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액션·코미디·스릴러의 아슬아슬한 동거 (오락성 7 작품성 6)
내가 살인범이다 | 2012년 11월 8일 목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연쇄 살인이 일어났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공소시효는 끝났다.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은 죽어서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됐다. 그때 “내가 살인범”이라 주장하는 이두석(박시후)이 나타난다. 그의 손엔 살인의 추억(?)을 빼곡히 기록한 자서전이 들려있다. ‘뭐야, 이 xx한 괴물은!’ 이라는 반응이 마땅하나, 이두석은 비난 대신 인기를 얻는다. 왜? 잘생겼으니까. 잘 생긴 얼굴로 참회의 눈물까지 보이니까. 책이 팔린다. 팬덤이 생긴다. 살인범은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대중은 이제 이두석이 어떤 인간이었나,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방송국 국장 눈에도 여고생 눈에도 그는 ‘스타’일 뿐이다. 결국 가슴 치며 눈물 흘리는 건, 이두석에게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을 빼앗긴 형사 최형구(정재영) 뿐이다. 어처구니없는 세상. <내가 살인범이다> 속 세상이다.

일단 소재가 기발하다. ‘공소시효 만료 후 살인범이 참회서를 들고 나타난다’는 소재도 흥미롭지만, 그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더욱 재미있다. 주목할 건, 영화가 이 과정을 진지한 비판보다 코미디로 접근하고 있다는데 있다. 극적 긴장이 조성되려는 찰나, 난데없이 유머코드가 불쑥 끼어들어 긴장감을 와해시켜버린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구사하는 유머는 ‘좋고/나쁘다’의 영역이 아니다. 그건 ‘취향의 범주’에 속해있다.

조․단역 캐릭터들의 쓰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건, 비현실적으로 과장된, 나사 하나 빠진 듯한 불균질함이다. 한 가지 장면을 빌어 소개하자면, <내가 살인범이다>는 시체를 차가운 땅속에 파묻으며 무게 잡던 살인범이 갑자기 나타난 경비원에 깜짝 놀라 줄행랑치는 그런 영화다. 결국 감독이 구사하는 B급 정서가 취향에 맞는 관객들에게 <내가 살인범이다>는 119분이 유쾌한 오락영화다. 그 반대의 관객들에겐? 과잉된 유머로 헛웃음을 유발하는 ‘괴작’ 혹은 ‘망작’일 수 있다.

<내가 살인범이다>는 <우린 액션배우다>로 주목받은 정병길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액션스쿨 출신 감독답게 그의 장기가 가장 빛을 발하는 지점은 액션이다. 원 테이크 원 컷으로 멋들어지게 찍어낸 오프닝 추격 시퀀스를 시작으로 영화는 쉼 없이 달린다. 작은 액션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치고, 달리고, 내리 꽂고, 부수고, 뒹굴고. 눈이 즐겁다. 특히 달리는 차량 본네트 위에서 구현된, 날 것 그대로의 카체이싱 액션 시퀀스는 박진감 넘치는데 창의적이기까지 하다. 올해의 액션 시퀀스 후보로 손색이 없다. 다만, 영화 엔딩까지 화려한 액션으로 마무리하고자 한 강박은 아쉽다.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가장 아쉬운 건, 영화가 사회시스템을 바라보는 가벼운 시선이다. 사법제도의 모순, 외모지상주의 폐해, 시청률에 혈안이 된 미디어 등 풍자하고 싶어 하는 가짓수는 많은데, 정작 그 방식이 너무 납작하다. 설정은 과장됐고, 상황 연결은 작위적이다. 이 과정에서 영화가 얻을 수 있었던 진정성은 휘발되고, 오락성만 남았다. 설득력도 훼손당했다. 감독은 “무거운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풀었다”고 했지만, 해학과 가벼운 웃음은 엄연히 다르다. “조금의 지루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감독의 의지가 <내가 살인범이다>를 해학과 가벼움 사이 어딘가에 아슬아슬하게 놓이게 했다. 감독의 시선이 조금 더 치열했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 영화가 품고 있는 몇몇 장점들이 매혹적이기에, 빈 구멍이 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2012년 11월 8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액션, 최고!! 정말 최고!!
-정재영 연기? 믿고 본다.
-박시후의 온 몸을 던진(?) 열연! 여성 팬이 움직인다.
-B급 특유의 정서
-납득이 잘 안 되는 조·단역 캐릭터들
-말하고 싶은 게 많은 것 같은데, 정작 깊게는 못하네
-B급 특유의 정서
1 )
who8449
예고편으로는 박시후가 범인인줄 알았는데 범인은 따로 있었어요...아주 아주 연기를 맛깔스럽게 잘했어요
재밌게 봤어요....   
2012-11-14 23:50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