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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칠된 새’처럼 이질적인 존재로 떠도는 어린 소년 (오락성 6 작품성 8)
페인티드 버드 | 2020년 3월 26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바츨라프 마르호울
배우: 페트로 코틀라르, 하비 케이틀, 우도 키에르, 스텔란 스카스가드
장르: 드라마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시간: 169분
개봉: 3월 26일

간단평

무리의 새를 잡아 날개에 흰색 페인트를 칠한 후 날려 보낸다. ‘색칠된’ 새가 무리에 합류하자, 동료 새들은 이질적인 존재로 화한 새의 주위로 몰려들어 공격하기 시작한다. 색칠된 새는 결국 도망치고 도망친 끝에 추락하고 만다. 2차대전이 한창인 시기 어린 유대인 소년이 동유럽의 어느 시골 친척 집에 맡겨진다. ‘색칠된 새’같이 집단에 속하지 못한 소년이 겪는 참담하고 참혹한 시련을 <페인티드 버드>는 흑백 영상 안에 절제된 대사와 느릿한 호흡으로 무섭도록 생생하게 전달한다.

발표 당시 편향성과 잔인한 묘사로 논란이 됐던, 저지 코진스키의 자전적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를 접하는 순간 느끼는 감정은 혼란스러움이다. 흑과 백만으로 구현된 화면은 언뜻 시간과 공간적 배경의 유추를 힘들게 한다. 또 소년이 만나는 집단이 하나 같이 보이는 야만적인 행위는 역겨움 이상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존재인 동물, 아이, 여성을 향한 폭력과 학대가 만연하고 전쟁으로 인해 짓밟힌 생명은 한 줌의 가치조차 없어 보인다. 놀랍도록 사실적인 묘사는 한편으로는 판타지 속 이계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기묘한 착시감마저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불편함을 넘어선 불쾌함과 조마조마한 감정에 시달리면서도 영화를 외면할 수 없다. 16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오롯이 집중하게 되는 것은 이질적인 존재로 전락해 집단과 집단 사이를 떠도는 소년의 모습에서 현재를 사는 우리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색칠된 새’를 배척하고, ‘색칠된 새’로 배척당하는 광경이 절대 낯설지 않은 까닭에 <페인티드 버드>를 주시하게 된다. 바츨라프 마르호올 감독이 각본, 연출, 제작을 맡았다.


2020년 3월 26일 목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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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흑백 사진 전시회에 초대된 듯한 느낌도. 장면과 장면 사이 여백을 채우는 소년을 연기한 페트르 코틀라르의 깊고 공허한 눈동자
-동유럽 어딘가, 특별한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국가와 언어를 특정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의 연속이라는… 관심 있다면
-전쟁을 배경으로 한 훈훈한 휴먼드라마가 취향이라면, 절대로 코드 안 맞을 듯
-어째 인물들이 하나같이 극악무도한지…. 간혹 인간적인 면을 보이는 인물도 있으나 야만인들의 집합소 같은 느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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