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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리뷰] '연인'에 대한 서기자와 심기자의 두 가지 시선 | 2004년 9월 7일 화요일 | 서대원 심수진 기자 이메일


● 웃을 수 없는 진지한 과잉, 그 안에 녹아든 매혹의 戀 - 심수진 기자

‘무협멜로’ 장르를 표방한 영화 <연인>은 중국 역사상 가장 황금기였다는 당나라가 배경이다. 서기 859년, 무능한 왕조와 부패한 대신들로 나라 전체가 불안에 휩싸이자 온 나라에 반란군이 들끓는다. 그중 가장 이름난 반란 조직이 ‘비도문’.

관리인 ‘레오(유덕화)’와 ‘진(금성무)’에게 이 조직의 새로운 우두머리를 잡아오라는 명이 떨어진다. 그런 그들 앞엔 ‘비도문’과 필히 연결되어 있을 듯한 신비한 무희 ‘메이(장쯔이)’가 있다.

자못 숙지하고 있어야 할 역사적 배경같지만, 이 영화에서 그 어수선한 시대 상황은 적당한 무게감을 실어줄뿐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다시 말해 거장 장예모의 명성을 떠올리자면, 한없이 아쉽지만 <연인>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고민해야 할 철학적 텍스트에선 멀찌감치 떨어져 있단 얘기.

세상을 향해 칼을 겨누어야 할 이유, 그 칼의 무게감, 인물들의 시대적 고뇌 등의 심각한 이미저리를 이 영화에서 찾아내는 일은 무의미하다. 문제투성이의 혼란스런 사회상이 단지 인트로에서 가볍게 자막 처리되는 것만으로도, 장예모가 뽑아든 카드가 결코 독해를 요구하는 영화에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연인>이 선택한 노선은 짜릿한 롤러코스터풍 무협과 순정만화틱한 멜로의 세계다. 마음까지 쩍쩍 파고드는 선명한 음향이 결합된 이 영화의 무술은 장예모의 전작 <영웅>과 비슷하게 과장스런 완벽함으로 넘실거린다. 음미할 만한 사실적인 무술대신, 판타지에 가까운 시원시원한 무술은 강렬한 동시에, 허무맹랑한 느낌을 안겨주는 것.

칼이든 화살이든 한번 던졌다 하면 회오리같이 슝슝 회전하며 장정 열 댓명을 우수수 죽이는가 하면, 생사를 건 일전이라도 곡예사 뺨치는 유연한 몸놀림의 주인공들은 치명적인 상처하나 입는 일 없이 비교적 가뿐한 대결을 마무리한다. 주인공 불패, 여기에 다소 맥없이 무너지는 주변 인물들과의 대결은 합이 척척 맞아 보는 이의 입안에선 침이 꼴각거리는 긴장감보단 비현실적인 느낌 덩어리들이 간질거린다.

<매트릭스> 등을 떠올리게 하는 <연인>의 C.G 향연은 보는 이에 따라선, 실소와 냉소까지 유발할 수 있는 것. 하지만 이 과장된 몸짓을 철저히 즐기기로 한다면, 관객들은 스크린에 꽉 차게 클로즈업된 화살이 빠른 스피드로 날아가는 동안 아이맥스 영화를 관람하듯 묘한 입체감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요, 눈을 감고 들으면 인물들이 펼치는 대결 소리가 이상한 청량감으로 다가서는 까닭에 비릿한 피바람대신 코끝엔 즐거운 콧노래가 배어든다.

사실 <연인>이 보여주는 이 판타지적인 무협은 영화의 주축인 ‘로맨스’를 더욱 달콤하고 아름답게 조율하는데 작용하기도 한다. 장예모 감독 스스로 단순한 ‘러브 스토리’임을 피력한 <연인>은 미형 캐릭터들이 등장해 눈을 즐겁게 하고, 전형적인 삼각 관계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순정 만화를 여러모로 닮아있다.

다소 무리가 따를지라도 굵직하게 요약한다면, <연인>은 운명의 굴레에 얽혀들면서 운명의 희생양이 되고 마는 불행한 연인들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다. 그건 적지 않은 순정만화에서 보았던 공식이기도. 뭣보다 금성무, 유덕화, 장쯔이가 지닌 외형적 매력과 캐릭터의 성격은 여성 관객들(특히 소녀들)의 로맨티즘을 불러일으키기에 손색이 없다.

