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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촌스럽지만 구수한 정서적 포만감!
식객 | 2007년 10월 23일 화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허영만 작가의 원작 만화를 원제 그대로 영화화한 <식객>은 혀끝이 아닌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맛이야말로 궁극적인 요리의 비전이라고 전한다. 이는 <식객>이 오감으로 감지되는 육감적인 재미보다는 내면적 정서로 녹아 드는 감동의 경지를 표방하겠다는 영화적 의지처럼도 보인다.

요리를 기본 소재로 취한 <식객>은 분명 입맛을 돋운다. 리드미컬한 도마질 소리와 형형색색의 천연 재료, 섬세한 요리사의 손질까지 <식객>은 스크린이 구현할 수 없는 미각의 한계를 시각과 청각으로 보충하려 한다. 특히나 만화적 툴을 활용해 분할된 컷으로 스크린에 구현되는 세심한 조리과정은 맛깔스러운 재미를 가미한다. 하지만 서민들의 입맛에 과분해 보이는 음식들의 화려한 자태는 공복감의 경지로 승화되기엔 다소 생소함이 없지 않다. 또한 전반부에서 화려하게 펼쳐지는 요리대회는 시간에 쫓기듯 산만하게 나열되며 집중력이 떨어지는 양상이다. 한편으로 이색적이며 다채로운 요리라는 소재를 성찬(김강우)과 진수(임원희)의 대결구도에 편입시켜 단순한 도구적 활용에 국한시킨 점도 아쉽다. 이는 대회 후반, 숯감 구하기와 쇠고기 정형 심사 단계로 넘어가면서부터 요리라는 소재의 직접적인 묘사 비중이 현격히 줄어드는 후반부를 통해서도 확인되는 아쉬움이다. 특히나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통해 음식의 유래까지도 세심하게 소개하고 묘사한 원작을 먼저 경험한 관객에게, <식객>은 어느 정도의 실망감을 감수해야 하는 결과물인 셈이다.

<식객>은 단절된 형식의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원작의 단편적인 흐름을 2시간여의 일관된 러닝 타임으로 총괄하여 압축한다. 일제 치하 조선 말미에 충절을 지킨 대령 숙수의 칼을 건 요리 대회를 <식객>의 꼬챙이로 삼아 간추린 에피소드를 영화의 의도에 따라 임의적으로 꽂아나간다. 이는 동시에 원작만화와의 차별화를 위한 영화적 비책이기도 하다. 5년여에 걸쳐 원작만화가 작성한 방대한 차림표를 단시간 내에 전시할 수 있는 비책이자 영화만의 독자적인 정서를 확보하는 비결이 됐다. 다만 조사가 빠진 문장처럼 자연스럽지 못한 씬의 연결이 눈에 띄는 전반부의 흐름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식객>이 은연 중에 내포한 복원의 의지는 주목할만하다. 끊어지는 전통의 명맥을 복원하고 전복된 역사적 정통성에 일침을 가한다. 다소 상투적이라 할지라도 <식객>은 시대적으로 망각되고 있는 본질을 생각할만한 일말의 여지를 품고 있다. 그것이 민족정서에 민감하게 맞닿은 역사적 사안에 의도적으로 맞닿아있건 간에, 과거로부터 이어져 왔어야 할 역사적 명맥을 근본적으로 망각해온 현실적 세태에 어떤 자책감을 남긴다. 대령 숙수의 칼에 얽힌 두 가문의 어지러운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 속에서 발견되는 건, 청산하지 못한 과거를 덮어두고 달려온 한국의 근대사에 대한 어떤 고찰이다.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하고, 진정한 독립 투사들을 박대하며 출발한 한반도 현대사의 딜레마. 우리 스스로가 청산하지 못한 역사적 과업의 연좌제. <식객>은 우리 사회가 증명하지 못한 역사적 정의를 복원하고자 하는 실현의 욕망처럼 느껴진다.

<식객>은 세련된 기교를 뽐내면서도 동시에 허술한 구성력을 종종 지붕 새듯 드러내며, 부분적으로 촌스러운 연출력이 눈에 띄는 영화다. 하지만 동시에 향토적이며 인간적인 순수함을 자극하는 영화다. 분명 요리보다 식재료가 나아 보임에도 정성스러운 손맛을 인정해주고 싶은 충동감이 든다. 마치 소의 선한 눈망울처럼 순박한 진심이 느껴지는 덕분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고 믿는 소박한 요리사의 신념처럼 <식객>은 투박하지만 정겨운 진심을 정성껏 차린다. 마치 조미료는 결코 낼 수 없는 진짜 고향의 맛처럼 <식객>은 촌스럽지만 구수한 정서적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2007년 10월 23일 화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원작만화의 팬이라면 당연히 영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있겠어?
-맛깔스러운 요리의 향연, 공복에 보면 효과 만점.
-확 눈을 잡아끄는 스타는 없지만 베테랑이나 신인이나 밥값은 충분히 한다. 허영만 작가는 덤!
-애완소에 대한 지독한 연정, 소의 애틋한 눈빛이 날 울리는구나~!
-원작과의 뛰어난 싱크로율을 기대했다면 일단 수저 내려놓고.
-황복회? 먹는 거야? 입이 고급이 아니라서 실감이 안나네.
-요리 영화치고 요리의 비중이 생각보다 적네.
40 )
naredfoxx
임원희씨... 별루   
2010-01-01 18:31
kabohy
맛잇는영화.음식은 예쁘고 맛있게보였다   
2009-03-14 12:51
gaeddorai
전형적인 착한 영화.
이하나는 연기를 참 능청스레 잘한다   
2009-02-16 20:52
callyoungsin
먹음직 스러운 음식들... 정말 보는것만으로도 군침이...   
2008-05-09 16:29
kyikyiyi
저는 별로였는데 볼만한 영화가 없었어요   
2008-05-08 11:24
mckkw
아주 맛있는 영화   
2008-03-17 15:49
lee su in
촌스럽지만 구수한 정서적 포만감이라는 표현에 어울리는 영화인 듯 합니다. 원작의 힘이 있다보니 제법 흥행도 가능했겠죠.   
2007-12-08 23:08
ewann
좋아요   
2007-12-0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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