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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의, 백인에 의한, 백인을 위한!
엑소시스트: 디렉터스컷 | 2000년 10월 5일 목요일 | 김응산 이메일
영화의 한 장르인 호러를 다시 세분화하면 여러 가지로 나뉘게 된다.
사람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스플래터(Splatter -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 류), 스크린을 온통 피칠갑 해놓는 고어(Gore - '2000 매니악' 류), 초자연적 현상들을 공포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슈퍼내츄럴 호러(Supernatural Horror - '폴터가이스트' 류), SF인지 공포물인지 분간할 수 없게 만드는 SF 호러(Science horror - '이벤트 호라이즌' 류) 등 갖다 붙이기만 하면 새로운 하위 장르가 되는 곳이 바로 호러 영화계이다. 하긴 장르를 나누는 것도 편의에 의한 것이지 그 이상 어떠한 의미도 갖지 않는다.
예를 들어 리들리 스콧(Ridley Scott)의 '에일리언(Alien)'을 보면서 이 영화의 장르를 논하는 것은 매우 쓸 데 없는 일일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쓸 데 없는' 호러 장르 중에 70, 80년대를 풍미했던, 그리고 약간 억지를 쓴다면 그 역사가 가장 길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크리스천 호러(Christian Horror)이다.
'노스페라투(Nosferatu)'와 같이 흡혈귀가 나오는 호러도 따지고 보면 기독교 공포영화라고 칭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서양이 본디 기독교 문화권이다 보니, 그리고 기독교라는 종교 자체가 이미 신비주의적 경향을 갖고 있다 보니 기독교적 공포 영화가 많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이런 크리스쳔 호러 중에서도 단연 고전으로 남아 있는 것이 바로 '엑소시스트'인데, 이 영화가 처음 개봉한 지 27년이 지난 지금 디지털 효과와 새로운 사운드트랙을 들고 다시 우리 관객들을 찾는다고 하니 우선은 반가운 마음이다.

얼마 전 극장가를 떠돌다가 순식간에 비디오샵으로 내려온 '스티그마타(Stigmata)'라는 영화를 보고 이 영화 '엑소시스트'를 떠올렸다. 카톨릭의 엑소시스트(Exorcist - 주술사)가 등장한다는 것 외에도 '마땅히' 이 영화에서 따왔으리라 여겨지는 장면들이 몇 등장했기 때문이다. 원래 좋은 영화는 돌고 돌게 마련이다. (필자는 닭살 돋도록 싫어하긴 하지만) 히치콕(Alfred Hitchcock)의 영화들이 많은 스릴러 물에 전수되고 있는 것처럼, 혹은 '시민 케인(Citizen Kane)'이 변주에 변주를 거쳐 60년이나 지난 오늘날의 영화들에 그 자취를 남기는 것처럼 이 영화 '엑소시스트' 역시 수많은 공포 영화들에 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어린아이가 직접 연기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섬뜩한 귀신들린 레건(Regan)은 그 흉측한 몰골과 '갈 데까지 간' 욕설(물론 우리 나라에 나온 비디오에는 유화된 언어로 거짓 번역되어 있다)로 관객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또한 주제곡으로 쓰였던 마이크 올드필드(Mike Oldfield)의 연주곡 튜뷸라 벨스(Tubular Bells)는 왜 그리도 공포스러웠던 지.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던 점이 바로 '기독교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여준 것인데, 이것은 이 영화가 이전의 기독교 공포 영화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기독교적 사회윤리가 팽배한 미국 사회에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것만으로도 기존 사회에 대한 역공격은 충분한 셈이다.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오멘(Omen)'과 같은 영화가 나왔을까 궁금해질 정도다.

