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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박사와는 별반 관계없는 '복제'로 돌아본 2005년 영화!
2005년 12월 21일 수요일 | 유지이 이메일


마지막 달에 접어드니 시간은 빨리도 흘러 어느새 2005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돌이켜 보면 제법 긴 시간이었다. 매년마다 다사다난한 지난 시간을 뒤돌아 보고 새해를 홀가분하게 마주하는 것이 버릇일 진데, 언뜻언뜻 생각해도 지난 한 해동안 벌어진 일이 많기도 하니까. 곰곰히 생각해 보면 많은 일이 벌어진 한 해 였고 어떤 방법으로건 정리를 해보아야 겠지만, 모든 일을 정리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요, 정치적인 쟁점을 정리하는 것은 시사지의 소관이요, 경제적인 전개를 정리하는 것은 경제지의 주관이니 가볍게 즐기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은 남은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나 추스려 보아야 겠다.

미니멀리스트들의 격언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를 따라 한 해 동안 있었던 일 중에서 가장 빨리 기억나는 단어를 하나만 골라볼까. 스포츠 쪽이라면 박지성이나 선동렬 정도가 떠오르고 사람 이름이라면 배용준이나 문근영도 많이 인구에 회자된 이름이 아닐까. 아니, 누구보다도 올해 대한민국의 1급 이슈였던 이름은 (사실 지금도 이슈 한복판에 있는) '황우석' 박사지 않을까 싶다. 올해 전반기에는 세계를 놀라게 한 연구 성과로 대한민국의 뉴스메이커가 되었고 후반기에는 방송 윤리와 연구 방법에 대한 논란으로 화제의 중심에서 벗어나질 않았으니 2005년을 대표하는 이름이라 할지라도 손색이 없겠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에서 황우석 박사와 관련된 논란은 진행 중이며, 사회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매우 조심스런 분야임을 감안할 때 가볍게 일년을 정리해 보기로한 취지에 걸맞지 않으니 중심 단어를 '복제'로 옮겨 보자.

복제 인간, 영화에 서다

꼭 황우석 박사의 연구가 아니었더라도 '복제'는 올해 빈번하게 사용된 단어가 되었을 확률이 높다. 황우석 박사 이전에도 복제양 돌리가 있었고, 그동안 상상 속에서 혹은 이론식 안에서 잠자고 있던 복제가 점차 현실화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의 한계란 상상에서는 장애가 되지 못하는 관계로, 현실 연구 결과와는 무관하게 상상의 세계에서는 그동안 '복제'에 관해 많은 연구 성과를 쌓아 왔다. 복제인간 리플리컨트와 인간 사이의 갈등과 근원적인 인간성에 대해 다루어 이 분야의 고전이 된 <블레이드 런너>이후로, 시리즈가 끝난 줄 알았던 리플리를 복제인간으로 살려내는 <에일리언 4>라던가, 이제는 캘리포니아를 지키느라 여간 보기 힘들어진게 아닌 아놀드 선생님의 <6번째 날>같은 영화가 복제인간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풀어놓은 이야기는 결코 적지 않다.


복제 기술의 끝, 혈전은 계속되고

지금도 배아복제 연구는 나라 단위의 자본과 기술 지원이 따라붙는 거대한 프로젝트라는 것을 보면, 많은 영화에서 거대한 기업 권력을 복제 기술의 배후로 삼고 있는 것은 그럴 듯한 설정이다. 대부분이 장르 영화의 틀에서 복제라는 소재를 다루어 온 까닭에 음모와 뒷공작으로 점철되었다는 점이 의학적인 이용을 위해 연구 중인 현실과 다르다고 할까.

하지만 똘똘한 복제인간에게 음모가 발각되고 야망의 최후를 맞이하는 <아일랜드>나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리플리컨트에게 음험한 사장이 살해당하는 <블레이드 런너>의 경우를 보면, 거대한 자본과 권력을 쥐고 있는 기업 집단도 정의 앞에서는 빈틈투성이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 세계에서는 목소리와 내용까지 분명하게 드러난 비자금 제공 사건마저 무혐의로 피해가는 막강한 권력이 국가급 기업 집단의 실체일터, 권력이 있는 듯 없는 듯 어설픈 <아일랜드>와 <블레이드 런너>의 경우는 귀여운 수준이다.

