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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의 귀환! 타란티노, 로드리게즈 <그라인드 하우스> 벌써 보기!
2007년 1월 31일 수요일 | 유지이 이메일


확실히, 여름 극장가는 블록버스터의 계절이다. 그러나, 단연컨데 블록버스터 만의 계절은 아니다. 최소한 당당하게 동시상영을 주장하는 이 두 남자 앞에서는 그렇다.

어느 해는 안그랬었냐만, 올해도 헐리웃의 프랜차이즈 군단은 막강한 위용을 자랑할 예정이다. 간단하게만 살펴보아도 〈스파이더맨3〉〈캐리비언의 해적: 세상의 끝〉〈해피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다이하드 4〉〈오션스 써틴〉〈본 얼티메텀〉〈슈렉 세번째〉〈판타스틱포: 실버서퍼의 등장〉같은 지명도 높은 속편부터 〈트랜스포머〉〈나는 전설이다〉〈인베이젼〉같은 거대 규모 신작까지 올해의 물량 공세는 여전히 묵직할 듯 하다. 그러나 그 와중에 제작비라면 목록 앞에서 찾아보기 힘들지만, 지명도라면 누구보다 못하지 않고, 개성이라면 뒤에 놓을수록 자존심 상할 사람들의 영화가 있다.


악동들의 귀환

한 사람은 거대 비디오샵에서 닥치는 대로 영화를 보다 헤모글로빈의 세례를 받은 90년대 미국 영화계의 기린아, 쿠엔틴 타란티노. 다른 한 사람은 초저예산 액션 영화로 명성을 얻어 헐리웃에 진출한 괴상한 독립 영화 제작의 대명사, 로베르토 로드니게즈.

싸구려 영화와 키치 문화, 영화적 취향이 비슷해 통하는 점이 많았던 두 사람은 10년이 조금 더 지난 즈음에 선댄스 영화제에서 만났다. 몇 편의 인상적인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을 기회를 얻은 타란티노는 〈저수지의 개들〉을 완성해 선댄스에서 명성을 얻을 때였고, 고향에서 엄청나게 싼 제작비로 〈엘 마리아치〉를 만든 로드니게즈는 경제적 효율성을 헐리웃에서 눈여겨 보고 있을 때였다. 범상치 않은 내공과 싸구려 취향을 두려워하지 않는 두 사람은 선댄스에서 의기투합한 후, 타란티노가 싸구려 취향을 독보적인 영역으로 승화시킨 〈펄프픽션〉으로 깐 영화제를 석권하고 로드니게즈가 〈엘 마리아치〉 속편 〈데스페라도〉를 헐리웃에서 성공시킴으로써 거물로 성장했다.

서로 잘 맞는 두 사람이 함께 영화를 하고 싶었던 것은 당연지사. 타란티노가 프로듀스한 옴니버스 영화 〈포룸〉에 타란티노와 함께 로드니게즈는 감독으로 참여했고, 서부극과 범죄물과 뱀파이어 공포담이 혼합된 골 때리는 액션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 역시 타란티노가 프로듀스로 준비한 놀이판에 로드니게즈가 감독으로 뛰어든 형세였다. 두 사람의 우정은 그 후로도 계속되어 로드니게즈 회심의 역작 〈씬 시티〉의 일부 장면은 특별히 타란티노가 직접 감독하기에 이른다.(영화 중 그 장면은 아니나다를까, 무척이나 ‘타란티노’스럽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한 영화에 함께 감독으로 나선 것은 12년 전 〈포룸〉이후 처음 있는 일. 실험적인 프로젝트였던 〈포룸〉은 그렇다 하더라도, 새로운 영화 〈그라인드 하우스〉는 대체 어떻게 된 영화일까? 두 사람이 함께 한 영화들 〈포룸〉〈황혼에서 새벽까지〉를 겹쳐보면 답이 나올까? 아님, 두 사람의 대표작 〈펄프픽션〉〈킬빌〉이나 〈데스페라도〉〈씬 시티〉를 겹쳐보면 알 수 있을까? 이런, 무척이나 괴상하겠군!


