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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 족보! 왕창공개!
2006년 2월 14일 화요일 | 유지이 이메일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며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다. 세월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란 없다는 것. 누구도 영원히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 삼천갑자 동방삭과 생 제르맹 백작은 전설에 불과하다는 것.

하지만 불로불사의 매혹은 여전하다. 박쥐나 거머리처럼 남의 피를 빨아야 하고 햇빛을 볼 수 없는 흡혈귀는 뻔한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기괴한 매력으로 100년이 넘는 동안 전설의 왕좌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모습을 바꾸고 새롭게 해석되며 살아남아 더욱 매혹적인 세상에서 날카로운 이를 핥고 있다


● 블라드 체페슈, 트랜실바니아 군주에서 영국 신사까지

흡혈귀가 실제로 살아있었다면 고향은 동유럽이었을 것이다. 차갑고 어두운 밤, 음산한 숲으로 둘러 쌓인 동유럽에는 민간에 공포로 전승되는 흡혈귀의 전설이 광범위하게 남아 있었다. 스멀스멀 다가오는 밤에 나타나 피를 빨아대는 창백한 얼굴의 사람은 가로등 하나 변변치 않은 동유럽 마을에서 충분히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어린 아이들을 밤 늦게까지 나돌아 다니지 못하게 하는데 충분한 이유가 되었을 테고, 몇몇 실제 현상과 결부되어 음산한 신빙성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당시에 야생 들개를 통해 남아 있었던 광견병(광견병 예방법이 밝혀진 것은 1881년 파스퇴르 실험 이후)이나 게르만계 백인들 사이에 가끔씩 나타나는 백색증, 피린증 따위는 거짓말이라고 흡혈귀를 불신하려는 건방진 어른들에게도 끔찍한 증거가 되었을 법 하다.

동유럽 게르만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던 흡혈귀 전설은 게르만 혈통의 이동을 따라 영국까지 전해진다. 하지만 유럽 계몽의 최일선에 있었던 서유럽인이 동유럽의 촌스러운 악몽을 쉽게 믿을리 만무한 일. 흡혈귀의 영국 강림은 산업혁명 이후 근대화에 접어든 시기에 와서야 이루어졌지만 치명적인 전염성 흡혈 때문은 아니었다.

근대화의 시점에서 가장 문명화 되어있다고 자처했던 영국 한복판에 흡혈귀를 불러온 사람이 극작가 브램 스토커, 흡혈귀와 동일어가 된 <드라큘라>를 소설로 발표하며 트랜실바니아 전설 속을 떠돌던 피에 굶주린 악귀는 신사의 형체를 얻으며 지상에 강림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드라큘라> 소설 속의 흡혈귀는 신사가 아닐지도 모른다. 소설에서 밝히는 <드라큘라>의 과거는 트랜실바니아의 유력한 귀족(그야말로 '백작')으로 루마니아 지방의 영주였던 실존 인물 블라드 체페슈와 대충 겹친다. 그러나 소설 어디에도, 전설 어디에도 드라큘라 혹은 왈라키아의 군주 블라드 체페슈가 신사였다는 묘사는 없다.

잔혹한 꼬챙이형으로 유명했던 역사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오래된 <드라큘라> 각색 영화로 남아있는 무르나우 감독의 1922년작 <노스페라투>까지도 <드라큘라> 백작은 (비록 영화에서는 판권을 얻지 못해 오를로크 백작으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잔혹함과 공포의 모습일 뿐, 영국 신사의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한 해밀턴 딘의 연극 <드라큘라>이후 왈라키아 공국의 공포 군주는 영국 신사 복장을 한 동유럽 귀족으로 모습이 고정된다. 연극이 끝나고 난 후 배우가 무도회에 참석할 때 따로 연미복을 마련하지 않으려는 얇팍한 의도에서 출발한 복장은, 극중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쉽게 하기 위해 머리까지 올라오는 칼라가 뻣뻣한 망토를 입히며 완성되었다.

물론 해밀턴 딘 버젼 <드라큘라> 백작을 20세기 내내 각인시킨 주인공은 벨라 루고시를 기용한 1931년 <드라큘라>와 (지금은 <반지의 제왕>의 사루만과 <스타워즈 에피소드 2><스타워즈 에피소드 3>의 두쿠 백작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리를 기용한 1958년 <드라큘라>겠지만.

