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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3D 초단편 입체영화’들의 작은 반란!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 | 2010년 11월 10일 수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혹시, 최근 지하철 2호선에서 3분짜리 영상을 본 적이 있나?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서는? IT빌딩 벽면, 스카이뷰, LED차량 모니터에서 본 적은 없는가? 만약 본 기억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이하 ‘SESIFF’)에 탑승한 관객이다. SESIFF는 3분이라는 시간에 상상력과 창의력을 녹여 만든 작품들을 상영하는 영상제다. 관객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찾아간다는 점에서 특별 배달 서비스 같은 축제이기도 하다. 올해로 두 살을 맞은 SESIFF가 ‘3분, 영화의 발견!’ 이라는 슬로건 아래, 3분이라는 짧은 컨텐츠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실험한다. ‘DSLR 초단편 영화’, ‘모바일 초단편 영화’ 그리고 이 글의 주인공인 ‘3D 초단편 입체영화’가 그것이다.

사실, ‘3D 초단편 입체영화’들은 <아바타> 이전에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 영화들을 섹션으로 묶은 영화제는? SESIFF 손광수 프로그래머는 말한다. “몇몇 영화제에서 3D 입체영화를 테스트 버전용이나, 교육용으로 상영한 적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완성작을 묶어 섹션으로 구성한 영화제는 거의 없었다.” 손광수 프로그래머가 가장 경쟁력 있는 섹션으로 ‘3D 초단편 입체영화’를 주저 없이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이번 ‘3D 초단편 입체영화’ 섹션의 상영작 초청은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됐다. 그의 말을 다시 들어보자. “2D 영화의 경우 감독들이 ‘너희 (영화제)가 뭔데, 내 영화를 달라고 하나?’라는 식의 시선이 약간 있다. 그에 비해 3D 입체영화는 틀 수 있는 공간 자체가 귀하다 보니, 본인들의 작품을 오히려 더 출품하려고 했다.” 3D 단편 입체영화를 만들어 온 감독들에게, SESIFF의 이번 기획은 흔치 않은 기회인 셈이다. 그렇게 해서 구성된 올해 ‘3D 초단편 입체영화’는 총 20편. 국내 작품 6편, 해외에서 날아 온 작품 9편, 그리고 3D 입체 애니메이션 5편이다.

 손광수 수석 프로그래머
손광수 수석 프로그래머
<3D 사전 제작 지원작>

이번 ‘3D 초단편 입체영화’ 섹션을 구성하는데 있어 SESIFF 측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 ‘사전 제작 지원작’이다. 할리우드 3D 입체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의 3D 입체영화 기술을 가늠하고 그 가능성을 실험해 보자는 게 취지다. 이렇게 해서, 신태라 감독의 <27년 후>, 이도영 감독의 <햄스터>, 김창만 감독의 <토요일 2:00 pm>, 김홍익 감독의 <수배전단> 총 4편이 사전 제작 지원작으로 선정됐다. SESIFF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이 영화들은 준비 과정에서 각기 다른 3D 장비로 촬영됐다. 덕분에 이번 기획은 각기 다른 3D 기계의 성능을 한 자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서의 가치도 얻게 됐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신태라 감독은 <아바타>에서 사용한 카메라 SONY HDC T-1500m 카메라와 3D 영화 제작에 가장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3Ality 리그를 사용했다. 이도영 감독과 김창만 감독은 DSLR 카메라와 RED ONE 카메라가 공용되도록 제작된 리그로 찍었다. ‘NOON’이 자체 제작한 리그로, DSRL 카메라 구조상 직교 리그로 촬영할 수 없는 약점을 보완해 만든 역 직각 리그다. 김홍익 감독은 파나소닉의 일체형 양안카메라 AG-3DA1로 촬영했다.

이 중 만듦새 면에서 월등히 앞선 건, 신태라 감독의 <27년 후>다. 네 작품 중 가장 비싼 장비로 촬영된 덕을 보기도 했지만, 비단 이것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는 한 번 이용할 수 있는 타임머신을 이용해 복권 당첨을 노렸던 심 박사(김정식)가, 괴한의 침입으로 1년 전이 아닌 27년 전 북한으로 가게 된다는 내용을 그리는데, 내용적으로도 타 작품에 비해 구성이 촘촘하고, 재치가 번뜩였다. <검은 집> <7급 공무원>에서 발휘된 신태라 감독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 작품인 셈이다. <27년 후>는 신태라 감독 개인에게도 의미가 큰 작품이다. 본인이 준비 중인 장편영화 <AM 11:00>를 2D로 찍을지, 3D로 찍을지 시험하기 위한 파일럿 필름이기 때문이다. 반응이 좋다면, 우리는 조만간 3D로 제작된 신태라 감독의 장편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아쉬움과 희망을 동시에 준 작품은 김창만 감독의 <토요일 2:00 PM>이다. 미래의 자원인 어린이들이 기술원에서 과학자를 만나 과학을 배운다는 내용이 요조의 ‘허니허니 베이비’ 송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일단, 교육용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야기의 창의성이 떨어진다. 싱크 역시 잘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요일 2:00 PM>에서 희망을 봤다는 건, DSLR로 3D를 촬영할 수 있도록 개발한 역반사 직교 리그 때문이다. 3D 입체영화를 만드는데 누구나가 신태라 감독처럼 억 단위의 제작비를 지원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3D 입체영화에 관심이 있어도, 고가의 제작비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영화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토요일 2:00 PM>는 그런 사람들에게 하나의 돌파구를 제시하는 영화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을 어쩌면, 이 영화가 다시금 증명해 낼지도 모르겠다.