불타는 싸구려 필름의 연대기

비현실은 싸구려의 영역이었다. 정극에서 벗어난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아니라면 아이들의 것이거나 마니아의 취향이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SF와 공포물은 B급을 벗어나지 못했다. 조지 루카스가 위대한 미국 영화 감독에 뽑힌다면 그 일부는 분명 (장르 혼성에 그다지 진지하지 않는 이야기를 다루는) SF를 주류 헐리웃 영화로 올려놓은 공로 때문일 것이다.

이름을 널리 알린 루카스 시대의 헐리웃 영화판 동료들은 죄다 70년대 이전이라면 B급으로 치부되었을 소재를 주류 영화 풍으로 고급스럽게 재해석할 줄 아는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코폴라의 〈드라큘라〉가 그렇고(마피아 생활을 바꾸어 놓았던 〈대부〉는 감안하지 않더라도), 스필버그의 〈E.T.〉도 그렇다. 심지어 가장 B급 영역 가까이 있는 존 카펜터마저도 그렇다!(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가장 좋은 평판을 얻은 〈괴물〉같은 작품을 연상해 보시라) 그들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B급의 재해석은 그 시대 명감독들에겐 공통적인 역량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타란티노를 필두로 한 선댄스의 아이들은, 그런 엄숙함에 대한 관성이 없다. 특히 키치를 두려워하지 않는 타란티노와 로드니게즈는 엄숙함을 뒤집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소룡의 트레이닝복과 서부 음악을 그대로 차용해서 고전 홍콩 무협의 방식으로 싸움을 벌인다거나, 오우삼 식 쌍권총 액션을 서부극 무대에 남미 음악과 함께 올린다던가 하는 영화적 행동이 자연스러운 것이 그들의 방식이다.

두 번째 타란티노와 로드니게즈의 합동 프로젝트는, 광고부터 노골적으로 싸구려다. 공개된 예고편은 과거 동시상영관에서 사용했던 편집과 나레이션을 차용해서 두 감독의 작품을 한꺼번에 소개한다. 물론 일부러 흉내 내어 만든 것이지만, 생생한 싸구려 느낌과 경박한 분위기는 〈그라인드 하우스〉의 에너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예고편 안에서 두 감독은 각기 싸구려 영화를 찍어 동시 상영하며, 각각의 영화는 SF적인 배경(싼 티 팍팍 나는 사막에서 외계입네 하고 찍은)에서 황당한 방법으로 적을 도륙한다. 절단된 다리에 연결한 로켓포는 호쾌하게 발사되어 주변을 폭발시키지만, 터프한 표정으로 자기 발에서 발사된 포탄을 보고 있는 것은 미모의 여성이다. 캐딜락을 사정없이 밀어 부쳐 적을 절단내다가도, 야릇한 타이밍으로 개그를 날린다. 도무지 진지함이라고는 없는 〈플래닛 테러〉과 〈데쓰프루프〉, 두 편 동시 상영 영화 〈그라인드 하우스Grind House〉.


개런티 대신 개성

비슷한 시기에 헐리웃에는 (다시 말하면 헐리웃 영화가 걸리는 세계 극장 전역에는) 공교롭게도 B급 소재의 원천으로 유명했던 소설을 각색한 두 편의 영화가 걸린다. 하나는 이미 영화로만 4번이나 각색되었던 잭 피니의 전설적인 SF소설 〈신체강탈자의 침입〉.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쯤, 50년대 B급 영화의 제왕이었던 돈 시겔이 영화화했고 이후 1978년 필립 카우프먼과 1993년 아벨 페라라에 의해 각각 리메이크되었던 작품이다.

돈 시겔을 빼고 70년대 이후의 두 감독은 역시, 싸구려 소재를 고급스럽게 끌어올리는데 나쁘지 않은 솜씨를 지닌 진지한 감독들. 세 명의 감독 이름을 대고 네 편이라 함은, 정식으로 〈신체강탈자의 침입>을 각색하지는 않았지만, 케빈 윌리엄슨의 재치있는 〈스크림〉풍 각색을 로베르토 로드니게즈가 영화화한 〈패컬티〉를 그 연장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올해 걸리는 버전은 제목을 〈인베이젼〉으로 줄인 〈엑스페리먼트〉의 독일인 감독 올리버 히르시비겔의 헐리웃 데뷔작. 감독의 전작도 그렇지만 니콜 키드먼과 다니엘 크레이그로 이어지는 캐스팅은 역시 〈인베이젼〉의 진지함을 짐작하게 한다.

