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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있는 배우 조인성, <비열한 거리>를 걷다.
2006년 6월 9일 금요일 | 이희승 기자 이메일


<비열한 거리>를 보기 전에 배우 조인성을 인터뷰했다. 시사회후 기사를 마무리하려니, 그가 극중 병두로 분하기 위해 애썼던 노력이 고스란히 눈에 밟혀 가슴이 아려왔다. 아니, 여태껏 병두로 살아온 조인성이 병두를 떠나야 하는 슬픔이 어떤 느낌인지를 얼핏 공감했다고나 할까.

“유하 감독님이 시나리오 나가는걸 별로 안 좋아하세요. 사실 영화를 보고 나서 좋았던 점이라던 지, 매끄럽지 못한 부분, 인상 깊었던 장면 등 공감대가 형성되고 나서 대화하는 게 더 좋긴 하죠. 저도 딱히 이 영화에서 제가 어떻습니다, 라고 소개를 안 해도 병두가 어떤 사람인지를 안 다음에 하는 거니까 편하기도 하고. 그래도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녹음기를 키면서 시사 전 인터뷰면 시나리오라도 보여주시지 끝까지 안보여주셔서 아쉽다는 속내를 살짝 내비쳤더니,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며 기자를 위로한다.

남자보기를 돌같이 하는 선배 한 명이 세상에 딱 하나의 DVD만 소유할 수 있다면 그건 바로 <발리에서 생긴 일>이라고 할 정도로 조인성을 정의하는 수식어는 여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함과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지닌 유약한 청춘이었다. TV에서 승승장구해온 조인성이 유하 감독의 조폭 영화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난 이 욕심 많은 배우의 순수한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연예인은 싫은데 연기는 좋다고 말해온 속 깊은 스물여섯 청춘은 스타에 머무르지 않고 배우가 되고 싶었던 것이었다.

인터뷰 전 다녀온 피부과에서 속칭 피부를 ‘짜고’온 와중에도 사진촬영을 위해 완벽한 메이크업과 의상을 소화해 내는 조인성의 태도는 자신이 한 일에는 책임을 지려는 듯 보였다. 그건 누가 강제로 시키거나 원해서 해야 하는 ‘일’이라기보단 배우로서의 ‘자긍심’이 엿보이는 성숙함, 그 자체였다.

조인성은 공인이지만 자신도 똑같은 인간이라고, 자기의 말들이 어떤 말 바꿈이나 의역으로 사실을 왜곡되는 게 슬프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있는 그대로 꾸미지 않고 쓰겠노라고 다짐했다. 말이 거친 부분이 있다면, 자신을 낮추고 말하는게 버릇된 예의바른 조인성 탓이다. 나는 그와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기에 일부러 손대지 않았음을 미리 밝혀둔다.

아무래도 조폭 하면 제일 먼저 ‘의리’가 생각난다. 조인성이 생각하는 의리란 무엇인가?
으리으리한 거?(웃음) 의리라는 단어는 딱 꼬집어 얘기하긴 애매하잖아요. 늘 쓰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의리가 있으니까 하지 뭐’ 이런 느낌에 ‘의리’라는 단어가 많이 포괄적으로 사용 되는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넌 의리있어”라는 표현을 많이 듣는데 그럴때마다 기분이 묘해요. 여자한테는 좀 안 어울리는 말이니깐. 남자한테는 칭찬이죠?
그렇죠. 자길 희생한다는 거. 그 친구를 위해. 살면서 참 쉽지 않은 행동 이잖아요. 자본 주의국가에 있어서 자길 희생하면서 어떤 한 사람을 도와준다는 거. ’의리’라는 단어의 정의가 그런 거 같다란 생각이 들어요.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의리 때문에 하게 된 일들이 많으신가요?
그것 때문에 참 힘들죠. 의리를 지키느냐, 나 자신을 위하느냐 항상 그 갈림길에서 고민을 하죠. 난 그렇지 않은데 저한테 그런 의리를 요구했던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까 봐. 그래서 큰일에 관해선 매니저가 꼭 필요한 거 같아요. 아무래도 융화를 시켜주니까. 작은 일 같은 경우에는 서로서로 도울 수 있는 경우에는 하죠. 방송 나와서 전화 찬스 같은 건 되게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가벼운 일이기도 하거든요.

