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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에서 나누는 담소와 같은 영화
싱글즈 | 2003년 7월 14일 월요일 | 서대원 이메일

<싱글즈>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 중반의 언저리에 위치한 관객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받으며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영화다. 한국 사회에서는 천길 벼랑 끝에 선 것과 마찬가지인 29살 여자들의 일상을 자잘하고 솔직하게 <싱글즈>는 보여주며 같이 한번 유쾌하게 이야기해보자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나난(장진영) 동미(엄정화)는 남자로 따지면 고환친구와 진배없는 사이다. 물론, 동미와 몸 거래 없이 한 지붕아래 동거하고 있는 정준(이범수)도 이들과 단짝 친구다. 어느 날 패션 디자이너인 나난은 남친으로부터 헤어지자는 청천벽력과 같은 언도를 선고받는다. 그것도 모자라 회사로부터는 레스토랑 매니저로 강등됐다는 사실을 통보받기에 이른다. 심난함과 우울함으로 점철된 나난의 아홉수의 시련은 이렇게 시작된다. 매사 당당함과 활기참으로 무장한 자유연애주의자 동미는 남성적 속물주의로 똘똘 뭉친 회사를 뛰쳐나와 개인 사업을 구상하던 중 본의 아니게 자신의 성격과는 정 반대인 순진남 정준과 한 몸을 섞게 돼 떨떠름한 사이로 급변한다. 자신의 코가 석자임에도 어떻게든 멀어진 이들의 틈을 좁히고자 나난은 고군분투하고 그 와중에 괜찮은 남자 수헌(이주혁)으로부터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나난은 융단폭격적으로 받게 된다.

<싱글즈>는 한국을 대표하는 네명의 선남선녀 싱글들의 연애질을 보여주는 트랜디 영화이자 로맨틱 코미디라 소개됐지만, 좀더 엄밀히 말하면 20대 후반인 나난과 동미의 일과 사랑, 결혼의 제 문제를 그녀들의 우정 안에서 보여주고 감싸 안는 여자의 영화다. 하지만 남자의 시선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지난한 사회생활 안에서 여성의 자립심이나 정체성을 다루기보단 남녀의 사랑문제와 연애작업을 통해 그녀들의 시선을 <싱글즈>는 보여주기에 남녀 공히 모두, 남 얘기가 아닌 지 얘기 같은 반가움 속에서 깔깔대며 재밌게 볼 수 있다.

또한 남성과 여성의 정치적 관계는 사실 성과 연애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살펴볼 수 있기에, 여자의 관점에서 이루어진 <싱글즈>가 이 쪽에 초점을 둔 채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는 점을 두고 지적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 오히려, 여성들의 입장에 서서 깊이 있게 영화를 바라보지 못하게끔 하는 장애물은 에피소드적인 형식의 구조다. 그만큼 <싱글즈>는 상업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또래의 관객들이 맞장구치며 같이 호흡할 수 있도록 기획된 영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두고 보면 알겠지만 꽤나 성공적이다.

이 같은 평가를 주저 없이 내리는 데 있어 지대한 공헌을 한 요소는 다름 아닌 <싱글즈>의 생활밀착형의 친근한 대사다. 막역한 사이의 친구들과 술 한잔 나누면서 스스럼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일상적 얘기들처럼 가볍기도 하면서 가벼울 수만은 없는 이성과 일과 결혼에 관한 우리들의 자화상에 관한 썰들을 <싱글즈>는 잘 포착해 설득력 있게 보여 주고 있다는 말이다.

나난 캐릭터 장진영의 다소 일관된 CF스런 표정 만들기와 왠지 모르게 급히 마무리 시킨 듯한 싸다만 느낌의 정준 캐릭터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현실을 딛고 일어나는 두 여자 나난과 동미의 정신적 성장을 기분 좋게 바라 볼 수 있고 뿌듯함까지 절로 느끼게 한다는 사실들을 생각해본다면 <싱글즈>는 분명 볼 만한 영화다.

*심히 고민되는 일로 동미와 나난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논리적으론 서로를 설득시키기가 힘들게 되자 나난은 슬프지 않고 장난기스럽게 동미를 살갖게 꼭 안아 준다. 이 장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진한 페이소스가 기묘하게 담겨져 있다. 꼭 기억해두셨다. 살펴보시길 바란다.

2 )
gaeddorai
편하게 튄다   
2009-02-21 22:01
ejin4rang
사랑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   
2008-10-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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