● 흡혈귀의 재해석, 원작을 다시 읽다

실존 인물 블라드 체페슈가 드러나고 프랑켄슈타인과 늑대인간 같은 괴물이 난립하는 와중에도 <드라큘라>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유니버셜의 B급 공포 영화 전성기를 한참 보내고도 <드라큘라>에 매혹된 작가들은 그치지 않았다.

시리즈물도 아니었던 소설 <드라큘라>는 원작에 없는 수많은 속편을 영화로 내놓은 과거를 보내고도 다시 원작으로 돌아왔고, 역사 속 실제 사건이 드러난 90년대에도 <드라큘라>는 여전히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흡혈귀의 매혹적인 공포는 수많은 사람을 사로잡고 있음을 증명했다. 낡은 느낌도 없이 21세기에도 은막을 사로잡은 흡혈귀는 <드라큘라>를 다시 읽는 지점에서 출발했다

많은 영화팬이 기억하는 것처럼 왈라키아 공국의 군주이자 영국의 섹시가이 백작은 1992년 원작과 함께 돌아왔다. 해머 영화사에서 성공시킨 해밀턴 딘 버젼의 <드라큘라>가 각색 과정에서 생략했던 초반 루마니아 장면과 후반 추적 장면을 복원 시키고, 편의 때문에 입혀 놓았던 망토와 연미복을 시대고증에 맞춘 복식으로 갈아입힌 코폴라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자신있게 원작자의 이름을 붙였다.

대형 히트작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Bram Stoker's Dracula>는 솜씨 좋은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이 재능있는 배우와 함께 진지하게 만든 <드라큘라>가 얼마나 매혹적인 작품인지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당시에는 뤽 베송의 <레옹>이 개봉하기 전이라 우리나라에서 지금처럼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드라큘라 역을 훌륭하게 소화한 게리 올드만에 위노나 라이더 - 앤소니 홉킨스 - 키애누 리브스로 이어지는 캐스팅은 지금이라면 영화 두 편도 거뜬히 소화할 수준.(심지어 무명시절의 모니카 벨루치마저 등장한다!!) 국내에는 비디오로 소개된 TV영화 <암흑의 왕자>처럼 아예 실제로 알려진 블라드 체페슈의 일생에 포인트를 둔 영화도 있다.

단 한 편의 소설이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드라큘라>가 계속 재해석 되어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숫자 놀음 만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겠다. 해머 영화사에서 <드라큘라>의 성공에 고무되어 싸구려로 시리즈를 양산하는 와중에 개봉한 <드라큘라의 공포><드라큘라의 아들><드라큘라의 집><드라큘라의 딸><드라큘라의 신부> 같은 시리즈로 판단할 필요도 없겠다. 하지만 그 와중에는 재미있는 발상도 많았고, 그 발상은 꾸준히 브램 스토커가 남긴 <드라큘라>를 유산으로 재활용했다.

흡혈귀 드라큘라Dracula의 영문 스펠링을 거꾸로 한 알카드Alucard. 처음 이름이 등장한 것은 1943년 <드라큘라의 아들>에서 알카드 백작(론 채니)이 드라큘라의 아들로 나타났을 때다. 스티븐 킹이 <샤이닝>에서 써먹은 것과 흡사한 이 재치있는 아이디어는 꾸준히 이어지며 많은 작품들에 특히, 흡혈귀 공포물에 영향을 주었다.

그 중 유명한 것이라면 역시 골수팬을 몰고 다니는 코나미의 게임 <악마성 드라큘라>와 애니메이션으로도 유명한 히라노 코우타의 만화 <헬싱>이 아닐까. 십수년이 넘는 기간동안 수없이 게임기를 바꾸어가며 살아남은 코나미의 게임 <악마성 드라큘라>는 마치 영원한 생명을 가진 드라큘라 백작처럼 생생하고 매혹적이다. 악마처럼 한 마을을 지배하는 드라큘라 성을 상대로 모험을 펼치는 이 고딕 액션 게임의 수많은 시리즈 중 한 편의 주인공을 맡는 이가 바로 알카드. 대부분의 시리즈가 드라큘라를 제압하는 운명을 타고난 벨몬드 집안의 자제들을 주인공으로 하는데 반해 알카드는 혈통에서 드라큘라 가문 쪽에 원류를 둔 사내다.

여러가지 면에서 원작 <드라큘라>를 흥미롭게 각색하는 <헬싱>의 제목은 만화 속에서 등장하는 영국의 명문가. 원작 <드라큘라>에서 흡혈귀를 제거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 용기있게 추적해 드라큘라 백작을 처단하는 반 헬싱 박사가 사실은, 흡혈귀를 전문으로 처단하는 <헬싱> 가문의 일원이라는 재치있는 설정이다. 만화 속에서 이 <헬싱> 가문이 최후의 병기로 숨겨둔 비밀이 바로 최강의 흡혈귀 알카도. 여전히 <드라큘라>의 잔영은 시대를 초월해 남아있다.

