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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시간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오락성 7 작품성 8)
미드나잇 인 파리 | 2012년 7월 6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뉴요커의 대명사 우디 앨런이 말년에 유럽을 배회할지 누가 알았을까. 영국 런던(<매치 포인트> <스쿠프> <카산드라 드림> <환상의 그대>)을 거쳐, 스페인 바르셀로나(<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를 경유한 그가 당도한 곳은 프랑스 파리다.(그의 다음 행선지는 <투 로마 위드 러브>가 그려진 이탈리아 로마). <미드나잇 인 파리>에는 현재 미국에 갈증을 느끼는 할리우드 작가가 등장한다. 미국 대신 파리에서 낭만과 자유를 찾으려는 작가의 모습에서 9.11 이후 뉴욕을 떠나 유럽에서 예술적 이상향을 시험하고 있는 우디 앨런이 아른거린다.

신데렐라는 12시 종이 울리면 현실로 돌아온다. 반대로 이 남자 길(오웬 윌슨)은 환상의 세계로 진입한다. 심지어 이 환상의 세계는 길이 동경해 마지않았던 ‘골든 에이지’다. 자세한 사정은 이렇다. 파리 밤거리를 배회하던 시나리오 작가 길은, 이 무슨 조화인지, 자신이 예술의 황금기라 믿는 1920년대로 타임리프(Time Leap)한다. 파티장에 들어선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는 연인. 세상에, F 스콧 피츠제럴드와 그의 뮤즈 젤다란다. 낡은 술집에서 운치 있게 술을 마시고 있는 이 남자는 또 누구인가. “난 헤밍웨이요.” 뭐라고? 어니스트 헤밍웨이? 이건 꿈인가 생시인가. 우디 앨런의 세계에서 이건 보나마나 생시다.

우디 앨런은 21세기에 사는 한 남자를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TS 엘리엇, 루이스 부뉴엘, 장 콕토, 거투루드 스타인 등 전설적인 예술가들이 숨 쉬는 1920년대에 시치미 뚝 떼고 던져 놓는다. 낯선 풍경은 아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 허물기, 과장된 사실성, 위트 넘치는 대사 등은 이전 우디 앨런 영화에 나왔던 표식들이다. (과거와 현실을 넘나든다는 점에서, 스크린 속 환상과 스크린 밖 현실을 오갔던 우디 앨런의 1985년작 <카이로의 붉은 장미>와 맞닿아있다.) 우디 앨런의 품 안에서 배우들은 어김없이 말 많고 엉뚱한 인물들로 변모한다. 헤밍웨이를 마초로 피카소를 바람둥이로 바라본 우디 앨런의 접근도 흥미롭지만, 이런 역사적 인물들을 어떤 배우가 연기하는가를 지켜보는 기대감도 상당하다.

내용은 얼핏 과거의 향수를 추억하고 있는 것 같지만, 영화가 착지하는 곳은 정반대 지점이다. 1920년대로 간 남자는 그 곳 예술가들의 삶이 충만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보다 낭만적인 세상이 어디 있을까 싶다. 하지만 남자의 생각과 달리 그가 사랑하게 된 1920년대 여인 아드리아나(마리온 코티아르)는 드가, 고갱 등이 활약했던 1890년대 파리를 완벽한 ‘벨에포크’(황금시대)라 동경한다. 그런데 직접 만난 고갱과 드가는 또 르네상스 시대를 ‘골든 에이지’로 꼽는다.

결국 경험하지 못했기에 동경하게 된다는 걸, 절대적인 황금기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삶은 언제 어디서건 불만족스럽다는 걸, 그러하기에 현실은 도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쓰다듬어야 할 존재라는 걸 우디 앨런은 지그시 알려준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칠순 넘은 노예술가의 삶의 통찰력이 묻어나는 영화인 셈이다. 물론 이 영화는 우디 앨런 최고의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이성보다 감성이 먼저 반응하는 영화, 당신을 결국 미소 짓게 할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면 파리로 당장 달려가고 싶은 욕망을 부추기니, 시간과 주머니사정 여의치 않는 사람은 마음 단단히 먹길.

2012년 7월 6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파리 파리 파리, 아름다운 이 거리.
-재미는 물론, 교훈까지 놓치지 않는 우디 앨런옹
-마리온 코티아르, 레이첼 맥아담스, 애드리안 브로디, 캐시 베이츠... 배우의 향연.
-파리로 당장 떠나라고 충동질한다.
3 )
pureran
결국 경험하지 못했기에 동경하게 된다는 말이 와닿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늘 동경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번엔 바로 파리!!   
2012-07-17 17:09
moviestar12
파리예찬 뿐 아니라 불평은 때려치우고 우리가 사는 현실을 충실히 살라는 우디 알렌 할아버지의 외침도 가슴을 울렸다   
2012-07-16 20:33
goodman43
시간여행! 참으로 하고 싶은 여행입니다. 제가 미처 하지 못한 일 해야만 하는 일을 꼭 처리하고 싶네요   
2012-07-1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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