저는 그걸 보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가 했었는데.
그런 면도 없지 않지만 말이라는 게 참 하기 힘든 거잖아요. 방송 나와서 말을 한다는 건. 기자님과 대화하는 이 순간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나는 어떤 느낌에서 얘길 했는데 혹시라도 그 표현이 왜곡돼지 않을까 그럴 까봐 말을 조심하게 되고 아끼게 되요. 작은 일이라고 해도 그런면에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잖아요. 그래도 약속을 지켜준다는 게 의리 아닌가 싶어요.

더불어 배신은 어떤가?
결국엔 배신은 먹고 살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결국엔 자신 때문에. 영화에서는 가족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거고. 병두라는 친구는 배신 아닌 배신을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데 ‘비열’이라는 단어 자체도 나는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보는 사람들이 정당하지 않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비열이란 단어가 들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버스 광고판에 눈물을 머금고 담배를 물고 있는 <비열한 거리>홍보가 이뤄지고 있는데 그걸 볼 때마다 정말 매혹적인 조폭이란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당신은 그 영화에서 어떤 조폭을 그려냈나? 조폭다운 조폭, 조인성다운 조폭?
인간적인 면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사실 조폭이라 함은 왜 되게 무섭고 그렇잖아요. 저희 대본에는 그렇게 써있어요. ‘조폭이란 존재는 굉장히 무서워하면서 어떻게 보면 가장 필요로 하는 존재일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폭이 계속 생성이 되는게 아니냐’는. 사실 거기에 대한 반박 할 수 있는 대답이 없겠더라 구요.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어떤 일에 대해서는 꼭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우리사회인데. 그 안에서 사는 이 병두라는 조폭은 이렇게 말해요.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뭐 있겄냐.”그런 말처럼 저도 저 나름대로의 일이 있는거고, 각자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단지 이 직업이 조금 어둡게 비춰지고 또 어두운 일 일수도 있다는 거죠. 그렇다고 우리 일이 항상 밝으냐? 라고 질문했을 때 어두운 부분이 존재하는 거거든요. 이쪽은 그런 면이 부각되는 수도 있고.

결국엔 가정으로 돌아오고 친구를 만나고 해보면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아요. 그 직업에 대해서 뭐라고 할 수 없는 건 우리가 그 사람들을 찾는 거 일수도 있고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 우리가 깨끗하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깨끗하다고 대답할 수 만은 없는 것처럼. ‘같이 발가벗고 얘기해 보자’고 했을 때 그 사람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깨끗하지 않다는 거죠.

사실 조폭 연기는 전에도 한번 했었다. <비열한 거리>의 병두와 <피아노>의 경호는 환경과 배경 캐릭터자제가 다르지만 분명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어떻게 세월이 그때보다 많이 지났고 건방진 말일수도 있지만 그때보다는 노련해 진 것 같고. (웃음)사실 이 캐릭터를 하기에는 제 자신이 버거워하거나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근시적으로 봤을 땐 그렇게 힘들진 않았어요. 왜냐면 지극히 남자적인 성향을 띄고 있고 사실 TV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는 유약하고 그런 모습들이지만 보여졌잖아요. 물론 그 모습도 제 마음속에 있으니까 그런 연기를 했겠지만 반대인 성향도 분명 존재하니까 잘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영화를 했을 때 그런 모습으로 오랜만에 보여드리고 싶다란 생각과 사실 전 캐릭터들는 대중들이 지겨워했을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했었어요. 사실 ‘변신 하자!’ 해서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지만 제 자신이 좀 변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었고. 예전에는 강한 캐릭터 역할을 많이 했었는데 그때보다 좀 성숙해 졌으니 좀 더 좋은 느낌이 나오지 않을까 제 자신에 대한 기대감. 그런 것들이죠.

