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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늑대
넌 누구냐!? | 2004년 3월 30일 화요일 | 협객 이메일

저 동물이 진짜 늑대 맞나요?
저 동물이 진짜 늑대 맞나요?
사석에서 만난 大!무비스트(아부성 발언임)의 출장 전문요원인 서모기자님이 <마지막 늑대>에 관한 글을 써서 보내달라는 부탁을 했다.

모 하는 일없이 빈둥빈둥 영화만 보는 필자의 저렴한 사생활을 잘 아시는 분인지라 그 아득한 마음 모르지는 않지만 오로지 놀고먹으며 이 세상 살아보고자 하는 필자의 대쪽같은 마음을 저리도 몰라주시니 우매하게도 섭섭한 마음마저 들지라. 어쩌겠는가? “나 일 안해!”를 외치던 최형사(양동근)의 일 안하고 세상 살아보는 방법을 연구하는 자리에 억지로라도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로 일 안하고 이 한평생 의탁하는 방법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말이다.

구자홍 감독의 데뷔작인 <마지막 늑대>는 찬반양론의 카오스에 휩쓸린 정의하기 참으로 어려운 영화이다. 영화광이었던 감독 구자홍의 내공이 단 한편에 쏟아져 나오지는 않았겠지만 장르 코미디의 형식에서 한참 빗나간 독특한 웃음은 ‘묘하다’, ‘일본식 B급 영화’등의 수식어를 그럴싸하게 앞에 붙인다. 혹자는 이 영화가 기발하기는 한데 대중이 웃음의 코드를 이해하기는 난해하고 뒷심이 부족한 작품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마지막 늑대>가 어떻게 장르의 형식을 빗나가면서도 웃음을 주는 코미디 영화로 완성되었는지에 대해 느린 걸음으로 쫓아간다면 빠른 편집에서 오는 리듬감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지금까지의 한국 코미디와는 비교를 거부하고 새로운 이정표를 찍은 이 돌연변이 영화의 매력에 당신은 열광할지 모른다.

<마지막 늑대>, 넌 누구냐!?

영화의 오프닝은 마치 <와일드 카드>에서 정열적으로 일하던 방제수 형사가 흉폭한 도시 삶에 온몸으로 이리 치이고 저리 나가떨어지는 장면 위에 최철권(양동근)의 느린 나레이션을 덧씌워 속편이 이어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이중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이 매력적인 첫 장면은 일하기 싫어하는 철권을 포함한 우리들의 무력감과는 어울리지 않는 빠른 속도감으로 시각적인 웃음을 유발시킨다.

정치판은 똥물을 튀기고 이태백이라는 특정한 백수층을 보유한 현실에 기대어 철권을 파악하자면 천하에 이런 불량한 인간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런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을 뒤로하고 강원도 정선 오지에 위치한 무위마을에 기어 들어와 “나 오늘부터 일 안해!”라는 자신의 신조를 확실히 실천하는 그의 꿋꿋함은 스크린 밖의 관객들과 확실히 분리되는 거리감을 생성한다. 거기에 “소도 가끔은 쉬어 야죠!”하면서 소 대신 밭을 가는 고정식(황정민)이라는 바지런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철권과 관객의 거리감은 확실하게 선이 그어진다.

음메~ 저는 소드래요!
음메~ 저는 소드래요!
버디무비 형식을 띈 형사물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주인공 두 인물에게 대리만족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이다. 허나, <마지막 늑대>는 버디무비를 표방하고 있지만 관객들이 영화 안의 두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시키는 사건이나 설정을 배제시켰다. 의식적인 인물의 설정은 파출소가 없어지는 위기에 처하자 극악무도한 일을 꾸미는 철권과 정식을 더 고립된 인간상으로만 보여주게 할 뿐이다. 때문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들은 상황과는 동떨어진 잉여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무언가 설정 자체에서 안 맞아떨어지는 엇박자의 웃음은 여기에서 파생된다.

소 대신 밭가는 것도 지루한 시간을 메워 주지는 못하기에 “심심해!”를 외치는 정식의 일하고 싶은 열망도 공감하기 어렵고, 진짜로 일하기 싫다고 산에 올라 무위도식하는 철권의 신조도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감독은 이들을 이해의 시선으로 보아달라 구하지 않는다. 거리감을 통해 주류 코미디가 써먹는 흔하듯 흔한 친숙한 인물상은 <마지막 늑대>안에는 없다. 순박한 시골 노인네들의 등장도 그저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두 주인공의 이질감을 부각시키는 장치로 쓰인다.

사건이나 갈등의 구조는 일정한 거리두기에 의해 상황의 아이러니를 파생시킨다. 두 인물이 의도적으로 아이러니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교하게 세팅된 상황에서 도출된 어이없는 대사나 행동에 의해 결국 한 박자 늦는 웃음을 유발시킨다. 관객은 이런 식으로 치고 빠지는 코미디 장르의 피드백이 바로바로 작용하지 않기에 벌써 스크린 상에서는 다음 사건으로 내달리는 인물들이 보이는데도 그 전의 상황 때문에 웃는다. 눈에 보이는 화면과 웃음은 이런 식으로 엇갈려 있어 자칫 잘못하면 실없어 보이는 비소로만 남을 수 있다. 허나, 인물들의 느린 동선에 비해 빠른 편집과 더불어 정교하게 연출된 상황을 접목해 사건의 부조리를 이어가게 하는 영화의 구조는 대사나 과장된 행동에서 웃음을 찾지 않는다. 감독이 의도한 구성물들이 상호 충돌하여 새로 생성되는 전혀 다른 의미의 조합으로 폭소를 자아낸다.

마냥 느린 액션만 있는 건 아니다.
마냥 느린 액션만 있는 건 아니다.
<마지막 늑대>의 웃음 코드의 절정은 문화재 털이범 3인조의 등장과 맞물린 진짜 늑대의 출연이다.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 어울리지 않는 3인조와 늑대의 등장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 중간쯤에 놓여있다. 그러나 “아는 개니?”하고 물어보는 금이빨(오달수)의 대사가 주는 융단폭격급 웃음은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코미디 장르의 변주를 꽤나 그럴싸하게 보여준다.

3인조 악당 출연, 마지막 늑대 등장은 <마지막 늑대>에서 내러티브는 무시하고 다른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렇다고 두 개의 이야기가 한 영화 안에 기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러니 때문에 정교하게 이어진 이야기임을 확인하는 것은 오로지 당신! 관객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인조 악당에게 영화를 본 후 의문이 쌓여간다면 곧이어 게재되는 大! 무비스트 서모기자님의 <마지막 늑대> 악당 3인조 특별 기사를 참고하시라.. 개봉박두!

아~, 오늘도 일했다. 필자는 철권처럼 일 안하고 이 세상 버텨가기에는 대쪽같은 성품이 모자라나 부다.

4 )
h6e2k
잘읽엇어여~   
2010-01-31 03:27
ejin4rang
양동근의 연기 좋네요   
2008-10-15 17:02
callyoungsin
재미보다는 그냥 볼만한 영화였삼   
2008-05-16 16:33
qsay11tem
유구무언   
2007-11-2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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