작년에 2편이 개봉했고 내년에 3편이 개봉할 예정인 <레지던트 이블>의 엄브렐러 사는,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일개 섬을 봉쇄하고 원자폭탄으로 모든 사람과 증거를 인멸할 정도의 권력을 휘두른다. 기업 집단 내에서 초일류 수준의 유전자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고 특A급 특수부대를 운용하고 있으니, 아무리 슈퍼맨이 되었다고 해도 벽에 부딪친 듯한 거대한 벽으로 느껴질 밖에.

영화 <레지던트 이블>에서 가장 큰 공포는 잘 훈련된 특수부대를 순식간에 전멸시키는 괴물 네메시스가 아니라, 모든 힘을 다해도 실체가 조금도 드러나지 않는 견고한 기업 엄브렐러가 아닐까. 영화 개봉 시기로만 보자면 올해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사이에 끼어있지만, 원작인 게임으로 보자면 그렇지 않다.

첫 작품이 1996년에 발표되어 근 10년이 다 되어가는 장수 시리즈지만 스토리 계보를 잇는 3편이 발매된 시기가 벌써 1999년. 물론 그 사이에 세계관을 차용한 게임도 몇 가지가 나왔고 오리지널 버전의 리메이크도 있었으며, 외전에 해당하는 <코드: 베로니카>나 1편의 이전 이야기를 다룬 <바이오해저드 0>같은 타이틀이 있었지만, (일본 발매 시 쓴 이름이 <바이어해저드>로, 이 제목이 ‘생물학 재해’를 뜻하는 일반명사기 때문에 미국 공개 시에는 제목을 변경) 정식의 이야기와 주인공을 잇는 시리즈 4편은 이번에 발표되었다.

실종된 대통령의 딸을 구출하기 위해 시골 외딴 마을로 간 특수요원(게임 시리즈 2편의 주인공이었던 레온)이 좀비처럼 변해 외부인을 공격하는 마을 사람들과 맞서며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다룬 <바이오해저드 4>는, 매우 박진감 있고 흥미진진한 게임이라는 후문. 이번에도 역시 마을에서는 좀비처럼 맹목적인 사람들 뿐만 아니라, 절대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쳐 형성되지 않았을 법한 무서운 모습에 괴력을 보유한 괴물이 등장한다. 이 모든 이상현상이 엄브렐러 사의 유전자 실험 결과 임은 당연한 결론이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은 주인공이 게임과 독립된 경우지만, 첫번째 편의 경우 게임 <바이어해저드>의 첫 시리즈 스토리라인을 거의 대부분 살리며 각색했고 두번째 편은 <바이오해저드 2>와 <바이오해저드 3>(게임 두 작품은 배경으로 삼고 있는 사건이 영화 2편과 같다)의 배경 이야기였던 라쿤 시티 사건을 역시 거의 살리며 각색했다.

게임 팬이라면 시리즈 1편과 3편의 주인공이었던 질 발렌타인이 3편의 복장 그대로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에 기뻐했을지도. 내년에 공개될 <레지던트 이블 : 사후>도 게임과 보조를 맞추며 유전자 기술을 악용하는 거대 기업 집단 엄브렐러의 음모를 헤쳐나가지 않을까.

좀비의 기원, 복제의 이면

모든 영화가 시대를 반영하는 것처럼 SF나 공포 영화에도 시대에 따른 유행이 있다. 이를테면 현대적 좀비 영화의 시작이었다고 하는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는 (영화 속에서 정확한 설명을 밝히지는 않지만) 좀비의 출생을 핵의 오용에서 찾고 있다.

영화 속 뉴스클립에서 간간히 새어 나오는 정보를 종합하면 방사능 유출에 의한 변이로 좀비가 창궐하고 있다는 실마리를 흘리는데, 냉전이 절정에 달하고 핵폭탄과 핵전쟁에 대한 공포가 만연해 있던 1960년대의 유행했던 소재라고 할 수 있겠다. 속편의 리메이크 작이었던 <새벽의 저주>쯤 되면 예전 작품에서 조금이나마 설명하려고 했던 좀비 생성의 이유 따위는 아예 관심도 없고, 21세기 취향으로 만든 대니 보일의 <28일후>에서는 분노 바이러스를 등장시켜 좀비를 설명한다. 이미 핵과 방사능은 때 지난 유행의 소재인 셈.