만화 제목 <헬싱>이 소설 <드라큘라>의 한 주인공 애이브러햄 반 헬싱 박사에서 가져왔다는 것에서 또 다른 영화가 떠올라도 좋겠다. 역시 한 집안 사람이 아닌가 의심되는 영화 <반 헬싱>의 주인공 가브리엘 반 헬싱(휴 잭맨)은 바티칸 소속으로 비밀리에 활동하는 괴물 퇴치 전문가. 영화 <반 헬싱>에서는 최강의 적 드라큘라 백작을 맞아 늑대인간 - 프랑켄슈타인을 아우르는 수많은 괴물과 액션 대결을 펼친다. 주인공의 과거에 대해 비밀 만을 남기고 끝낸 <반 헬싱>의 속편이 나온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건 원작 <드라큘라>의 반 헬싱 박사와의 관계를 밝혀주지 않을까.

● 흡혈귀의 매혹, 새로운 경지로

아무리 위대하다고 해도 <드라큘라>만 변주하는 것으로 수많은 작품이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소설이 발표된 당시부터 유명했던 흡혈의 공포스러운 섹시함은 곧잘 위험한 섹스와 연결되었고, 탄생부터 위험한 섹시함을 갖춘 흡혈귀는 판타지의 매력적인 소재일 수 밖에 없었다. 그 입구에 위대한 <드라큘라>가 있었다 뿐이다.


섹시한 매혹은 곧잘 격렬한 액션과 통한다. 드라큘라의 위험함과 섹시함을 황량한 서부극에 접목시킨 존 카펜터의 <슬레이어>같은 영화가 그렇다. 서부극의 무대에서 흡혈귀 사냥을 다니는 <슬레이어>의 사냥꾼들은 집 안으로 대낮에 어두운 집안으로 쳐들어가 흡혈귀를 꼬챙이에 꿴 뒤, 자동차 와이어에 연결해 밖으로 끌어내 타죽게 만든다.

격렬하고 인상적인 액션으로 영화를 여는 <슬레이어>의 화끈한 액션은, 흡혈귀의 수장이 반쯤 기절한 미녀의 허벅지 안쪽을 물어 동족으로 만드는 섹시한 장면에서 배가 된다. 비슷한 스타일로 B급 영화의 자유로운 장르 차용을 흡혈귀와 연결 시키는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어떻고, 박쥐와 사람이 반쯤 섞인 듯한 흡혈귀 떼를 상대로 샷건을 휘두르는 목사의 액션은 이 영화의 백미로 남아있다.

모든 액션이 격렬하고 정신없는 것은 아니다. 잔혹하고 야하지만 절도있는 액션으로 정평이 난 가와지리 요시아키 감독이 컬트팬을 거느리고 있는 80년대 일본 시리즈 소설을 각색해 만든 <뱀파이어 헌터 D>는, 명성만큼이나 독보적인 액션으로 유명하다. 고딕적인 흡혈귀물 특유의 매력이 핏빛처럼 선명하게 살아있는 애니메이션에서 흡혈귀와 흡혈귀 사냥꾼과 혼혈 흡혈귀는 길고 긴 미형 팔다리로 칼을 잡고 휘두르며 처연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서부극과의 연결, 젊은 문화와의 융합은 이미 캐서린 비글로우의 1987년작 <죽음의 키스Near Dark>나 토니 스콧의 1983년작 <미녀 뱀파이어The Hunger>로 주목 받았지만, 진정 팬덤을 형성한 것은 <블레이드>부터가 아닐까. 만화 왕국 마블 내에서도 B급 등장인물이었던 <블레이드>를 전면에 내세운 액션 영화는, 화려한 스타일과 헤모글로빈 과다의 액션으로 광적인 팬들을 몰고 다니고 있다.

인간과 흡혈귀의 혼혈이라는 점은 <뱀파이어 헌터 D>를 연상하게 하고 흡혈귀가 사회를 형성해 인간 몰래 살아가고 있다는 설정은 <뱀파이어: 가장무도회>나 <언더월드>와 닮았지만 홍콩 스타일 액션을 하우스 음악과 연결시킨 스타일에 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강렬함은 독보적이다. 다소 시시하다는 평인 <블레이드 3>를 제외하면 시리즈 최고라는 <블레이드 2>와 묵직한 분위기 첫편 <블레이드> 모두 <드라큘라>를 의식할 필요 없을 만큼 매력적인 영화.


