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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전장의 스케일에 담아낸 심리적 스펙터클!
명장 | 2008년 1월 24일 목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19세기 중엽, 청나라 백성들은 무능한 권력층의 부패로 난세에 빠졌다. 결국 이에 참다 못한 농민들은 크리스트교 사상을 전파하던 홍수전을 중심으로 궐기했고 세력은 점입가경으로 늘어 난징(남경)을 중심으로 한 국가를 창궐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오늘날 ‘태평천국의 난’이라 불리는 중국 역사의 한 지점이다. 그리고 <명장>은 이를 배경으로 만든 고전 에픽이다.

카메라에 담아낸다는 자체만으로 중국이란 거대한 서사는 블록버스터가 되는 것처럼 보인다. 대륙적 스케일의 갑주를 두른 중국영화는 그 비옥한 역사적 유산을 통해 스펙터클의 깊이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명장>은 그 선봉장격으로 손색이 없다. 거대한 대륙을 무대로 펼쳐내는 인해전술의 스케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광활한 위용을 뽐낸다. 하지만 <명장>은 전장을 아드레날린의 촉진제로 남용하지 않는다. <명장>에서의 전쟁은 위대한 과업의 서사가 아니라 처참한 살육의 과오로 기록된다. 대업을 이루기 위한 사명감으로 적과 맞서 싸우는 용맹한 전사의 긍지를 드리우기 보단 가족을 위해 전장에 나서는 남루한 민초들의 고단한 투쟁과 그 뒤에 산재한 주검들의 쓸쓸한 비극을 목도할 뿐이다.

사실 <명장>은 역사적 서사를 병풍 삼아 그 안에 존재하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는 영화다. <명장>의 서사를 이루는 세 인물 방청오(이연걸), 조이호(유덕화), 강오양(금성무)은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가 맺은 도원결의와 마찬가지로 피의 맹세를 나누며 의형제를 맺는다. 그들은 형제의 의식을 통해 형제가 죽임을 당하면 남은 형제가 복수를 하고, 형제를 죽인 형제는 역시 남은 형제가 복수를 한다고 맹세한다. 또한 삼국지의 의형제들이 황건적의 난을 토벌하러 떠나듯 이들도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떠난다. 하지만 이들은 삼국지의 의형제와 달리 시대의 풍파 속에 첨예한 대립을 건너고 그로 인해 형제의 우애는 반목의 물살에 휩쓸려 파국을 맞이한다. 인정이 깊은 조이호는 비상하면서도 엄격한 방청운을 따르지만 그의 냉정함은 결국 둘 사이의 갈등을 야기한다. 그리고 둘을 모두 따르는 강오양은 갈등의 국면을 지켜보며 노심초사한다.

인물들은 제 각각의 세계관을 추구하며 자신의 이상을 현실에 재현하려 안간힘을 쓴다. 어지러운 현실 안에서 도적질을 하던 조이호와 강오양은 가족과 마을을 먹여살리기 위해 군대에 편입되자는 방청운을 따라 나선다. 하지만 그 와중에 전쟁을 끝내고 백성의 평화를 지키겠다는 방청운의 대망을 알게 된다. 하지만 평화를 위해서 살육을 서슴지 않는 방청운은 결국 인도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조이호와 깊은 갈등을 형성하게 된다. 두 인물은 이념적인 목표는 같으나 행동양식에 있어서 방향성이 다르다. 평화를 위해 전쟁을 도모하는 자와 가로막는 자 사이엔 진행방향이 같으나 맞닿을 수 없는 평행선의 거리감이 존재한다. 결국 두 사람의 갈등은 각자의 상흔을 발생시키며 이는 <명장>에 맺히는 감정적 애처로움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극의 중립에 선 강오양이다. 능동적인 두 인물과 달리 그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물이다. 또한 그는 극 중 3인칭의 관찰자로 묘사되지만 극의 외부에서 들려지는 그의 나레이션이 극의 전진과 동반되는 것처럼 그는 전지적 화자 노릇을 한다. 결국 <명장>에서 관객이 보는 건 강오양의 상념을 바탕으로 재현된 과거란 셈이다. 궁극적으로 관객이 느끼는 감정적 혼선은 고스란히 강오양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형제의 갈등과 이념의 반목을 지켜보는 강오양의 중간자적 위치는 관객이 짊어지는 감수성의 시점으로 대변된다. <명장>은 결과적으로 관객의 시선을 대변하는 강오양의 회고담이며 전장의 풍경이 스펙터클한 전시적 효과로 활용되지 않는 것도 그의 심리적 괴로움이 담긴 전장에 대한 시선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명장>은 전쟁터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전쟁터에 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결국 <명장>은 현장의 풍광을 담아내려는 거시적 감상보단 인물의 심리적 추이를 살피는 미시적 감상이 중요한 영화다. 강오양의 나레이션이 전반적인 스토리 진행의 해설자 역할을 하지 않고 각각의 인물들을 대변한 심리적 고백의 육성으로 들려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거대한 서사는 단지 거대한 규모를 전시하는 외벽만이 아니라 인간의 다양한 심리를 담아내는 내부구조를 지니기도 한다. <명장>은 현재 급속도로 변모하는 중국의 금세기적 패러다임을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통제된 개발주의의 온상 속에서 자유로운 인간적 권리를 주장하는 시대적 혼선. 진가신 감독의 시선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관통하며 그 내부에 존재하는 인간들의 딜레마를 숙청함으로서 현실적 가치를 부여하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동시에 아마도 이는 오랜 역사 속에서 현재까지도 갈등과 대립의 전통을 유지하는 우리의 모습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명장이 나오기엔 득세가 심한 세상이다.

2008년 1월 24일 목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거대한 역사적 서사를 담보로 한 중국 블록버스터는 언제나 대단한 위용을 자랑한다.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당신을 설레게 할만한 멋진 캐스팅!
-전쟁이란 살육을 간과하는 야만의 유물일 뿐, 어떤 죽음도 합법적일 순 없다.
-전쟁을 묘사하기보다 전장에 선 인물을 바라보는 진가신 감독의 시선!
-호쾌한 전장을 그리기보단 인물의 내면을 첨예하게 그린다. 고로 심각하다.
-이연걸 나온다고 해서 난 무협인 줄 알았는데.....깊은 한숨만....
29 )
karamajov
평에 비해 별점은 낮네요? 평은 칭찬일색인데요 직접적 칭찬은 안했을지 몰라도 그 뒤에 숨은 긍정적 시선이 느껴지는데 말이죠   
2009-02-17 06:07
kyikyiyi
말이 필요없어요 최고의 배우들 잘만든 영화한편   
2008-05-07 14:13
callyoungsin
아쉬운 영화예요   
2008-05-07 11:29
bjmaximus
그래도 이연걸인데 무술을 전혀 안보여준 건 아니지.   
2008-04-28 16:41
navy1003
정말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2008-02-16 13:58
bae1227
심리적 스펙트럼   
2008-02-10 14:37
js7keien
권력과 명예 욕망과 우애를 비장함으로 풀어낸 태평천국 亂 조망하기   
2008-02-09 20:45
tldn84
이젠 액션이아니라눈빛으로관객들에게말하는거같네요;;   
2008-02-0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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