역시 원작을 게임에 두고 있는 개봉작 <둠>은, 화성을 배경으로 이상 현상에 의해 초인적인 힘을 지닌 괴물로 변해버린 이주민들을 학살하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화성 이주민들이 괴물로 변해버린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은 원작 게임과는 조금 다른데, 역시 유전자 실험에 의한 복제 변이를 끌어오는 것을 보면 최근의 유행은 유전자와 복제에 있다는 느낌이다. 영화에서는 화성에서 고대인의 흔적이 발굴된 20년 후를 다룬다.

이 고대인은 현대 인간에게는 없는 초인의 DNA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을 유전자 실험에서 복원하는 과정에서 괴물이 탄생하게 된 것. 한동안 영화 쪽에서는 로메로의 시체 연작 이후 뜸했던 좀비를 게임의 소재로 가져오며 유전자와 복제라는 최신 유행을 덧붙인 것은 <바이오해저드><둠>으로 이어지는 게임계의 결과물이겠다.

처음에 시작했던 좀비물에서 원인을 핵과 방사능에 돌렸을 때는 만든 것은 국가 권력이었지만 통제할 수는 없는 성격의 재해였다.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잇는 로메로 감독의 시리즈 최신작 <시체들의 땅>에서도 이 무지막지한 재해는 마찬가지다.

좀비가 창궐하는 세상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철저하게 보호수단을 준비한 도시에 모여 살고 있다. 이미 국가 권력은 살아남은 사람들을 지켜줄 수 없다. 하지만 <바이오해저드>와 <둠>, 혹은 <아일랜드>처럼 유전자 조작과 복제 기술은 철저히 거대 권력의 통제 아래 있다. 음험한 흑역사와 음모 이론이 유전자 조작과 결합하는 것은 역시 20세기 후반 히트 드라마 <엑스파일> 이후 최근 작품의 유행이기도 하다.

실제 제작은 2003년에 되었지만 올해 와서야 극장 개봉을 한 독특한 저예산 좀비 영화 <언데드>도 거친 화면 속 최신 유행을 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작은 시골 마을에 운석이 떨어지고 사람들은 생살에 굶주린 좀비로 변하지만, 절대 그리 쉽게 좀비가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요새는 어디나 음모가 판을 치거든.

올해의 화두까지는 아니어도 키워드는 ‘복제’였을까.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던 단어가 본격적인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대중적인 지식의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간 것을 보면 그런 것도 같다. 자극적이고 흥미를 잃지 않아야 하는 장르 영화의 특성상 올해 개봉한 ‘복제’ 소재의 영화는 죄다 음험한 거대 권력과 올해의 키워드를 연결시키고 있지만, 뭐 어떤가. 우리는 거대 음모와 복제가 결합했을 때 어떤 악몽이 벌어지는 지를 미리 알았으니, 눈 크게 뜨고 지켜보면 될 것을.

8 )
ldk209
복제인간에 대한 잘못된 가정....   
2008-11-02 20:10
qsay11tem
소재가 참신하네여   
2007-11-25 12:08
theone777
인간 복제는 너무나 흥미롱누 소재~ ㅋㅋ   
2007-07-11 20:45
kpop20
올해의 키워드는 복제?   
2007-05-17 10:34
hrqueen1
이 영화 보고싶었는데.....지금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2006-12-10 23:31
js7keien
인간복제의 윤리적 문제를 액션과 적절히 교배시킨 의미심장한 블록버스터   
2006-09-30 20:06
jkhtwty
<아일랜드> 소재와 발상은 참신했지만,, 지루함에 잠들어버렸다.. 기사쓰신분, ~이지 싶기도 하다.. 이말 경상도 사투리??   
2005-12-26 20:22
leesol
항상 흥미있고 각각의 영화마다 다른 요소의 복제.. 흠 다음 영화도 기대가 된다..   
2005-12-2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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