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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블랙의 개인기만으로 영화는 완성되지 않는다 (오락성 5 작품성 4)
걸리버 여행기 | 2011년 1월 25일 화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잭 블랙이 주연을 맡았다는 것만으로 영화는 기대치를 높인다. 하지만 잭 블랙의 ‘개인기 약발’이 항상 먹힌 건 아니다. 굉장히 재미있는 영화도 있었지만, 반복되는 스타일에 식상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걸리버 여행기>는 후자다. CG와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소인국에 떨어진 걸리버’라는 메인 설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잭 블랙의 개인기를 보여 주는 데에만 급급한다. 게다가 3D 입체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시사회가 2D로 진행되는 엽기적인 행각이 자행됐다. 그만큼 3D 입체영화의 영상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뉴욕 신문사에서 10년째 우편 관리를 하는 걸리버(잭 블랙)는 짝사랑하는 기자 달시(아만다 피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인터넷에서 글을 카피해 여행 기자 지원서를 낸다. 그로 인해 버뮤다 삼각지대 취재 일을 맡게 된 걸리버. 하지만 배는 난파되고 소인국 릴리풋에 떨어진다. 처음에는 릴리풋 사람들로부터 괴물 취급을 받지만, 왕을 구해주는 일로 영웅대접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를 시기한 릴리풋의 장군은 거대한 로봇을 만들어 걸리버를 위협하고 걸리버는 친구인 호레이쇼(제이슨 시겔)와 메리 공주(에밀리 블런트)를 버리고 도망쳐 버린다. 하지만 달시가 릴리풋에 잡혀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걸리버는 용기를 내어 거대 로봇에 맞서기 위해 릴리풋으로 돌아온다.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걸리버 여행기’를 영화적으로 재해석했다. 우편물 관리인인 걸리버가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여행 기사를 쓰러 버뮤다 삼각지에게 갔다가 폭풍에 휘말려 소인국에 도착한다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처음에는 소인국 사람들과 대립하지만 왕궁의 불을 소변으로 꺼 왕을 구하고, 출렁이는 뱃살로 적국의 포탄을 되받아내는 등의 활약으로 귀빈 대접을 받는다. 또한 자기의 인생을 <스타워즈> <타이타닉> 등과 뒤섞은 연극을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기도 한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참으로 잭 블랙답게 펼쳐진다. 화장실 유머를 바탕에 깔고 말장난과 몸 개그를 적절히 섞어 유머 코드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신선도는 떨어진다. 록스타 시늉을 하며 우스꽝스럽게 기타를 치는 것은 이제 질리도록 봐오지 않았던가.

소인국에 떨어진 걸리버라는 설정은 CG의 비중도 높인다. 하지만 만족스럽게 표현되지는 않았다. 많은 소인국 사람들과 걸리버가 함께 있는 모습은 어느 정도 자연스럽지만, 호레이쇼와 걸리버, 공주와 걸리버와 같이 특정한 장면을 연출한 부분에서는 CG 느낌이 너무 강해 이질감이 느껴진다. 함대와 싸우는 장면에서의 어색함은 ‘소인국과 거인’이라는 이 영화의 핵심적인 설정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다. 게다가 컨버팅으로 작업된 3D 입체영상을 확인하지 못한 것도 애석하다. 컨버팅 영화라는 점에서 3D 입체영상에 대한 기대가 높지는 않았지만 언론시사회를 2D로 진행하는 바람에 3D에 대해서는 언급할 길이 없어졌다.

잭 블랙은 정말 잭 블랙다운 영화를 선보였다. ‘걸리버 여행기’를 모티브로 했다지만 영화에는 잭 블랙의 원맨쇼만 보인다. 상황이 달라지고 설정이 바뀌었기에 남다른 주변 요소를 활용하는 장면도 보이지만, 그가 나왔던 기존의 영화들과 별다른 차이점은 없다. 그런 상황에서 너무 쉽게 풀려버리는 이야기는 영화 자체의 흥미마저 떨어뜨린다. 캐릭터의 장점을 살리고 이야기 전개에 보다 신경 썼더라면 CG로 채워진 배경 위에서 혼자 노는 잭 블랙 외에도 다른 재미 요소들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2011년 1월 25일 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잭 블랙, 특유의 코미디는 여전하다.
-설정 자체가 재미있다. 원작을 비트는 할리우드의 아이디어는 여전히 좋다.
-이야기의 전개가 매끄럽지 못하다. 모든 일이 너무 쉽게 풀려버린다.
-CG가 중요한 영화인데, 그 완성도는 아쉬운 수준이다.
-잭 블랙을 좋아해도, 빤한 원맨쇼는 이제 그만.
1 )
bjmaximus
북미에서 괜히 망하진 않았겠지   
2011-01-2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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