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앤 차일드>는 평범한 엄마의 이야기가 아니다. 14살에 아이를 낳자마자 곧바로 입양 보낸 엄마, 자신을 버린 엄마를 증오하지만 임신을 계기로 모정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치는 딸, 그리고 아이를 낳지 못해 입양을 선택하는 예비 엄마 등 저마다 아픔이 서려있는 엄마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이들을 통해 완벽한 엄마란 없다고 말한다. 대신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여자들이 있을 뿐이라고 전한다.

카렌(아네트 베닝)은 까칠하다. 14살 때 낳은 딸을 입양 보낸 후 세상과 벽을 쌓은 그는 결혼도 하지 못하고 노모와 산다. 죄책감에 휩싸여 37년을 보낸 카렌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딸에게 편지를 쓴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채 37년을 살아온 변호사 엘리자베스(나오미 와츠)는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탓에 언제나 홀로 지낸다. 어느 날 남자상사와 관계를 맺은 그는 뒤늦게 임신된 사실을 알게 되고, 출산일이 가까워지자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는다. 결혼 4년차지만 아이가 없는 루시(케리 워싱턴)는 입양을 결심하고, 임신 중인 미혼모를 만나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입양동의를 했던 남편은 자신의 아이를 갖고 싶다며 반대한다.

“To Be Mother” 극중 대사이기도한 이 말은 극중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는,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려 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한마디로 아우른다. 세 인물의 엄마가 되기까지의 성장통을 그린 영화는 서로의 부재를 안고 살아온 카렌과 엘리자베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모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혼모로서 아이를 입양시킬 수밖에 없었던 카렌과 그런 엄마에게 버림 받은 탓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엘리자베스는 불완전한 모녀다. 웃음조차 사치인 이들의 무미건조한 삶은 고통과 불안으로 점철됐다. 이 뿐 아니다. 딸의 동의 없이 손녀를 입양 보낸 카렌의 노모는 이후 카렌과 깊은 모정을 나눈 일이 없고, 루시와 루시모는 입양 건으로 잦은 다툼을 벌인다.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 <나인 라이브즈> 등으로 소소한 여성의 일상을 스크린에 담았던 로드리고 가르시아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한다. 애증으로 얽힌 다양한 모녀들의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묶은 그는 남자감독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특히 낮게 읊조리며 어딘가 살아있을 딸에게 편지를 쓰는 카렌과 임신을 하고서야 엄마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엘리자베스는 쓸쓸하고 애잔한 감성의 물결을 일렁이게 만든다. 여기에 아네트 베닝과 나오미 왓츠, 캐리 워싱턴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잔잔한 이야기의 힘을 더한다. 남성관객이라면 극중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선을 이해하기 힘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모성의 따뜻함만은 어렵지 않게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4월 29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 엄마의 사랑은 위대하다. - 소원했던 엄마와 딸이 함께 보면 좋을 영화. - 영화를 보면 로드리고 가르시아 감독의 전작을 보고 싶을 거다. - 별다를 것 없는 소소한 이야기는 구미가 안 땡긴다. - <러브 어페어>의 아네트 베닝은 없다. 그녀도 나이가 들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