완벽한 미모와 춤솜씨 등을 겸비한 ‘메이’, 차가워 보이지만 ‘메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하는 ‘레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반항아 타입의 '진’은 상처없인 풀리지 않는 운명 한 가운데 놓인 주인공들. 각 캐릭터와 그들이 엮어내는 사건이나 정황들이 탄탄하진 않지만, <연인>이 뿜어내는 멜로는 제법 황홀하다.

바람둥이 금성무가 (영화 속에서도 여러 차례 탁월한 미인임을 강조하는) 장쯔이를 처음 만나는 장면은 <연인>의 압권 중 하나. 개구진 표정의 금성무가 장쯔이의 옷자락을 기차게(?) 걷어내는 장면들은 훗날 불꽃같은 사랑에 휩싸이게 되는 그들의 운명을 더욱 애절하게 느끼게 한다. 서로 다른 목적을 품은 금성무와 장쯔이가 마음과는 다르게 점점 빠져들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연인>은 우리 가슴 한 켠에 자리잡은 열병과도 같은 ‘사랑’의 빛깔을 자극하고 욕망하게 한다.

부드러운 긴 생머리와 갸날픈 실루엣을 가진 장쯔이, 독특하게 굵은 보이스의 이목구비 뚜렷한 미남 금성무는 대리충족 하기에 무척이나 근사한 배우들. 멜로의 공식을 뒤집거나 새로울 것 없는 흐름으로 흘러간다 해도, 그들의 로맨스는 장예모 특유의 스케일 장대한 탐미적인 화면 속에 하나의 풍경처럼 어우러진다. 이에 그녀의 사랑을 얻지 못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애증을 분출하는 유덕화의 다른 빛깔 사랑도 아픈 느낌으로 다가선다.

이렇게 여주인공 한 명을 두고, 그녀의 사랑을 얻은 남자와 사랑을 얻지 못한 남자의 위험스런 갈등과 비극적 결과는 이런저런 영화에서 보아왔던 꽤나 진부한 설정. 하지만 단순히 질리게 다가서지 않는 건, <연인>이 취하는 고집스런 아우라 때문이다.

대의(大義)보다 ‘사랑’에 자신을 맡기게 되는 인물들의 모습에는 이상한 비장함이 서려있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황당한 장면들에도, 웃음을 터뜨리기 주저된다. 죽은 줄 알았는데 벌떡 일어나는 장쯔이, 금성무와 유덕화가 싸우는 동안 펼쳐지는 사계절의 시공간감 등등 그 결말에서 빚어지는 논리적 억지마저, 그 비현실적인 액션만큼이나 냉소하기엔 너무 진지하게 만든 과잉으로 느껴지는 것.

굳이 ‘당나라’가 아니어도 무방한 느슨한 스토리, 허나 맥을 놓지 않을 정도로 늘어지지 않은 이야기 <연인>은 비극적이고 낭만적인 멜로에 대한 장예모의 강한 욕구가 꿈틀거린다.

그러기 위해 모든 매혹적인 향기를 불어넣은 장쯔이의 캐릭터는 이 영화 최대의 볼거리. <영웅>에서 만개했던 장예모의 화려한 색감 주조는 <연인>에선 당나라 테마인 초록빛을 비롯해, 푸른색, 흰색, 분홍색을 활용해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들에서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특히 유덕화와 장쯔이가 벌이는 ‘소리맞추기 놀이(?)’는 색감과 소리의 절묘한 궁합으로, 입을 다물고 볼 수 없는 환상적인 매력을 선사한다.

이 영화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러나 시대를 막론해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는 여전히 매력적인 소재임에 분명하며, 깔끔하진 않지만 <연인>의 그 처연한 로맨스는 분위기있는 뒷맛을 전해준다. 무협이 발산하는 원형적인 끌림과 함께 말이다.


● 눈이 즐겁고 만족스러우면 뭐하겠소. 각본이 ‘꽝’인걸 - 서대원 기자

중국 정부의 절대적 지원을 받으며 어느 덧 상업영화 감독으로서의 출중함까지 인정받은 장예모 대인, 그대는 목하 중화권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일본의 박스오피스까지 점령하는 기염을 토하며 세계 영화계의 중원을 평정하고 있는 중이오.

