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타임슬립 스탭 진,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 촬영 현장 속으로 고고
2012년 8월 2일 목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이 기사는 지난 7월 13일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 주요 촬영지였던 대구 기지 11전투비행단 취재를 다녀온 것과 영화 <빨간 마후라>의 촬영 에피소드를 묶어 쓴 픽션이라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참고로 <빨간 마후라>는 신상옥 감독이 연출과 제작을 맡은 1964년도 작품. 국내 최초로 공군 본부의 직접적인 후원을 받았던 영화는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가 제작되는데 일조했다.)
이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 내가 직접 겪었던 일이다. 때는 1964년, 나는 신필름(1960년 신상옥 감독이 설립한 제작사)에서 제작하는 <빨간 마후라>의 스탭으로 일했었다. 일명 ‘스텝 진’. 한국영화산업에 일조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일을 했지만, <빨간 마후라>는 전투기를 소재로 한 영화였기 때문에 장소 섭외부터 공군 협조를 받기가 수월하지 않아 힘들었다. 특히 촬영기재가 부족해 비행 장면을 촬영하는 부분에 어려움이 많아서 감독 이하 스텝들의 고민은 겹겹이 쌓이게 됐다. 어느날 주요 촬영 장소였던 수원 비행장에서 촬영 문제로 신상옥 감독님이 화를 내셨고, 그 여파는 나에게도 미쳤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릴 곳이 없던 차에 어둠속에 가려져있던 격납고를 발견했다. 그리고 단 몇 시간, 단 몇 분이라도 쉴까 하는 마음에 그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는데, 일은 그 때부터 시작됐다.

타임워프.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타임슬립 닥터 진>처럼 시간여행을 한 거다. 대신 미래에서 과거가 아닌 과거에서 미래로 간 것. 눈을 떠 보니 굉음이 귀를 찌르는 수송기 안이었다.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을 봤는지 누군가가 귀마개를 줬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봐서 대뜸 수원(<빨간 마후라>의 주요 촬영은 수원 비행장에서 이뤄졌다고 함.)에서 왔다고 하니 기사를 잘 부탁한다고 했다. 뭔가 이상하다 했더니 내 몫에 걸려있던 'PRESS' 카드. 나는 스탭이 아닌 기자가 되어있었다.
 (위)F-15K에 탑승한 정지훈과 이종석, (중)하늘을 나는 F-15K, (하)<빨간 마후라>에 등장했던 F-86 세이버(Saber)
(위)F-15K에 탑승한 정지훈과 이종석, (중)하늘을 나는 F-15K, (하)<빨간 마후라>에 등장했던 F-86 세이버(Saber)
목적지는 대구기지에 있는 11 전투 비행단이었다. 도착하니 먼저 수원 비행장과는 차원이 다른 드넓은 활주로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용광로처럼 뜨거운 지열이 사람들을 반겼다. 왜 기자들은 이곳에 왔을까 궁금했다. 옆에 있던 기자에게 물어보니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오늘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라는 영화 촬영지 취재를 왔다고 말했다. 듣도 보지도 못한 영화 제목이었다. <빨간 마후라> 말고도 공군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말에 놀라웠다. 그 때 행사 진행 요원이 영화에 등장하는 전투기가 이륙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고 알려줬다. <빨간 마후라>에 등장하는 F-86 세이버(Saber) 보다 좋으면 얼마나 좋겠어 하는 찰나, 멀리서 매끈하게 빠진 전투기 한 대가 이륙을 하고 있었다. 굉음과 함께 하늘로 이륙한 전투기 이름은 바로 F-15K. 그 순간 F-86 세이버는 잠시 잊었다. 그 때 영화제작지원을 했다는 F-15K 122전투비행대대장 이진욱 중령이 전투기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그는 “F-15K는 동북아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기로 약 11,000마력의 엔진 성능, 최대 탑재 능력을 갖췄다”고 장점을 늘어놓았다. 그럼 F-86 세이버보다 얼마나 좋은 전투기냐고 물어봤더니, 전투기에 대한 관심이 많냐면서 “F-86 세이버가 영화배우 최은희라고 한다면 F-15K는 신세경쯤 된다”고 일러주곤 그 자리를 떠났다. 당시 난 어떻게 명 여배우 최은희를 다른 이와 비교할 수 있냐며 분에 차올랐었다. 그 때까지는 신세경이라는 처자가 영화배우인줄은 몰랐으니까.