강렬한 액션도 액션이지만 <블레이드>를 재미있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인간 사회와 공존하는 흡혈귀 이면 사회의 세계관일진데, 기발한 착상이지만 <블레이드>가 이런 세계관으로 인정을 받은 영화는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은 모르고 있지만 인간 사회 어디에선가 흡혈귀가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는 설정은 히트 소설 시리즈 <뱀파이어 연대기>를 원조로 꼽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일부가 번역되어 출판되었지만 미국이나 일본과는 다르게 널리 알려지 있지는 않다. 다만 외국에서 워낙 유명세가 있는 까닭에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 시리즈 중 일부는 헐리웃에서 영화화 되었는데 이 작품들은 모두 한국에서도 개봉 했다. 그 중 유명한 것이 <뱀파이어 연대기> 첫번째 소설인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각색한 영화. 한 창 스타덤을 밟고 있던 브래드 피트가 흡혈귀가 되어 300년을 살아온 감상적 남자 루이를 맡은 영화는, 소설 시리즈 내내 강력한 카리스마를 드리운 거물 뱀파이어 레스타트 역을 톱스타 톰 크루즈가 맡은 것으로 유명했던 영화다.

지금 시각에서 보면, 프랑스에서 뱀파이어 일족을 이끌고 다니는 아망드 역에 안토니오 반데라스나 영원히 아이로 살아야 했던 루이의 연인 흡혈귀 클라우디아 역에 커스틴 던스트 등 호화로운 캐스팅으로 이루어진 영화. 시나리오 각색을 원작자 앤 라이스가 직접 손댄 만큼, 흡혈귀 고딕 호러에 사회성을 불어 넣고 감상적인 시선으로 흡혈귀를 바라보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특유의 분위기가 잘 살아있다. 화려한 프로덕션과 매력적인 주인공 덕분에 아직도 은근한 팬이 많은 작품.

이외에도 <뱀파이어 연대기>의 또 다른 시리즈 역시 영화화 되었는데 카리스마 강한 뱀파이어 레스타트가 로큰롤 가수를 통해 기묘한 매력을 얻는다는 <저주받은 자들의 여왕>이 그 작품. 내용상 레스타트의 과거사와 <저주받은 자들의 여왕>이라는 고대 뱀파이어를 다루는데다, 로큰롤 가수와 뱀파이어의 매력을 연결시킨 발상 탓에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보다 훨씬 젊은 배우들이 캐스팅되었다. 당시 가수와 영화배우 양쪽에서 성공을 거두며 주목받던 알리야의 유작으로도 알려진 작품.

현재의 장르 판타지가 소설 <반지의 제왕>이 히트한 50년대 이후 <던젼 앤 드래곤스>를 거치며 TRPG로 형태를 갖추어간 것처럼, 흡혈귀 사회에 대한 발상도 <뱀파이어 연대기>같은 히트 소설을 거쳐 TRPG로 구체화 되었다. 테이블에 게임을 하는 사람이 모여앉아 하나의 줄거리를 정하고 캐릭터 역할을 맡아 주사위 던지기 등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하는 형태의 보드 게임이 바로 TRPG(Table talk Role-Playing Game)로, 지금 컴퓨터나 비디오게임기로 즐기는 RPG게임의 원조격인 게임 형태다.

진행할 이야기와 자신이 역할을 맡은 캐릭터는 사람이 준비하지만 세부적인 이야기를 진행하는 규칙이 있어야 게임이 될 텐데 판타지 세계관을 규칙으로 구현한 <던젼 앤 드래곤스>같은 것이 규칙을 세밀하게 나열한 룰북의 제목이다. 이 중 최근에 미국에서 널리 유행한 시리즈가 룰북 GURPS(영어권에서 유명한 범용 TRPG 룰북)를 기본으로 한 <뱀파이어: 가장무도회>라는 작품. 이 작품을 즐기는 사람은 여러 부류의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역을 맡고 조직 간의 암투와 고대부터 이어진 종족 대결을 소재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인간 사회에 스며들어 숨어있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사회라던가, 고대부터 이어진 종족간의 알력같은 설정은 그동안 흡혈귀와 늑대인간 전설을 토대로 여러 영화와 소설에서 상상력을 펼친 이야기를 집대성한 것.