그러기에 10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장쯔이 유덕화 금성무, 정소동 무술 감독, 의상에 에미 와다 등 내공이 심후한 이들이 뭉쳐 엮어낸 당신의 최신작 <연인>에 우리네 대중이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건 기실, 당연한 일이라 볼 수 있겠소. 그래서 봤소. 이러한 호들갑스런 분위기를 한사코 도외시할 수 없어, 본 기자 역시 부화뇌동해 하던 일 작파하고 장대인의 무협멜로 <연인>을 알현하러 갔다는 말이오. 허나.....

영화가 끝난 후 황망히 극장 밖을 나와 담배하나 꼬나물고 미어지는 가슴을 달랠 정도로 결과는 황당하기 그지없었소. 청명하기 그지없는 하늘을 바라봄에도 왜 그리 심난하고 서글픈 감정이 드는지.....

“너무 야박한 평가 아니냐!” 힐난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오. 이야기를 그런 식으로 풀어나가면 대관절 영화를 접하는 이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오. 보는 이의 마음을 거세게 뒤흔들며 동하게는 못할망정 실소를 안겨다 주니 하는 얘기요. 본 기자 그러기에 내 멱살을 부여잡으며 영화의 장르 명칭을 정정할 것을 정중히 권유하는 바이오. ‘무협멜로’가 아니라 본의 아닌 ‘코믹무협멜로’로.

<연인>의 내용은 이렇소.
부정부패가 극에 달한 난세에 다름 아닌 당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역모를 꾀하는 반란 세력 비도문의 맹인 자객 메이(장쯔이)가 관군에 스파이로 잠입. 관의 대장인 진(금성무)과 리우(유덕화)와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키며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된다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서사로 이뤄진 영화.

그러니까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영웅>과 달리 사사로운 남녀의 애정행각에 모든 것을 올인하는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라 볼 수 있겠소. 물론, 아니나 다를까 장대인 당신은 달력에서 튀어나온 듯한 아름다운 풍광과 가공할 만한 스펙터클의 무협 액션의 신천지를 열어제끼며 그 안에서 절절한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더구려.

장대인의 그러한 영화적 구성은 사실 중반까지 꽤나 그럴듯하게 과시됐고 제대로 먹혔다고 사료되오. 특히, 화려하기 그지없는 색감의 장식 무늬로 아롱 새겨진 유곽에서 하늘하늘 긴 소매의 기품 있는 복식을 드리운 채 장쯔이가 심장을 격하게 뒤흔드는 뛰어난 소리와 함께 초반에 선보이는, 무예와 절묘하게 절합된, 춤 장면은 내 눈과 귀를 의심할 만큼 환상적이었다 고백하지 않을 수 없소. 이연걸과 견자단이 <영웅>에서 시연했던 당대 최고의 결투신과 비견될 만하오. 또한,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곧고 길게 빼곡히 자리한 대나무 숲에서 금성무와 장쯔이가 한 조가 돼 관군과 대 혈투를 벌이는 여러 이미지 역시 입을 쩍 벌리기 하기에 모자람이 없었소.

정소동 무술 감독과 당신이 설계한 대나무 숲 혈전신과 유덕화와 금성무가 사투를 벌이는 마지막 아날로그적 액션은 과장된 양식미로 치장됐을지언정 육체의 곡선미에 방점을 둔 정적인 액션의 호금전과 투박하지만 힘이 절로 느껴지는 동적인 무예의 장철, 그 유려하고 호방한 용장들의 쇼브라더스 무협물을 떠올리게 충분했다는 말이오.

허나, 눈이 즐겁고 만족스러우면 뭐하겠소. 각본이 ‘꽝’인걸.

분명히 장대인은 공공연히 언급해왔소, 화려뻑적지근한 무협은 형식일 뿐이고 진정으로 그리고 싶었던 건 사람의 이야기 다시 말해, 두 남자와 한 여인의 애틋하면서도 애절한 멜로 묘사였다고.

그렇지만 당최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소. 내용의 뼈대는 봐줄만 했지만 영화를 접하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설득력 있는 플롯의 치밀함과 디테일이 말입니다. <무간도> 시리즈와 비스무리한 반전과 그 외 되도 않는 이야기의 비틂은 가슴팍과 뒤통수를 내리치며 감정의 동화를 일으키기는커녕 본의 아닌 코웃음을 치게 하는 악수로 작용했으니 말 다했다는 거요.

절륜의 비기로 쌓아올려 수려하게 전시한 과도한 형식주의에 너무 집착한 탓인지 3일 동안 허물어지고 세워지는 세 연인의 애잔한 감정의 결을 당신은 제대로 보듬어주지 못했다고 헤아려지는구려. 그네들의 억누를 길 없는 먹먹한 정념들의 심리묘사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격정적 몸 부딪힘만으로 표현하려 했으니 참담한 말로를 불러올 수밖에......

