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수의 행진
복수는 나의 것 | 2002년 6월 22일 토요일 | 리뷰걸2 이메일

# 이 리뷰가 주장하는 [복수는 나의 것]에 대한 재미는 임산부나, 노약자, 심장이 약한 분들께는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월드컵으로 세계가, 특히 우리나라가 이상열기에 휩싸였어. 모든 방송에서 월드컵만 보여주는 요즘 ‘난 축구말고 다른거 볼래’ 라고 말하는 지조(?)있는 사람들.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쓸만한 영화가 비디오로 나왔어. 바로 지금 막 따끈따끈하게 나와있는 [복수는 나의 것] 이야. 이번 대종상에서 가장 납득할 수 없었던 건 말야, [복수는 나의 것]이 한 부분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는 거였어. 물론 많은 사람이 이 영화로 박찬욱 감독에게 실망했다며 혹평을 해댔고, 흥행에서도 완전히 실패했다고 해도 말이야. 내생각엔 [복수는 나의 것]은 영화라는 현실을 가장한 비현실의 매체가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야.

선천성 청각 장애인 류에게는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누나가 유일한 가족이야. 하지만 누나의 병이 악화되어 얼마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자, 류는 장기밀매단과 접촉해 자신의 신장과 전 재산 천만원을 넘겨주고 누나에게 수술할 신장을 받기로 하지. 그러나 류는 장기밀매단에게 속아 신장과 돈만 빼앗겨. 괴로워하는 류를 보고 그의 연인 영미는 아이를 유괴하여 돈만 받고 돌려주는 ‘착한 유괴’를 제안해. 결국 누나를 살리기 위해 류와 영미는 우연히 알게 된 중소기업체 사장 동진의 딸 유선을 납치해. 그러나 돈을 받은 날, 류의 유괴사실을 안 누나가 자살하고 유선도 사고로 강물에 빠져 죽고 말아. 삶의 전부였던 딸의 죽음을 알게된 동진은 복수를 결심하고, 누나를 잃은 류 역시 장기밀매단에게 복수를 결심하지.

[복수는 나의 것]은 한국 영화가 발전하면서, 영화인들의 장르에 대한 도전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야. 난 [복수는 나의 것]를 보면서 처음이라는 낯설음과 동시에 하드 보일드라는 장르가 가져다준 무미건조한 매력에 푹 빠져버렸어. 건조하고 담담하게 묘사되는 일상은 그저 착하게 살고 싶을 뿐인 류에게 더욱 잔인하게 다가오고, 현실에 상처받으며 사는 류의 모습을 더욱 아프게 느껴지게 해. 누나의 복수를 위해 사람을 죽이는 류의 모습이 마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스스로의 발악같아. 다른 사람의 일에는 잔인할 정도로 무심한 나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 한 구석이 뜨금했던 것은 과연 나뿐일까.

무엇보다도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은 부분은 송강호와 신하균이라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야. 딸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보여주는 송강호는 그 자신 역시 복수의 화신으로 변해가면서 강한 슬픔과 절망이 인간을 잔인하게 만드는 과정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청각장애인 ‘류’를 연기한 신하균은 대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픔이 마치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전율을 느끼게 하지. 뇌성마비 환자로 출연한 류승범 역시 단순히 뜨는 신인 연기자가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입증해주고 있어.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괴팍한 사운드 역시 쉽게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한 음색을 뇌리에 남겨줘. 음악이라기 보다는 소음에 가까운 그 소리들. 특히 [복수는 나의 것]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영화속의 노래 ‘정’은 이 영화 전체의 슬픔과 무력함을 극대화시켜주지. 영화가 끝나고 나면 어느 새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는 건, 어쩌면 우리가 영화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된 모순일지도 몰라.

물론 [복수는 나의 것]은 아직은 우리에게 너무 이질적인 영화인건 사실이야. 감독의 취향이 관객의 취향이 될 수는 없으니까. 분단된 남북한의 경계를 넘나드는 우정을 소재로 관객들의 공감을 쉽게 끌어낼수 있었던 [공동경비구역 JSA]와 달리 [복수는 나의 것]은 관객들이 쉽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인간의 추악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 불편함을 견디기 힘들어 하지. 영화 속 인물들의 고통과 상처는 너무나 적나라하게 흘러내리는 내장과 피로 덮여서 관객들의 눈에 들지 못해. 마치 벌거벗긴 자신의 더러움을 보는 듯한 느낌. 그게 바로 [복수는 나의 것]을 보는 동안 무거운 그림자가 되어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폭압하지. 그것이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기피한 이유일꺼야.

조금 더 관객의 입장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복수는 나의 것]은 정말 영화 다운 영화야.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새로운 장르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낯설고 괴리감이 느껴지는 영화의 흐름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야. 덧붙이자면 [JSA]라는 영화의 여운에 빠져 이 영화의 매력을 놓치지 말기를….

4 )
ldk209
난 아직도 <복수는 나의 것>의 몇 장면을 떠올리면 온몸이 찌릿찌릿 전기에 감전된 듯 전율이 인다....   
2009-04-21 11:35
ejin4rang
복수도 나의 것   
2008-10-16 16:01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8:34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5:55
1

 

1 | 2 | 3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