전라도 사투리를 절대 못하겠다고 감독님한테 말했다고 들었다. 해 봤자 어색하고, 영화에 도움 안 된다고. 그런 ‘깡’은 어떻게 나오나? 배경 자체가 전남이고 알고 있는 상황에서 캐스팅 됐을 텐데.
예전에 <피아노>란 드라마에서 부산 사투리를 했었어요. 어차피 사투리를 잘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겠지만 사실 거기 사시는 분들만큼 따라갈 순 없겠죠. 저는 서울 사람이고. 어떤 감정연기가 필은 좋은데 사투리 뉘앙스가 틀려서 같이 가게 되면 굉장히 안타까운 거거든요. <피아노>도 그런 경우가 되게 많았어요. 그게 굉장히 많이 아쉽더라구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감독님 역시 별 부담 갖지 말라고 하시고. “그러시다면 빼 주시는 것도 좀 생각을 해 주세요.” 그렇게 얘기했던 건데 감독님이 그야말로 조련을 잘 하셨던 거죠. 처음에 누구나 사투리를 하라고 했을 때 “예 하겠습니다”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거예요. 왜냐면 내가 했던 말이 아니기 때문에. 감독님도 그걸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엔 부담을 안 주면서 슛 들어가는 순간 서서히 “되네..”그런 식으로. “근데 그 느낌이 아닌데 거 안되나? 되잖아. 인성이는 안돼?”그러시고.(웃음) 그럼 자존심이 상해서 “할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저를 계속 이끌어 주셨던 것 같아요.

현장 공개 때 당신의 인상을 말하자면 그 컷에 집중도가 굉장히 뛰어나다는 점이었다. 가식적이지 않고 (연기를 한다기 보단) 정말 아직 보지도 않을 병두의 표정이 저럴 거라는. 연기에 관해서 내 안에서 밖에 출발 못한다고 누누이 말해 온 걸로 봐서는 조인성안에 병두도 있는 것인가?
(단호히)철저히 저라고 생각했어요. 얘가 나다. 감정도 뭐도 전부다. 이건 전도연 선배님이 하신 말인데 예전에 청룡에서 그런 말을 하셨어요. “제가 그 캐릭터이게끔 믿게 해주신 감독님께 감사합니다” 라고. 저도 감독님이 제가 병두라고 믿게끔 해주셨기 때문에 그렇게 자신 있게 연기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저 역시 의문을 가지고 연기를 했을 텐데. 제 자신에 대해서 “이건 너다. 너에 맞춰진 거고. 우리나라에서 병두 역할은 니가 제일 잘할 것이다”란 확신을 주셨기 때문에 좀 자신 있게 많이 했었어요.

사실 당신의 그런 말이 가장 와 닿았다. 평소 배우들은 “난 배우기 때문에 그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어도 연기로 표현해야 한다. 살인을 하지 않았어도 살인자 배역을 맡을수 있는거고, 미혼모가 되지 않아도 모성애를 연기해야 하듯이.”라는 식의 도도한 멘트 들을 날리는걸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그런데 인성씨 인터뷰를 보면 그 역할에 내가 있기 때문에 하는 거란 대답이 항상 나와있어서 신선하다고 할까.
아니 그렇진 않아요. (웃음)이 바닥을 알아서 그러는 것 보다는 사실 제가 인터뷰를 많이 하는 편도 아니잖아요. 제가 인터뷰를 안 하는 건 그거예요. 왜곡되면 가슴이 아프거든요. 좀 바뀌는 거면 상관이 없는데 왜곡된 사실에 마음이 아파요. 그래서 말을 아껴야겠다란 차원에서 인터뷰를 겁내 했어요.

