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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영화를 살렸다 (오락성 7 작품성 6)
댄싱퀸 | 2012년 1월 20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엄정화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댄싱퀸’이다. 무대에서 노래할 때 가장 멋져 보인다. 그런 그녀가 만약 가수가 안 됐다면 어땠을까. <댄싱퀸>은 마치 그 가정을 보여주는 영화 같다.

초반 스피드가 빠르다. 정민(황정민)과 정화(엄정화)가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 하고, 애를 낳아 살아가는 모습이 런던 보이즈의 ‘할렘 디자이어’를 배경으로 순식간에 휘몰아친다. 경쾌한 음악이 끝나고 시계가 2012년에 멈추면 영화는 비로소 하고 싶은 얘기를 꺼낸다. 왕년의 ‘신촌 마돈나’ 정화는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동네 문화센터에서 에어로빅을 가르치는 가정주부로 변해 있다. 정민은 인권변호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처가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기죽은 가장이다. 빡빡한 현실이고, 무료한 나날이다. ‘내 꿈은 이대로 끝나는 걸까.’ 자괴감에 빠지려던 찰나, 전철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며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정민은 서울 시장 후보에까지 오른다. 정화는 ‘슈퍼스타 K’에 지원했다가 댄스 그룹 멤버가 될 기회를 얻는다.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 등 많은 영화들이 주창했던, ‘잊고 있던 꿈’과 ‘도전’에 대해 이야기다. 차별점이라면 부부가 동시에 주체자로 나선다는 점인데, 이 과정에서 아쉽게도 억지스러운 장면들이 들어섰다. 남편이 아내의 이중생활을 전혀 눈치재치 못한다는 설정은 둘째치더라도, 기획사 매니저와 멤버들까지 정화에게 속아 넘어가는 설정은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들의 잦은 등장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이를테면, 영화 초반 정민과 정화가 ‘할렘 디자이어’에 맞춰 전투 경찰들과 육탄전을 벌이는 장면은 <써니>의 소녀들이 ‘터치 바이 터치’를 배경으로 시위하는 장면과 겹친다. 집 앞으로 몰려든 기자를 츄리닝 차림으로 맞는 정민의 모습에선 <노팅힐>의 휴 그랜트가 떠오른다. 연출의 창의성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마무리가 세련되지 못한 것도 아쉽다. 억지 감동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는 방식은 동의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마음이 움직인다면, 순전히 황정민-엄정화 두 배우 덕이다. <댄싱퀸>은 명백히 배우의 영화다. 엄정화의 삶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덕에, 캐릭터 질감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정치를 다루는 방법이 지나치게 이상적이긴 하나, 황정민의 연기로 인해 현실성을 획득한다. 배우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모험은, 엄정화-황정민이기에 가능했으리라. <댄싱퀸>은 <방과후 옥상> <두 얼굴의 여친>을 연출한 이석훈 감독의 3번째 장편 영화다. 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 이은 황정민-엄정화의 두 번째 합작품이라는 점이다. 두 사람의 호흡을 보고 있으면, 촬영 현장의 분위기가 얼마나 좋았는가를 짐작하게 된다. 아무리 말해도 부족함이 없다. 배우가 영화를 살렸다.

2012년 1월 20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진짜 댄싱퀸 엄정화가 댄싱퀸을 연기한다.
-엄정화 황정민, 환상의 복식조
-명절 안성맞춤 영화
-감동을 위해 배치한 몇몇 무리수들
3 )
media221
전 오락성뿐만아니라 작품성도 만족할만한 영화였다 생각합니다. 댄스나 정치 한분야만 선택했다면 지루할수 있었던 분위기를 빠른 전개와 러브스토리를 통하여 풀어나갔던 부분과 코믹연기들이 더해지면서 오락성과 스토리의 탄탄함도 작품성에 한목을 하지 않았나싶습니다   
2012-01-29 12:46
spitzbz
바로 여기에도 그렇게 말씀하시네요. 사실 보면서 간만에 눈물좀 흘렸습니다. 영화보면서 운적 별로없는데.. 연기가 스토리를 영화를 몇배가 업글 시킬수 있다는 힘을 느꼈습니다. 어찌보면 그냥코미디고 그냥감동가족무비일수있는데 말이져.. 나오면서 이영화 올해 최고 한국영화되겠수나 싶더군요.. 흥행도 마찬가지고요.. 참 잘만들었다는 만족감을 간만에 느끼며 집에 돌아옵니다..   
2012-01-29 02:10
spitzbz
저는 항상 무비스트의 이 코너를영화에 영화를 보고난 직후에 감상하곤 합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영화를 가장 재밌게 보는 방법이 아무 사전지식없이 보는 것이라는것 때문이죠. 그런데 놀라운건 이 코너의 글은 제가 느낀 그 감정과 거의 99% 일치하곤 해서 그것을 다시한번 확인하고자 읽곤합니다. 배우가 영화를 살렸다 <--- 이 한미디가 영화를 보는내내 머리에 맴돌았는데..   
2012-01-29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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