라텍스 타이즈를 입고 쌍권총을 휘두르던 창백한 미녀 흡혈귀 셀린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뱀파이어: 가장무도회>의 이야기가 매우 흡사함에 의문이 생길 지도 모르겠다. 올해 속편이 나오는 영화 <언더월드>가 배경으로 삼고 있는 이야기는 <뱀파이어: 가장무도회>와 매우 흡사한데, 이미 미국에서 개봉한 당시에도 설정의 흡사함으로 논란이 있었으나 각본과 감독을 맡은 렌 와이즈만(이 영화 이후 주연을 맡은 케이트 베킨세일과 약혼까지 한 행운의 남자!!)은 <언더월드>의 독창성 시비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상태다.

설정이 일부 닮았더라도 <언더월드>에서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의 혈통을 섞어 최강의 종족을 만든다는 핵심 플롯이나 총과 칼을 섞어 사용하는 액션은 <뱀파이어: 가장무도회>와는 다른 독특한 맛이 있다. 올해 개봉하는 속편 <언더월드: 에볼루션>은 전편에서 간단히 다루었던 뱀파이어 일족과 늑대인간 일족의 원한 깊은 과거사를 본격적으로 파헤칠 예정. 전편 멤버들이 그대로 출동하는 까닭에 창백한 외모에 날씬한 모습이 매력적이었던 셀린을 다시 한번 영화관에서 만날 기회가 생겼다

알고보면 흡혈귀의 공포는 정말 가까운 곳에 있는지도 모른다. 최소한 흡혈의 악몽을 대부분은 피부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최소한 여름에는 그렇다. 어디 해변이라도 놀러 가거나 푸르른 여름의 수풀이라도 보러 갈라치면 가장 걱정되는 것이 보이지 않게 달라붙어 피를 빨아대는 모기가 아닌가.

한국에는 동유럽 같은 흡혈귀 전설은 없지만, 모기에 대한 악몽은 남부럽지 않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른다고, 흡혈귀도 한국에 오면 마찬가지다. 루마니아 모기가 피를 빤 대상이 하필이면 흡혈귀(루마니아 흡혈귀란 십중팔구 드라큘라 겠지만)였고 이 흡혈귀의 혈액을 바다 건너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 대한민국의 한 남자에게 전해졌다. 모기를 통해 전해진 흡혈귀의 피는 여전히 위력적이지만, 솔직히 그리 폼나는 흡혈귀는 못될 듯 싶다.

아니나 다를까 <흡혈형사 나도열>은 실수투성이에 호색한이라 흡혈귀가 되면서 카리스마가 담긴 DNA는 못 받은 듯 웃기기만 하다. 최근 영화 홍보를 위해 TV 쇼 프로그램을 정복하고 있는 나도열 역의 김수로가 입심과 유머에서 흡혈귀의 괴력을 보이며 승승장구 중인 것을 보면 과연 드라큘라의 매력이란 명불허전이구나 싶고.

모기를 통해서야 <쥬라기 공원>처럼 한국으로 전해진 흡혈귀의 DNA는, 아직 무섭기보다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재다. 하긴 헐리웃에서 직접 넘어온 흡혈귀도 최근 경향은 무섭기보다는 액션의 달인이자 섹시한 왕족에 가까우니, 21세기에 흡혈귀란 이미 중세 유럽의 공포보다는 흡혈의 섹시함과 불로장생의 매력으로 소비되는 존재겠다. 올해도 우선은 모기에 물린 형사로, 다음은 날씬한 미인으로 영화관에서 흡혈귀를 만나게 될 테니까.
8 )
pink1770017
ㅋㅋ잼있는 글이네요ㅕ~   
2009-04-17 10:57
bjmaximus
<언더월드3>에 케이트가 안나오는 게 아쉽네.주인공 맡은 <둠스데이>에 나온 여배우 매력 별로 없던데..   
2008-08-21 14:53
ldk209
황혼에서 새벽...   
2008-07-06 23:47
qsay11tem
흥미로와요   
2007-11-24 16:44
loop1434
공포스럽지만 언제나 흥미로운 소재   
2007-08-27 20:51
kpop20
재밌고 흥미로운 소재...   
2007-05-16 22:25
js7keien
8~90년대 들어서선 에이즈의 공포가 흡혈귀 영화를 통해 투영되기도 한다는..   
2006-09-30 13:27
angeleves
역시 흡혈영화하면 먼저 생각나는건 블레이드이징...
하지만 요근래 잼나게 본 늑대인간 영화가 반헬싱이징..ㅎㅎ   
2006-02-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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