<3D 사전 제작 지원작 감독 인터뷰>

3D 입체영화 작업은 이번이 처음인가.
이도영 : 2년 전부터 시작했다. 빨리 시작했다고 작품을 많이 하고 그런 건 없다. 주로 이론적인 부분과 간단한 테스트 정도 정도만 했다. <아바타> 이후로 기회가 돼서 뮤직비디오와 기획된 영상들을 찍기 시작한 것 같다.
신태라 : 처음이다. 하지만, 1년 넘게 공부하고 연구해 왔다. 이번 단편 작업이 그동안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김창만 : 현재 3D입체 촬영 장비를 개발운용중인 ‘NOON’의 서동성 대표와 테스트 촬영을 3차례 해봤다. 양질의 3D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여러 전문가와 연구 중이다.
김홍익 : 실제 촬영과 후반작업을 직접 주도해서 하는 건 처음이다.

이번 작품에 투입된 제작비는?
이도영 : 그냥 일반 단편영화 수준이다. 촬영 회차도 부족하고 녹음도 부실하다. 마지막 날 동시 녹음의 경우, 마이크를 하나 빌려서 했다. 이 정도면 어땠는지 짐작이 갈 거다.
신태라 : 진행비와 소품비를 빼고는 배우와 스탭들, 업체들이 전부 무보수로 참여해 주고 협찬해 줬다. 영화가 짧았으니 다행이지 액수로 따지자면 아마 억 단위의 제작비였을 것이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김창만 : 정확히 알릴 수는 없지만, 3D 대중화를 위해 제작 감독들이 사비까지 털었다.(웃음)
김홍익 : 금액을 밝히면 너무 없어 보여서 밝히고 싶지 않다.(웃음) 하지만 투입된 인건비, 기술지원비, 장비사용료를 표준단가표로 환산해보면 억~소리가 난다.

3D 입체영화의 (가장 큰)장점과 단점이라 생각하는 걸, 하나씩만 꼽으라면.
신태라 : 연출의 깊이감을 강화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즉, 인물의 심리를 더 사실적으로 묘사할 방법이 생길 것 같다. 감독은 연출력을 강화할 수 있고, 제작자는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단점은 무겁고 거대한 리그. 아직 장비의 기동성이 약하다. 이번 촬영이 끝났을 즈음 더 가볍고 기동성 있는 장비가 국내에 도입되었다고 한다. 조만간 장비의 제약도 해결될 것 같다.
김홍익 : 3D의 단점이라면 일단 제작비. 그리고 장점은 우리가 보고 사는 3D의 세계를 실제 영상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거다. 영상은 이제껏 3D의 세계를 2D로 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그 불가능했던 세계로 빠져드는 것, 얼마나 즐거운가.
 시계방향 <27년 후> <햄스터> <수배전단> <토요일 2:00 pm>
시계방향 <27년 후> <햄스터> <수배전단> <토요일 2:00 pm>
우리나라는 아직 3D 기술 여건이 열악하다. 할리우드를 따라가려면 어떤 게 시급히 보완돼야 한다고 보나.이도영 : 큰 자본의 투자와 관심이다. 대기업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써댄다. 하지만 그 디스플레이에 실제 틀어질 컨텐츠에 대해서는 참 인색한 것 같다. 입체 촬영을 위해서는 리그만 있다고 촬영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것과 관련된 여러 장비들이 개발되고 이것들이 현장에 응용되어야 한다. 소규모 프러덕션이 이런 부분들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된다는 게 참 안타까울 뿐이다.
신태라 : 할리우드처럼 돈으로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연출적으로 우리의 상황에 맞게 제약을 피해나갈 방법을 모색하고 입체에 적합한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복권도 사지 않고는 당첨될 확률이 없다. 충분히 연구하고 창조력을 발휘하면 실패의 확률을 떨어트릴 수 있다.
김홍익 : 정부와 기업의 자발적인(?) 지원. 절실하다.