그랬는데 이왕 하는 거면 솔직하게 말하자는 게 제 진짜 솔직한 심정이에요. 통속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사실. 그건 너무나 재미없고 진실되지 않잖아요. ‘어쨌거나 진심은 통하는 거다’ 라고 생각하거든요. ‘가’가 됐던 ‘거’가 됐든. 거기에 진심만 보인다면 말이죠. 유하 감독님이 말씀하셨듯이 “연기를 못해도 진심만 보이면 OK이다”라고 하셨듯이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좀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고 그걸 왜곡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저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거죠.

그렇게 대답하시는 분들이 정말 없었는데, 솔직한 답변 감사합니다. 현장에서 무엇보다 즐거웠던 건 감독님과 인성씨 모두 훤칠해서 찾기 쉬웠다는 거다. 보기에도 좋았지만 현장의 복장은 배우들 빼고는 다 똑같아서.(웃음) 근데 천호진씨가 안 계셔서 안타까웠다.
극중 황회장(천호진)은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딱 두 가지만 알라고. 나한테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그 사람이 뭘 필요로 하는지’ 라고 말하는데 당신은 그 두 가지가 뭐라고 생각하나?

(소름 돋는 팔을 만지면서)아우, 저는 그 대사가 진짜 와 닿았어요. 지금도 막 소름이 끼치는데. 그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를 알고 싶은 게 사실이에요. 저는 반문을 못하겠더라 구요. 생각을 해보세요. 인생에서 성공하려면 딱 두 가지만 알면 돼요. 정말.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군지 그 사람이 나한테서 뭘 필요로 하는지.

어쨌든 이 사회구조상 내가 CEO가 되기 전까지는 모두 그런 과정을 거쳐야지만 되는 게 아닐까요? 부잣집 아들이라 처음부터 회사를 차리는 사람은 몇 안 되는 거고 회사 면접부터 봐야 되는 거니까.

저 같은 경우를 예를 들자면 처음에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을 때 사장님을 믿고 가는 부분도 있지만 그 사람이 배우 조인성을 방송이란 매체에 어떻게 보여주고 싶어하는지, 서로 상의를 하고 합의아래 모든 것들이 이뤄지잖아요. 저는 그게 굉장히 와 닿더라구요. 우와~ 그래 저 말이 정답이야. 그것도 대본에 보면 그 대사가 없는데 감독님이 현장에서 쓰신 걸로 알고 있어요. 아마 그랬을 거예요.

엄밀히 말하면 제작고사 첫날이 2005년 9월 24일이니까 개봉일인 6월15일까지 장장 11개월을 <비열한 거리>에서 산 셈이다. 그전하고 달라진 점이 있나? 아니, 병두란 인물한테 빠져 나오긴 했나?
(수줍게)그러니까 잘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빠져 나왔다고 하는 자체가 거짓말일수 밖에 없는 게 크랭크업하고 바로 후시 작업하고 끝나자 마자 또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잖아요. 개봉 때까지 계속 인터뷰를 하야 하는데, 저한테 쏟아지는 질문은 병두에 대한 질문이거나 영화에 대한 질문이고 저는 그에 대한 대답을 해야 되고. 그러려면 끊임없이 병두에 대해서 생각할 텐데 빠져나올 시간적 여유는 없죠.

사실 유하 감독님 말이 많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처음엔 젓 살도 있고 병두 같지 않았는데, 영화 마지막엔 완전히 병두같다고 하셨다면서요.
지금도 감독님이 “눈빛은 병두야” 그러세요. (웃음)

사실 대중들은 <논스톱>에 나온 조인성을 주목했지만 개인적으로 박지영씨와 찍은 드라마시티 <순정만화처럼>을 계기로 좋아하게 됐다. 당신은 정말로 순정만화에 나오는 사람같이 생겼다. 그런데 언론은 그런 외모 때문에 순간 힘들었다는 뉴스를 쏟아낸다. 정말 나 같은 범인들에겐 열 받는 뉴스인데, 당신의 외모가 영화적으로 (데뷔초기엔) 부적합했다고 하더라도, 외모로 인해 인기를 끄는 사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어, 그거 보셨어요? 우와~그거 기억하는 사람 별로 없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몇 명 안돼요.

