를 꼽았어요. 요즘도 영화는 자주 보나요?
요즘은 이상하게 잘 안 보게 되네요(웃음).

미술이나 포스터 디자인으로 명성을 날렸어요. 하지만 디자인이나 영화나 의미전달을 위한 수단과 방법의 차이일 뿐이라고 얘기한 적도 있던데요.
이게 대답이 될 줄 모르겠지만, 그것들의 고유성을 지켜서 좋은 부분도 있지만 그걸 뒤섞어서 나오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나 관심이 커요. 이후에 좀 더 기회가 되면 그런 걸 잘 하고 싶은 생각이 있죠.

한 3년 전에 디자인 회사 ‘스푸트닉’에 매진하겠다는 말을 했어요. 이젠 영화감독이란 직함에 매진할 건가요?
그때는 <패스워드>가 엎어지고 방황하던 시기였거든요(웃음). 그때 제 안에서 준비가 덜 됐다는 반성을 많이 했어요. 그런 맥락에서 하던 걸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고, 지금은 영화 연출에 전념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하죠(웃음).

10년 동안 영화판에 계시다가 이제 중심으로 진입했습니다. 꿈을 실현했다고 볼 수 있는데,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요.
너무 막연하다(웃음). 이제 처음 시작한거고 어쨌든 시장이든 영화계 안에서든 어떻게든 좋은 반응을 얻고 지속적으로 해 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중이죠.

개봉 1주일 앞둔 시기라 다른 데뷔 감독님 심정과 많이 다르진 않을 것 같네요. 앞으로 계획은?
다른 영화사에서 시나리오 들어 온 게 있는데 결정은 아직 못한 상태에요. 장르는 미스터리 호러.

아, 다시 호러로 복귀하는 거?
<걸 스카우트>도 여러 요소들이 섞여 있잖아요. 촬영하면서 주변 스탭이나 조감독들이 (제가) 약간 장르적인 걸 찍을 때 신나한다고 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구나 싶죠.


그럼 그 작품을 하거나 아님 나중에라도 하드한 장르물을 기대해도 되는 건가요?

꼭 그런 센 것만 하지는 않겠죠. 다른 것도 하고 싶고요. 어쨌건 좀 세지지 않을까요?

네, 남자들 이야기도 잘 맞을 거 같네요. 이번에 잘 되기를 빌게요. 헐크 꼭 이겨야죠.
하하. 네!

사실 김상만 감독을 만나기 전, 독하고, 강단 있는 어떤 ‘괴물’이 내 앞에 앉아있으리란 예상을 했었다. 그래서 조금 도전적인 인터뷰가 되지 않을까 싶은 일말의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 기대는 보기 좋게 무너지고 말았다. 영화에 대해, 삶에 대해 조근 조근 이야기하는 이 남자가 과연 하드 고어 장르가 어울릴까 싶을 정도였으니. 어찌됐건 <걸 스카우트>로 관객을 만날 마음에 두근두근 하다는 그는 이제 온전히 ‘영화 감독’ 김상만으로 불러 주기를 원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웰메이드’ 상업 영화 <걸 스카우트>는 분명 그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이다. 충무로는 두 번째 작품을 아주 일찍 만날 것 같은, ‘반짝이는’ 데뷔 감독을 탄생시켰다.

2008년 6월 10일 화요일 | 글_하성태 기자(무비스트)
사진제공_(주)보경사

17 )
pretto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2010-01-28 00:44
loveevol486
최고! 재미있었어요 ㅋㅋㅋ   
2010-01-12 20:22
gt0110
걸스카우트   
2008-08-10 02:04
ldk209
나름 장르적 클리셰를 벗어난 건 좋은데... 공감이 가질 않는다...   
2008-08-07 21:50
lee su in
영화계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다 감독으로까지 데뷔했는데, 차기작은 더 좋은 연출력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2008-08-02 19:49
mvgirl
정말 짜임새가 있는 연출이었는데... 내용이 조금은 밋밋해 아쉽다는 생각이...   
2008-07-13 20:16
joynwe
비교적 조용히 막 내린 편...언젠가 케이블이나 공중파에서 자주 틀어 줄 것 같은 영화   
2008-06-29 08:50
sdwsds
아쉽죠   
2008-06-2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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