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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시선' 언론시사회
내 멋대로 찍었다. 네 멋대로 봐라! | 2003년 10월 29일 수요일 | 임지은 이메일

좌측부터 박진표 감독, 배우 정애연, 배우 백종학, 배우 변정수, 정재은 감독, 이현승 감독
좌측부터 박진표 감독, 배우 정애연, 배우 백종학, 배우 변정수, 정재은 감독, 이현승 감독
박광수, 박진표, 박찬욱, 여균동, 임순례, 정재은(이상 가나다순) 여섯 명의 걸출한 감독들의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영화 <6인의 시선>이 어제 언론시사를 가졌다. 임순례 감독(<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얼굴값>을 필두로 정재은(<고양이를 부탁해>)의 <그 남자의 사정>, 여균동(<세상 밖으로>)의 <대륙횡단>, 박광수(<이재수의 난>)의 <얼굴값>, 박진표(<죽어도 좋아>)의 <신비한 영어나라>, 박찬욱(<공동경비구역 JSA >)의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로 이어지는 여섯 편의 단편들 속에서 인간의 권리에 대한 감독들의 농익은, 때로 톡톡 튀는 사고를 엿볼 수 있다.

<얼굴값>은 취직을 앞둔 실업고 여학생을 주인공으로 사람의 외모에 함부로 가치를 매기는 편협한 사회를 비판한다. 성형수술을 장려하고, 성적보다 더 중요한 건 몸무게라며 학생들을 닥달하는 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인권영화라는 타이틀에 흔히 가지게 되기 쉬운 편견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재미난 영화다. 소위 '교훈적인 영화' 같지 않기는 뒤를 잇는 정재은 감독의 단편도 마찬가지. 신상이 공개된 후 사람들의 차가운 질시를 한 몸에 받는 성범죄자를 다룬 <그 남자의 사정>은 디스토피아를 싸늘하게 담아낸 SF 같다.

한편 <대륙횡단>은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문주의 일상을 살갑게 따라간다. 장애인으로 살기 참 불편한 나라 대한민국. 정말이지 이 곳에선 사랑, 우정, 취직 뭐 하나 순탄치가 않다. <얼굴값>의 남자는 주차 매표원에게 "이런 데서 일하긴 아까운데"라는 한 마디를 무심히 던지고 두 사람의 인연은 상상 못할 결말로 이어진다. 한편 <신비한 영어나라>는 자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끔찍하기까지 한 일들을 자행하는 영어공화국 한국의 학부모들을 담아낸 영화. 정신박약으로 오인돼 정신병원에 6년 4개월 간 수감되었던 네팔 노동자 찬드라의 기구한 이야기를 다룬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는 이 냉혹한 나라의 일원인 우리 모두의 경종을 울릴 만 하다.

상영 전 총제작을 담당한 이현승 감독을 위시해 정재은, 박진표, 박찬욱 감독과 배우들(김문주, 변정수, 백종학, 정애연), 인권위 김창국 위원장 등이 무대에 올라 인사를 건넸다. 김위원장은 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제 1호 인권영화이기도 한 <여섯 개의 시선>을 "가장 핵심적인 기본권인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 차별에 대한 영화"라고 소개한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됐으며 부산국제영화제, 밴쿠버 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되기도 한 <여섯 개의 시선>은 오는 11월 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기자간담회와 무대 인사에서 캐치한 배우, 감독들의 핵심적인 한 마디들은 아래 간추려 소개.

정재은, 이현승 감독
정재은, 이현승 감독
박진표 감독과 '대륙횡단'의 주인공 김문주씨
박진표 감독과 '대륙횡단'의 주인공 김문주씨
'그 남자의 사정'에 출연한 백종학과 변정수
'그 남자의 사정'에 출연한 백종학과 변정수
Q: 소감 한 마디.
박찬욱 감독: 주인공이 네팔에 있는 관계로 무대 위에는 못 모셨다. 사실 찬드라씨보다는 등장한 모든 한국인이 주인공이며, 현재 찬드라 대 대한민국의 소송이 진행중이기도 하다. 사실 "찬드라 대 대한민국"을 제목으로 하려고 했었는데 법적인 부분을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뜻대로 하지 못했다. 그리고 영화가 여섯 편이나 되다 보니 좋아하는 작품을 어쨌든 한 편은 건질 수 있다는 게 <여섯 개의 시선>이란 영화의 좋은 점 아닐까(좌중 웃음).
정재은 감독: 많은 스탭들이 교통비 수준의 보수만 받으면서 좋은 의도 하나로 뭉쳐 일했다. 그 덕에 오히려 서로 스트레스며 압박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소중한 기억이다.

Q: 영어 발음이 좋아지기 위해 설소대 수술을 받는 아이의 모습을 비춰내는 <신비한 영어나라>는 상당히 충격적인 느낌이었다.
박진표 감독: 작년 <죽어도 좋아>에 이어 올해도 등급 때문에 가슴을 졸였던 게 사실이다. 자식의 인생을 먼저 결정해버리는 오만함은 가장 큰 인권침해다.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눈감지 말고 똑똑히 봐주길 바란다.

Q: 개봉까지 하게 됐는데, 흥행에 대한 걱정은 없는가?
이현승 감독: 타작품에 비해 손익분기점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수익을 남기는데 거의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은데(좌중 웃음). 작업 자체로 특별한 의미가 있기도 하고, 걱정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이진숙 프로듀서: 모쪼록 흥행이 잘 되어서 <여섯 개의 시선 2>까지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참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일반 시사도 많이 기획중이다.

Q: 주제는 개별로 받았나?
이현승 감독: 인권위에 명시된 열 여섯 가지 차별에 관한 항목 중 감독이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했다. 순서의 경우에도 사전에 협의했고. 예컨대 임순례 감독의 <그녀의 무게>는 재미있기 때문에 맨 앞에 배치하는 것이 관객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결과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2차, 3차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인권이라는 교훈적 주제에만 천착하지 않고 감독에게 각각 일임해 취향과 개성을 살리게 한 것이 <여섯 개의 시선>이 주목받은 이유이자 개봉에까지 온 힘이라고 생각한다.

Q: 변정수에게 질문. 출연하게 된 계기는?
변정수: 정재은 감독의 단편 <그 남자의 사정>은 내게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하다. 사실은 나도 얼마 전 인권침해를 직접 겪은 적이 있다. 어떤 사이트에 내가 죽었다는 날조 기사가 올라왔고, 그 사건으로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었다. 우리 같은 직업이야 원래 다수의 사람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직업이지만 나의 권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자주 느끼고 있다. 이 영화에 참여한 것도 그런 계기에서 비롯됐다.

Q: 실제로 차별 받은 경험이 있는가?
이현승 감독: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사람 치고 차별 받은 경험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감독들이 사재를 털어서까지 이 프로젝트에 매달린 이유도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현실을 타개하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Q: 정재은 감독에 질문. 성범죄자의 인권, 미래사회의 조망, 어린이들의 인권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영화 안에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는 느낌이었는데.
정재은 감독: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 인권침해의 정의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그러나 성범죄자 신상공개라는 문제를 적나라하게 풀 경우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영화적 재미도 떨어질 거라고 봤다. 이를테면 우화적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거다. (등장하는 아이들의 성정체성이 모호해 보이는 건 의도인가? 라는 질문에) 사람의 특성은 너는 남자, 나는 여자 하는 식으로 뚜렷이 나누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모호한 느낌이 나도록 의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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