주인공이 ‘주리’라는 가명 쓰잖아요. 본명이…
방구순. 구순씨~구순씨~그러고. 아시는구나. 외모에 관해서는 (잠시 생각) 제 얼굴에 대해서 감독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너 참 재미있게 생겼다’고. 얼굴에 희로애락이 있다고 말씀 하셨어요. 그 말이 맞고 사실이라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중적으로는 연기가 겉돌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지만 그런데도 사실 감독복은 진짜 많은 것 같다. <남남북녀>정초신 감독, <클래식>곽재용감독, <화장실 어디예요?> 프루트 챈 감독..모두 작품성이나 대중적으로 명망 있는 분들인데……
좋은 경험을 했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작품이 잘 안됐더라도 그 작품들이 잊혀지지도 않고, 잊을 수가 없어요. 왜냐면 너무 행복하게 작업을 했었고. 촬영하면서도 ‘영화현장이 이래서 좋구나’라는 것도 느끼게 됐고. 사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받고 있는 입장에서 지금 생각해 보니까 ‘참 좋은 추억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게 없었더라면 <발리…>의 재민이나 <봄날>의 은섭 같은 경우는 있을 수가 없었을 것 같아요.

유하 감독님은 무심한 듯 하면서 인성씨 칭찬할거 다 하시는 스타일던데, 감독님한테는 어떤 점을 지도 받았나?

감독님이 저한테 어떻게 말하고 다니는지가 궁금해요. (웃음) 유하감독님은 뉘앙스를 굉장히 중요시 하세요. 본인이 이 시나리오를 썼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쓴 대로의 느낌이 나오느냐, 그리고 분명한 건 조인성이 연기 했을 때 네가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 도 많이 생각해주셨구요. “네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이 연기가 안 나올 테고. 네가 받아들이면 이 연기가 나오는 거고.”그러시면서 저를 끊임 없이 조였다 풀었다 하셨어요. 어떤 신이 느낌이 안 날때는 (유감독님의 말투를 흉내 내며) “그 느낌 모르나? 인성이 니가 스물아홉이 안돼서..나이에서 오는 한계일까?”그러면 저는 자존심이 상해서 막 저를 채찍질을 하고. 어떡하든 그 느낌을 뽑아내셨어요. 감독님이 잘했을 땐 “잘했어.” 칭찬해 주시고. 되게 즐거웠어요.

요즘 네티즌들은 외국의 파파라치보다 더 대단해서 영화에서 이보영씨하고의 키스신을 친절히 화면 캡쳐해서 단계별로 올려놨더라.(웃음) 그걸 보니 입술이 예쁘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지금 이렇게 볼 때는 평범한데, 키스할 때의 그 비주얼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확 흡수하는 듯한 느낌이다. 굉장히 몰입한다는 느낌이랄까. <비열한 거리>의 로맨스는 사랑의 어느 단계인가? 단지 첫사랑의 아련함? 아님 현재 사랑의 질림? 앞으로의 두려움인가? 조인성의 해석이 궁금하다.
앞으로 살아가는 인생에 대한 로맨스! 현주 때문에 굉장히 많이 변해요. 나의 조폭성과 나의 삶의 가치관도. 음… 병두 속에 존재하는 현주는 굉장히 깨끗하고 순수하고 맑고 투명한 ‘나의 안식처’예요. 상대적으로 당신은 하얗고 난 까맣고. 당신은 서점직원이고 난 조폭이고.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라고 질문하면 그야말로 둘이 만날 수 있는 만날 수 있는 확률은 10%미만일 거예요. 사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현주를 사랑하는 거고. 현주가 안식처가 되는거죠. 그렇게 현주를 통해서 큰 결단을 내리게 되요. 조폭생활에 대해서. 이 생활을 접기로 결심할 정도로.

