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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워>와 상관있는 혹은 상관없는 거대 괴물의 한바탕 쇼!
2007년 7월 30일 월요일 | 유지이 기자 이메일


여의주와 함께 전설의 괴물 <디 워>의 이무기가 로스엔젤레스를 덮친다. 그러나 사실, 시치미를 뚝 떼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은 수없이 많은 재난을 당한 곳이고, 그 중에는 기괴한 괴물의 습격도 무척 많았다. 그러니까 다음은 무시무시한 이무기 습격에 대비해, 그동안 어떻게 괴물의 습격에 대도시가 대응했는지 알아보는 생존을 위한 복습인 셈이다.

파충류

태평양에서 벌어진 프랑스의 핵실험 결과, 이구아나가 변형되어 거대 파충류로 변화한다. 바다를 따라 이동한 이 파충류가 도착한 곳은 뉴욕, 맨하탄. 엄청나게 큰 몸집을 지니고 있지만 날렵하고, 헬기 편대를 제압할 만큼 영리하기도 한 강적이다. 더구나 더 무서운 것은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채울 정도로 왕성한 번식력을 지녔다는 것. (성전환을 통해 생식하는 〈고질라〉의 공포는 사실 코미디에 가깝다) 게다가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곳을 좋아하고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는 스타성도 지녔다. 도시를 습격한 괴물 중 가장 몸값이 비싼 것으로 유명.

헐리웃에서 만들어진 〈고질라〉에서도 괴물의 이름이 정해진 것은 태평양에서 처음 괴물을 목격하고 난파당한 일본 선원을 통해서다. 그 때 일본 선원이 공포에 질려 중얼거리는 이름이 1954년 일본에서 개봉한 〈고지라〉다. 오리지널 〈고지라〉에서는 미국의 계속되는 핵실험 결과 깨어난 괴수가 일본 도쿄에 상륙한다는 이야기. 단 한 편으로 재앙에 가까운 흥행참패를 거두고 끝난 헐리웃과는 다르게 〈고지라〉는 일본 영화관에서 인기를 끌었고, 그 후로도 계속해서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후 이미지는 괴수라기 보다는 더 친근 존재로 변해갔지만 첫 영화는 기본적으로 헐리웃과 그리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변종 이구아나〈고질라〉(1998)
변종 이구아나〈고질라〉(1998)
 일본산 정품〈고지라〉(1954)
일본산 정품〈고지라〉(1954)
 공룡품 도마뱀〈해저에서 온 괴물〉(1953)
공룡품 도마뱀〈해저에서 온 괴물〉(1953)
 〈Q〉상처입은 케찰코아틀(1982)
〈Q〉상처입은 케찰코아틀(1982)

그러나 바다를 통해서 온 거대 파충류 괴물이 뉴욕을 덮쳐서 대재앙을 가져온다는 이야기의 원류에는 〈고지라〉만큼이나 유명한 1953년 작품 〈해저에서 온 괴물〉이 있다. 극지방에서 벌어진 핵실험의 결과로 깨어난 거대 공룡이 뉴욕을 덮치는 이야기의 기본 얼개가 〈고질라〉와 꼭 닮은 작품.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특수효과가 급속도로 발전하던 시절 만들어진 〈고질라〉나, 사람이 인형옷을 입고 미니어쳐 도시에서 괴수를 연기하는 〈고지라〉와는 다르게 스톱모션 특수효과의 대가였던 레이 해리하우젠의 정교한 솜씨가 돋보이는 B급 괴물 영화의 고전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거대 도시 뉴욕에 거대 괴물 〈고질라〉가 덮친 사건은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건물이 부서지는 대재앙이지만, 그보다 좀 더 작은 규모로 1년 먼저 비슷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개봉하기 훨씬 전부터 요란한 홍보를 하던 〈고질라〉덕분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라이벌이 되어버린 상태에서 한해 일찍 개봉해 비교를 당했던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 2: 잃어버린 세계〉가 바로 그 영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샌디애고를 덮친 티라노사우르스 렉스의 난동으로 유명한데,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 소설에도 없는 장면을 마치 〈고질라〉를 연상하게 하며 끼워 넣었다.

거대한 파충류는 아닌 관계로 티라노사우르스 렉스나 〈고질라〉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뉴욕은 괴물에게 언제나 매력적인 도시였다. 남미에서 밀반입된 괴물 도마뱀의 알이 뉴욕 마천루 아래에서 부화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는 사실 날개 달린 식인 뱀이라는 이야기의 1982년 작품 〈Q: 날개 달린 독사〉도 마찬가지. 괴물의 이름인 Q는 남미 신화에 등장하는 ‘캐찰코아틀’의 머리글자로 영화에서는 날개 달린 사나운 뱀으로 그리고 있다. B급 영화로 유명했던 래리 코헨의 매우 기괴한 괴물 영화.

