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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기봉 감독 <익사일> 개봉에 부쳐! 섹시하고 긴장되는 순간이다.
2007년 7월 3일 화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이 영화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행운이다. 마음에 품은 이성의 나신을 처음으로 마주한 그 황홀한 시간만큼이나 섹시하고 긴장되는 순간이다. 두기봉 감독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창구가 차단돼 있었기 때문이다. 돈이 안 된다는 거다. 기력이 쇠해 뒷방 노인네로 밀려난 홍콩영화의 씁쓸한 운명이 부른 고약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건 부당한 처사이자 미스터리한 일이다. 두기봉은 현재 홍콩을 대표하는 감독이다. 절대 과한 표현이 아니다. 저마다의 영화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지만 두기봉은 <무간도> 시리즈의 유위강, 세계영화계의 거물로 자리한 왕가위와 함께 홍콩영화의 스펙트럼을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넓히고 있는 감독이다. 사실상, 이들 중 가장 경이로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인물이다. 홍콩영화가 우리의 시선에서 벗어난 수년 사이 거장이 된 셈이다. 대륙권내에서 치러지는 영화제의 상을 독식함은 물론이고 유수 영화제가 앞 다퉈 그의 영화를 초대하고 회고전을 마련하는 풍경들은 이를 여실히 반영하는 방증이다. 장 피에르 멜빌의 느와르 걸작 <암흑가의 세 사람>의 리메이크를 두기봉이 맡았다는 사실 역시 그의 미래에 신뢰에 더한다.

2006년 베니스 경쟁부문에 올랐던 <익사일>의 개봉 소식이 너무도 반가운 건 바로 이 때문이다. 한때 숱한 사내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던 홍콩 느와르의 유산 아래서 부단한 시도 끝에 놀라운 액션미학을 구축한 두기봉 감독의 <익사일>은, 그만의 독특한 영화 스타일을 대중영화의 자장 안에서 담아낸 걸작이다. 2005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흑사회>가 이야기의 드라마를 통해 강렬한 긴장감을 뽑아냈다면 <익사일>은 육체에서 비롯되는 뜨거운 액션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특히, 홍콩의 허름한 아파트를 연상시키는, 치밀한 계산 하에 설계된 좁은 공간에서의 총격신과 이내 이들의 전쟁을 외관에서 포착한 롱 쇼트는 탄성을 자아낼 만큼 압도적이다. 총구의 불꽃이 터지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혼돈의 공간에서 갱스터들이 나부끼는 커튼을 사이로 우아한 술래잡기적 몸동작을 감행하는 시퀀스들은 감상자의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근사한 회화에 다름 아니다. 두기봉을 오우삼과 다른 혹은 그 이상의 거장으로 바라보게 하는 대목이다. 고독한 사내들의 뜨거운 분노가 촉발되기 전 기묘한 적막 속에서 웨스턴의 정조와 느와르의 낭만적 비장미가 뒤섞이며 차곡차곡 쌓아올려지는 숨 막히는 긴장감 또한 아찔할 지경이다. <흑사회> 연작이 중국으로의 홍콩 반환 등 격동의 시대상을 담은 리얼리즘의 걸작이라면 샘 페킨파와 세르지오 레오네의 정서가 물씬 풍기는 <익사일>은 장르영화의 최전선인 셈이다.

<익사일>의 인물들은 홍콩 느와르의 그들처럼 숭고하지도 않고, 거룩한 신념으로 규합된 짝패도 공동체도 아니다. 상황과 처지에 따라 능히 처세를 다르게 취할 수 있는 이들이다. <영웅본색(A Better Tomorrow)>의 사내들처럼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어딘가로 향하지만 숭고한 신념과 가치에 따라 내딛는 발걸음이 아니다. 흘러가는 대로 부딪히는 대로 살아가는 황야의 무법자들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남자들이다. 때문에 이 영화의 서사는 등장인물들의 성격처럼 일관되지도 고르지도 않다. 당혹스러움 혹은 기묘한 흥미진진함을 전해준다. 결국, <익사일>은 기가 막힌 구도로 길어 올린 명장면들의 릴레이 전시장이다. 그 자체가 서사다. 두기봉의 철학이 담긴 호기로운 스타일 하나로 밀어붙인 작품이다.

여하간, <익사일>은 홍콩 느와르에 향수를 품고 있고 열광했던 당신이라면 기필코 맞닥뜨려야 할 필견의 작품이다. 정말이지 놓치시면 후회한다. 단, 간곡한 부탁 하나 드리자면 꼭 극장에서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범작만을 양산하던 감독에서 액션의 장인으로 거듭나는 데 결정적 분수령이 된 <미션>을 비롯해 <대사건>, <흑사회> 연작 등 그의 일련의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이것 외에는 당최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2007년 7월 3일 화요일 | 글_서대원 기자

20 )
h39666
기사 잘 봤습니다^^   
2009-08-17 20:38
ldk209
폼생폼사...   
2008-06-06 19:26
cyg76
저도 기대됨   
2008-05-05 11:55
qsay11tem
기대되요   
2007-08-05 16:03
ekfrl66
난 왜 자꾸 물에 빠져 죽는 것만 생각나냐구..;;   
2007-07-19 22:55
szin68
뻔하지...홍콩영화 멋부림...   
2007-07-13 00:42
loop1434
기대되는 작품   
2007-07-10 21:57
hakego
완전 극찬이네;;   
2007-07-0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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