활주로에서 자리를 옮겨 강당 같은 곳으로 가더니 그곳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먼저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의 예고편을 보여줬는데, <빨간 마후라>와는 차원이 다른 영상미가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서울 상공을 나는 전투기의 고공 액션이 놀라웠다. 알고 보니 실제 7.5km부터 최대 13,000km 상공 사이에서 항공 촬영이 진행됐던 것. 또한 할리우드 스탭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역시 과거나 미래나 영화는 할리우드구나 생각이 들었다. 고층 빌딩 유리창이 깨지는 장면도 직접 한건지 궁금해 질문을 했더니, 모든 사람들이 웃었다. 그건 당연히 CG라고 옆에 있던 기자가 알려줬다. 영어에 약했던 나는 무안해졌다. 그런데 어쩌라고. 내가 사는 시대에는 영어 수업이 없었는데. 이어 영화의 개봉이 늦어진 이유에 대한 질문에 김동원 감독은 “공중 비행 영상 구현에 대한 시행착오가 굉장히 많았다. 디테일을 잡아내는 노하우가 없어서 시간이 지체됐고, 그로 인해 개봉이 늦어졌다”고 답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면서 고민이 많았던 신상옥 감독님이 생각났다. 하루 빨리 돌아가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나의 눈에는 아름다운 여신이 눈에 들어왔다.
극중 마담으로 출연했던 최은희와 정비사로 출연하는 신세경
극중 마담으로 출연했던 최은희와 정비사로 출연하는 신세경
그녀의 이름은 신세경. 이진욱 중령이 왜 최은희와 신세경을 비교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순간 최은희의 이름 석 자는 머릿속에 지워지고, 대신 신세경이란 이름이 새겨졌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극중 그녀가 맡은 역할이 정비사라는 사실. 최은희가 극중 술집 마담으로 나오는 것과 사뭇 달랐다. 여자가 정비사를 하다니. 그 때 이하나라는 여배우가 등장했다. 그녀는 한 술 더 떠 극중 전투 비행사로 나온다고 했다. 미래 영화엔 여배우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다양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간담회 후 버스를 타고 주요 촬영장이었던 정비 격납고와 이글루, 시뮬레이터실을 돌아봤다. 전투기 한 대만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인 이글루에 가니 F-15K를 볼 수 있었다.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기체 자체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때마침 조종석에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착석해봤는데, 너무 비좁고 눈이 피로할 정도로 스위치가 많았다. 이어 향한 곳은 정비 격납고. 이진욱 중령은 극중 정비사로 나오는 세영(신세경)의 촬영이 주로 이뤄진 곳으로 주인공 태훈(정지훈)과 세영이 서로를 알아가는 장소였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왜 주연으로 출연했다는 정지훈은 보이지 않는 걸까. 계속해서 나의 궁금증을 충족시켜줬던 기자에게 물어봤더니 한숨을 푹 쉬며 국군 홍보 포스터를 가리켰다. 그 포스터 모델이 바로 정지훈이란다. 군입대 중이라 나오지 못했다고. 근데 왜 공군이 아니라 육군으로 간 거야.
 (위) 이글루 속 F-15K, (아래)정비 격납고에 옮겨진 F-15K
(위) 이글루 속 F-15K, (아래)정비 격납고에 옮겨진 F-15K
마지막 코스인 시뮬레이터실에 도착했다. 이진욱 중령은 이곳은 파일럿들이 비행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훈련하는 곳이라 말했다. 극중 철희(유준상)와 태봉(정경호)이 보라매공중사격대회 우승을 위해 연습하는 씬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육안으로 보니 실제 전투기가 이륙해 공중을 나는 듯한 느낌을 줬다. 공군이 이렇게 발전했다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곧바로 G 테스트 이야기가 나왔다. 가속도 내성 강화 훈련인 G 테스트는 전투기 기동 중 발생하는 중력가속도의 증가에 의해 의식상실과 시력변화를 예방하기 위한 훈련이다. 이진욱 중령은 1G부터 9G까지 있는데, 보통 6G 이상을 견뎌내야 전투기를 탈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고 했다. 그런데 정지훈은 6G를 넘어 9G까지 성공했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닌가. <빨간 마후라>의 신영균, 최무룡은 어디까지 통과할 수 있을까 하던 찰나, 극중 파일럿으로 출연한 배우 김성수가 슬그머니 다가와 말한다. “G 테스트가 가장 힘들었다”는 그는 “너무 힘든 나머지 전투기 탈 날짜가 다가오면 공포감에 사로잡혔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과거나 미래나 배우라는 직업은 참 힘들다.

모든 행사 일정을 마친 후 공군본부 정훈공보실장인 최영훈 대령에게 혹시 <빨간 마후라>라는 영화가 개봉했었냐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 작품을 모르면 간첩이라 말하는 게 아닌가. 1964년에 개봉되어 2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이 영화로 인해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가 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의 가제가 <레드 머플러>였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이런 놀라운 사실이 있나. 이어 “<빨간 마후라>는 CG나 좋은 촬영기재가 없었음에도 전투기 동체에 카메라를 부착시켜 촬영했는데, 공중 촬영 장면은 지금 봐도 긴장감이 살아있다”고 말했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지. 순간 이 사실을 빨리 감독님에게 알려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돌아가는 방법은? 수송기에서 깨어났으니 다시 수송기를 타면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몰려오는 피곤함에 잠을 청했다.

그 순간 누군가 내 머리를 세게 때린 느낌이 났다. 눈을 떠 보니 촬영 감독님이었다. 여기서 뭐하냐고, 어서 빨리 일하라고 또 다시 불호령이 떨어졌다. 몸을 추스르고 격납고에서 나가려고 할 때쯤 감독님에게 “전투기 동체에 카메라를 부착시켜 공중 촬영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라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그거 좋은 생각인데, 위험부담은 있지만 시도는 해볼 만해”라며 “그나저나 우리 영화 개봉하면 흥행 하겠지”라고 말했다. “장담하건데 25만 명은 넘을 겁니다”라고 큰 소리로 얘기했다.

2012년 8월 2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1 )
odk0830
예고편을 보고 이 기사를 읽게 되었는데 더욱 기대가 되네요 그래픽 부분에서 헐리우드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읽고 한층더 기대가 되지만 우리나라 만으로는 부족하나...? 싶은 아쉬움도 드네요 아무튼 그래픽문제로 개봉일이 늦어진 만큼 좋은 품질의 영화라 믿고 배우들이 가속도 내성 강화 훈련을 이겨내면서 고생한것 이상으로 흥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2012-08-03 19:28
1

 

1 | 2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