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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현재 프랑스 칼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웰컴 | 2009년 12월 7일 월요일 | 하정민 이메일


17세 쿠르드 소년 비랄(피랫 아르베르디)이 4,000km의 사막을 걸어 영국으로 밀항으로 시도한 이유는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영국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항구도시 칼레에서 밀항하던 도중 이민국 경찰에 의해 적발되고 만다. 비랄은 포기하지 않고 수영으로 도버해협을 건너기로 결심한다. 그가 수영을 배우는 사람은 전직 국가대표 수영선수였던 시몬(뱅상 랭동). 은퇴 후 수영장에서 강사로 일하던 시몬은 비랄의 목적을 알면서도 비랄에게 수영을 가르쳐준다.

유럽 대륙에서 영국으로 건너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프랑스와 영국을 잇는 도버 해협을 건너는 방법이다. 프랑스의 칼레에서 버스나 배를 타고 영국의 도버로 넘어가는 것이다. <웰컴>을 보면서 예전에 버스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던 중 몇 사람이 영국 경찰에 연행되던 모습을 본 일이 떠올랐다. 비랄과 마찬가지로 해협을 통해 영국으로 건너가려던 불법 체류자들이었다. 이렇듯 유럽이 처음인 여행자의 눈에도 띄었을 만큼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밀항하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웰컴>은 그런 불법 체류자들을 이야기한 영화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불법 체류자들이 밀항을 시도하는 일은 칼레에서 일상이다. 이들이 칼레에 들어오게 된 것이 한두 해도 아니고 그 수가 소수가 아닌 탓에 그곳에는 이들의 은밀한 거처도 있고 끼니를 챙기는 현지 자원봉사자들도 있다. 밀항의 성공여부에 따라 칼레는 이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도시일 수도 있고 고향에도 영국에도 가지 못한 채 영원히 떠도는 도시가 될 수 있다.

영화는 이들이 목숨을 걸고 밀항을 시도하는 과정과 끝없이 밀려드는 불법 체류자들과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도시 칼레의 풍경을 세밀히 묘사한다. 한 끼를 해결하기도 힘든 불법 체류자들이 브로커에게 큰돈을 지불하고 트럭에 잠입한 뒤 이산화탄소 검사를 피하기 위해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숨을 참다가 차가운 주검이 되는 과정이 마치 전쟁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긴박하고 참담하게 그려진다. 슈퍼마켓과 거리에서 이들을 접하는 프랑스인들의 시선에는 이들에 대한 경멸과 자기혐오가 동시에 깃들여 있다. 불법 체류자든 현지인이든 이들이 모두 직면하고 있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그간 최소한의 지원마저 일체 끊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을 돕는 현지인들조차 단속의 대상이다. 불법 체류자들의 절박함과 단속의 삼엄함으로 칼레의 상공에는 프랑스의 어느 도시보다 황량하고 차가운 공기가 떠다닌다.

<웰컴>은 이런 무거운 주제를 고발 다큐멘터리보다 감동적인 드라마로 풀어낸다. 비랄 일행의 밀항 시도가 불발로 끝난 뒤 영화는 비랄과 시몬의 관계에 주목한다. 학생과 강사로 만난 비랄과 시몬은 점차 우정을 쌓는다. 이혼한 아내를 잊지 못하는 시몬은 여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목숨을 건 여행에 나선 비랄을 보면서 용기를 얻는다. 시몬은 점차 비랄에게 수영을 가르쳐줄 뿐 아니라 그의 의식주도 해결해주게 된다. 영화는 같은 처지가 될 수 없지만 같은 심장을 지닌 이들이 공감하고 연대하는 순간을 섬세하게 짚어낸다.

그렇기에 결말은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오로지 여자 친구를 만나겠다는 비랄의 순수한 바람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치닫는다. 어린 소년의 최후는 영화가 의도한 감동마저도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참담하다. 주제와 형식의 매끄러움, 연출의 평형감각과 이야기의 진실성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작은 이유다.

2009년 12월 7일 월요일 | 글_하정민(무비스트)




-평소 현실참여적인 영화에 관심이 있었다면.
-프랑스의 어두운 이면을 볼 수 있다.
-날카로울 뿐 아니라 적당히 감상적이다.
-당분간 울고 싶지 않은 사람.
-속사포 같은 수다를 풀어내는 프랑스 영화를 애호한다면 심각함에 지루함이 추가될지도.
21 )
kisemo
잘봤어요   
2010-03-07 10:30
scallove2
잘봣습니당   
2010-02-05 21:14
minam3030
대박   
2010-01-05 11:26
dhalgus05
기대되요   
2009-12-23 17:21
cdhunter
약간 지루할거라 예상하고 뭘 먹으면서 보려고 했습니다.
근데 전혀 안지루하고 집중하면서 보게 되더라구요.
감동도 있고, 슬픔도 있고...
주인공 소년이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소년+<닉과 노라의 플레이리스트>의 소년을
합친 듯한 외모라서 더 정감이 갔습니다.   
2009-12-17 11:20
biophysics86
작품성 좋네요   
2009-12-09 20:07
skdltm333
기대되네요..   
2009-12-08 23:42
ooyyrr1004
칼레라~ 프랑스의 어두운 이면   
2009-12-0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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