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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2세와 사귀는 법을 아시나요?
강명석의 TV보기 | 2004년 7월 23일 금요일 | 강명석 이메일

아마 요즘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한번쯤 이런 글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른바 ‘재벌 2세와 사귀는 법’ (두둥!) 제목만 보면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상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재벌 2세를 찾는다. 그럼 분명히 재벌 2세가 어디선가 있다(만약 못 찾겠으면 발리나 파리에 가보든가, 와이셔츠 단추 세 개 풀고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라. 거의 99%가 재벌 2세일 것이다). 그럼 뺨 한대 날려라. 그러면 재벌 2세가 화를 내는 대신 “나한테 이렇게 대한건 네가 처음이야”라면서 바로 당신에게 사랑에 빠질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이것은 요즘 ‘재벌 2세물’ 드라마에 등장하는 연애의 공식을 희화화시킨 것이다. 정말 재벌 2세들은 꼭 그래야 여자들을 사귄다. 뭔가 실수를 해서 뺨을 한대 맞거나, 무슨 심한 얘기를 듣거나, 길길이 날뛰면서 싸워야 여자에게 관심을 느낀다. 그리고 그 여자들은 꼭 평범한 여자들이다. 대체 왜 드라마속의 재벌 2세들은 평범한 여자들, 그것도 자신에게 대드는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일까? 드라마라서?

재벌 2세는 평범한 여자를 좋아해

물론 드라마니까 그렇긴 할 것이다. 보통의 재벌 2세들은 아무리 예쁜 여자에 ‘질리는’ 일이 있더라도 그 다음번에 ‘또 다른 스타일’의 예쁜 여자를 사귀지(아니면 예쁜 남자라도?) 평범한 외모의 여성을 사귈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건 대체 왜 저런 공식이 만들어질 정도로 드라마 속에서 재벌 2세가 평범한 여성을 사랑하는 방식이 비슷비슷하다는 것 아닐까. 신데렐라 콤플렉스? 물론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예전의 신데렐라는, 적어도 김희선이 SBS '토마토‘같은 드라마에 나와 활약했을 때만 해도 재벌 2세의 사랑을 받는 신데렐라는 비교적 얌전한 성격에 딱히 무슨 오해가 생기지 않으면 재벌 2세와 크게 싸우지도 않는 그런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SBS '명랑소녀 성공기’의 장나라-장혁으로 넘어오면서 흐름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위의 패턴처럼 ‘밝고 자존심 세며 생활력 강한 여자’와 ‘툴툴거리는 반항아 같은 재벌’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대체 왜? 요즘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면 대충 짐작갈수도 있지 않을까. 일단 요즘의 재벌 2세들은 아무거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 아무것도 못한다. 그들은 ‘불새’의 정민(에릭)이나 ‘발리에서 생긴 일’의 재민(조인성)처럼 여자에게 집도 사주고, 온갖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그들 부모의 간섭에서 자유롭지 않다. 심지어 무적의 남자 같은 SBS '파리의 연인‘의 기주(박신양)마저도 자신의 아버지와는 적절히 타협을 한다. 또 이들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도 마음대로 못한다. 부모도 부모지만 이들의 옆에는 대부분 그들의 결혼을 방해하는, 재력에서 자신에게 절대로 뒤지지 않는 약혼녀가 있다. 어디 그뿐인가. 그들은 돈을 써봤자 별로 티도 안 난다. 자기하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있을 때 돈 써봤자 그게 뭐 재밌는 일인가. 그렇다고 그들의 ’돈 때문에‘ 굽실거리는 사람들에게 돈을 쓰는 것도 재미없다. 재벌 2세가 사랑에 빠지는 여자들은 재벌2세에게 적당히 ’돈 쓰는 맛‘도 느끼게 해주면서도 그렇다고 자신이 돈만 가지고는 안 되는, 자신이 진짜 가지고 있는 매력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 상대도 되는 것이다.

재벌 2세도 사람이야!

어디 그뿐인가. 이 ‘평범한’ 여성들은 재벌 2세의 결핍된 ‘가족’이 되어주기도 한다. 재벌 2세라곤 하지만 그들은 이상하게 늘 어머니가 없거나, 혹은 이상성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뚤어진 성격의 사람들을 부모로 두고 있고, 그렇기에 그들은 가족들과 일상적인 즐거움을 맛보기 힘들다. 반대로 드라마속의 여주인공들은 그들에게 일상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만든다. 재벌 2세는 그들 때문에 티격태격 싸워도 보고, 공원에서 놀기도 하며, “애기야~”같은 말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재벌 2세가 돈을 쓰려고도 하지만, 여주인공들은 그것도 못하게 막는다. 자존심이 워낙 세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속의 재벌 2세와 사귀는 것은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재벌 2세와 사귀는 건 마냥 신나는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은 집안에 문제 많고,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도 그리 없으며, 그나마 주는 호의마저도 대부분 거절하면서 재벌 2세를 ‘사람’으로 만들어 줘야한다. 그러면서도 재벌 2세를 사귄다는 이유만으로 갖은 수모를 당하니 이것만큼 하기 어려운 일도 별로 없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니까 할만하지, 아마 실제로 벌어졌다면 재벌 2세와 사귄다고 기뻐하기보다는 어떻게든 헤어지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도대체 그래서 얻는 건? 글쎄, 드라마 속 주인공이 뭘 얻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은 아마 그런 것에 만족을 얻지 않을까. 가난하면서도 절대로 돈에 굴하지 않는 자존심강한 주인공이 여러 상처를 간직한채 인격적으로 아직 어딘가 부족한 재벌 2세를 ‘사람’만드는 이야기. 그래서 돈 없는 사람도 돈 많은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 그것이 요즘 대중이 원하는 또 하나의 동화일지도 모르겠다.


글 : 강명석(lennonej@freechal.com)

7 )
joe1017
정말 드라마나 영화 속 얘기지요...
실상은 그들만의 세상...   
2010-03-16 16:15
apfl529
좋은 글 감사~   
2009-09-21 18:27
qsay11tem
티비 드라마네요   
2007-11-27 12:13
kpop20
정말 평범한 여자를 좋아할까? 아닌거 같은데...   
2007-05-18 11:20
sweetybug
흠..그래도 재벌 2세와 한번 사겨보고싶은걸요?? ㅋㅋ   
2005-02-13 16:09
imgold
주눅들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무시하는 경향이 있죠..그게 너무 오바스러워요. 첨엔 그러던 그녀들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재벌2세의 그늘속으로 들어가니...-_-ㅋ   
2005-02-02 10:45
antiover
제 입장에서는, 재벌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여자캐릭터의 당돌함이 좋거든요. 참고로 전 여자 시청자고요.   
2004-07-25 02:4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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