또 다른 한 작품은 장르 소설 팬 사이에서 역시 전설적인 명성으로 회자되는 현대 흡혈귀 소설 〈나는 전설이다〉. 최근에 국역판도 출판된 리처드 매드슨의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이는 뮤직비디오로 경력을 쌓은 젊은 감독이지만, 이 사람의 영화 데뷔작이 저 매끈한 금연 홍보 영화 〈콘스탄틴〉이며, 이번에 개봉하는 〈나는 전설이다〉가 윌 스미스를 주연으로 캐스팅한 블록버스터라는 점이 중요하다. 원작이 진지하기도 하지만, 영화 제작 자체가 싸구려 느낌 살리기엔 이미 글러먹었다는 이야기.


니콜 키드먼, 다니엘 크레이그, 윌 스미스. 아무래도 싸구려 영화는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 기억 지우고 전투기 조종해서 외계인 때려 잡으며 지구를 몇 번이나 구한 사람이나, 서슬 퍼렇게 살인면허를 금방 취득한 상태에서 앞뒤 안가리고 터프하게 스파이질을 하는 영국인이나, 온몸에 귀티가 줄줄 흐르는 야리야리한 금발 미녀로 싸구려 영화를 찍기는 힘들다는 결론.

반면 라틴 사단을 이끌고 다니며 거침없이 영화를 찍어온 로베르토 로드니게즈와 옛 영화에서의 매력을 자신의 영화에서 되찾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 쿠엔틴 타란티노는 〈그라인드 하우스〉에서도 개런티는 조금 떨어지는 대신 B급에서도 개성이 죽지 않는 배우들을 대거 불러 모았다. 과거 주류와 B급의 경계에서 터프한 모습을 보였던 커트 러셀이 돌아오고, 개성 있는 영화를 선택하는 신예 로자리오 도슨이 나선다.

오랜 B급 경력을 자랑하는 마이클 빈이나 깜짝 출연에 가까울 정도로 이젠 수퍼스타가 되어버린 니콜라스 케이지도 오랜만에 개성있는 얼굴을 비추며 등장했다. 삐딱한 금발 이미지의 로즈 맥고완은 〈스크림〉이후에 국내 영화관에서 얼굴을 정식으로 보이는 셈이고, 당연한 듯 출연하는 쿠엔틴 타란티노와 최근 영화 출연이 가끔씩 있는 가수 퍼기는 〈그라인드 하우스〉의 자잘한 재미가 될 법하다. 가장 찾기 힘들 캐스팅은 B급 영화 특수분장의 거목 톰 새비니. 많은 공포영화에서 단역 출연한 그는, 찾는 사람이 곧 B급 마니아임을 증명하는 보증수표로 유명하다.

가끔은, 돈 있고 배 안고파도 어린 시절 먹던 불량식품을 찾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떡볶이 전문점 떡볶이는 잘 만들수록 학교 앞 문방구 떡볶이랑 차이가 난다.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특히나 선택 중 하나가 자유분방만큼이나 개성있게 싸구려를 요리할 줄 안다면 더욱 그렇다.

50 )
IAMJO
보고십군요   
2008-01-09 01:33
mckkw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따로 개봉하든데??   
2007-09-10 17:55
irine11
기대만땅~   
2007-09-07 17:26
shelby8318
기대!!!!!!   
2007-09-05 18:27
theone777
ㅋㅋㅋ   
2007-08-18 22:25
remon2053
기대 되는데요.재미있을거 같아요   
2007-06-01 20:08
cutielion
타란티노의 영화!   
2007-04-25 14:45
ldk209
미국에서도 흥행은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듯...   
2007-04-1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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