서점 직원인줄도 지금 처음 알았다. 예고편에서의 서점 도주장면이 그런 의미였군요. 정말잘뛴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야구를 무척 좋아하시더군요.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 보이스 회원이더라. LG에도 같은 이름의 선수가 있는데…
LG트윈스에는 저랑 인연이 깊은 선수가 몇 명 있죠. 심수창이는 저랑 초등학교때 같이 야구했었고. 용택이 형은 제 두 살 선배고. 그 분은 동명이인이고.


근데 주장인 영화배우 김승우씨의 소개말이 인상 깊다. "플레이보이스는 열심히 일하면서 멋지게 놀 줄 아는 야구를 사랑하는 멋진 남자들의 모임" 이라고. 야구팀 막내라 조폭식 인사를 자주 하셨겠다. “형님~식사들 하셨습니까” 이렇게.(웃음)
형들이 많이 귀여워해줘요. 얼마 전에 현빈이란 막내가 들어와서 3년 만에 막내에서 벗어났고.(웃음) 얼마 전에 만났는데 영화 어떻게 나왔냐고 관심 많이 가져주시더라구요. 수고했다고. 좋은 영화 나올 거라고. (황)정민이 형이랑 많은 얘길 했었고. (강)동원이 형도 그렇고. 잘 나올 거라고.

하긴 선배들이랑 연기하는 게 편하다는 말을 항상 하시는듯.
사실 그래요. 제가 부담감을 덜하니까 고현정 선배님도 그렇고 도연이 누나나 지원이 누나도 그렇고 워낙 베테랑이시다 보니까.

이번 영화에서도 막내였죠? 진구씨도 그렇고. 낭궁 민씨도 형이잖아요.
네. 그렇죠. 제가 막내인데 저밖에 안 나오니. (웃음) 요번 작품을 통해서 많은걸 배웠어요. 연기도 배웠지만 주연배우들 사이에서의 덕목 이라던지 제가 가져야 할 마인드 그런 것들.

당신과 작업한 모 PD분이 현장에서의 당신은 똑같이 ‘안녕하세요’인사를 해도 좀 더 예의 바른 느낌이 드는, 착한 남자라는 평가와 더불어 책임감 있는 남자라고 평가한걸 들었다. <비열한 거리>에서는 당신이 챙겨주는 바람에 여자 스텝들이 힘든 줄 몰랐다는 소문이 들릴 정도고. 팬클럽 이름이 <인성군자>였으면 말 다한 거다.
누구야?(웃음) 누가 그런 거야? 현장에서는 제가 되게 까불까불 하고 더 재미있게 하려고 해요. 사실 ‘연기하는 맛’이라고 표현하기엔 나이가 어려서 그렇지만 현장에서 연기하는 거하고 현장에서 노는 게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스태프들이랑 노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여자스태프들은 괴롭히고, 남자스태프들이랑 막 담배 피면서 얘기하고 끝나고 같이 맥주 마시고 그런 분위기. 그날 촬영 끝나고 축구하고 족구하고 이런. 프랜드쉽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들이 너무 좋아요. 어디에 소속되어 있다는 내 느낌.

현장을 항상 재미있게 만들고 싶은 게 제 욕심이고 그래야지 연기도 좀 더 편하게 나오는 것 같고. NG냈을 때 스태프들이 연예인, 스타 조인성으로 봐줬을 때 저 역시 많이 부담스럽거든요. 하다가 못해서 NG를 낼 수도 있고 아니면 마음에 안 들면 한번만 더 가자고 한번 더 부탁하고, 형들한테 말할 수 있는 거고 그런 면에서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 막말로 NG가 났어도 친한 조명팀형한테 “형이 잘못 맞춰서 내가 한번 더 하는 거야”이런식.

