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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덜도 말고 짐 캐리만 같아라 (오락성 7 작품성 6)
파퍼씨네 펭귄들 | 2011년 9월 6일 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이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터널 션사인>이나 <트루먼 쇼>는 짐 캐리가 없었어도 잘 됐을 영화다. 작품자체가 워낙 좋았으니까. 하지만 짐 캐리가 없으면, 안됐을 영화들이 있다. <마스크>와 <라이어 라이어>가 그러하다. 일개 평범한 코미디 영화가 됐을법한 이들 영화는, ‘안면근육의 달인’ 짐 캐리의 원맨쇼에 힘입어 구원받았다. 굳이 구분하자면, <파퍼씨네 펭귄들>은 후자에 가깝다. 작품 자체로만 보면, <파퍼씨네 펭귄들>은 딱히 장점으로 홍보할만한 게 없는 영화다. 단 한 장면도 예상을 거역하지 않는 게으른 영화는, 그러나 짐 캐리를 만나 유쾌한 영화로 탈바꿈 한다. 아, 귀여운 펭귄들의 매력도 상당했음을 인정해야겠다. CG로 만들어진 펭귄이 아니다. 남극 한 가운데에서 캐스팅 된 귀한 펭귄들이다.

유언이나, 유산을 매개로 한 영화들은 많다. 조건부 상속을 계기로 누군가는 사랑을 이루고(<찬란한 유산>), 누군가는 거짓 통일을 꾸미며 웃음을 만들어낸다.(<간 큰 가족>). <파퍼씨네 펭귄들>의 시작도 아버지가 남긴 유산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건 좀 생뚱맞다. 펭귄, 펭귄이라니. 게다가, 유산 수신인인 이혼남 Mr 파퍼(짐 케리)가 사는 곳은 뉴욕 맨하튼이다. 결국 파퍼에게 이건 안 받느니만 못한 유산, 되시겠다. 하지만 기회란 늘 예기치 않은 곳에서 오는 법이다. 내겐 너무 귀찮은 펭귄들이, 아들과 딸에겐 사랑스럽고 신기한 생명체일 줄이야. 이혼 후 가족과 외떨어져 ‘기러기 아빠’ 삶을 살고 있던 파퍼는, 아이들의 환심을 사고자 ‘펭귄(들의) 아빠’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파퍼씨네 펭귄들>은 부부작가 리처드 앳워터와 플로렌스 앳워터가 쓴 ‘파퍼씨와 12마리 펭귄들’(1938)을 원작으로 한다.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는 이 소설은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많은 이들에게 읽혔다. 그러니까, 어른이 된 관객은 물론 그들의 아이들에게도 익숙한 이야기인 셈인데, 그러한 속성에 맞게 영화의 타킷은 명확히 가족을 향한다. 때문에 영화엔 '이기적이었던 남자가 뒤늦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식의 교훈적 메시지가 남발된다. 하지만 지루하진 않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짐 캐리가 있으니까. 짐 캐리가 뿜어내는 유쾌한 에너지가, 진부함을 걸러내는 필터로 작용한다.

영화는,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에 맞춰 국내 개봉한다. 가족 관객을 노린 의도된 마케팅 전략임은, 추호도 의심할 필요 없다. 하지만, 그 전략에 속아주는 척, 선택해도 크게 밑질 건 없다. 온 가족들이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2011년 9월 6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싱글 족 집에 펭귄 한 마리 놔 드려야겠어요.
-짐캐리! 이 아저씨, 예능감 죽지 않았구나.
-추석 맞춤 개봉. 가족 맞춤 서비스.
-이기적인 남자의 개과천선기, 물린다 물려.
-스릴 없는 갈등, 그만큼 안일한 갈등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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