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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첫 합방의 추억(오락성 7 작품성 4)
브레이킹 던 part1 | 2011년 12월 1일 목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낯간지러움의 극치다. <트와일라잇>에서 <뉴문> <이클립스>로 이어지는 동안 늘어가는 건 노골적인 애정공세요, 능숙해지는 건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어장관리’ 능력이었다. 벨라를 중심으로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와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은 임성한 드라마의 주인공들 못지않은 ‘막장’의 삼각 편대를 형성했다. 그들의 사랑에 치중하느라 이야기는 종종 산으로, 바다로, 대기권 밖의 우주로 뻗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회를 거듭할수록 견고한 팬층을 형성했다. 원작의 지문에서 걸어 나온 듯한 캐릭터의 높은 싱크로율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를 찍다가 실제 연인이 된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의 연애놀이를 돈 주고 볼 수 있다는 관음증 때문만도 아니다. 벨라에게 투영된 소녀(그리고 아줌마 팬들)들의 욕망 해소가 흥행을 관통시킨 가장 큰 원동력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비판(혹은 외면)해 온 이들의 논지는 비슷하다. 뼛속까지 ‘소녀취향적’이라는 게 그들이 이 시리즈를 견디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이것은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발화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동종 업계의 <해리포터> 시리즈가 소년‧소녀 모두를 아우르고, <반지의 제왕>이 남성팬들을 자극할 때, <트와일라잇>은 소녀들의 판타지에만 완전무결하게 복무하는 방법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시리즈가 공개될 때마다, 뱀파이어의 ‘강림’을 가장 먼저 만나기 위해 텐트까지 치고 밤을 지새우는 팬들의 모습은 공략이 성공했음을 증명하는 바로미터다.

완결편 ‘브레이킹 던’을 반으로 쪼개 먼저 선보인 <브레이킹 던 part1>에 오면, ‘궁극의 목적은 사랑’이라는 이 시리즈의 기조가 더욱 짙어진다. 첫 시리즈부터 끊임없이 암시돼 온, 벨라와 에드워드가 부부의 연으로 맺어지는 순간이 여기에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보다,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다’를 믿으며 서로의 순결을 지켜 온(정확히 말하면, 인간 벨라의 끓어오르는 욕정을 애써 외면해 온 에드워드로 인해 지켜 온 순결) 이 커플의 시작은 굉장히 달달하다. 동화 속 나라를 연상시키는 결혼식장, (영화 개봉 후 허니문 인기 지역으로 떠오를 게 확실해 보이는) 아름다운 신혼여행지들. 그리고 바로 이것. 전 세계 소녀들을 할리퀸 상상 작가로 만들게 했던, 두 사람의 첫 합방 장면이 이어진다. 이쯤이면, ‘신혼여행 특별 부록편’이라 해도 무방하다. 이를 위해 새로운 사령탑에 오른 빌 콘도 감독은 액션마저 과감하게 들어낸다. 장르적 균형을 맞추려, 액션에도 힘을 실었던 <이클립스>의 데이비드 슬레이드 감독과 대비되는 선택이다. 이로 인해 <브레이킹 던 part1>에 대한 비판자들의 불만은 전보다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나로 만들어도 충분한 이야기를 두 개로 쪼개 놓았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다.

이러한 논쟁거리가 수그러드는 건, 벨라의 몸에 ‘허니문 베이비’가 들어서는 순간부터다. 엄마의 영양분을 모조리 빼앗으며 빠른 속도로 자라는 아이로 인해 벨라는 생사의 기로에 놓인다. 아이를 없애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 이 때, 하지 말라는 건 기어코 하고야 마는 벨라의 청개구리 기질이 다시 한 번 발휘된다. 그녀는 에드워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으려 한다. 모성본능? 물론 그렇다. 하지만 그녀의 과거 행적은, 또 다른 해석의 여지도 열어둔다. ‘어떻게 해야 자신이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보일 수 있는가’를 너무나 잘 아는 여자, 그가 바로 벨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목숨을 담보로 한 벨라의 선택 덕에 영화는 멜로의 늪에서 빠져나와 고어와 액션도 섭취한다. 아기가 자신들에게 위험한 존재가 될 것을 우려해 벨라를 없애려는 늑대인간 퀴렛족과 벨라를 지키려는 컬렌가의 충돌. 긴 시간 유지돼 온 두 종족의 평화협정이 벨라의 아기(‘르네즈미’)로 인해 깨지는 순간,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진정한 ‘브레이킹 던’, 즉 새로운 세계로 진입한다.

결혼과 함께 끝날 줄 알았던 기묘한 삼각관계는 이번에도 목격된다.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는 벨라의 연애기술 덕분이다. 벨라는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이름을 ‘E.J’(에드워드의 약자와 제이콥의 약자를 합한 이름)로 짓겠다고 말한다. 그런 벨라의 의견에 실없이 웃으며 동의하는 팔불출 에드워드라니. 또 그렇다고 마냥 좋아하는 제이콥이라니. 진지함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이들의 당당한 사랑싸움이 이번에도 볼만하다.

<브레이킹 던 part1>이 이르러, 신분이 가장 많이 변한 건 벨라다. 수줍은 많던 소녀는 이제 한 남자의 아내가 됐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하지만, 심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건, 제이콥이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더 애절해 보인다고 했던가. 벨라를 지키기 위해 종족마저 이탈하는 제이콥의 매력은 전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돋보인다. 마치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그녀의 남자마저 지켜 낸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 같다고나 할까. <브레이킹 던 part2>에 대한 기대를 가장 높여 놓는 인물도 제이콥이다. 그는 벨라가 아닌 제3의 인물에게 각인(刻印)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밝힐 수 없지만, 제이콥이 각인되는 상대가 상당히 흥미롭다. 원작을 읽지 않은 팬들이라면, 내년에 개봉되는 마지막 시리즈가 굉장한 ‘막장’이 될 수도 있음을 감지할 것이다. 어쩌면, 제이콥의 그녀에게 벨라가 질투를 느낄지 모르니 말이다.

2011년 12월 1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꿈은 이루어진다. 벨라와 에드워드의 합궁!
-<브레이킹 던 part2>에 대한 기대는 확실히 심어 놓네.
-제이콥이 이토록 멋있는 남자였어?
-‘신혼여행 특별 부록?’
-결혼을 해서도 어장관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벨라
-두 편으로 쪼개 놓은 이유가 너무나 명백하게 보인다. 돈이지, 돈!
-골롬이 되어가는 벨라. 이건, 충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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