그런 거에 대해서 형도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의 커뮤니케이션이 되니까 저도 편하죠. 왜냐면 카메라에서 연기한다는 자체가 굉장히 떨리는 일이고 창피한 일이기도 한데 스태프들이 ‘다 내 사람이다’ 생각 하면은 그 사람 앞에서 춤추고 노는 게 즐겁고 부끄러울 일이 없잖아요. 그러니깐 그런 의미에서 스태프들과 편하게 지내려고 노력 하는 거죠.

의류, 헤어, 통신, 금융, 카메라 업계도 모자라 이젠 베이커리계로까지 진출 하셨다. 제대로 바짝 버시는 것 같다.(웃음) 자신이 찍은 CF의 제품을 애용한다고 들어서 인터뷰이에 대한 예우차원으로 나도 미장센 샴푸로 머리 감고 LG카드에 부착된 교통가스로 버스 타고 이곳에 왔다.
아 ,정말이요?(웃음)사실 의식적으로 그 제품 쓰려고 노력을 해요. 상황이 안 맞으면 어쩔 수 없는 건데, 그 인터넷과 디카 때문에 더 이상의 파파라치가 없을 정도로 그런 것을 찍으시니까. 지금 맥스웰이 아닌 다른걸 마시는 게 인터넷에 올라왔다, 그건 저도 굉장히 창피한 거고 절 쓰시는 광고주도 창피한 거니까.

그걸 찍었다고 꼭 먹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래도 맞춰야죠.(웃음)

이 기사는 아마도 개봉 전에 올라갈 것이다. 관객들이 어떤 영화로 봐주시길 원하나?
단순 ‘조폭영’화라고만 봐주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조폭영화였다면 이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을 거고. 분명한 차별화가 있고, 비루한 청춘을 다루려고 하는 영화라고 생각하는 게 제일 빨라요. 단지 우리가 좀 극악스럽게 만들기 위해서 조폭이란 캐릭터를 빌려왔을 뿐이지 사람 사는 인생에 대해서 얘길 하려고 하는 영화예요. 이 작품을 통해서 조인성이라는 가벼운 이름에 약간의 신뢰가 더해줄 수 있었던, 더해졌던 영화로 남아줬으면 좋겠어요.

‘이 장면은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입니다’를 하나 꼽아 주신다면?
음….한강고수부지 액션에서 제가 하는 어떤 액션이에요. 대사가 아니고. 그 컷 중에서 제가 바깥에서 굴 안쪽으로 휘 저으면서 들어오는 컷트가 있어요. 저희 감독님이 말씀하시길 그 장면으로 병두의 모습은 다 표현이 됐다라고 말씀 해주시더라구요. 그 커트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고. 영화 대사 중에선 아까 말씀 드렸는데 “조폭이라고 뭐 있겄냐,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정말 사람 사는 건 똑같을 것 같아요.

조인성씨도 인간임을 적나라하게, 왜곡하지 않고 쓰겠습니다.
정말 인간입니다.(웃음)

2006년 6월 9일 금요일 | 글_이희승 기자
2006년 6월 9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

인터뷰 내내 넘쳐나다 못해 흘러내렸던 조인성의 매력을 직접 확인하시려면, 여기를 클릭!!

14 )
pretto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2010-01-29 01:55
joynwe
비열한 거리에서 '희생'된 그로 인해 영화의 제목이 극명하게 표현되었다...   
2008-09-07 15:18
mckkw
조인성도 이제 연기파   
2008-01-02 12:06
qsay11tem
좋은 연기를   
2007-08-10 12:48
kpop20
비열한 거리 못봤는데 ㅠㅠ   
2007-05-26 16:27
lolekve
^^ 앞으로 더욱더 홧팅!   
2007-04-04 18:17
ldk209
비열한 거리로.. 훌쩍 컸어....   
2006-12-27 10:51
park0203
내이상형ㅋㅋㅋ비열한거리잘봤어여~~^^   
2006-10-2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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