거대한 크기의 괴물에게 뉴욕만큼 인기가 있는 편은 아니라, 세계에서도 순위권에 드는 인구수를 자랑하는 서울은 규모에 비해 괴물들에게 평가절하 되어왔다. 외계인도, 괴물도, 지구를 뒤집으려는 악당도 노리지 않는 대신 비교적 평화로웠던 서울도 21세기가 되어서는 괴물의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미군 부대에서 불법 방류한 오염 물질을 먹은 양서류(영화 속 모습은 아무래도 파충류는 아닌 듯 하다)가 날렵하고 거대한 괴물로 변화해 한강변에 나타난 것. 수많은 테러와 괴물 습격의 대상으로 단련이 되어있던 뉴욕에 비해, 평화로운 서울은 그보다 훨씬 경량급의 괴물이 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속수무책이다. 한국 영화의 역사를 다시 썼던 봉준호 감독의 2006년작 〈괴물〉 이야기다. 괴물 대응에 수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한강에 등장했던 〈괴물〉은, 시카고 하수구에서 나타나 무차별로 사람을 잡아 먹었던 악어 1980년작 〈앨리게이터〉와 뉴욕 하늘을 날아다녔던 괴상한 독사 〈Q〉 사이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영장류 혹은 곤충류
 〈킹콩〉(1933)은 금발을 좋아해
〈킹콩〉(1933)은 금발을 좋아해
 〈프릭스〉(2002)의 과시욕 강한 거미
〈프릭스〉(2002)의 과시욕 강한 거미

뉴욕은 파충류들에게만 인기 있던 도시는 아니었다. 도쿄를 습격하는 〈고지라〉의 탄생에 깊은 영감을 주었음이 확실하고, 스톱모션의 거장 레이 해리하우젠을 특수효과에 투신하게 만들었으며, 나이가 들어서도 리메이크의 꿈을 버리지 못한 영화감독 피터 잭슨을 키워낸 전설적인 괴물 영화 〈킹콩〉이 탈출해 난장판으로 만드는 도시도 바로 뉴욕이다. 엄청난 인기로 (졸속) 시리즈가 계속 만들어졌고 1962년에는 일본에서 〈킹콩 대 고지라〉라는 이름으로 거대 괴물끼리의 한판 승부를 펼쳤던 〈킹콩〉이지만, 원작이나 1976년 존 길러민의 리메이크나 2005년 피터 잭슨의 리메이크에서나 금발 미녀에 반해 뉴욕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고릴라답지 않은 취향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파충류를 제외하면 많은 괴물들의 취향이 도시는 아닌 듯 하다. 샌프란시스코를 습격했던 〈그것은 해저에서 왔다〉의 거대 문어나 〈세상에 도전한 괴물〉의 거대 달팽이 같은 괴물이 있기는 했지만, 50년대 헐리웃 괴물영화 중 가장 유명한 작품에 속할 1954년작 〈그들!〉이 사막을 무대로 거대 개미 떼를 풀어 놓은 후, 곤충류 괴물이 거대해질 경우 미국의 황량한 서부 마을 어딘가쯤을 초토화시키곤 했기 때문이다. 거대한 거미를 등장시킨 〈타란툴라〉같은 비슷한 시기 영화도 그렇거니와, 전통을 이은 1990년 개봉작 〈불가사리〉에서 땅속을 헤집는 괴물이 나타난 곳도 인적이 드문 마을이다. 코미디 터치로 50년대 거대 곤충 괴물영화를 다시 만든 2002년작 〈프릭스〉의 사람만한 거미떼도 한적한 시골마을 공포의 도가니로 바꾸어 놓는다.

공교롭게도 한국 고대 전설에서 여의주를 쫓던 이무기가 현대에 부활해 초토화시키는 도시 역시 미국 로스엔젤레스다. 마약범이나 인질극, 대형 사고는 종종 있었더도 괴물의 침입에는 안전했던 곳이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물 건너가 버렸다. 과거 전설의 괴물 〈용가리〉가 부활했을 때도 미국 어느 도시를 헤집고 다녔었지만, 배경에는 선명한 청계천 상가 간판이 보였었다. 그러나 예고편에 공개된 이무기는 정말 로스엔젤레스를 부수고 있는 듯 하다. 어떨까? 미국은 새로운 종류의 괴물이 덮친 로스엔젤레스를 잘 복구할 수 있을까? 뉴욕에서 컨설턴트를 초대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2007년 7월 30일 월요일 | 글_유지이 기자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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