그러나 이 영화는 더도 말고 바로 거기까지만 간다. '엑소시스트'가 보여준 호러 영화의 가능성은 단지 그뿐이다. 이제 영화의 이면을 살펴보자.
영화라는 매체가 그 속에 갖고 있는 기호들은 그 나름대로 구조화되어 정치성을 띄기 때문에 영화의 줄거리 자체가 아닌 영화 속의 맥락을 읽어 내는 것은 따라서 매우 유의미한 일이다. 막스 폰 시도우(Max von Sydow)가 등장하는 영화의 초반부부터 보여지는 비기독교 문화권에 대한 무지는 영화가 끝나는 그 시점까지 계속된다.
악마라는 존재 역시 (미국이 아닌) 어디 다른 곳으로부터 온 존재로서 암시되어 있는데, 영화에 따르면 이 악마는 아프리카에서 온 것으로 되어 있다. 아프리카의 민속 신앙과 모슬렘에 대한 무지는 또한 얼마나 심한지 마치 기독교가 전파되어 아프리카가 악한 세계와 결별한 것처럼 그려져 있다. 물론 기독교 문명권의 아프리카 식민지화 및 학살에 대해서 이 영화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아버지가 없이, 이혼한 편모슬하의 백인 중산층 소녀에 깃든 악령이라는 소재도 두 가지 측면에서 비판할 수 있는데, 첫째는 아버지(이는 하나님 아버지God the Father에서 하나님을 살짝 지운 것이다)가 없는 딸에게 온 또 다른 아버지(카톨릭 신부의 영어 이름이 father임을 명심하자)가 구원의 상징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백인 부르조아지 가정에 흘러 들어와서 공주님 같은 귀한 딸을 '망쳐버린' 악마는 흑인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상징한다고 다분히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레건의 어머니가 (적어도 딸이 귀신들리기 전까지는) 무신론자였으며, 영화상에서 비중있는 흑인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이는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 결국 백인 아버지, 혹은 백인 신의 '더 없는 사랑'만이 '나쁜 물이 든' 사춘기 여자 아이의 버릇을 고쳐줄 수 있는 것이다. 조금만 눈썰미를 발휘해서 살펴보면 영화 초반부와 후반부에 잠시 등장하는 악마상의 남근이 거대하게 발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악마상은 중세 기독교에서 상상했던 악마의 모습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며, '악마와 관계한 여성'으로서의 마녀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물론 영화에서 그녀는 '마녀'로서 처벌받진 않는다. 그녀 대신 두 명의 남성이 대신 십자가를 지기 때문이다. 어머니, 혹은 여성은 물론 아무런 힘이 없는 '시험받는 이교도'이다. 사랑과 희생의 기독교. 그러나 그 이름이 갖고 있는 한계와 모순을 이 영화는 뛰어 넘지 못하고 있다. 신부 둘이 악마에게 이기지 못하고 결국 죽었다고 해서 혁명적인 공포 영화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부디 없기를...

어떤 이야기일까

영화배우인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소녀 레건은 어느 날부터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그녀를 둘러싸고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녀를 병원에도 보내보고 이런 저런 일을 모두 해본 뒤에 그녀의 어머니는 초자연적인 무언가를 느끼고 가톨릭 신부에게 마지막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던 중 레건은 악마에게 사로잡힌 상태라는 게 밝혀지는데...

영화에 출연한 사람들

엘렌 버스틴 (Ellen Burstyn)
맥스 폰 시도우 (Max Von Sydow)
린다 블레어 (Linda Blair)
리 제이 콥 (Lee J Cobb)
키티 윈 (Kitty Winn)

엘렌 버스틴 맥스 폰 시도우 린다 블레어 리 제이 콥

영화를 만든 사람들

감독 - 윌리엄 프리드킨 (William Friedkin)
제작 - 윌리엄 피터 블래티 (William Peter Blatty)
각본 -윌리엄 피터 블래티 (William Peter Blatty)

official site: http://theexorcist.net/

3 )
ejin4rang
볼만했다   
2008-11-12 09:36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4:05
ldk209
어릴 때.. 아주 재밌게 봤는데...   
2007-01-29 14:1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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