지금까지 나온 3D 입체영화 중 최고/최악이라 생각하는 작품은.
이도영 : 최고는 <아바타>. <가디언의 전설>도 좋았다. 최악은 글쎄. 입체가 정착 되지 않은 과도기에 나온 작품들이라 그 나름대로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신태라 : 최고는<드래곤 길들이기>. 최악은 많다.(웃음)
김창만 : 아직은 3D입체영화가 시작단계라 모두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존의 컨텐츠를 입체 컨버팅 한 작품들은 눈속임이지 않을까.

3D 붐이 일어난 이후, 에로영화 시장에서 발 빠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모션3D 멜로’를 내세우며 개봉한 <나탈리>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하는데, 3D 입체 영화에 가장 어울리는 장르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도영 : 아…… 본능적으로는 나도 에로라고 생각하는데(웃음) 그래도 4D로 상영되는 전쟁영화가 더 멋질 것 같다.
신태라 : 판타지, SF, 호러물, 애니메이션 그리고 에로(웃음)
김창만 : 모든 장르가 가능하다고 본다.
김홍익 : 아무래도 SF나 액션, 공포 그리고 에로. 그 중에 제일은 에로가 아닐까.(웃음)

향후 3D 입체영화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이도영 : 정말 한 순간인 것 같다. <아바타> 이후, 할리우드는 거대자본이 투자된 입체영화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한다. 그들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영화만이 아니라 다양한 컨텐츠로 경쟁해야 한다. 젊은 영상인들이 발 빠르게 입체영상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그런 것들이 쌓여 좋은 아이디어와 다양한 입체 컨텐츠가 제작된다면 우리의 입체영화 시장도 밝을 것이다.
신태라 : 입체의 돌출적인 효과에만 주력하는 영화는 줄어들 것 같다. 그보다는 시각적 사실감에 중점을 두는 영화와 진지하게 영화의 스토리텔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입체영화들이 살아남을 것 같다. 우리도 이제 그만 공부하고 빨리 제작에 들어갔으면 한다.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은 충분히 된다고 본다.
김창만 : 3D TV가 바로 대중화 되고 있는 시기이고, 3D 입체영화도 한 장르로써 밝다고 본다. 다만 무턱대고 만들어 사업적으로 투자자, 제작자, 영화인 모두가 멍들지 않길 희망한다.

<안 보고 가면 섭섭한 해외 3D 초단편 입체영화>

SESIFF가 준비한 해외 3D 입체영화는 총 9편이다. 그 중에는 프랑스 ‘끌레르 몽페랑 국제 단편영화제’에서 상영됐던<l`home a la valise>도 있다. 9편의 작품 중, 세 명의 전문가가 뽑은 추천작들을 소개한다.(참고로, 5편의 3D 입체 애니메이션은 신도림 아케이드에서 상시 관람 할 수 있다.)

<Come Coco> Santiago Caicedo
정형국 스테레오그래퍼 추천작
추천이유: CG 애니메이션과 실사 촬영의 합성을 이용하여 깊이 있는 공간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소녀가 거대 큐브를 오르는 씬에서 보여 지는 3D 영상의 실사 촬영분과 CG의 합성 수준이 감동적이다. 2D 컷들이 중첩되어 사용된 이미지 씬 들도 좋다. 코믹한 반전 역시 극의 흐름을 잘 살리고 있는데, 실험적인 면이 많은 단편 영화에서 간과 할 수 있는 극 전개의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deconstruct> Tina braun
손광수 SESIFF 수석 프로그래머 추천작
추천이유: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3D 입체 영상물로 이미 고정화된 눈을 가지고 많은 실험을 한 작품이다. 눈이 고정되지 않은 어린 아이의 경우 눈을 좌우 마음대로 움직이는데, 마치 어린이의 눈처럼 움직이는 화면이 흥미롭다. 또 영화는 ‘해체’라는 의미의 제목처럼 시각적인 걸 여러 번 해체시키고 있다. 그게 또 3D라는 것과 잘 맞아 떨어져 효과적이다.

<Moving still> Santiago Caicedo
무비스트 김도형 기자 추천작
추천이유: 길이가 길던 짧던 영화라면 이야기의 완성도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3D 입체영화라면 비주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드러내느냐도 중요하다. 시종일관 달리는 기차의 창밖을 담아낸 <Moving still>은 그래서 인상적이다. 창이라는 틀 안에 이미지를 가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모든 이미지들은 자유롭게 표현된다. 처음에는 창밖을 바라본다는 인식으로 시작하지만, 이내 창밖의 이미지들이 틀을 뚫고 확장되는 묘한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2010년 11월 10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0년 11월 10일 수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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