게다, 쌍팔년도 방화에서나 볼 법한 지루유치찬란의 대사와 장면, 매끄럽지 못한 매 순간순간의 서사 연관성 등 맥 풀리는 중반 이후의 오바스런 설정들은, 멜로물이 전해줄 그것을 간만에 가슴에 품고 극장에 들어선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상서롭지 못한 일이라 생각되오. 단적인 사례로 금성무와 장쯔이가 형형색색의 풀밭을 이불삼아 등짝만 들춰낸 채 나뒹구는 정사신은, 80년 후반 당시 유행하던 한국의 등짝 에로물의 법통을 이어나가는 예상치 못한 허걱스런 장면이라 아니 할 수 없겠소.

그 중에서도 압권은 코피를 흘려대시며 일방통행적인 기고만장한 대사만을 읊조리며 장렬히 싸우시다 집에 돌아가시는 측은지심이 마구 생겨나는 덕화 형님의 안쓰러운 자태와 “이래도 안 절절하더냐?”듯 급작스런 강렬한 반전을 들이대며 우리를 허망함 가득한 피안의 세계로 가이드하는 막판 신이요. 뭐, 나름대로 기대해도 좋겠소. 다만, 누군가를 꼬드겨 영화관을 동행할 경우 예기지 못한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으니 이점 꼭 유의하시고.

물론, 매염방의 뜻하지 않은 죽음과 사스라는 괴질, 그리고 말로는 설명될 수 없는 우크라이나 촬영지의 느닷없는 기후 변경 등 의도치 않은 요소들로 영화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는 사정, 뭐 익히 들어 알고 있소만, 각본에 치명적 문제가 있다는 건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이 아닌가 싶소.

어쨌든 장대인! <연인>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예쁜 영화였소만, 위에 전언한 결정적 패착으로 인해 인물들의 마음이 읽히지 않는 심히 시시한 멜로물로 전락하고 말았소. 그러니, 다음번 영화에서만큼은 휘황찬란한 볼거리뿐만 아니라 밀도 높은 서사 만들기에도 심혈을 기울여주길 간절히 부탁하오. 그나저나 이것만큼은 당신도 동의하지 않을까 싶소. 당 영화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장쯔이라는 사실.........

12 )
ejin4rang
슬프고 영상미가 뛰어나다   
2008-10-15 14:46
callyoungsin
화려한 영상과 연출 하지만 죽은줄알았던 장쯔이가 세번이나 살아 일어났다 쓰러졌다를 반복하며 점점 루즈해지는   
2008-05-16 14:12
qsay11tem
연출력이 미흡해요   
2007-11-23 13:59
soaring2
장쯔이 너무 아름다운 것 같아요   
2005-02-14 02:10
jju123
개인적으로 이 여자 주인공을 너무나도 좋아하는데^^;; 중국 액션은 항상 과장이 되어 솔직히 공감대가 서질 않아요. 다소 진부적인 대사도 그렸고...   
2005-02-07 22:13
headers3
사실.. 정말 화면은 아름다웠소.. 메이가 일어나는 부분도 기절했다가 다시 일어선다 할 수 있소...
허나... 두 연인 다 품으려는 너무도 대륙적인 그녀의 마지막 행동은 영화를 유치하게 했소.
더구나 캐릭터의 무게감이 사라진 유덕화는 그저 아름다운 마름인형 같더이다.
안타까웠소... 그리고 속상했소...   
2004-09-13 12:56
mygina
제 아무리 과장의 과잉이 중국 액션의 특징이라지만, 계절을 넘길 정도로 싸운다는 건 장예모 감독도 의도하지 않은 것이었는데 오해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서 아쉽네요.   
2004-09-11 11:01
mygina
글쎄요. 다른건 모르겠지만 '유치찬란한 대사'는 번역자의 잘못이 큽니다. 자막 안 보고 중국어로만 듣는다면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운 대사들이었거든요. 그리고 솔직히 두분 기자님 다 영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좀 부족하신 듯 하네요. 마지막 결투씬은 계절을 넘기는게 아니라, 그 씬을 찍을 당시 정말 한달이나 일찍 폭설이 내린 탓이었고, 영화는 3일간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게 맞으니까요.   
2004-09-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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