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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갸우뚱거리게 되는, 강약없이 어두운 다이제스트! | 2004년 7월 16일 금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안녕, 해리, 론, 헤르미온느!
요즘은 좀 한가해지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떠니? 아, 근데 왜 반말이냐고? 미안! 너희들보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 건 아니고, 존대말로 진행하면 좀 딱딱할 것 같아서 말야. 다른 나라들은 대개 6월에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개봉했는데, 우리나라는 7월이 되어서야 개봉하게 됐어. 참, 일본은 개봉에 맞춰 방문했었다고 들었어. 우리나라에도 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이렇게 너희들을 지면으로나마 부른 이유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야. 리뷰를 쓰려니까 좀 갑갑하더라구. 우선, 영화 잘 봤어. 뭣보다 너희 세 명 정말 많이 컸더라. 마이크 뉴웰 감독이 연출하는 해리포터 4편, <해리포터와 불의 잔>까지는 출연한다고 들었는데, 그땐 더 많이 자라있을 것 같다.

우선 너희들이 시사회장에서 잠깐 잠깐 언급한대로, 이번 3편은 정말 어두운 분위기더라구. 촬영을 맡은 마이클 세레신은 이번에 처음 해리포터 팀에 합류했다고 들었어. 주로 알란 파커 감독 작품들에 많이 참여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화면이 알게 모르게 쓸쓸한 느낌을 주는 거야. 1, 2편에 비해서 클로즈업 화면도 많고 말야.

근데 너희들도 알다시피 단순히 촬영이나 조명같은 것 때문에 영화가 어둡게 느껴지는 건 아닐거야. 해리, 너는 이번 3편에서 더즐리 일가 사람들, 특히 너희 부모님을 씹어대는 마지 아줌마를 거대한 괴물 풍선으로 만들어 버리잖아. 그런 분노랄지 너의 정체성에 당당하게 대면하는 모습이랄지 성장의 진통을 겪는 십대로서의 분노나 불안 등이 드러나지.

이건 헤르미온느 너도 그래. 이지적이고 현명한 너지만, 3편에선 머글 혈통이라는 이유로 너를 무시하는 못돼먹은 말포이를 때리기도 하고, 트릴로니 교수의 수업 도중엔 교실 밖으로 나가버리기도 하잖아. 네가 그렇게 책과 공부에 집착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너희 정체성과 관련한 일종의 불안 때문인 거지.

사실 너희들이 입고 있는 의상도 1, 2편과는 달라진 것 같아. 론, 너는 타이를 비뚤어지게 매고, 셔츠는 반쯤 밖으로 삐져나오게 입고, 헤로미온느 너도 트위드 스커트나 청바지까지 입잖아. 뭔가 13살이 되면서, 달라지고 성장한 너희들의 모습을 표현하는 디테일들이 적진 않았던 것 같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의도처럼 말야(잘 못 느끼겠지만...^^;;).


그런데 말야. 솔직히 이번 3편은 스토리적으론 매력이 없었어.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이 상당히 적은 편인데다 3편의 핵심인 ‘시리우스 블랙’과 관련한 내용이 너무 부실하지 않았나 싶어. 이건 ‘시카고 선 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도 지적한 건데 말야. 소설에서 보면, 시리우스 블랙, 루핀 교수, 스네이프 교수, 피터 페티그루가 한데 모여 해리, 너희 부모님과 관련한 일련의 비밀들이 밝혀지잖아.

영화에서도 이 부분이 하이라이트인데, 그냥 깡뚱 지나가고 말더라구. 사실 소설 읽은 지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관계로, 이참에 환기하고 싶었거든. 근데 그 부분은 스르륵 지나가더니 늑대인간인 루핀 교수 부분만 지루하게 늘어뜨리더라구. 사실 그 늑대는 좀 심했어. 너무 조악한 느낌이었거든. 왜냐면 전체적인 화면 느낌은 세련된 어두움이 스며있었고, ‘벅빅(히포그리프)’이나 ‘디멘터’만 해도 그런 느낌과 잘 어울리는 형상물이었는데, 늑대만 너무 우스꽝스럽게 튄다는 느낌이랄까.

스토리가 은근슬쩍 지나간다는 느낌은 헤르미온느, 네가 나오는 부분도 그래. 네가 어떻게 수업 시간에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지를 너무 싱겁게 밝히고 있어. 안 그러니? 상황이 그러다 보니, 시리우스 블랙 역을 맡은 게리 올드만이 너무 죽어보였어. 굳이 게리 올드만이었을 필요가 없을 만큼 말야. 정말 아쉬운 부분 중 하나지. 현상 수배 포스터에서 귀엽게 인상쓰는 것 말고, 올드만이 특별히 한 연기가 없는 것 같아.

3편에서 새롭게 등장한 배우들 중에, 제일 인상적인 건 ‘트릴로니 교수’ 역을 맡은 엠마 톰슨이었어. 그녀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이미지 때문인지, 심한 근시에 칠칠치 못한 차림새로 등장한 톰슨이 꽤 웃기더라구. 근데, 반대적인 의미로 웃겼던 배우도 있었어. ‘덤블도어 교장’ 역을 맡은 마이클 갬본 말야. 리차드 해리스에 대한 부담도 있었겠지만, 캐릭터를 너무 엉뚱한 방향으로 잡은 것 같아. 도저히 호감이 안 가더라구.

아, 너희들의 연기는 어땠냐구? 글쎄, 너희들이 너무 자랐다는 것에 쇼크가 커서인지, 별다른 느낌은 없었는데, 해리 너한테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어. 디멘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패트로누스’ 마법을 걸때 있잖아. 와, 그때 네 목소리 정말 멋졌어. 너희 아빠가 시리우스와 너를 구했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네가 구한 거였잖아. 뭔가에 갇혀있던 네가 알을 깨고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런 힘이 목소리에 실려있더라구.

해리, 넌 시리즈의 마지막이 되면 죽을 지도 모른다고 했잖아, 정말일까. 일단 J.K 롤링은 얼마전 6권의 타이틀은 발표했는데 말야. 모르겠어, 이번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을 두고, 어떤 외국의 평론가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면서, 판타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고 칭찬하더라구.

솔직히 그게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내 느낌은 말야. 소설을 본 사람들을 위한 압축적인 다이제스트라고 할까. 강약도 부족하고, 너희들의 캐릭터도 만들어지다 만 듯한 느낌이 들어.

해리, 론, 헤르미온느 너희들의 생각은 어때? 생각 좀 해보고, 답변 주겠다고. 그래 그럼 기다릴게. 참, 해리 너 4편에선 스릴넘치는 퀴디치 게임 보여줄거지? 이번에는 좀 심심했거든. 그럼 모두들 안녕!












8 )
ejin4rang
해리포터는 언제나 봐도 재미있다   
2008-10-15 15:00
callyoungsin
해리포터 시리즈는 계속 봐도 잼있는 판타지예요   
2008-05-16 15:01
qsay11tem
소재가 맘에 드네요   
2007-11-23 14:17
mckkw
2권짜리 소설을 2시간넘는 영화에 표현해도 이런데 4편은 4권인데 내용이 너무 부실해지지 않을까?   
2007-07-08 09:25
ldk209
소설책에서 걸어 나온 듯한 볼드모트....   
2007-01-15 10:29
js7keien
어두운 사춘기를 통과하는, 성장痛의 통과의례   
2006-10-01 23:03
nalssenjoo
그리고 볼드모트도 나오니까 기대해야죠..^^   
2004-08-02 16:38
amione
4편에선 퀴디치가 없는데요..   
2004-07-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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